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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745화 (744/1,239)

강철의 전사 74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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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까지 활동하던 이스핀이 긴 여정을 마치고 서부 성채에 도착했다. 그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혹독한 겨울이 한창 시작되고 있었다.

칼바람 속에서도 경비병들은 근무를 서고 있었다. 이런 날씨에서 입구를 지키는 일은 매우 중요했다.

동부의 주요 영토는 인간을 위협할 만한 동물과 괴물이 싹 토벌되어 있었지만, 동부의 서쪽은 아니었다.

중요도가 낮아서였다.

동부 왕국의 시작은 호수 마을이었는데 그곳의 위치는 동부땅에서도 동북쪽에 위치해있었고, 대중 목욕탕의 시작을 알린 곳은 동부의 중앙에서 일어났다. 자연스럽게 서쪽 땅에 영향력을 투입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북부 순찰자의 큰 중용이었다. 서부 보안관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경찰 역할부터 괴물사냥꾼까지 모든 걸 겸직하고 있었다.

공익을 위해서 헌신하는 자들이었기에 가능했다.

“멈춰라!”

호수 성채에서 자주, 오랫동안 활동하지 않았기에 이스핀의 얼굴을 아는 병사들은 드물었다. 특히나 한겨울에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더더욱 그러했다.

이스핀은 간단하게 자신의 패를 보여주었다.

서부 부사령관에 임명되면서 드낙에게 하사받은 것이었다.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12종류의 보석이 박혀있는 휘황찬란한 금패였다.

“부사령관님을 뵙습니다!”

척! 탁!

발을 구르고, 2명의 경비병이 할버드를 교차하며 소리를 냈다. 약간 삑소리가 났는데, 아직 숙련병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당황한 상태에서도 제식이 몸에 배어 있어야했다.

“수고하게. 꽤 춥지?”

“아닙니다!”

이스핀이 몸을 거침없이 더듬으며 온기를 전해주려고 했다. 허나 방어구 자체에서 열기가 느껴졌다.

“철제 갑옷인데 따뜻하네?”

“마법 아이템 덕분에...”

“아하.”

이스핀이 납득하며 몸에서 손을 뗐다. 불파겐 마탑에서는 초급 마법사를 바로바로 배출하고 있었기에 민간에 간단한 마법 아이템들이 싼값에 많이 풀리고 있었다.

그 여파는 병사들의 지급품에도 영향을 끼쳤다.

〈병사의 장비는 최단가로 만든 것〉이라는 건 불변의 진리였다.

불파겐 마탑은 영지 관할에 있었지만, 초급 마법사를 많이 보유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저 많이 졸업시킬 뿐이었다. 고로 민간에서 초급 마법 아이템을 보급 받아야 했는데, 경쟁해서 가장 싼 것을 매입하는 게 효율적이고 합리적이었다.

“나 때는 말이야. 이런 거 없었어. 그냥 미치도록 굴렀지.”

늙은이 소리를 한 마디한 이스핀이 고생한다며 은화 한 닢을 그대로 지급했다. 굳건하게 성문 앞에 서서 이스핀이 나타난 걸 빠르게 인지해서 기특했기 때문이다.

“요령 없이 우직해서 주는 거야!”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는 병사가 되겠습니다!”

병사들은 고함을 지르며 크게 대답했다. 돈주는 꼰대라니? 무조건 이득이었다. 하루에 10번도 더 꼰대짓을 당해도 웃을 수 있었다.

욕해도 돈 받으면 기분 좋아지는 게 서민이었다.

어깨를 탁탁 두드리며 꽁꽁 싸맨 이스핀이 손을 흔들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에는 권위 있는 모습은 일절 없는 동네 아저씨였다.

“전혀 부사령관 같은 큰 직위를 가진 사람처럼은 보이지 않았어.”

“그건 맞지.”

성문을 지난 이스핀은 제법 활기찬 분위기에 놀랐다. 겨울에도 어떻게든 소비를 촉진시키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도렌이 취한 조치는 놀라운 수준이었는데, 대로 곳곳에 화덕이 잘 달구어지고 있었다.

