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전사 74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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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이 면접하러 간 곳은 〈빛울의 협회〉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그곳에서는 수습사로 면접 보러 온 이들이 제 생각보다 많았다.
면접은 1층에서 이루어졌고, 객실 하나에 1명씩 꾸준히 들어갔다. 그 객실의 숫자만 5개는 되었다.
그중에서는 건축인부도 몇몇 보였다.
‘저런 놈들까지...’
잭의 시선이 절로 그 하찮은 노가다질 하는 것들에게로 옮겨갔다. 그들은 저급한 종이를 투박한 양손에 쥔 채로 한글을 공부하고 있었다.
‘병신들. 글자도 아직 모르는 잡것들이 무슨 연금술사?’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잭은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들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대화를 하며 몇 가지 테스트를 해주면서 한글에 대한 수준을 높이는 척, 좋은 사람인 척, 그들을 가르쳐주면서 우월감을 느끼며 시간을 털었다.
“잭 면접자. 들어오십시오.”
“예.”
잭이 일어서자 잡것들이 허둥지둥 고개를 숙였다.
“면접 잘 보십시오.”
잭은 손을 가볍게 흔들며 들어갔다.
누군가에게 가르친다는 건 언제나 재미나고, 큰 우월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 세계에서는 마음이 피폐한 자들에게 누군가에게 뭔가를 가르치라는 조언도 하는 이들도 있었다.
선생이 된다는 것은 실로 큰 것처럼 보이지만, 하찮은 카드놀이에서조차도 가르침을 내려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교류는 인간을 더욱 더 인간답게 보이게 할 수 있었다.
그 의도가 불순하다고 하더라도.
똑똑.
노크를 하고 잭은 안으로 들어갔다.
“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
“농사를 지었습니다.”
“소작농?”
“제 밭이 있고, 소작농 한 가구와 함께 일했습니다. 돈이 안 돼서 부모님에게 소작농 관리만 맡기고 저는 도시로 올라왔습니다.”
면접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점수를 더 쳐주었다. 있는 놈들은 확실히 고개를 숙일 줄 알기 때문이다.
“사는 곳은?”
기본적인 것을 하나하나 서류와 대조하며 물은 면접관은 마지막으로 물었다.
“연금술은 고단한 것이 될 수도 있네. 그래도 하겠는가?”
“예. 적어도 흙을 만지는 것보다는 의미가 깊고, 진리가 존재하다고 생각합니다.”
면접관이 환하게 웃었다.
“축하하네. 내일부터 바로 나오게. 아니면 오늘부터 하겠나?”
“예. 오늘부터 시켜주십시오!”
면접관과 잭은 악수를 굳게 나누었다. 잭은 곧바로 지하로 내려가서 〈빛울의 협회〉 복장을 받았다. 새하얀 바탕에 상아색의 문양이 그러진 사제복 같은 관복이었다. 그리고 그의 자리도 배정받았다.
“내일부터 자네가 해야 할 일은 여기 쌓여있는 것들 보이지?”
“예.”
중년의 연금술사가 나무 상자를 걷어냈다. 온갖 것들이 쓰인 저급한 종이가 공처럼 구겨져서 들어가 있거나, 펼쳐져서 덮여 있었다. 이면지를 습기를 빼앗는 데 쓰고 있었다.
“〈갈기 찢긴 꽃〉이라는 놈이네.”
“예.”
“여기. 꽃잎 중에서 색이 다른 놈이 있지? 이걸 따고, 뿌리를 하나씩 떼어내면 된다. 나머지 꽃잎은 버리고, 줄기 부분은 길쭉하게 썰어서 종이와 섞어 상자에 넣으면 된다.”
“예.”
그렇게 잭은 일을 시작했다. 단순 업무였지만, 목표치는 생각보다 낮았기에 쉬엄쉬엄할 수 있었다. 그 사이에 잭은 이면지를 뒤적거리기도 했다. 그곳에는 온갖 것들이 적혀져 있었다.
대부분 읽어도 소용이 없는 조각난 연금술 정보였지만 초급 수습사인 잭에게 있어서 엄청나게 재밌었다.
