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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749화 (748/1,239)

강철의 전사 74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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쟝 가문의 패배는 예정되었다. 겐 쟝은 무력은 출중했고, 충성파로 제법 줄을 잘 탔지만 거기까지였다. 엘프의 녹안과 드낙 때문에 폭력적이고 간단한 방법을 쓰지 않는 세리안에게 한 입 거리도 되지 않았다.

허무할 정도로 규합력이 무너진 것은 겐 쟝이 다른 여섯 가문과 관계를 크게 깊게 만들지 못한 점도 있었다.

“젠장.”

7개의 의자가 있는 원탁에 앉아있는 건 오로지 겐 쟝, 그 혼자뿐이었고 이제 그는 선택해야 했다.

자존심을 접고 세리안을 찾아갈지, 아니면 홀로 남쪽으로 사업을 진행할지.

‘내가 어디에 홀렸었구나.’

그들의 머리 노릇을 하고 대장처럼 굴었던 그는 그 강력하고 매력적인 영향력에 정신을 못 차렸다. 이제 그는 확실하게 주변 시야가 보였다.

망한 건 자신이었다.

이렇게나 쉽게 다른 가문이 세리안에게 붙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제대로 붙기도 전에 와해가 일어났다.

‘...남쪽으로 사업을 옮겨? 말도 안 되는 소릴.’

그들이 사업할 수 있는 이유도 중부의 장원기사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불파겐의 친우 가문이었기에 당연히 중앙 정치에서도 활동할 수 있는 특혜가 존재했다.

‘내가 미쳤지.’

겐 쟝은 세리안에게로 향했다. 뜻밖에 그녀는 그를 쉽게 받아주었다.

‘천만다행이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겐 쟝이 안심했다. 반대로 세리안도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버릴 수야 없지. 이렇게라도 고개를 숙여서 오니, 좋다.’

쟝 가문의 창술은 의미가 컸다. 아무리 강철을 못 찢는다고 해도 입증된 무인은 통솔권자로서의 재능이 있었다.

그녀는 곧바로 그들과 사적인 원탁회의를 개최했다.

12가문 중 살아남은 7가문이 모두 불파겐의 방계가 되었다. 이례적으로 빠른 규합이었다. 다른 이들은 싸움 구경을 하다가 개입하여 손해를 보게 할 생각을 가졌는데 생각만으로 끝날 정도로 자극적이고 빠른 결정이었다.

“과거와는 조금 다른 위치지만, 우리는 다시 관계를 깊게 맺었고 이제 독수리처럼 드높은 창공으로 날아갈 길만 남았다.”

박수 소리가 우레처럼 쏟아져나왔다.

드낙이 없는 불파겐 원탁회의에서의 가장 첫 의례가 설정되었다.

“서부 사령관의 위세가 나날이 강해지고 있다. 도렌 사령관은 우리보다 늦게 자리를 폈지만, 우리보다 월등히 높은 속도로 질주하고 있다.”

“그를 막고, 방해하란 소리입니까?”

“단연코 아니다. 새도우 위스퍼가 있기 때문이지. 우리 또한 역량을 다하여 중앙을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이게 우리가 처음 힘을 합쳐서 해야 할 일이다.”

세리안이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대기하고 있던 시중이 고급의 양피지를 돌렸다.

“공동 대사업...”

이름부터가 남달랐다.

“모두 들었을 것이다. 엘라한 가문이 두 번째 영지를 획득했다.”

그들은 본래 성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첫 번째 영지였고, 이제 동부 해안가를 영지로 획득하게 되었다.

“그곳으로 향하는 도로 사업이다. 엘라한 가주도 원하는 것이니, 미리 타협을 봤다. 우리가 그 사업을 한다.”

국가 예산을 쓰는 일이었다. 드낙과 게제라스가 해상 무역을 고려했을 때부터 올려진 안건이었고, 당연히 중앙 사령관이 이 사업을 주관할 수 있었다.

모두 단번에 화색이 밝아졌다.

역시 권력자와 붙어먹어야지 제대로 돈을 벌 수 있었다.

불파겐 내부 원탁회의가 드낙의 주도 없이 이루어졌지만, 드낙은 하등 상관하지 않고 있었다. 그는 자주포 프로젝트에 정신이 나가버린 상태였기 때문이다.

강철 용기병과 싸우려면 무조건 충격량을 높여야 했다. 마법은 한계가 존재했다.

세리안은 연병장으로 향했다. 그곳은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땅이 헤집어져서 한쪽에 흙을 많이 쌓아두고, 인부도 미리 고용해 대기시켜놓고 있었다.

“중앙 사령관님 오셨습니까!”

기다리고 있던 기술자가 고개를 숙이며 우렁차게 답했고, 마법사들도 고개를 숙였다. 드워프들은 손을 흔들었다.

“다른 기사를 쓰면 될 것이니, 굳이 내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예. 부디 부탁하겠습니다. 다른 곳에서도 경쟁이 심해서...”

세리안은 불만을 더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들이 매우 깍듯했기 때문이고, 무엇보다도 무인으로서의 관심도 컸다.

그녀의 시선이 전투마로 향했다.