‘목탄인가, 석탄인가. 모르겠네.’

그때 누군가가 이스핀의 등판을 손바닥으로 쳤다. 귀가 들썩일 정도로 아줌마가 목소리를 냈는데, 이스핀이 매우 놀랐다.

“여서 뭐 하는 거야! 화덕을 왜 자꾸 보고 있어!”

“어이쿠! 누구쇼?”

“누구긴 누구야 바로 이 앞에서 장사하는 아줌마다! 훔쳐가려고 했지?”

“훔치긴 무슨...그냥 목탄인가~ 석탄인가~ 궁금해서.”

“별 지랄도 궁금허다. 덩치도 큰데 그렇게 살면 안 돼. 여 외청가면 바로 일할 수도 있잖아.”

“난 일이 있소.”

“그럼 다행이지만, 조심해. 밖에서 자던 부랑자들도 싹 다 끌려갔으니까. 일도 안 하고 남 밥 빌어먹는 놈은 그렇게 잡혀가서 힘든 일을 시키고 돈을 준다더라.”

“예. 예.”

이스핀이 가볍게 대꾸하며 눈을 깔며 허둥지둥 발걸음을 옮겼다. 이 여사님과 오래 있어 봤자 좋아질게 하나 없었다. 훈수질에 눈구멍이 날 것이 분명했다.

대로에 있는 화덕수만큼 서부 성채의 부유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화덕을 채우는 것부터 엄청난 소비력을 자랑했고, 공급량과 경제를 가늠할 수 있었다.

‘더럽게 돈지랄이네.’

물론 이스핀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런 이스핀은 공사하는 소리에 고개를 홱 돌렸다.

‘이런 한겨울에 공사라니. 너무한 것 아닌가?’

발걸음이 절로 빨라졌다. 분명, 불법적인 행위일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나쁜 분위기로 공사하는 게 아니었다.

“여 뭐, 짓고 있습니까!”

그 말에 양피지를 딱 펼치고 관리하던 자가 냉큼와서 말했다.

“남 일 하는데 와서 훼방 놓지 말고 가소.”

“이런 한겨울에 공사하는 건 불법 아니오?”

“불법은 무슨! 지킬 거 다 지키고 하루에도 외청 관리가 불시에 한 번씩 오기까지 하는데! 누군 이러고 싶어서 하나!”

그가 크게 반박했다. 몇 번이나 시달렸기에 노이로제에 걸린 듯해 보였다.

“근데 외청 관리는 하나도 안 보이는데.”

“왔다 갔으니까 없지!”

건축가가 신경질을 부렸다. 그러면서 그는 그가 당했던 일들을 이야기해주었다. 서부 성채의 진흥정책은 매우 유동적이었기 때문에 이런 일도 가능하다며 꼬우면 외청에 가서 이야기하라고 말했다.

‘자신은 당당하다는건데...’

이스핀은 그럴싸하다는 걸 느꼈다. 그러고는 건축가와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뭐길래 이런 한겨울에 짓소? 의뢰자가 어지간히 급한 것 같은데...”

동화 한 닢을 건네주자 건축가가 이를 받으며 입맛을 다셨다. 적은 금액이지만 돈은 돈이었다.

“크흠.”

그가 주변을 살피더니 딱 한마디만 했다.

“킹슬레이라고 아시나 모르겠는데...”

이스핀의 눈이 살짝 크게 띠였다. 그는 단박에 은화를 한 닢 내어줬다. 건축가는 순식간에 품에 챙겨 넣었다.

“자세히 말해보시오.”

“수완이 좋은 왕비님이 계시지 않습니까. 케이샤 킹슬레이라고.”

“그분이 의뢰자입니까?”

“대놓고 그분이 의뢰자인 건 아니지. 대리인을 쓴 거요.”

“헌데 어떻게 알았소?”

“화장품 상점이니까 단박에 안 거지.”

“아하...”

