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747화 (746/1,239)

강철의 전사 74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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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제국은 겨울에 침공을 개시했고, 엘프 위원회는 봄이 되어서야 동원령을 선포했고, 엘프 종족은 총력전을 개시했다.

그들이 이렇게 느리게 선택할 수 있는 이유는 영혼 제국의 진격 속도에 있었다.

건축물을 옮기다 보니 느릴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엘프들이 충분히 대처할 시간을 주었다. 전술적으로 보면 건축물은 실로 형편없는 군사였다. 그들의 이동속도는 처참한 수준이었고, 군대의 기동력을 상실하게 했다. 하지만 엘프와의 싸움에서는 필수적이라는 게 문제였다.

마도 사회와 싸우고 있기에 그것을 상쇄시키는 영혼 구조물은 아군의 사상자 수를 압도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이는 끝없는 증원군과 합쳐지며 다른 모든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

허나, 한계는 있었는데 영혼으로 삼은 제국인의 숫자만큼 총 병력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아웃버스트는 높은 종족값을 지닌 엘프 때문에 영혼 병사과 기사들의 품질을 올렸기에 병사 하나에 제국인 5명의 영혼이 들어가야 하고, 기사는 그것보다 곱절의 영혼이 필요했다.

엘프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영혼 제국의 역량을 깎아야 합니다. 우리들의 피해가 너무 많습니다.”

전쟁에서 상대의 역량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가장 좋은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남부 왕국을 전쟁에 참여시키도록 해서 영혼 제국에게 양면전선을 강요해야 합니다.”

그들은 생각보다 영혼 제국의 역량이 대단하다는 걸 알고, 남부 왕국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풀어준 세리안 불파겐이 남부 왕국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서였다.

인간은 영웅에게 열광하기 때문이다.

강자에게 고개를 숙이기 바쁜 그들의 심성은 아직도 변하지 않고 있었다. 엘프들은 모든 것이 고정되고, 완성되어 있어서 객체의 차이가 대동소이했지만, 인간은 다르기 때문이다.

고로, 세리안이 강력한 권한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엘프 원정대를 남부로 보내십시오. 인간으로 활동해야 하니, 〈하등 동물의 가면〉을 그들 모두에게 지급하겠습니다.”

“음! 그건 너무 큰 결정 아닙니까? 일반 변신 마법으로도 능히 대처가 가능한데...”

“만일에 만일을 가하기 위함입니다. 지금 계속해서 영혼 제국은 진격하고 있습니다. 벌써 엘프 도시가 10개가 함락되었습니다.”

“중요한 것 모두 빼냈습니다.”

“그게 중요합니까? 저들이 엘프 도시를 함락하면서 얻은 확신이 더 중요합니다. 그걸 무너뜨려야 합니다.”

엘프와 전쟁하는 게 할만하다는 인식이 퍼져서는 안 되었다. 이미 늦었지만, 하루라도 빨리 그 오물을 씻어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동전선이 필요했다.

“남부 왕국의 인간들을 동원해봤자 소용이 없을텐데...차라리 드워프는 어떻습니까?”

“드워프에게도 보낼 겁니다. 남부 왕국의 하등종족이 할 수 있는 건 시간 끌기 뿐입니다.”

모두가 작게 고개를 두어 번 끄덕거렸다. 일종의 게릴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남부왕국에 대한 판단을 정확하게 내리는 데 5일을 보냈다.

이미 결정이 난 상황에 대해서 왈가불가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남부 왕국에는 엘프 원정대 1분대가 배정되었지만, 드워프에게 보낼 사절단은 규모가 확연하게 달랐다.

“적어도 15분대 규모를 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야 우리 제국의 규모를 낮게 볼 겁니다. 전 50분대는 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550명의 엘프 정예들을 보내자고? 지금 우리는 전쟁 중이 아닙니까?”

“드워프에게 보여줄 격식이 더 중요합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드워프들은 건방지고, 멈출 줄을 모르는 놈들입니다. 기선제압이 필요합니다.”

“적게 보내면 기분 나빠할지도 모릅니다.”

웅성웅성.

1,500명이 모여있는 대의원회의는 순식간에 시끄러워졌다. 그 소란은 8시간이 지나서야 조용해졌다. 제지할 수 있는 자는 없었다.

모든 엘프는 태어나는 순간, 모든 역량이 완성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영웅이 태어날 수 없었다. 모두가 수준 높은 자들일 뿐이었다.

“그럼 최종적으로 가장 경험이 낮은 엘프 원정대 10분대와 가장 경험이 높은 엘프 원정대 3분대로 총 13분대를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7일간의 쟁점 끝에 드워프 사절단의 규모가 정해졌다. 마땅찮아 하는 의원들이 있었지만 소용없었다. 이곳은 대의회였다. 왕 노릇 하는 의원이라도 이곳에서는 일개 일원에 불과했다.

엘프 원정대는 하늘로 솟구쳐오르며 비행을 시작했다.

