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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742화 (741/1,239)

강철의 전사 74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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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 없는 평야에 인간의 고함소리가 울려 퍼졌다.

단순 게릴라로 착각한 영혼 진지의 군대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법으로 고위 기사의 체력을 뺐고, 나아가서 처형하려고 했으나, 함정에 걸린 것은 자신들임을 깨달았다.

영혼 병사 셋은 하나의 기준이었다.

프로그래밍이 된 기계처럼 영혼 진지의 판단 기준은 명확하게 정해져 있었다. 기(技)의 합격술을 순식간에 무너뜨린 세파리아스는 원거리에서 체력을 뺐고, 그다음에 처리해야 하는 고위 기사로 분류되었다.

그것도 최상급 랭크나 다름없었다.

푸른 슬라임은 타격에는 허물어지지 않는 액체였고, 그들의 외피를 이루고 있는 건 강철이다. 〈강철 인형〉을 인간이 간단하게 무너뜨리는 일은 위험하고, 또 위험한 광경이었다.

몽둥이 하나 쥐여주고, 상체 갑주를 우그러뜨리라는 주문과 같았다.

평범한 인간도, 역사(力士)도 땀을 빼야 하는 일이다. 이를 15합 내로 곤죽을 만들어버린 세파리아스는 괴물이나 다름없었다. 또한 오로지 무(武)로써 이를 다스렸다.

쿵! 쿵! 쿵!

폭주기관차처럼 세파리아스가 도약을 하며 누구보다도 빠르게 움직였다. 튀어 오르는 탱탱볼이나 다름없었다.

물리 엔진에서 살짝 어긋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다리의 연골이 빠르게 닳아버릴 정도의 죽음의 기술이었지만, 신성력 때문에 피의 색이 달라질 정도인 게 현재의 세파리아스였다.

〈중립신의 챔피언〉이 가지는 힘을 정확하게 사용할 줄 알았다.

그 속도감은 드낙의 육체를 가졌을 때와 비슷했다.

“와하하하!”

육체가 붕괴하고 있음에도 흉성이 그 입에서 터져 나왔다. 이에 영혼 기사가 할버드를 양손에 단단히 틀어쥐고, 그대로 달려나갔다. 밀밭 사이로 보이는 엉성하게 이리저리 움직이고, 위치도 제각각이라 서로 부딪치기도 하는 긴 농기구를 봤기 때문이다.

저 고위 기사만 죽이면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

속도를 붙인 세파리아스가 영혼 기사와의 승부를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그대로 양측이 부딪쳤다.

콰득!

금속이 터져나가는 소리가 일어났다. 세파리아스는 오로지 공격에만 집중했고, 영혼 기사 또한 공격에만 집중했다. 서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궤적을 이어나가며 이를 상대에게 접목했다.

그 속에서도 세파리아스는 이득을 취했다.

똑같이 했음에도 상대는 골반이 날아갔다면, 세파리아스는 그저 갑주만 부서졌을 뿐이었다.

모든 것이 모호한 현실에서 오롯이 산의 정상에 홀로 군림했던 자와 싸운다는 것은 그러한 것이다.

똑같이 해도 결과가 달랐다.

제국 영혼 기사의 골반이 베어지며 상체와 하체가 그대로 분리되었다. 세파리아스의 양팔에 있는 근섬유가 박살이 났다. 그의 우월한 인식으로 만들어내는 힘을 인간의 육체는 버틸 수 없었다.

세파리아스는 발로 상체를 걷어차서 등을 보이게 한 뒤에 그대로 대검을 찔러넣고, 좌측으로 대검을 돌렸다. 이는 오른손목을 이용하는 기(技)였다.

당연히 살짝 당기는 힘도 주었다. 손목의 힘으로 강철을 파손시키는 건 인간에게 힘든 일이었다.

뿌득!

영혼관이 무너졌지만, 회백색의 연기는 뿜어져 나오지 않았다. 대신 푸른 슬라임이 마구 뒤섞이며 솟아올랐다. 그런 순간 속에서도 대검은 8번 휘둘러져서 그 형체를 완성하는 것을 막았다.

“후으음!”

세파리아스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몸이 순간적으로 커지며 주변 공간을 조금이라도 더 가지게 되었다.