이스핀이 주변을 둘러보자 건축가가 말을 이어나갔다. 적어도 은화 1닢 값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 땅을 보소. 중심가 중 하나인데, 화장품 가게가 들어오면 떼돈을 버는 거지. 가장 큰 번화가가 될 거요. 두고 보라니까. 내가 땅은 잘 알아.”

“외곽에도 그럼 화장품 공장이...?”

“당연한 소릴. 거기도 내가 짓고 있어. 최대한 알리고 싶지 않나 봐.”

“아하...”

1명의 건축가를 쓴 것은 좋았지만, 한겨울에 공사를 진행한 것은 안 좋았다. 거기까지 세세하게 관리한다면 케이샤 킹슬레이가 서부 성채에 사업을 하려는 게 들통 날 것이고, 하이에나들이 몰려올 것이다.

제국이 개박살나고, 케이샤는 화장품 사업을 내수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웬만한 곳에는 다 있었고, 서부에도 사업을 시작하는 게 분명했다.

‘도렌이 모를 수 있겠어.’

다 완성되기 전에 협상을 해야 했다. 도렌의 심성상 완성되면 일단 허락해줄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이스핀은 가족에게 가기보다는 곧바로 도렌을 찾았다.

보석박힌 금패로 순식간에 통과해서 도렌과 마주할 수 있었다. 그의 집무실은 잉크냄새와 양피지 그리고 종이와 책냄새로 가득했다.

차를 내어오기보다는 술을 내어왔다.

“케이샤 왕비께서는 정말 사업 수완이 좋으시네.”

도렌은 이스핀의 심각한 말투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스핀은 자신이 모르는 게 있다는 걸 파악했다.

“벌써 이야기가 된 거야?”

“아니. 그냥 놔두려고.”

“맙소사. 이건 분명히 너의 허락을 받아야 해. 뭐라도 얻어야 한다고. 적어도 금궤를 10짝 이상 받아도 이상하지 않아.”

그 말에도 도렌은 어깨를 으쓱했다. 케이샤에게 그렇게 많은 것을 뜯어내고 싶지 않았다.

“킹슬레이는 지금까지 불파겐에게 수작질을 하나 걸지 않았어. 무결점인 외척인 셈이지.”

“그래서 아무것도 안 받겠다고?”

“그 가치를 다른 외척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야. 그들은 평생 자신들의 오점을 생각하며 그런 대우를 원하겠지. 그 노력이 동부 왕국을 송두리째 바꿀 거야.”

“겁나게 멀리 보고 계셨네요. 우둔한 제가 머리를 박습니닷!”

이스핀이 농담으로 이야기를 끝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자신이 한 일에 대한 불평으로 들어갔다.

“해도 너무한 거 아니냐. 성주에서 밖을 돌아다니는 방랑자가 되어버렸잖아. 반년 넘게 새빠지게 돌아다녔으니, 이제 좀 봐줘라.”

도렌은 인중을 긁었다.

“그래. 덕분에 순찰자들도 자리를 잘 잡았고, 확실하게 부사령관이 잡고 다니니까 위상도 높아졌어.”

“정말?”

이스핀이 반문했고, 도렌은 확답을 주었다.

“이제 서부 성채에서 활동해. 지령은 내가 틈틈이 내려줄게.”

“틈.틈.이? 진짜지?”

“이번 겨울에는 할 일이 없어. 진짜야.”

“좋았어!”

이스핀은 아내와 자식과 보낼 시간에 순수하게 기뻐했다. 그의 기억의 첫 시작은 시궁창이었기에 더더욱 가족애가 남달랐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도렌이 양피지를 한 장 건네줬다. 이스핀이 돌아오면 줄 생각이었기에 미리 준비된 모습이었다.

“뭐야 이건?”

“주류 사업을 위한 토지 양도서야. 서부 성채에서 교통이 안 좋은 북쪽 언덕 지대에서 산딸기랑 포도 과수원을 크게 했으면해서...”

“나 주류 사업 다 정리하고 왔는데?”

“응. 그래서 여기서 다시 시작하라고.”