이해하지 못해도 돈과 연금술사라는 직업이 지니는 위상이 있었기에 재밌었다.
꿈꿀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지금하고 있는 재료 골라내기 자체가 선택된 수습사들이 할 수 있기도 했다.
다른 이들은 재료를 세척하거나 잡일을 하는데 동원될 뿐이었다. 물론 이런 잡일을 하는 이들의 숫자는 오히려 더 적었는데, 하급 물약을 만들려면 결국 진짜로 하급 물약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연금술사들은 분업을 통해서 자신들의 지식을 숨기고자 하고 있었다.
그 상자마다 들어있는 이면지의 정체를 완전히 까먹은 채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
가을이 오기 전에 드낙은 블러디 만티코어에 짐을 한가득 실었다. 또한 모비딕에게도 최대한 많은 양의 짐을 실었다. 모두 〈확산 안개 물약〉이 들어가 있었다.
모두 간단한 도기에 들어가 있고, 도기는 밧줄로 묶여 있었다.
드낙은 거기에 타지 않고 그대로 날아올랐다. 모비딕은 단번에 날아올랐지만 블러디 만티코어는 매우 바쁘게 날갯짓을 하며 달리며 겨우 날아올랐다.
탱크를 날게 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게 만티코어의 비행 방식이었다. 날 수 있는 게 용할 정도였다.
탱크를 날게 할 생각을 하는 어느 나라에서 할 법한 짓을 실현한 게 만티코어라고 할 수 있었다. 만티코어 때문에 대산에서 하루를 쉬고, 다시 날아가서 대산 너머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또 휴식을 취했다.
드낙은 높은 공중에서 홀로 바람을 마주했다.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아직도 강세였다.
‘시작하면 되겠어.’
습도를 확인하고 나서 드낙은 내일을 기약하며 휴식을 취했다.
다음 날 모비딕부터 날아올랐고, 드낙은 물약이 든 도기를 두 개 꺼내서 그대로 깨뜨렸다. 충격을 크게 받자마자 확안 안개 물약이 효력을 발휘했다. 물약이 순식간에 안개로 변하며 흩어졌다.
하나는 마력이 깃들지 않은 하급 물약. 다른 하나는 마력을 집어넣어서 만든 중급 물약이었다.
둘 다 효력은 같았다. 마법 불꽃이 번지게 하고, 연결하게 만들 수 있었다. 자연 상태의 불꽃과 같은 형질을 갖추게 된다. 또한 중급 물약의 경우에는 마법의 화력을 증폭시킬 수 있었다.
마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드낙은 허리띠에 묶어둔 큰 보석에 양손을 놓았다.
〈불기둥 광역 보석 마법진〉이 새겨진 아티팩트였다. 그 보석의 중심으로 온갖 장식물들이 화려하게 자리잡혀 있었고, 그곳에는 불바람 장신구 공예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다.
〈지나친 불기둥(Hyper fire Pillar)〉이라고 불리는 중형 아티팩트였다.
아랫배를 다 가릴 정도로 컸다. 무게도 금속과 보석이기 때문에 무겁기 그지없었다. 그렇기에 자연히 효율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흐.”
드글거리는 마력이 지나친 불기둥으로 스며들어 갔고, 그대로 불기둥이 모습을 드러냈다. 불기둥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확산 안개는 그 힘을 받아들였고, 벼락처럼 불기둥이 와해하여서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드낙은 그곳을 누비며 도기를 깨뜨려 적재적소에 흩뿌렸다.
순식간에 숲과 산의 녹음이 타올랐다.
동물들이 도망치고, 불타 죽고, 질식해서 쓰러져 갔다.
야수가 날뛰면서 흥분해 침을 질질 흘리며 사위를 살피며 도망쳤고, 몬스터들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그것은 떼(Swarm)가 되어서 하나의 방향이 되어 동쪽으로 도망쳤다.
화르르륵!
확산 안개를 만난 불기둥은 거대한 불의 구름으로 변하거나 벼락의 형태로 변질하여서 광범위하게 모든 것을 휩쓸었다.
