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전사 75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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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에서 강철을 생산하는 거지. 진짜 개똑똑한 방법이야.’
〈강철 능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생명 에너지의 일정량을 철조각으로 만드는 방식이었다. 그 결정들을 모아서 녹인다면 철괴를 만들 수 있을 터였다. 자연스럽게 용광로 기술이 발전할 토대와 동기를 만드는 것과 같았다.
그렇게 강철 피부 고블린을 만들려고 한 것이 드낙이었지만, 문제가 생겼다.
“키야아아악!”
그릇을 뛰어넘는 악마의 힘. 그것 때문에 고블린이 단번에 폭주했다. 인간이었다면 조금이라도 인내할 수 있었겠지만, 고블린 종족은 이성과 본성이 충돌하는 유전자의 용광로였다.
한 발은 야만. 다른 발은 문명에 걸치고 있는 고블린 종족에게 악마의 힘은 제어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단번에 야만이 다른 쪽을 집어삼키고 그대로 짐승이 되었다.
까득, 까득!
이빨이 길어지고, 눈이 포악하게 변했으며 온몸에 동물처럼 털이 돋아났다. 그 변모는 매우 빨라서 원래 있던 고블린의 머리카락이 새하얗게 변하고, 살이 쪽 빨려서 뼈만 남게 되었다.
네발로 달리며 그대로 드낙의 팔 하나를 물려고 했지만 드낙의 주먹 한 방에 머리가 터져 죽었다.
‘실패다. 그릇이 너무 작다. 아니, 아슬하게 그릇이 유지되었지만 붕괴했다.’
고블린이 원래 가지고 있던 야만의 기질 때문이었다. 그의 악마의 힘이 공조하여 더 증폭된 탓이다.
‘더 낮게 주면 철가루도 못 낸다.’
아쉬운 일이었다. 허나, 이것이 다행인 줄을 드낙은 몰랐다. 생명 에너지를 소모하여 철조각을 피부에 돋아나게 한다고 해도 식량을 엄청나게 먹기 때문이다. 그 끝도 모르는 섭취량은 고블린들을 아귀 악마 계열로 변모시킬 터였다.
그 이후는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반쪽짜리 악마의 군대를 집어삼킬 또 다른 악마를 불러올 뿐이었다.
머리를 굴리던 드낙은 고블린 신체 전체에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효율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다르게 해야 한다.’
악마의 힘이 머리에 뻗치면 그대로 짐승이 되어버리는 것이 반문반야(半文半野)의 고블린이었다. 고로 그들에게는 다른 방식이 필요했다.
허나, 거기까지 생각한 드낙이 등을 폈다.
큰 문제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고블린의 그릇을 채운다면, 그들을 지배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지.’
힘을 줬다 뺏는 건 가능했기에 목줄은 될 수 있었다. 드낙은 다시 허리를 굽혀 고블린의 머리를 양손으로 잡았다.
드낙의 양손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눈을 감고 있던 고블린이 뜨거운 온천수 같은 드낙의 피에 몸을 떨었다.
그 피가 흐르고 흘러 자신의 몸에 닿고 내려오면서 자연스럽게 두려움과 공포가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단순히 육(肉)을 탐하는데 효율성이 적다고 판단한 악마는 이런 공포 에너지 또한 초월의 힘으로 변환하기도 했다.
이들을 고통의 악마라고 불렀다.
드낙은 고블린의 신체 중에서 가장 내구력이 강한 것을 추려냈다. 반마의 힘을 이용했기에 마법보다도 더 정확했다.
‘위장과 대장. 척추와 대퇴골. 심장과 쓸개.’
야만적인 고블린은 모든 것을 먹을 수 있어야 했다. 그들에게는 독도 보약이었고, 독에 대한 내성을 얻을 때까지 입에 담는 놈들이 많았다. 먹을 수 없다면, 먹을 수 있을 때까지 건드려대었다.
그렇기에 그들의 위장과 대장은 탁월한 내구력과 힘 그리고 생명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척추와 대퇴골 또한 빠질 수 없었다. 고블린은 문화를 손에 움켜쥐고 있지만 동시에 야생 같은 곳에서도 적응할 수 있었다. 체격만 안 좋았지 인간보다 뛰어난 적응력을 확보하고 있었다.