“뭐? 상표 그런 것도 다 줘버렸는데. 뭘 다시 시작해?”

“상표야 다시 만들면 되잖아. 술도 다시 만들면 되고.”

“...근데 이걸 내가 왜 해야 해?”

“부사령관이니까. 시끄럽고, 이 토지만 해도 100만 평이 넘어. 빨리 가져가. 나 할 일 많아.”

“싫은데?”

“애처럼 굴지 말고, 어서 가져가. 100만 평짜리 과수원을 지을 절호의 기회라고.”

“미쳤어? 미쳤냐고.”

“어디서 감히.”

이스핀이 삿대질을 하자 도렌이 근엄하고 엄격한 표정을 지었지만, 어림도 없었다.

“감히 같은 소리하네. 나야말로 감히다! 날 이렇게 굴리고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 파업이다! 파업! 술에 진탕이 되어서 굴러본지가 옛말이 되어버렸다고!”

이스핀이 그렇게 소리를 지르면서 그대로 도망쳤다. 도렌은 그 모습에 작게 웃었다. 그는 결국 하게 될 것이다.

‘술 산업은 꼭 필요하다.’

개발되지 않은 서부였기에 큰 사업을 굵직하게 미리 계획할 수 있었다. 술은 이 세계에서 몇 없는 즐길거리였고, 이를 싸게 공급할 수 있다면 큰돈을 만질 수 있었으며 남부 왕국까지 집어삼킬 수 있었다.

여기에 이스핀은 제격이었다. 술개발 경력도 많았고, 실제로 성공하기까지 했다.

술맛이 뭔지 제대로 아는 친구였다. 거기에 큰 욕심도 없었다. 성주까지 딱 하면서 즐기며 사는 게 끝이었다.

야망이 없기에 큰 사업을 맡기기에 좋았다.

‘어떻게 구슬릴까.’

수틀리면 드낙한테 일러바치면 그만이었지만 그래도 애걸해줘야 했다. 안 그러면 정말 삐질 수 있었다. 상남자가 삐지는 것만큼 무서운 게 없었다.

서둘러 외투를 입은 도렌이 밖을 나섰다. 그의 선정 때문에 함께 하기로 한 자유 성기사와 호위 기사가 따라붙었다.

*

과거 불파겐 가문들을 규합하여 연합을 만들고, 조직적인 행동을 시작하며 드낙 충성파 포지션으로 정치적 입지를 획득한 겐 쟝은 가장 일찍 도착해서 원탁에 앉았다.

〈기사들의 만찬〉과는 다른 또 다른 모임인 〈역사의 만남〉이라는 모임이었다.

그 만남이 이루어지는 원탁의 자리 숫자는 7개였다.

수백 년이 지나 살아남은 가문의 숫자이기도 했다.

쟝, 제라드, 웃터, 클레이, 셔토이언트, 히프노틱, 브루드 가문은 불파겐이라는 중심으로 효과적으로 인간의 혈통을 높이고, 축적한 가문들이었다.

그들은 힘든 세월을 버티고, 이렇게 재회했기에 서로 간의 유대가 매우 깊었다.

7명의 가주들이 모이는 자리였지만 출석한 자는 5명뿐이었다. 그들은 가장 마지막에 중용된 가문들인 브루드와 히프노틱이었다.

“내 그렇게 말을 했는데도...”

겐 쟝이 이글거리는 눈을 하며 분노했다. 그러고 나서 다른 이들에게도 눈을 돌렸다.

“더 이상 중앙 사령관에게 붙으면 안 되오. 모두 그걸 잘 알고 있을 거요. 그녀가 모든 힘을 가지게 되면, 그때 발톱을 드러낼 것이오.”

“모르는 이가 어딨소? 허나...”

리암 제라드가 더 말하려다가 말았다.

모두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남은 5인의 가주들은 서로 친목을 다지고, 사업 이야기를 하며 서로 보충해주기로 약조한 다음에 헤어졌다.

술은 마시지 않았는데, 술맛이 뚝 떨어져서였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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