꽈직!
꽈릉!
드낙이 하는 일은 이제 그냥 공중에서 도기를 깨는 일만 남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대산 너머의 산과 숲은 31일 동안 산불이 이어졌고,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그 잿가루는 동쪽의 끝에 있는 바다까지 닿게 되었다.
날아서 한 달.
걸어서는 1년하고도 반을 걸어야지만 동쪽 해안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드낙은 무식하게 거기까지 가면서 모든 것을 불로 태워버렸다.
살아있는 모든 것이 화염 속에 사그라들었다.
오로지 재.
재만 남게 되었다. 확산 안개 덕분에 재는 녹이거나 태우지 못했다. 하지만 적어도 겉에만은 모래로 황폐화가 이루어졌다.
‘동쪽으로도 개발을 시작해야 하니까.’
인간이 번성하려면 야수와 몬스터는 그냥 다 죽여야 했다. 끝도 없는 초월자의 힘을 통해서 광역 마법 불기둥을 효율 높게 아티팩트를 이용해서 배출하는 드낙은 총 31일 동안 모든 것을 불살라 버렸다.
산불이라는 것은 단 3시간 만에도 엄청난 면적을 태울 수 있었는데, 그건 커지면 커질수록 더욱더 빨랐고, 거기에 마법이라는 수단까지 갖추어졌으니, 어마어마한 속력으로 모든 것을 태울 수 있었다.
동부 해안에 내려앉은 드낙은 바람에 뒤섞여있는 검은 재들 때문에 눈을 찌푸리며 가을바람을 맞이했다.
31일의 대화재 동안 대산 너머에 사는 야생 동물 수천만 마리가 죽었지만 드낙은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
〈제국 서부〉
〈마질란 성채〉
작은 성이라고 해도 1,800명의 주민이 살 수 있을 정도의 규모를 가지고 있는 곳이 마질란 성채였다. 중앙 제국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곳에는 오직 소수의 주민만이 남아서 영혼 제국의 방심을 끌어내고 있었지만, 늦가을이 되어서 그것이 변했다.
최근에 서부에 대한 영혼 제국의 영혼 병사들의 규모가 확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 〈마커스 분대〉조차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때를 놓칠 세파리아스가 아니었다.
그는 상비군을 일시적으로 해체하고, 척후 분대를 많이 편성하여 운영하고 있었고, 소득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런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현재 〈시네 노미몬스(sine nomine mons) 분지〉의 인구수는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었고, 지하 굴에서는 수많은 버섯과 식용 이끼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또 계단식 농장 또한 치밀하게 계산되고 재단되어서 자리 잡은 지 오래였고, 이제 다른 분지에 세력을 뻗치고 있었다.
“2차 분지 계획을 철회한다.”
교통이 어려운 분지에서 나와서 마질란 성채로 거처를 옮긴 세파리아스의 말에 노기사 포리에로 라우렌티우스가 신음 소리를 냈다. 그 소리는 영혼 제국과 한 판 싸우겠다는 소리나 다름없어서였다.
그 외에 11명의 제국 기사들 중진들 또한 난색을 표했다.
이들은 이번에 신제국에 합류한 11개의 가문이었고, 그들 식솔은 다 합쳐도 500명에 불과했다.
“모두 반대하는 눈치인데, 서부 제국인들이 크지 못하게 활동하던 마커스 분대조차도 자취를 감추었다. 영혼 제국이 진짜, 제대로 된 의미로 총력전을 시작했다는 뜻이다.”
“1만의 영혼 군세만 보내도 서부는 끝장입니다.”
그 말에 세파리아스는 손사래를 쳤다.
“제국 군단을 무너뜨리고 그 이후로는 인간을 소규모로 꾸준히 잡아가는 것을 생각하라. 그들은 인간을 모조리 없앨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자원〉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드낙이 이 광경을 봤으면 두 눈을 의심해서 자신의 눈알을 빼버릴 정도로 경악할 만한 광경이었다. 두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면서도 믿을 수 없다고 고함지르며 뒷목을 잡으며 요절할 것이다.
