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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753화 (752/1,239)

강철의 전사 75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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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평야〉에 엘프 원정대가 도착했다. 곧 그들은 핏빛쥐들의 은신처를 더듬어나갔다. 공터도 아닌 곳이었지만 나무 속에 숨겨놓은 주술 토템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엘프이기에 간파할 수 있었다.

“섬뜩한 장치입니다. 이 내부를 보십시오.”

주술 토템에 연결되어있는 방어 주술을 놀라운 정밀도로 완벽하게 절단하고 토템을 나무에서 꺼낸 엘프 부관이 토템의 뚜껑을 열고 내부를 보며 말했다. 이에 고위 집정관이 토템의 안쪽을 보았다.

“음.”

그곳에는 벌레들로 가득했다. 다른 이들도 이를 보고 끔찍함을 감추지 않았다.

“생명력을 쓰다니. 야만적인 놈들.”

벌레들을 통해서 주술 토템의 위력을 더욱 증가시키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서로 잡아먹고 알을 낳는 걸 반복하며 토템 내부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끔찍했다.

“이곳에 주술 토템의 숫자가 50개가 넘게 있습니다. 분명히 은신처가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예. 조사해보겠습니다.”

그들은 결국 주술 토템과의 연관성을 통해서 장치를 발동시킬 수 있었다. 나무의 뿌리가 들어 올려지고 그들이 움직이자 자연스럽게 땅이 요동쳤다. 곧, 개미지옥처럼 빨려 들어가는 마법 장치가 발현되었다.

“새도우 위스퍼. 생각보다 상당한 역량을 지닌 단체인 것 같습니다.”

“주술로 마법을 발현시켰습니다.”

“연금술입니다. 독특한 방식이군요. 왜 굳이 주술을 마법으로 변환시키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엘프 원정대는 수월하게 이를 넘겼다. 이것이 마주력(魔呪力)의 강력한 증폭력을 위한 것임을 알지 못했다. 가볍게 넘겨서였다.

그들은 곧장 내부 탐색에 들어갔다.

“집행자. 부관 4명을 가려서 밖을 지키십시오. 문제가 생기면 바로 알려주십시오.”

“예.”

집행자 솜니움 마리포사는 부관 4명을 가려 뽑아서 대기했다. 고위 집정관 테메툼 마르가리타는 법정자와 부관 4명을 데리고 내부로 진입했다.

거창하게 은폐시킨 것과는 대조될 정도로 형편없는 굴이었다. 다만, 사람이 오갈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컸고, 여유로운 넓이를 지니고 있었다.

또 곳곳에서 걸음을 멈출 정도로 벽에 새긴 벽화가 많았다. 일부러 깔끔하게 다듬은 돌을 박아넣고 그곳에 벽화를 새겼는데, 공을 많이 들인 벽화라서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쥐들....”

조그만 쥐들이 벽화의 아래에 빽빽하게 존재했다. 그리고 중앙에는 인간 한 명이 크게 있었고, 좌로는 늑대와 까마귀. 우로는 악마와 오우거가 잔뜩 폼을 잡고 있었다.

“무슨 의미일까요?”

“모르지. 어쩌면 인간이 아닌 하등 종족이 새도우 위스퍼일지도 모르겠는데.”

“쥐가 지성종족인 건 본적이 없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쥐인간 같은 대형종은 본 적이 있습니다만...”

쥐인간은 덩치만 클뿐, 지성종족은 아니었다. 그들은 도구를 사용하지 못했다. 원정대는 수많은 벽화와 조각상을 볼 수 있었다. 또한 많은 함정을 경험했다. 허나 대부분이 주술, 마법적 함정이라서 손쉽게 간파할 수 있었다.

그들은 3시간 만에 끝에 도달했다.

“이럴 리가 없습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그저 굴에 불과했다.

지금까지 마법적, 주술적 현상이 많았으므로 고위 집정관은 곧바로 마법 탐색을 펼쳤지만 무의미했다. 반대로 곳곳을 물리적으로 투사해보고, 마법을 통해서 충격파를 쏴봤지만, 반응이 없었다.

“함정이다!”

