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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738화 (737/1,239)

강철의 전사 73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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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낙은 〈영점 제작 공방〉에서 〈영점 제품〉을 공식적으로 의뢰할 계획을 진행했다. 참관인들도 여럿 받아서 영점 제품을 지하 농장에 써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었고, 또 실제로 잉여식량의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했으므로 그대로 진행됐다.

제국과의 전쟁을 준비함에 있어서 여유 식량 확보는 그 어떤 것보다 선행되어야 했다.

전쟁은 보급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 보급조차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다면, 싸울 수도 없었다.

현재 동부는 전쟁 준비 첫 단계인 식량 확보에 혈안이 되어있었다. 그렇기에 저수지가 국가 사업이 될 수 있었다.

“이것이오.”

천으로 꽁꽁 싸매서 가져온 영점 제품이 드워프의 손에서 개봉되었다. 그것은 잡광물 따위를 합쳐서 만든 것에 불과했다. 색이 곳곳마다 달랐고, 화학 반응이 일어나서 변색이 되어있기도 했다.

전체적인 형태는 황소였고,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특히나 포인트로 잡은 곳은 황소의 코였다. 코가 조금 더 크고, 사람 주먹처럼 신체 부위에서 툭 튀어나와있었다.

가장 도드라진 예술 포인트라고 해도 무방했다.

“〈물 먹는 황소 석상〉이오. 습기를 자원으로 쓰기 때문에, 지하에 있는 습기를 빨아들이고, 코에서 열을 발생시키는 식이오. 주목할만한 점은 이렇게 고개가 풀을 먹는 것처럼 땅에 아슬아슬하게 붙어있는데, 차가운 공기가 아래에 있기 때문이오.”

“열은 어디서 나오는가? 전신에서?”

“그래서야 제대로 된 보온이 될 수 없소. 물기를 자원으로 쓰는 주제에 무슨 이 덩치 큰 몸에서 열을 뿜겠소? 있어도 없어도 소용없는 수준의 열을 낼 뿐이오. 이 뭉툭하게 튀어나온 코로 열이 집중되어서 상당한 열을 뿜어낼 수 있소.”

도드라진 코에 열기가 모이기 때문에 적은 힘으로도 높은 열을 낼 수 있었다. 또한 금속이기에 열전도율을 생각하면 초월의 힘보다 월등하게 높은 열을 낼 수 있어 보였다.

오래 지속되면 될수록 그 열에너지는 오래 유지되기 때문에 더더욱 높은 열로 단계를 높아갈 수 있다는 기대도 할 수 있었다.

‘굉장히 잘 설계되었다.’

덩치가 크다는 단점이 있지만, 물만 먹고 열을 내는 아이템이었다. 그 반영구적인 힘의 체계를 생각하면 감수해야 했다.

지하 습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할 방법을 구축한 다음으로 곧바로 논농사가 이루어졌다. 게제라스는 휴식할 때마다 걸어서 이곳까지 와서 유심히 이를 바라보았다. 드낙이 말한 작농법은 실로 위험하기 짝이 없어서였다.

‘해충이 저 늪에서 얼마나 많이 나올지...’

논이라 물리는 물농사는 오랫동안 유지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한철하고 다시 물을 빼는 게 아니었다. 특히나 지하는 그런 게 힘들었다. 알아서 잘 마르지도 않았다. 겨울에도 작물을 생산하는 지하 농장은 이제 드낙의 논농사 프로젝트가 들어오면서 일 년 내내 생산하는 식으로 변경됐다.

더욱 규모가 커진 만큼 실패하면 쓴맛이 컸다. 그렇기에 문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 그것을 차단하기 위해서 게제라스 법관은 계속 논농사 시범 지하 농장을 시찰했다. 그리고 얻은 결과는 경악.

경악, 그 자체였다.

‘단점은 있지만, 장점이 압도적으로 높은 선진적인 농법이다.’

무서운 점은 한둘이 아녔다.

가장 먼저, 〈미리 자란 것〉을 옮겨서 논에 심는다는 것이 놀라운 점이었다. 발상의 전환이기도 했고, 손바닥을 뒤집는 것 같이 쉬워 보이는 말이다. 그냥 미리 자란 것을 논에 옮겨 심는 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허나, 그곳에 농사의 모든 진리가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땅은 식물에게 있어서 끝없는 경쟁이 이루어지는 혹독한 살육의 전장터다.’