그 세파리아스 불파겐이 남을 말로 설득하려고 하기 때문이었다.
옛날의 세파리아스였다면 일단 가장 먼저 반대의견을 낸 놈의 목을 치고, 피냄새를 풍기며 원탁회의를 시작했을 터였다.
그 변화된 모습은 실로 놀라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세파리아스의 목에 핏대가 바짝 서 있는 것을 통해서 무시무시한 인내심으로 인내하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 자신의 기질과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어서 가슴이 답답해서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중진에 오른 기사가 입을 놀리기 전에 세파리아스가 손을 쭉 뻗어서 입을 닫게 했다. 주변이 조용해졌다. 두 눈을 다른 손으로 문지르던 세파리아스는 잠깐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 심호흡을 하고 10분 뒤에 다시 돌아왔다.
“다시 말하라.”
“......주군의 말부터 듣고 싶습니다.”
“좋다!”
세파리아스가 의자 팔걸이 부분을 탕치면서 말을 시작했다.
“우리는 평야를 잡는다. 그곳에는 영혼 진지가 세워져 있고, 영혼 분대가 자리 잡고 있다. 하루에 한 번 순찰하지만 움직이고 활동하는 것만으로도 영혼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보름에 한 번 순찰할 뿐이다.”
2m짜리 지휘봉으로 원탁에 있는 지도를 딱 가리키며 평야를 빙글빙글 돌리며 말했다.
“이곳에서 5일 거리에 있는 〈푼데스 트리티쿰(Fundens Triticum) 평야〉...”
“늦가을이라 추수의 막바지입니다. 점령해서 추수한다면 큰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영혼제국의 군세 때문에 쥐새끼 한 마리도 없는 평야였다. 오직 밀만이 가득한 곳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이들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할만했기 때문이다. 얻는 게 많아서였다.
“허나, 영혼 제국의 병사들과 기사는 모두 다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를 어찌 막습니까.”
세파리아스는 대수롭지 않게 작전을 설명했다.
“그것을 위해서 미리 준비하지 않았나.”
“음! 그렇다면 총력전이 될 겁니다.”
지금까지 준비한 모든 것을 동원해야 했다. 방어 물약부터 마법사들이 오랫동안 이곳저곳에 부여한 무구들을 모조리 꺼내서 써야 했다. 그제야 기사들은 세파리아스가 총력전을 하려는 것을 깨달았다.
‘가능하기는 하다.’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평야부터 먹는 것이 두려웠지만, 영혼진지를 딱 하나를 터는 건 가능했다. 그다음이 문제였다. 준비한 모든 것을 쏟아붓기 때문이다.
“허나, 그것은 지금 영혼 제국의 상태를 보면 상관없는 것이지. 쓸데없는 걱정이다.”
그 말을 끝으로 총력전이 시작되었다.
“순찰하지 않기 때문에 포위전술을 펼쳐야 합니다.”
“놈들의 숫자는 규격화되어있습니다. 기사 1명에 병사 100명입니다.”
101명을 평야에서 포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500명이 필요했다.
“하지만 저희가 척후대로 굴리던 병사들의 숫자는 고작 300명입니다.”
“300명으로는 포위섬멸전이 불가능합니다. 잘못하다가는 전술 자체가 붕괴하고, 역으로 크게 데일 수 있습니다.”
포위 섬멸전은 그만큼 실패했을 때 매우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한 곳이라도 잘못되면 거기서부터 도미노처럼 무너지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영혼 제국의 군세는 강합니다.”
각개격파 당할 위험도가 높은게 영혼 제국과의 전투였다. 그들을 상대로 포위섬멸전을 기획하는 건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징집병을 쓴다.”
세파리아스는 그에 대한 대안으로 징집병을 논했다.
“그렇다면 엄청난 희생이 따를 겁니다.”
반드시 승리가 따라오겠지만,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다.
“천명의 군세로 붙어도 300명은 죽을 겁니다.”
100명을 잡는데 300명을 쓴다. 누구도 하지 않을 짓이었다. 그건 세파리아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세파리아스가 그들을 주욱 살피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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