그가 고함을 지르며 서둘러 밖으로 향했다.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굴이 끝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강화 마법을 통해서 무시무시한 각력으로 바닥을 깊게 패며 탈출에 성공한 엘프들의 앞으로 먼지가 자욱하게 파도처럼 쏟아져 나왔다가 서서히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집행자! 별다른 일은 없었습니까?”

“예. 주변에 잡히는 생명체는 없...”

파아앗!

푸른빛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곧 붉은 빛으로 변했다. 깔아뒀던 탐색 마법진에서 나오는 빛의 변화는 엘프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먼지가 사그라들며 수많은 그림자가 그들의 주변에서 잔뜩 휘몰아치며 검은 뿔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드낙도 그림자의 힘을 휘두르고, 대장쥐 또한 두 번째 뿔로 어둠의 그림자 능력을 사용하고 있었다. 검은 뿔쥐들이 그림자를 다루는 건 이상하지 않았다.

엘프들이 수를 내기 전에 그림자 기류에서 끝도 없이 주술 까마귀들이 쏟아져나왔다.

까악!

까악! 까악!

〈검은 까마귀 주술〉은 드낙과 오우거의 마법 상쇄를 영감으로 삼아서 발전된 주술이었다. 까마귀는 엘프들의 주위를 돌며 하늘을 그대로 가려버렸다.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오로지 탐색 마법진의 붉은빛이 주변을 밝혔다.

“이럴수가...!”

3천 마리의 검은 뿔쥐가 만들어낸 주술 행위는 고작 11명의 엘프들이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꼼짝없이 죽을 위기에 자신이 처한 것을 그들은 손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뚫을 수 없습니다.”

마도 사회에서 수많은 초월의 힘을 가늠해오며 살아온 엘프들이었다. 〈힘은 힘일 뿐이다〉라는 대명제의 원칙에 따라서 초월의 힘으로는 결코 뚫을 수 없었다.

촤아앙!

혁대에 있던 백금 카드가 그대로 검으로 변했다. 얇았지만 긴 장검이었다. 장검에서는 빛이 계속해서 뿌려져 나오고 있었다. 각각 서로 다른 속성을 지닌 장검을 뽑아들었다.

어떤 부관은 화염으로 타오르는 장검이기도 했다. 동시에 또 다른 카드가 허공으로 치솟으며 그대로 왼쪽 손목에 들러붙어서 심지로 변하며 팔의 바깥 부분을 타고 가더니 그대로 좌우로 펼쳐져서 길쭉한 방패가 되었다.

하지만 그런 발악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까마귀 떼가 그들을 한 번 덮치고 지나가자 타오르는 장검은 사그라들었고, 빛을 뿌리는 장검은 빛을 잃었으며, 얼음과 물을 뚝뚝 흘리던 장검 또한 평범하게 변해버렸다.

“악!”

대장쥐가 순식간에 부관의 뒤를 잡고, 그 머리채를 잡아당기며 순식간에 끌고 가버렸다. 엘프들이 원형진을 서며 서로 등을 붙였다. 까마귀 떼에서 속삭임이 들려왔다.

“찍찍.”

“쥐새끼 놈들!”

부관 하나를 끌고 가며 대장쥐의 모습을 본 엘프들이 너도나도 소리를 질러대었다. 그들은 마법을 펼쳤지만 소용없었다. 검은 뿔쥐는 전원이 주력과 마력을 지닌 존재였다. 모두 드낙으로부터 받은 형질 덕분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촤악. 턱.

허공에 피가 쏟아지고, 팔 하나가 땅에 떨어져 엘프들의 발치에서 굴렀다. 부관 프로베룸스 아우룸(Proverbs Aurum)의 오른팔이었다.

“이이...!”

“너희들은 우리의 신을 모독했다.”

제국어가 들려오자 엘프들이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냉정을 잃지 않았다. 이렇게 있어 봤자 소용이 없었다. 다행이라면 저 까마귀 주술은 마법 상쇄만 가능하고, 현실적인 피해는 전혀 줄 수 없었다.

“돌파한다. 주술에서 빠져나오는 즉시 날아올라 후퇴, 곧바로 복귀한다.”

“예.”

고위 집정관 테메툼 마르가리타가 가장 선두에 섰다. 누가 선두에 서든 상관없었지만, 완벽하고 완성된 엘프 또한 개개인의 소소한 차이는 존재했다. 테메툼 마르가리타가 가장 이 중에서 무력이 뛰어났고, 오랫동안 무력을 단련한 자였다.