비명을 지를 수 있었다면, 세상은 식물들의 구슬픈 울음으로 가득 찼을 터였다. 그만큼 식물들의 소리 없는 경쟁은 치열하고, 자비가 없었으며, 철저하게 승자독식의 전쟁터였다.

그 전쟁터에 발을 들이밀면 싸워서 이기거나, 져서 시들어 토양의 양분이 될 뿐이었다. 시체조차도 남길 수 없는 지독한 전쟁터가 식물들의 경쟁이었다.

‘그런 곳에서 미리 키운 놈이 모습을 드러낸다면?’

무시무시했다.

팔뚝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땅을 다 엎은 곳에 떡하니 제법 몸을 키운 식물이 심어진다면, 다른 놈들은 경쟁을 할 수가 없었다. 싹도 안 나고, 이제 겨우 뿌리만 내렸을 뿐인데 인간이 심은 식물은 벌써 풀의 길이가 제법이기 때문이다.

‘경쟁해도 무의미하지.’

몸을 더욱 키우며 그늘이 만들어지면, 그 밑에 있는 이들은 햇빛을 못 받아 더욱 성장이 느려질 것이다. 그 끝에는 형편없는 패배자의 모습만 남게 될 터였다.

드낙이 말한 논농사의 이앙법이 가진 무서움을 게제라스 법관은 들어도 체감하지 못했지만, 보고 나서야 체감할 수 있었다.

‘이건 밭농사에도 접목할 수 있다. 중요한 건 햇빛이다.’

옮겨 심는 것도 나쁘지 않고, 자라난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땅을 나무덮개나 천으로 덮어버린다면?

드낙이 보여준 이앙법의 이득을 게제라스는 순식간에 밭농사에도 접목할 여러 가지 생각을 터뜨렸다.

이처럼 땅에서 이미 이기고 시작하는 것이 이앙법이었다.

‘이것만 해도 물농사를 해도 충분한 이점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게 더 무섭다.’

게제라스 법관에게 있어서 논농사의 처음 인식은 어차피 물을 줘야 하니, 그냥 물을 가둬두고 거기서 작물을 키우자라는 귀찮아하는 농사꾼이나 할 법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늪은 물이 많이 들지만, 오랫동안 물을 저장할 수 있고 물을 많이 머금을 수 있어서 홍수에도 잘 버틸 수 있다. 다만 가뭄에는 취약하지.’

가장 물을 많이 담을 수 있는 게 늪이라는 지형이었다. 자연스럽게 아무리 많은 비가 내려도 그 물을 모두 받아낼 힘이 있었다. 반면 가뭄에는 쥐약이었다. 늪이라는 곳에서 작물을 생산하는 건 환경의 변화였고, 다른 강점을 획득하고 다른 약점을 얻는 일이었다.

거기에 게제라스는 또 주목했다.

허투루 여기지 않았다.

모든 게 벼락같은 영감으로 다가왔다.

‘동부에도 홍수가 잘 나는 곳이 있다.’

그곳에서는 무리해서라도 논농사를 지어야 할 정도로 홍수가 많았다. 남쪽에 치우쳐져 있지만 그런데도 억지로라도 논농사를 지어야 할 가치가 있었다.

특히 수원이 부족한 동부땅은 물을 오래 저장할 땅이 없어서 저수지가 국업이 되어있는 상태였다. 늪은 많은 물을 머금고 오래 지속할 수 있었다.

홍수가 나는 곳에서 물을 크게 잡아둔다는 건 큰 재산이었다.

‘변경백의 영지도 논농사가 제법 어울리겠어. 거긴 가뭄이 든 적이 거의 없으니까.’

물난리가 나면 났지 가뭄이 들지 않는 풍요로운 땅이 남부 왕국의 남부였고, 그곳에 속한 것이 이번 세리안이 대리 영주를 세운 변경백 땅이었다. 그곳은 보온해서라도 논농사를 해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홍수가 잘 나기에 논을 지으면 저수지가 필요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 그건 노동력 때문이다.’

돌고 돌아서 첫 번째 이점으로 게제라스의 생각이 옮겨갔다. 잡초와의 승부에서 강력한 이점을 얻는다는 건, 농사꾼이라면 으레 다 해야 하는 〈제초 작업〉에 들어가는 노동력이 극단적으로 줄어든다는 점이었다.