슬라임은 질펀하게 퍼질러졌지만, 세파리아스의 시선은 계속 그곳에 머물렀다. 허리를 굽혀서 슬라임이 만들려고 했던 것을 집어 들었다.

‘단단한 근육.’

푸른 슬라임의 형질 변화로 인해서 만들어진 인공 근육이었다. 이를 통해서 2차전이 가능한 듯해 보였다. 허나, 세파리아스는 왠지 모를 경계심이 일어나는 걸 막을 수 없었다.

‘근육이라...’

〈푸른 근육〉은 〈푸른 슬라임〉의 진화 형태로 보였다. 더 많은 강철을 짊어지고, 운용할 수 있는 형태이기도 했다. 푸른 슬라임조차도 강력한 근력을 지니고 있었다. 허나 이를 엮어서 근육으로 만든다면 무시무시한 근력을 지니게 될 게 뻔했다.

‘구성되기 전에 박살 낸 게 정답이었어.’

세파리아스는 손으로 푸른 근육의 일부를 꽉 쥐어보았지만 강하게 수축하다가 다시 힘을 풀자 크게 이완하는 걸 보고 절로 한숨을 내뱉었다. 이 수측 이완의 수준을 생각한다면, 엄청난 힘의 효율성을 보여줄 것이 분명했다.

‘오히려 단기전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영혼 제국의 발전과 진화는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빨랐다. 허나, 세파리아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음에도 나아가지 못했다.

제국은 군단장과 군단이 모두 무너진 상태였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중립신, 이 잡놈이...그래서 날 이곳으로 보낸 거구나.’

세파리아스가 혀를 찼다. 중립신은 지금 영혼 제국을 키워서 이용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영혼 제국이 지닌 영혼력, 그 자체였다.

‘업의 역전(逆轉)을 노린다면, 그 수뿐이다.’

드낙은 강약약강의 존재다.

상대가 아이템 하나 더 많이 가지고 있으면 튀는 게 상책이고, 내 병력 숫자가 많으면 상대의 머리끄덩이를 잡아서라도 집어삼켜야 한다.

가장 합리적인 생존방법이다.

고로 드낙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면 드낙을 제어할 수 있었다.

물론 강자에게 강하게 나설 때도 있었다. 떠밀려야지 용사가 되는 하찮은 인간이 바로 드낙이었다. 고로, 중립신은 업의 역전을 위해서 드낙의 위에 항상 있어야 했다.

그렇게 하려면 중앙 제국의 거대한 영혼이 스며들어있는 영혼 마탑을 키워서 집어삼켜야 했다. 그건 그렇게 어렵지 않을 터였다. 왜냐하면 그 영혼은 다름 아닌 〈인간〉으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핏빛쥐라는 변수를 지닌 드낙이 ‘어, 이놈 생각보다 약해 보이는데?’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지 않으려면 중립신은 영혼 제국을 키워서 잡아먹는 수밖에 없었다.

‘가장 가능성 큰 이야기지.’

천재인 세파리아스는 핵심부터 가장 먼저 띄웠다.

‘그리고...’

또 하나는 엘프였다.

대륙 전체에 마법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대단한 마력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게 엘프였다. 그들 종족과의 전쟁은 정공법으로는 100년이 걸리는 끝없는 싸움이 필요했다.

‘그 정도로 장기전을 하면 드낙은 핏빛쥐의 변수로 신의 옥좌에 강제로 앉혀진다.’

반마(半魔)로 종족을 변경해서 신이 되는 과정을 더욱 멀게 만들었지만, 이는 편법에 불과했다.

인간이 신이 되는 것보다 악마라는 확정된 성장 방향성을 지닌 반마가 그 진로를 신으로 변경하는 것이나 다름없기에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게 싫다면 악마가 되어야 했지만, 반마가 되어서도 인간의 탈을 유지하고 싶은 게 드낙의 심성이었다.

그 기질은 결코 악마가 되겠다는 결심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허나, 앞서 말했듯이 이는 그저 편법에 불과했다. 결국 드낙은 신이 된다. 그것도 악마의 속성을 보유한 신이 되는 것이다.

‘중립신은 결코 거기까지 안 간다.’