까마귀 떼가 그들을 덮쳤지만 엘프들은 무식하게 달려나갔다. 10명이 된 엘프들은 A자 대형을 가졌다. 1명이 최선두. 2명이 좌우를 보좌했고, 4명이 좌우로 나누어졌고, 4명이 좌우로 나눈 곳 사이에 3명이 바짝 붙어서 달렸다.

붙어있는 3명은 특히나 일체감이 뛰어났다. 모두 체격도 비슷했고, 보폭도 일치했으며 가진 장비 또한 똑같았다. 3명의 좌측에 있는 이는 검을 좌수에 잡고, 방패를 우수에 붙였다.

까마귀 떼의 시끄러운 날갯짓과 울음 속에서 검은 뿔쥐들이 엘프들을 공격했다. 허나, 엘프들은 놀라운 감각으로 그 모든 것을 막고, 피하고 쳐내며 단번에 뛰쳐나왔고, 무언가와 크게 부딪쳤다.

“크윽!”

힘을 잔뜩 줘봤지만, 돌진력이 그대로 무너져내렸다. 고위 집정자가 멈추자 뒤쪽에 있는 이들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의 키만 한 방패진이 그들을 막아서고 있었다.

“모독자들! 모독자들!”

방패 뒤에 있는 검은 뿔쥐가 그들을 욕했고, 뒤에 있던 다른 검은 뿔쥐가 장창으로 그들을 밀어냈다. 상처는 입지 않았는데, 엘프들의 준수한 방어 장비 덕분이었다.

마법을 쓰려고해도 까마귀들이 엘프들에게 들러붙으며 삽시간에 마력을 상쇄시켰다. 이놈들은 어디든지 자리를 잡았는데, 엘프의 머리 위에 앉으려는 주술 까마귀도 있었다.

“찍찍.”

대장쥐는 부관 하나를 무리해서 끌어냈고, 그 덕에 엘프들은 극단적 선택을 하였다. 그 결과는 완벽한 포위망이었다. 어느새 뒤가 잡혀서 옴짝달싹도 못 하게 창으로 가득한 감옥에 묶인 그들의 표독스러운 눈이 사위를 훑었다.

주술 까마귀들은 곳곳에 내려앉아서 고개를 이리홱, 저리홱 돌리고 있었다. 무게도 느껴지지 않는 주술로 만들어진 까마귀들은 엘프들이 마력을 끌어올리거나 마법을 사용한다면 냉큼 달려들어 상쇄될 것이다.

그들은 강제로 엘프들의 무기를 하나씩 공을 들여서 빼앗고, 백금 카드가 수두룩하게 있는 혁대도 빼앗았다. 다른 엘프 원정대와는 다르게 수많은 카드를 가져온 엘프들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윽!”

한 명씩 포획 당해서, 다리가 질질 끌려와서 그대로 사지가 꽁꽁 묶였다. 11명의 엘프가 모조리 생포 당했다.

대장쥐의 입장에서는 엘프들을 통해서 종족을 더 발전하고 싶어서였다.

전투는 30분도 되지 않았지만, 이번 전투를 위해서 배불뚝 리전은 5일 넘게 수많은 자원을 소모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드낙이 그림자로 변하여 그림자가 되어있는 레우치터를 타고 그대로 도착했다. 레우치터는 드낙이 인간의 모습을 취하자 똑같이 인간의 모습을 취했지만 꿀밤을 맞고 그림자로 변해서 드낙의 그림자에 스며들었다.

“뜨나아아악! 살아 숨 쉬는 우리들의 신을 뵙습니다!!”

모든 핏빛쥐들이 똑같은 말을 하며 큰절을 올렸다. 그 모습을 본 엘프들은 드낙 불파겐이 지닌 거대한 상징성을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우리는 그를 엄청나게 과소평가하고 있다. 이를 반드시 알려야 하는데...’

사지가 묶인 곳은 마력을 뿜어내면 그 즉시 상쇄하고 있었기에 불가능했다. 마법을 사용하려고 한 엘프는 사지에서 찐득한 검은 액이 나오는 걸 알아차렸다. 그 액은 피부를 자극했고, 마법에 집중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크윽...”