어차피 작물이 이기는데 제초를 할 필요가 없었다. 하루 한 번 산책하듯이 돌면서 잡초 중에서 으뜸인 놈만 잡아당기면 끝이었다.

농사를 짓는데 가장 큰 노동력을 소모하는 게 제초 작업인데, 거기에 들어가는 노동력이 가히 6할, 7할이 허공으로 사라지면 그 인력은 다른 곳에 투입될 수 있었다.

꿀꺽.

게제라스가 침을 삼켰다. 자신도 모르게 군침이 돌아서였다.

10명이 담당해야 할 밭을 3명만 담당해도 된다면? 혹시, 정말로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지하 농장은 무조건 노다지가 될 수밖에 없다.’

제초 작업만 적게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끝난 게임이나 다름없었다. 마법 햇빛을 일 년 내내 유지해도 괜찮았다. 저급한 마법이라 효율성도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게제라스 법관의 눈은 다시 찌푸려졌다.

‘가장 큰 단점이 있다.’

논농사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그 지형이 〈늪〉이라는 점이었다.

늪은 장점도 되지만 단점도 될 수밖에 없었다.

벌써 귀가 간지러웠다.

게제라스 법관이 가장 때려죽이고 싶어하는 놈들이 저 늪에서 나오기 때문이었다.

‘모기부터 시작해서 온갖 해충들이 살기 좋은 게 늪이다.’

거기에 지하에서 기르기까지 하니, 가히 해충에게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그것을 막지 않는다면 방법이 없었다.

게제라스 법관이 몸을 일으켜서 지하 농장 시범장을 떠났다. 그는 곧바로 동부왕을 찾았다.

“어디 계신다고?”

“작업장에 가셨습니다. 뭐 주문한 걸 찾으러 가신다고...”

작업장에 가보니 그물을 크게 가져갔고, 호수에서 철마다 사냥꾼 짓을 하는 자들과 면담을 하러 갔다는 걸 들을 수 있었다.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호수에 자리를 펴고 철새를 사냥하며 철마다 짭짤한 밥벌이를 하는 사냥꾼과 드낙이 숙덕거리고 있었다.

동부왕이라는 직책에 맞지 않게 썩 잘 어울리는 점은 사냥꾼과 드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천재의 영역으로 엮어진 천생연분이기 때문이었다.

신화가 살아있는 시대였다면, 펜릴조차도 길들여서 다녔을 전설적 사냥꾼이 될 수 있는 게 드낙이었다. 물론 인간이 어디 자신의 재능을 잘 찾겠는가?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여기서 무얼 하시고 계십니까.”

“아, 법관 왔는가. 오리 때문이네. 철새잡이 중에 오리를 양식화하는 데 성공한 자가 있다고 해서 고견을 들으러 왔지. 누군지 몰라서 싹 다 불렀어.”

“오리요? 그런데 그 나무통에 든 건 물 아닙니까?”

“아하. 이거 말인가? 진흙에서 사는 미꾸라지라는 놈인데, 내가 생각하는 놈이랑 가장 비슷한 놈이야. 큰놈 낚을 때 쓰는 미끼지.”

오리와 미꾸라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조합이었다.

“오리는 뭣에 쓰시려고 하십니까. 그리고 호수에서 오리를 키운다는 건 제가 법으로 막았습니다. 수질 개선을 위해서입니다.”

“내가 그걸 모르는가? 논에서 키우기 위해서네. 벌레 놈들을 싹- 청소해버릴 비장의 카드지. 이게 친환경 농법이라고 자네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난리였었다니까.”

“아!”

게제라스 법관이 무릎을 쳤다.

“대, 대단하십니다. 논에서 생길 해충 문제 때문에 왕을 찾고 있었습니다만, 그걸 그렇게 해결하시다니.”

“물약도, 마법도 쓰지 않는 방법이지. 지하 농장은 안 그래도 마력을 소모해야 하는 곳 아닌가. 조금이라도 애껴야지.”

“옳고, 옳으십니다.”