그러기 위해서는 엘프를 조져줄 다른 세력이 필요했다. 그게 바로 영혼 제국이었다. 또한 이는 중립신이 드낙과 타협한 것에도 영향을 주었다.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중립신에게 다른 기회는 없다.’

세파리아스는 이를 드낙이 깨닫기를 원했지만, 둔한 제자 녀석은 이를 깨닫지 못했다. 이를 직접 말한다면? 그 즉시 중립신은 드낙과 세파리아스를 죽이고 지금 지닌 힘으로 부활해서 장기전에 돌입하여 1500년 내로 테라를 만들 또 다른 대계(大計)를 시작할 터였다.

조삼모사(朝三暮四)의 격언과는 다르게 일의 순서는 굉장히 중요했다. 앞뒤가 달라지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변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세파리아스는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결국 영혼 제국은 중립신의 뜻대로 엘프의 역량을 크게 쇠퇴시킬 것이다.

‘또 다른 것은...’

다른 하나는 드낙에게 가진 것이 많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하려고 영혼 제국이 크는 걸 방관하고 있었다.

한 살 난 자식을 둔 억만장자가 죽는 걸 더 두려워할까. 아무것도 가진 것도 없고, 사라져도 아무것도 없는 무의미한 인간이 죽는 걸 더 두려워할까. 전자가 아무래도 죽는 것을 더 두려워할 것이다.

중립신은 이런 인간의 〈불멸성〉을 찔렀다.

인간은 죽지만, 인류는 살아남는다.

사람은 죽지만, 그 자식은 살아남는다.

이것은 위대한 인류의 불멸성을 노래하는 시작의 문구다.

국가 성립 이전의 인류는 가문과 씨족을 중시했다. 자신의 가문을 위해서라면 자신은 죽어도 괜찮고, 30년 스파이짓을 해도 아무렇지 않았다. 인간은 죽지만 가문은 남기 때문이다. 고로 명문가야말로 불멸하는 이름이고, 자신은 그 이름을 받은 인간이며 구성품이었다.

하나의 민족성을 지닌 인간들은 한민족으로 불멸성을 노래했다.

통일된 국가를 지닌 인간들은 한국가로 불멸성을 노래했다.

이 불멸성은 알게 모르게 드낙을 속박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었다. 그의 자식이 성장하는 것을 보고, 번성하는 인간을 보고, 핏빛쥐를 본다면 드낙은 중립신과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싸움을 할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의 흥망성쇄를 걸코 일생일대의 혈투를 벌이는 선택은 세파리아스나 되는 자만이 선택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초월자가 될 수 없었고, 잘해봤자 신의 챔피언이 고작이었다.

누구보다 대단한 인간이기 때문에 도리어 초월자가 될 수 없다. 왕은 될 수 있어도 신은 될 수 없었다.

‘그 멍청한 놈이 내 말귀를 잘 알아들었어야할텐데.’

멍청한 왕이 될 수 있다면, 멍청한 신도 될 수 있음을 드낙이 하루라도 빨리 알아들어야지 이 빌어먹을 중립신의 뒤통수를 후려칠 수 있을 터였다.

‘어림도 없는 소리겠지만.’

이상론자나 할 법한 말이었다.

세파리아스는 5초도 안 되는 순간에 제국 영혼 기사의 푸른 근육 형질 변화를 통해서 중립신의 계획을 꿰뚫어볼 수 있었다.

그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내부의 상처는 이미 신성력으로 회복된 지 오래였다. 머리가 절반 날아가도 전투 본성을 유지할 수 있는 세파리아스를 죽일 수 있는 수단은 오로지 그를 신성력으로 백업하고 있는 중립신을 죽이거나 그가 지닌 신성력을 모조리 소모하게 만드는 일, 그게 아니라면 말끔하게 전신을 소멸시키는 것뿐이었다.

척후병 300명.

징집병 700명.

천의 군세는 성공적으로 그들을 포위했고, 밀어내기를 시작했다. 농기구를 장창으로 찔러도, 할버드로 내려찍어도 소용이 없었다.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영혼 병사들은 그저 근력만 쎈 병사일 뿐이었다.

농기구가 내려가도, 다른 농기구가 그들을 밀었고, 사방이 군중들로 가득했다. 그 속에 흩어져 있는 정예병들은 확실하게 상황을 제어해나갔다.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는 영혼병사들을 세파리아스와 기사들이 한 축을 맡아서 학살하기 시작했다. 무기 하나 휘두르지 못하는 영혼 병사들은 반항 한 번 해보지 못하고 모조리 죽어 나자빠졌다.