심장과 쓸개는 많은 곳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 만약 고블린이 드낙이 지닌 악마의 피를 증폭시키지 않고 참을 수 있었다면 무조건 써야 하는 곳이었다. 핵(核)이 될 공산이 컸다.
‘마치 웅담처럼.’
악마 고블린이 된다면 그 중추는 심장이다. 허나, 그렇게 될 수가 없었다. 고블린들의 야만성은 악마의 피와 너무 상성이 좋았다.
드낙은 척추와 대퇴골 그리고 위장과 대장을 고민했다.
‘객체의 생명력을 소모한다면 척추와 대퇴골이다.’
고블린의 출산율, 성장 속도를 고려했을 때 실현 가능했다. 허나, 양심적으로 힘들었다. 만약 드낙이 그들의 척추와 대퇴골에 〈강철 생성〉의 힘을 넣는다면 그들의 수명은 반 토막 날 것이다.
그 결단을 드낙은 내릴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더는 인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저 거죽만 인간의 탈을 쓰고 있을 뿐이었다.
동시에 그는 핏빛쥐들의 대규모 죽음 속에서 인간주의가 붕괴하였다.
그 균열에 핏빛쥐가 스며들었고, 고블린 또한 그 균열에 들어갈 자격이 있었다. 드낙에게 헌신했기 때문이다.
그는 오랜 과거 자신과 함께해주는 것만으로도 용병들과 수익을 공평하게 나눌 생각을 가졌었다.
현대에서 하층민으로 살아왔기에, 가진 것에 대한 갈망과 동시에 가진 것을 베풀고 싶은 마음이 모순적으로 공존해서였다.
그렇기에 드낙은 고블린들의 수명을 반 토막 내서까지 강철을 생산할 수 없었다.
‘위장과 대장.’
드낙의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여기에서 해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먹음으로써 강철을 생산해낼 에너지를 얻는다면.’
그렇게 된다면 식량 부족이 크게 일어나 떼죽음을 당할 것이다. 아직 동부 왕국과 지하 연합은 잉여 식량의 확보가 완벽하지 않았다.
‘고로, 흙을 먹어도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그게 옳은 방법이었다. 남들이 안 먹는 걸 먹을 수 있어야 했다. 드낙은 손을 뗐다. 바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였다.
“푸허어억!”
드낙과 깊이 연결되어있던 고블린이 눈을 번쩍 뜨며 참았던 숨을 터트렸다. 그는 헐떡거리기 바빴다. 온몸이 화끈거렸다.
“돌아가라. 아직은 때가 아니다.”
고블린들을 물리고 홀로 남은 드낙이 그대로 바닥에 편한 자세로 드러누웠다.
‘이렇게까지 공을 들여야 한다니. 황당하네.’
고블린들이 강철 조각을 체내에서 생성해서 배출해내는 능력은 좀 더 공을 들여야 했다. 드낙은 몰랐지만, 이것은 그의 두 번째 권능으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첫 번째 권능은 정신 세계의 피의 잔이었다. 그릇 유무 없이 악마의 힘을 추가로 줄 수 있었다. 야만적이지 않은 종족에게 좋고, 참을성과 인내 그리고 본성보다 이성이 높아서 음모를 잘 펼치는 쥐종족에게도 좋았다.
그의 두 번째 권능은 〈강철 배변〉이었다.
강철 조각을 변으로 배출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드낙은 눈을 감고 능력을 조밀조밀 반마의 초월성으로 빚어나갔다.
그가 반마를 벗어나 진정으로 초월자로 거듭날 때, 그의 권능은 비로소 별빛처럼 빛나며 그의 신좌를 받들 것이다.
그 어떤 야만종족도 강철을 얻을 수 있는 강력한 권능이었다.
*
〈엘프 원정대〉.
그것은 엘프들의 기술을 모방하여 빠르게 발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최소한도로 운용되는 엘프들의 외부 활동 부대였다.