게제라스 법관은 자신이 느낀 논농사의 장점을 이야기했다. 그걸 〈말〉로 전할 수 있다는 것부터 뛰어난 재능이었다. 드낙은 그걸 말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거다!! 그래서 내가 논농사를 하려고 한 거야! 제초 작업을 절반만 해도 괜찮으면 논을 두 배로 관리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예! 정말 엄청납니다. 해충 문제가 오리와 미꾸라지로 사라진다면, 지하 농장은 오로지 장점만 있는 완벽한 곳이 될 겁니다.”

마력은 타고났지만 머리가 텅텅 빈 놈들을 써먹을 수 있다는 점도 매우 높이 살 수 있었다. 또한 이 논농법은 핏빛쥐들에게도 써먹을 수 있었다. 〈종족 초월의 힘 규모〉는 이미 인간을 아득히 뛰어넘은 게 지하 연합이었다.

“그대로 추진하도록.”

드낙이 게제라스에게서 들은 것을 고대로 중앙 회의에서 근엄하게 말하자 모두가 수긍하였다.

*

하프 드워프들은 혁명을 맞이하고 있었다. 지하에서 점조직으로 살아가던 그들이 처음으로 지상에 어깨를 펴고, 고개를 들어 올려 햇빛을 마주하며 살게 된 것이다.

인간의 우월한 신체를 지니고 있었기에 작은 거인이라 불리는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제한된 드워프의 손길로 화약과 장총 그리고 대포를 생산할 수 있는 게 그들이었다.

가장 먼저 하프 드워프들은 조류를 키우기 시작했다. 종류는 따지지 않았다. 오로지 화약을 만들 재료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잘 날아가는 놈들은 날개의 힘줄을 잘라서 키웠다.

배설물 중에서 가장 으뜸인 것이 조류의 배설물이었다. 그들이 조류 목장을 크게 시작하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순조롭지만, 아직도 목표량을 달성하려면 부족하오.”

하프 드워프의 화약 생산량 목표는 높아도 너무 높은 게 문제였다. 드낙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도 끝도 없었다.

“십만의 대포를 온종일 쏴도 반 년간은 끄떡도 없을 정도로 화약을 생산하라니. 미친 소리지.”

“허나, 그대들도 듣지 않았나? 오크들의 대예언을 말이야.”

“어휴.”

절로 한숨을 내쉬었다. 오크 목을 한 방에 따버리는 강철 그리핀 용기사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두려운 마음이 솟아났다. 드워프들과는 다르게 용맹하지 않은 게 하프 드워프들이었다.

“할당량을 채우려면 지금 확보한 대산 너머의 영토를 넘어서 더 확보를 해야 한다고 동부왕에게 말해야 하지 않겠소?”

“적어도 수백만 평에서 조류를 키워야 할 판이오.”

손이 많이 가는 화약 제조법 때문에 불가피한 일이었다. 더 우월한 화약 제조를 드낙이 알 리가 없었다. 원시적 화약 제조의 규모를 키워야 했다.

〈대산 너머 토벌전〉은 곧 중앙 회의의 안건으로 올라오게 되었다. 허나, 모두가 난색을 표했다. 내부를 다지는데 전쟁을 병행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허나,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수많은 해결방법이 논의되었다. 결국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건 탁상공론이 되기 쉬웠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드낙이 의자 팔걸이를 탕탕 치며 이목을 모았다.

그에게는 그렇게 어려운 것으로 보이지 않아서였다.

“어차피 조류 목장을 할 장소가 없다는 게 문제 아냐?”

“예.”

“그럼 내가 최단기간에 해결해주지. 나만 믿으라고.”

“하지만 홀로 토벌하는 건 결국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습니까?”

그 말에 드낙이 빙긋 웃었다.

“나만 믿으라고. 한 달도 안 걸리는 사이에 바다까지 뚫는 방법이 있어.”

불안함에 모든 이들이 뭔지 물었지만 드낙은 입을 싹 닫더니 그대로 중앙 회의에서 벗어나 버렸다.

“말씀하고 가십시오!”

게제라스가 그 뒤를 허둥지둥 쫓아갔다. 게제라스가 쫓아가니 다른 관리들도 뒤따랐고, 세리안만 혼자 다이앤타에게로 휭 가버렸다. 가장 모성애가 없어 보이던 세리안이었지만 뛰어난 자질을 가진 아이가 태어나니 자신의 심장까지 꺼낼 엄마가 되어버렸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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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춘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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