또한 영혼 제국의 진격로에서 먼 도시에서 〈폭풍의 요람(Cradle of the typhoon)〉이 징발되었다. 높이만 해도 300m에 이르는 거대한 건축물인 폭풍의 요람은 엘프 도시의 중추이며 핵심 동력원이었다.

그것은 푸른빛으로 가득한 직사각형의 상자와 같았다.

주변 대기에 존재하는 마력을 끌어당기는 무지막지한 구조물이었기에 매우 크기가 컸다. 너무 멀면 영혼 제국에게 마법 행위를 할 수 없었기에 징발되어서 전쟁용으로 쓰여야 했다.

동시에 태어난 지 300년 이상의 엘프들이 모두 징집되었다. 그 숫자만 해도 500만 명에 달했다. 총력전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

초여름이 되어서야 〈푸른 바다 항구〉의 〈공작 왈데마르 톤드라(Waldemar Tondra)〉의 사절단이 횃불 성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들은 동부왕과의 만남을 위해서 5일이나 기다려야 했다.

최근 〈자주포 프로젝트〉라는 것을 시작하고 있어서 동부왕이 북부 산맥에 외출을 나갔기 때문이다.

“동부왕께서 돌아오셨소. 곧바로 보자고 하시니 준비하시오.”

“예!”

사절단을 이끄는 자가 고개를 깊이 숙였다. 허나 그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는데, 먼 곳에서 출발하기 전과 지금의 동부 위상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나 〈대화재〉를 통해서 대산 너머까지 진출하고 영토를 확장하고 있는 동부 왕국의 행동은 지나칠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이런 곳에 적정한 수준으로 타협을 볼 수 있을까? 의문이다.’

그는 자신이 챙긴 서신을 만지작거렸다. 그들의 목적은 남부 왕국이 아닌 동부 왕국에 충성하면서 공왕의 권리를 획득하는 것에 있었다. 남부 왕국은 왈데마르 톤드라에게 공작의 작위를 줬지만 공왕의 권리는 주지 않았다.

이를 동부가 줄지는 의문이었다.

“먼 곳에서 왔더군. 여정은 괜찮았는가?”

“동부 왕국의 발전하는 모습과 그 활기찬 분위기 때문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걸어왔습니다.”

드낙이 그 말에 웃음소리를 냈다. 아부에 정신 못 차리는 건 여전했다. 칭찬은 돌고래도 춤추게 하기 마련이었다.

“이것은 저희의 성의 표시입니다. 부디 받아주십시오. 또 득남을 축하합니다.”

진주가 가득한 궤짝이 우루루 드낙의 앞에 놓였다. 저걸 가져오느라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린 듯했다.

“좋군!”

드낙은 한달음에 상석에서 내려와서 궤짝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매우 흡족해했다. 진주는 동부 왕국에서는 보기 드문 것이라서 가치가 높았다. 적어도 대산 너머 먼 곳에 있는 동부 해안에 세력을 확장하고 나서야 가치가 낮아질 터였다.

그런 걸 궤짝째로 50상자 넘게 받았으니, 눈이 돌아갈 만했다. 또한 드낙은 이를 통해서 톤드라 가문을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돈 많은 가문인가 보군.’

돈이 많다면 이용가치도 높다는 뜻이었다. 또한 해안가를 잡은 자라면, 식량을 위해서라도 포섭을 해야 했다.

“톤드라 가문의 성의는 잘 받았다! 서신을 가져와라.”

드낙은 서신을 펴서 확인했다. 그들이 요구하는 바는 간단했다. 남부 왕국보다 강한 동부 왕국에게 붙겠다는 것이며, 이를 공표해달라는 것이다. 또한 공왕의 권리를 원하기도 했다.

“일단은 돌아가라. 확답은 며칠 뒤에 주겠다.”

“예.”

사절단은 군말 없이 물러갔다. 드낙은 곧바로 회의를 열었다. 허나 의외로 반대가 하나 없었다.

“무조건 좋다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그 말에 세리안은 딴생각에 빠져있었다. 빨리 다이앤타에게 가고 싶었고, 양육과 교육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했다. 물론 그 스트레스를 풀 방계놈들의 사업을 조져서 자신의 밑에 들어오게 만드는 가학심도 머릿속에서 굴러가고 있었다.

‘다음 표적은 셔토이언트가 좋겠어.’

게제라스 법관은 꾸벅, 꾸벅 졸고 있었다. 최근 세금과 함께 하급 관료제를 뜯어고치고 있었다.

“가장 멀리 있기 때문입니다.”

대답한 것은 베바란스 총관이었다.

“가장 멀리 있다...”

“저희가 관리하기에는 너무나도 멉니다. 그런데도 저희에게서 공왕을 허락받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그러나 세금을 받지 못하지 않나.”

드낙은 너무 남 좋은 일만 하는 것 같아서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정벌을 갈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정 부족하다고 생각하신다면, 동부 해안가까지 바닷길을 뚫어달라고 하십시오.”

“오.”