고위 집정관. 집행자와 법정자 그리고 4~8명의 부관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
최대 인원은 11명을 데리고 남부 왕국으로 그들은 비행을 시작했다.
11명의 엘프들이 땅으로 내려왔다. 그들은 너무나도 작았기에 하늘에서 포착이 되어도 새로 착각할 정도로 높은 고도에서 내려왔고, 일정 수준까지 비행 마법들을 취소하면서 그 여유분을 환영 마법으로 돌려 저고도에서는 모습을 감추고 땅에 착지했다.
고위 집정관 테메툼 마르가리타(Temetum Margarita)가 허리띠에서 얇은 백금 카드를 불러와 손에 쥐었다. 그것은 빛을 내며 하늘로 솟구쳐올랐고, 근방 5km 내의 정보를 수집했다.
4명의 부관은 사위를 경계했고, 나머지 4명은 장거리 정보 수집 마법진을 그렸다.
법정자 락테아 시오(Lactea Seio)는 이곳을 경유하거나 활동했던 과거 엘프 원정대의 정보를 재확인하며 조심해야 할 법적 절차를 그때그때에 바로바로 맞춰서 입에 내뱉을 수 있도록 복습을 했다.
집행자 솜니움 마리포사(Somnium Mariposa)는 그런 법정자를 보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중요한 것은 성과인데 곳곳에서 태클을 걸 것이 틀림없었다.
이런 분란의 조짐이 보이는 이유는 이번 엘프 원정대의 구성에 있었다.
부관 중에서도 고위 집정관과 집행자, 법정자와 같은 가문인 자가 1명도 없었다. 영혼 제국의 공세 때문에 곳곳에서 무식하게 차출된 것이다.
원수지간은 아니었지만, 서로 편한 것도 아니었다.
“이 근처에 마을이 있었던 포인트는 50곳이 넘습니다.”
집행자가 빠른 행동을 촉구하듯이 입을 열었다.
고위 집정관이 물었다.
“그곳은 과거에도 있었던 곳입니까. 현재에도 있는 곳입니까.”
“있었던 곳을 짚었습니다. 인간 같은 하등한 종족은 자연에 맞춰서 살아야 하는 동물입니다. 주요 포인트를 확인하고 곧바로 정보 수집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십니까.”
법정자가 이를 제지했다.
“아직 단기 정보에 대한 정보 전달도 부관들에게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장기 정보 또한 확인한 후에 인간 마법사와 상위 계층이 없는 곳을 방문해야 합니다. 그들에게 저희들은 모든 것이 뛰어난 영감과 강력한 모방을 불러일으키는 귀한 존재입니다.”
“세리안 불파겐에 대한 행방을 빠르게 찾아야지 일이 쉽습니다. 영혼 제국은 영혼 군세에 언데드 건축물 같은 걸 들고 왔습니다. 계속 진화한단 말입니다.”
“완성되고 완벽한 엘프는 무엇보다도 법을 우선해야 합니다.”
말이 통하지 않자 솜니움 마리포사가 타메툼 마르가리타를 바라보았다. 그는 무표정하게 해답을 제시했다.
“하루를 기다리나 하루를 빨리 가나 별 차이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어떤 정보를 얼마나 확실하게 얻느냐는 겁니다.”
“지역 유지를 빼 오면 되는 일인데, 그러면 큰 소란이 일어나지 않겠습니까?”
지역 유지 납치작전에 대한 우려를 법정자가 제시했다. 이곳에는 오로지 적들뿐이었다. 우월한 엘프는 인간 같은 하등한 종족에게도 최소한의 종족 권리를 내어줬기 때문이다.
이것은 세파리아스의 손에 모습을 인간처럼 숨겼던 엘프 전사들이 워낙 많이 죽여서이기도 했다. 말 그대로 도축장에서 돼지가 죽듯이 죽어갔기 때문이다. 그 속성을 획득하기 위해서 엘프는 인간을 결코 멸망시킬 수 없었다.
탐욕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결코, 변할 수 없는 게 엘프였기 때문이다.