“이것이 붉은 전투마인가?”

거대한 덩치를 지닌 전투마였다. 오로지 돌격용으로 개발된 것이었는데, 특이점은 악마의 피를 최대한 그릇에 담은 종마라는 점이었다.

“예. 본래 체고도 180cm에 달하던 대형 농업 종마를 동부왕께서 개발하여 250cm까지 높였습니다.”

“거대하다.”

세리안이 털이 하나도 없고, 붉은 피부를 지닌 전투마를 쓰다듬었다. 놈은 거부하지 않았다. 덩치만 큰 농업용 종마를 썼기 때문이다. 그들은 인간 친화성이 매우 높았다.

악마의 피와 뒤섞여서 많이 옅어졌지만, 그것만으로도 성공이었다.

“힘들었을텐데.”

“그 덕에 적어도 남부 왕국에 있는 모든 농마가 동부왕 전하의 손길을 거치셨습니다.”

세리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마치 사다리처럼 되어있는 곳을 타고 올라 안장에 앉았다. 절로 감탄 소리가 나왔다.

“와!”

최소한 100걸음은 돌격할 속도를 유지해야 하는 전투마는 농업마처럼 엄청난 덩치를 가지지 못했다. 지구력도 중요해서였다. 그렇기에 이 정도로 큰 전투마에는 올라타 본 적이 적은 세리안은 감탄했다.

‘이게 전략자원이 되면 엄청난 기병이 되겠어.’

이 말이 가지는 가치를 알아봤기에 감탄이 더더욱 튀어나왔다.

“말했던 그건 어딨지?”

“예. 바로 가져오겠습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정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대형 랜스를 가져왔다. 길이만 해도 4.5m에 달했다.

“중량은?”

“21kg입니다.”

그 말에 세리안이 눈살을 찌푸렸다. 보통 랜스가 5kg~10kg 사이인데 그 몇 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랜스 뒤에 달린 건 뭔가.”

“소형 스팀 제동장치와 주입기에...”

그가 주저리 주저리 말했지만 세리안은 듣질 않았다. 랜스의 손잡이 뒷부분에 철로 된 줄이 있었고, 그 뒤에는 직사각형의 상자가 있었다. 그들은 그 상자를 말의 엉덩이 옆에 있는 쇠창살 상자에 집어넣었다.

쉬익! 쉬이이익!

상자 위에 뚫린 구멍에서 스팀이 뿜어져 나오는 걸 확인하고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이제 들어주십시오.”

“흐읍.”

세리안이 랜스를 들어 올려 옆구리 받침대에 걸었다. 상자 때문에 무게가 큰 것이지 랜스 자체는 생각보다 무겁지 않았다.

“내부가 텅 비어있나?”

“손잡이 앞부분이 조금 크게 비어있고, 그 앞으로는 구멍만 뚫려 있습니다. 조금 복잡하긴 하지만 차징시에 랜스가 부서질 일은 없습니다. 드워프의 손길이 담겨있는 것이라서.”

“사용법은?”

“손잡이에 스위치를 누르면 끝입니다.”

세리안은 적당히 연병장을 한 바퀴 돌았다. 마갑을 껴입고 있었음에도 굉장히 빨리 달렸고, 지구력도 높았다. 굉장히 모순적인 전투마였다. 덩치가 크면 오래, 빨리 달리지 못하기 때문인데 그게 전혀 아니었기 때문이다.

거치 된 얇은 강철판에 그대로 세리안이 랜스차징을 감행했다. 손잡이에 있는 스위치를 누르며 허릿심, 어깨, 팔뚝, 손목 등 휘두를 수 있는 건 모두 휘둘렀다.

퓨수우우우!

스팀이 랜스의 손잡이에서 쏟아져나왔다. 그대로 사출된 랜스가 철판을 꿰뚫고, 10걸음 정도를 더 뻗어 나가더니 땅을 긁으며 틀어박혔다.

“놀랍군!”

세리안이 비명을 지르며 좋아했다. 하지만 그전에 미친 듯이 달려와서 서둘러 세리안의 팔뚝 온도를 확인하는 이들이 많았다.

“예상치입니다.”

“랜스차징도 보통 기사들보다 1.8배는 더 뻗어 나갔습니다. 이걸 보고서로 제출하면 더 많은 예산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들으며 세리안은 몇 번 더 랜스를 차징하고 싶다고 했고, 스트레스를 확 풀고 연병장을 떠났다. 사각형의 상자는 스팀 생성기로 스팀을 생성하고, 줄을 통해서 필요한 양을 랜스의 내부에 차오르게 한다.

랜스의 빈 곳에 증기가 차면, 역으로 빠져나오기 마련이다. 들어가는 힘과 나오는 힘이 격돌할 때, 그 찰나의 순간에 강력한 압박력이 생기고 랜스와 줄이 분해되어 사출되는 형식이었다.

일종의 〈증기 반발력 기술〉이었다.

이를 위해서 수많은 강(鋼)이 소모되었다. 수학이 발달하지 않아서 그냥 수치를 하나하나 다 내려가면서 제작하여 무식하게 소거법을 통해서 이루어냈기 때문이다.