*

〈제국 전선〉

영혼 제국과 엘프 제국의 전선은 3년이 끝나갈 때. 변화가 시작되었다. 혹한의 겨울을 맞이하며 엘프 군대는 보급 소비량과 요구량이 자연스럽게 늘어났고, 상대적으로 영혼 제국이 이득을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를 노리고, 제국은 전선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동부에 새로 건설한 영혼탑을 통해서 제작된 것들을 쏟아 보냈다.

푸른 슬라임과 푸른 근육들을 반반 섞은 것이 내부에 있는 중형 영혼 건축물과 오로지 푸른 근육들로 이루어진 대형 영혼 건축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숫자는 5천에 달하였다.

모으고, 또 모아서 축적한 결과였다. 일주일에 한 번씩 300대 내외로 증원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대형 영혼 건축물은 〈폭풍 흑요석 방어이동탑〉이라 불렸고,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었다. 아파트처럼 직사각형에 불과했다.

또한 어느 지형도 움직일 수 있게 거미처럼 다리가 많은 게 특징이었는데, 워낙 크기 때문에 지형에 따른 페널티를 받기 쉬워서였다.

중형 영혼 건축물은 〈영혼의 마력인도자〉라 불리는 건축물이었다. 거대한 석상이었으며, 머리가 있는 게 특징이었다. 그곳은 중추 신경이라고 할 수 없었지만, 시각을 크게 담당하고 있어서 약점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허나, 사족보행을 하기 위해서는 그런 머리가 매우 중요했다. 감각, 행동의 판단을 집중해서 담당하는 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폭풍 흑요석 방어 이동탑 또한 그런 중추 시스템이 모여있는 곳이 있었지만, 겉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거미 다리를 움직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전투 능력이 전무했고, 오로지 엘프들의 〈폭풍 결집〉을 막는 수단에 불과한 이동 건축물이었다.

반면, 영혼의 마력인도자는 전투 또한 가능했으며, 엘프들의 마법을 상쇄하는데 탁월한 효과를 기대하는 건축물이었다.

폭풍 흑요석 방어 이동탑의 크기는 가히 50m에 달했고, 영혼의 마력인도자는 10m에 달했다.

그 5천의 군세가 다른 영혼 군단의 군세와 합쳐지며 단번에 산맥을 지나갔다. 산맥은 워낙 마법 폭격을 당해서 이제는 구릉이 되어있었다.

모든 것을 찢어발기는 폭풍 결집이 천둥소리를 내며 모습을 드러냈지만, 소리만 우렁차게 날 뿐, 그 어떤 현상도 발현해내지 못했다.

〈폭풍 흑요석 방어이동탑〉이 성공적으로 폭풍 결집을 상쇄시켰다. 그들은 걸어 다니는 영혼 진지였으며, 무지막지한 영혼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또한 이동탑 속에는 인간들이 포로로 잡혀있기도 했는데, 영혼력이 부족할 때 죽여서 영혼력으로 쓰기 위함이었다.

하나의 방어이동탑에는 5천 명이 넘는 인간들이 들어가 있었고, 그들은 똥오물이 가득한 곳에서 지내고 있었다. 숨구멍 하나에 의지한 채 지글지글 달아오르는 지옥과도 같은 칸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쿵! 쿵! 쿵!

거대한 거미다리가 움직였다. 내부에는 푸른 근육이 가득했기에 엄청나게 큰 거미 다리도 움직일 수 있었다. 이 모습은 그대로 엘프 본대에 관측됐다.

“모든 것을 쏟아부어라! 하늘을 마법으로 뒤덮어라!”

일제포격이 시작되었으나, 영혼의 마력인도자가 뿜어내는 수많은 종류의 다수마법과 격돌하면서 7할 이상이 상쇄되고, 막혔다. 나머지 3할로는 큰 피해를 줄 수 없었기에 영혼제국군은 파죽지세로 전선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후퇴한다.”

엘프 본대가 썰물처럼 빠졌다.

멀리서 재미를 봤기 때문에, 쉽게 전선을 포기할 줄도 알았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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