엘프 원정대는 하루를 정보 수집하며 경계할 만한 존재를 탐색했고, 그곳을 과감하게 제거했다. 남은 것은 중소규모의 마을뿐이었다. 초급 수준의 마법사만 있어 보이는 곳이었다.
“이곳으로 가겠습니다.”
고위 집정관이 평지에 있는 마을을 골랐다. 남은 마을 중에서 가장 큰 곳이었고, 평야였기에 개방성도 있어 보였다.
낡고 헤진 로브를 쓰고 11명의 인원은 3명 이하로 짝을 이뤄서 순차적으로 평야 마을에 들어섰다. 그곳은 세금도 내지 않는 북부 마을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마을 이름도 〈평야 마을〉이라는 평범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세금을 안 내도, 그래도 됩니까?”
“되지! 안 될게. 어딧어. 여기에 병사 하나를 안 보내주는데, 지들이 뭔 권리가 있다고. 세금 내라고 하면 걍 튀면 그만이야! 성이 멀리 있어서 보급 때문에 며칠 있지도 못하고 다시 되돌아가. 퍄하하하!”
술에 취한 이가 매력적인 여성의 모습을 한 엘프에게 말을 길게 늘어뜨려놓았다. 그러면서 그 손은 자연스럽게 테이블에 놓인 엘프의 손으로 향했다.
그것을 자연스럽게 허락하면서 코델리아 인술라(Cordelia Insula)는 가장 많은 정보를 획득한 부관으로 등극했다. 나머지 엘프들은 그저 귀만 기울이며 시간을 보내다가 한자리에 모였다.
어둠이 내려앉자 마을은 빠르게 조용해졌다. 도시나 성과는 다르게 연료를 대놓고 밤에 소비할 정도로 부유하지 못했다.
여관의 지붕 위에서 사위를 살피고 엘프들은 모든 것을 차단한 상태에서 대화를 나누었다.
찍찍.
긴 귀가 꿈틀거렸다.
“어디서 쥐새끼 소리 안 들립니까?”
부관 프로베룸스 아우룸(Proverbs Aurum)의 말에 다른 부관이 코웃음을 쳤다.
“이렇게 차단을 했는데 들일리가요.”
그들은 매우 위협적인 정보를 입에 담았다.
동부 왕국의 건국
마신장 토벌자, 데빌 슬레이어...!
“그는 엘프를 속였습니다.”
“드낙 불파겐...”
그들이 속삭이는 말은 새까맣고 배가 통통하게 오른 검은 뿔쥐에게 그대로 들려왔다. 이곳은 북부.
모든 엘프 원정대가 처음 시작하는 곳.
그곳은 아쉽게도 배불뚝 리전의 본거지였다. 그리고 배불뚝 리전은 정면에서 싸움만 잘하는 게 아니었다. 그들은 가장 드낙이 지닌 힘을 가장 빠르고 가장 많이 획득한 리전이었다.
검은 뿔쥐의 눈이 흉흉해졌다. 마치 자신의 아비가 모욕을 당한 것처럼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감히 그분의 이름을 그렇게 하찮게 읊다니.’
모독이다. 이것은 살아 숨쉬는 유일신에 대한 모독이며, 그를 숭배하는 수많은 리전들에 대한 모독이었으며, 자신이 진정으로 따르고 있는 위대한 리더인 대장쥐에 대한 모독이었고, 자신의 신앙심에 대한 모독이었다.
‘모독이다, 모독!’
그들의 소식은 엘프 원정대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게 〈검은 돔〉에 닿았다.
보고서의 내용을 대장쥐가 읽었다.
[큰 귀 모독자에 대한 보고서]
그의 눈이 빠르게 아래로 향했다. 드낙의 행방을 최우선적으로 파악하고 주도면밀하게 획득한 정황이 쓰여져 있었다. 반드시 해가 될 존재로 보였다.
========== 작품 후기 ==========
6244자
평점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늦은 이유는 이걸 말씀을 드려야할지 잘 모르겠네요...아무래도 작품에 영향을 줄 것 같아서 쓰지 않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정말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서 제뜰에 적어놓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