그 덕에 강철 제작에서 수많은 종류의 다양한 용광로가 무분별하게 개발되고 있었다. 강(鋼)소모 때문에 일어난 업적이기도 했다. 기술은 가만히 있는다고 발전하지 않으며, 필요성이 있어야지만 발전할 수 있었다.

그릇에 악마의 피를 담은 붉은 전투마와 스팀 랜스는 강철을 뚫는 프로젝트인 〈강철 파괴자 프로젝트〉에 당당하게 한 기둥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

드낙은 깊은 수심에 빠져있었다.

‘큰일이다, 큰일!’

그가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다가 깊게 한숨 쉬며 눈을 감았다.

‘이것을 어쩐다...허어...’

불파겐의 성씨를 쓰는 자식들이 10명을 넘어섰고, 드낙은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돈!’

탄축일에 쓰이고 베풀어지는 돈은 엄청나게 무시무시했고, 자식의 숫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곱절이 되어갔다. 이는 반드시 막아야 하는 일이었다. 허나, 명분이 없었다.

왕자와 공주가 자신의 탄축일 하나 없다면, 이는 동부왕국으로서의 체면이 없었다.

‘흥청망청, 대망청? 시민에게 베풀어지는 것이라 그런 변명도 안 통한다.’

또 대놓고 안건으로 넣을 수도 없었다. 예산이 부족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낙은 자주포 프로젝트에 돈을 더 쓰고 싶었다.

공주와 왕자의 탄축일을 없애는데 의견을 낼 놈이 없었다. 크레시미르 왕자와 다이앤타 공주가 지닌 특별함 때문이었다.

인간은 영웅에 눈이 뒤집힌다. 그렇기에 탄축일을 지키려는 의견이 많았다. 게제라스에게 은근슬쩍 물어보았지만, 자주포 프로젝트에 돈을 너무 쓴다는 핀잔만 들었다.

문(文)을 숭배하는 게제라스는 무엇보다도 그런 허례허식을 좋아했다.

자신이 모시는 동부왕의 자식들이 지닌 특별함과 가치를 명명백백히 세상에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복이라 생각하고 있었고, 시민들에게 돈이 흘러들어 가는 것 또한 찬성하는 자였다.

‘돈이다, 돈...’

결국 세수로 어느 정도 회수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인인 드낙은 그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자주포 프로젝트에 돈을 집어넣을 생각을 하고 있는 게 문제였다.

‘돈!’

드낙의 눈에서 돈냄새가 피어올라 왔다. 여기서 더 돈을 벌고, 동부 왕국의 경제를 부흥시키고, 주변의 자원을 깡끄리 모으기 위해서는 특별한 것이 필요했다.

‘아무것도....생각나지 않는다...!’

그가 한숨을 깊게 내뱉었다.

더 많은 강철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놈의 세상은 유색보석과 철값이 비슷했다. 광산 기술이 부족해서였다. 드낙이 직접 광산 기술을 발전하기에는 그는 이과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문과라고도 할 수 없는 게 그냥 공부를 안 한 케이스였다.

결국 드낙이 도출해낸 것은 실로 음흉하고, 무시무시한 생각이었다.

‘모로 가도 결국 강철을 생산해내면 되는 일 아닌가?’

그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림자로 변해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목표는 대산 너머의 지하에서 석탄을 통해서 큰 세력을 만든 〈지하 고블린 도시〉였다.

‘아쉽다. 악마의 피를 한계치까지 부여하고 있는 핏빛쥐들은 더는 담을 그릇이 없어서 고블린에게 담아야 한다니.’

동부와 가깝고, 가장 안전한 곳이었으며 지하 공간이 매우 넓어서 활용도도 높은 곳이었다. 그림자를 통해서 빠르게 지하 고블린 도시에 도착한 드낙은 곧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가장 먼저 반마(半魔)의 초월자인 드낙이 필멸자에게 간섭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했다.

‘내 수준이 낮았을 때는 하지도 못했지.’

핏빛쥐와 드낙의 관계성 때문에 쉽게 가능한 것처럼 보였을 뿐. 보통 일이 아니었다. 허나 이제는 가능했다. 그는 어마어마한 업 생산력을 지닌 종족과 유일하게 연결되어있는 반쪽짜리 초월자였다.

‘가장 먼저 조련술의 업.’

시작은 고블린이었기에 가장 적합한 것이었다. 고블린 하나하나에 이를 연결해야 했기에 시간이 매우 오래 걸렸다. 족히 보름을 지하 고블린 도시의 고블린들에게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드낙과 고블린이 조련술의 업으로 작게 연결이 되자마자 종족결속이 덧씌워졌다. 이 속도는 고블린과 연결된 숫자가 많아질수록 빨라졌고, 단 5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앞선 과정보다 3배는 빨랐다.

‘됐다.’

이제 핏빛쥐의 그릇을 객체마다 채워줬던 〈정신 세계의 피의 잔〉처럼 고블린에게도 객체마다 능력을 내려줄 수 있었다.

드낙의 눈이 빛났다. 그가 이 고블린 세력에게 줄 능력은 딱 하나였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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