드낙이 무릎을 쳤다. 연안을 통해서 바닷길을 만들기에 위험한 해양 생물은 없겠지만, 위협적인 놈들은 있는 게 바닷길이었다. 톤드라 가문에게 바닷길을 미리 뚫어놓게 한다면, 동부 항구를 개발하면 곧바로 남쪽으로의 뱃길이 뚫리는 셈이었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드낙은 며칠 뜸을 들였다. 그들이 그만큼 고민해야 할 자들이라는 걸 보여주었다. 3일 뒤에 이를 전달하니 사절단은 냉큼 그것을 받아들였다.

드낙의 친서에는 확실한 내용이 담겨 있었고, 무엇보다 그는 남부 왕국에 사절단을 보내서 톤드라 가문이 동부 왕국의 신하임을 공언하기로 약속했다.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서 한여름이 찾아왔다.

보기 힘든 엘라한 가문의 가주가 드낙에게 독대를 신청해왔다.

〈페슬라 엘라한(Pesla Ellahan)〉은 중요 인물이었기에 드낙은 새벽에도 그 요청을 받아들였다.

“뭐가 그리 바빠서 날 찾아왔는가. 업무 때문에 많이 바쁜 것 아닌가?”

“예, 그 덕에 이렇게 늦게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동부가 이렇게 많이 바뀌고 있을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건 그렇지. 물의 기술관은 어떤가?”

드낙은 그의 근황을 물었다.

“이번에 증축하여 더 많은 이들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매 기수 2천 명의 졸업자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단하다.”

그들은 사업전선에서 크게 활약할 터였다.

“동부왕께서도 요즘 바쁘지 않습니까? 이번에 또 득녀를 하셨지 않습니까.”

“하하하. 고맙네.”

“최근에 하시는 프로젝트는 잘 되고 있으십니까?”

“아. 자주포 프로젝트? 시작한 지는 제법 되었지만 아직도 지지부진해.”

그렇게 말하며 서로 근황을 주거니 받거니 했다. 순식간에 지치고 귀찮아진 드낙이 결국 먼저 말했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근황을 물으려고 온 건 아니겠고. 본론이 뭔가?”

“동부 해안 때문입니다. 제가 업무에 치여서 그걸 이제 알고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흠. 영지를 달라는 것인가?”

“영지를 주신다면 가장 큰 영광입니다. 허나,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걸 잘 압니다.”

엘라한 가문은 동부 해안 영지를 과감하게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럼?”

“해안가로 가문을 옮기고 싶습니다.”

“물의 기술관도 이전해야 한다는 소리로 들리는데...거기에 투입한 자원이 얼마인지는 모를 일은 없을 테고.”

“예.”

드낙의 말에 엘라한 가주는 짧게 대답할 뿐이었다. 그 말 속에 굉장한 결심이 있어 보였다.

“그렇게까지 해안가로 가야 하나?”

“바다 진출은 저희 가문의 숙원이기도 합니다. 옹골찬 물의 정령 또한 근본은 바다 정령입니다.”

“물의 기술관을 운영할 최소 인원만 남기고 이주하면 되는 것 아닌가?”

“물의 힘을 다루는 가문원 모두가 가려는 걸 막아놓는 것만으로도 가주의 영향력을 모두 소비했습니다.”

이미 많은 내부 회의를 거친 듯했다. 드낙이 이마를 긁었다. 핏빛쥐의 정보는 방대했지만 그걸 읽어야하는건 드낙이었다. 그 탓에 정보에 소흘해져 버렸다.

너무 많은 검은 양피지를 보면 질리기 마련이다.

“내가 결정할 일이 아닌 것 같다. 물의 기술관의 규모는 거의 만평이 넘지 않나? 그걸 버리고 동부 해안에 엘라한 가문이 이주해버리면...감당이 안 된다.”

“예. 모든 이들이 반대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동부왕께 청하는 것입니다. 바다 정령들과의 관계를 다질 수 있다면 엘라한 가문은 높이 비상할 수 있습니다.”

그 말에 드낙이 고민했다.

모두가 반대하기 때문에 자신을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물의 기술관이 이전한다고 세월을 보낸다면 영혼 제국과의 전쟁에서 쓴맛을 볼 수 있었다.

‘역으로 엘라한 가문이 정령들과 관계를 많이 맺게 된다면 동부는 물부족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르지.’

특히나 항구 교역에서 이점을 획득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이제 겨우 1차 도로가 건설되었고, 2차 확장 도로를 건설하고 있는 육로를 생각하면 바닷길도 필요했다. 현대도 바닷길을 사용하는데 지금 이 시대에 바닷길을 이용하지 않는 건 멍청한 짓이었다.

‘기술이냐, 바닷길이냐.’

고민은 길지 않았다. 다른 놈에게 고민하게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게제라스 법관을 불러와라. 그가 해답을 줄 것 같군.”

드낙이 문을 열며 병사에게 말하자 병사가 대답을 하며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곧 사제를 대동한 게제라스가 초췌한 몰골로 의자에 앉았다.

그 모습에 엘라한 가주가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게제라스 법관...”

절로 미안해질 수밖에 없을 정도로 광대뼈가 툭 튀어나와있었다. 하급 관료제 개편은 그만큼 지독한 적수였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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