발악하는 고위 집정관을 본 드낙은 일단 대장쥐를 크게 높여주었다.

“대단히 잘했다! 이렇게 완벽하게 엘프들을 생포하다니!”

“모든 것은 우리들의 신을 위한 것입니다. 저들이 도망친다면 엘프들은 분명 큰 결단을 할 수 있었습니다.”

드낙은 그들 모두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포옹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어찌나 귀여운지 덩실덩실 엉덩이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자신을 위해서 이렇게 많은 핏빛쥐가 알아서 행동하고 알아서 모였다는 것도 큰 보람을 느꼈다.

“이들을 어떻게 하고 싶으냐?”

내친김에 드낙이 엘프에 대한 처우도 그들에게 물어보았다. 이에 대장쥐가 말하였다.

“핏빛쥐는 더욱 발전하고 싶습니다. 이들을 영원토록 고문하고, 그들의 피를 받아마셔 그들의 힘을 저희들의 힘으로 삼고 싶습니다. 죄가 되지 않는다면 그들을 검은 돔으로 압송하고 싶습니다.”

“좋다. 다만, 한 마리는 내가 데려가겠다.”

“열등한 놈이 어디서 마리라고 하는 것이냐!”

“저놈은 내가 데려가겠다.”

고함을 지르는 법정자 락테아 시오(Lactea Seio)를 드낙이 단번에 지목했다. 핏빛쥐들은 그 외의 10명의 엘프를 모두 압송해갔다. 드낙은 그녀를 그림자의 힘으로 사로잡아서 그대로 고블린 지하 도시로 향했다.

그곳에서 충분히 엘프의 모든 것을 파악할 생각을 가졌다.

*

남부 왕국의 수도는 재건하는데 북적북적했다. 하지만 왕성은 쥐죽은 것처럼 조용했다. 시녀들은 웅크린 채 숨을 죽였고, 시중은 병사들에게 붙잡힌 채 집무실에 한가득 모여있어야 했다.

기사들의 강철 소리가 더욱 그들을 불안하게 했다.

쾅! 쾅! 쾅!

왕이 거주하는 방의 강철 문이 그대로 부서지고, 기사들이 우루루 쏟아져나왔다. 그들은 백금 왕가를 지키는 왕가 기사단 〈백금 기사단〉의 문양을 하고 있었다.

“이놈들! 너희들이 그러고도 살아남을 줄 아느냐! 나는 동부왕으로부터 받은 왕권이 있다!”

아라온 플래티넘이 병사들의 뒤에서 호통을 쳤다. 하지만 기사들의 표정은 무덤덤했다. 그들 사이로 한 명의 덩치 큰 기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백금 기사단장 엘러스데어 플래티넘이었다.

그의 무위는 실로 대단했고, 그 덕에 플래티넘의 성씨를 하사받을 정도였다.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 내 너에게 부족한 것 없이 해줬거늘.”

“아라온. 톤드라 가문조차도 너를 떠났다. 네 카리스마가 이 정도인데, 어떻게 남부 왕국을 맡길 수 있겠느냐. 왕을 바꾸는 것을 다른 왕이 어떻게 정하는가. 중앙 제국조차도 남부 왕국의 정치에 대해서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았다.”

“그는 널 죽일 것이다. 지금이라도 물러간다면 없던 일로 해주고, 톤드라 가문을 정벌하여 내 너에게 공작의 작위를 내림과 동시에 공왕의 권리를 주마.”

“땅에 떨어진 남부인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위대하게 만들 것이다!”

그가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자 추풍낙엽처럼 병사들이 튕겨 나가고 엎어졌다. 그에 의해서 한 번에 급소가 따이며 병사들이 죽었다. 아라온이 벽에 들러붙었고, 그는 멱살이 잡혀서 땅에 내팽개쳐지고, 그대로 목이 달아났다.

“동부왕에게 사절단을 보내라. 아라온 플래티넘의 양아들이 새롭게 왕위에 올랐다고 전하라.”

“예!”

곳곳에서 아라온 플래티넘을 따르며 사업과 수많은 권리를 누렸던 이들이 백금 기사단의 손에 죽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반항도 만만찮았다. 이미 기득권이었던 자들은 남몰래 군사력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남부 내전 소식은 빠르게 동부로 향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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