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전사 73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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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성전대의 깃발을 들어 올려 군대를 소집하여 해결책을 내놓게 만들어야 합니다.”
케이슨 성기사가 주변을 환기하기 위해 목적을 명확하게 밝혔다. 그것은 싸우자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자신의 세력이 이렇게나 상당하니. 무시하지 말고 해결책을 고민해보자는 것과 같았다.
“무엇을 요구하는 게 좋겠습니까?”
그 말에 케이슨 성기사가 손을 곧게 펴서 살살 흔들며 말했다.
“지금 그것을 논하기보다는 다른 의견이 있는지부터 듣고 싶습니다.”
이에, 북부 사제 울바론이 강고한 입장을 밝혔다.
“악행을 저지르는 악마의 아기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소. 동부왕은 그가 행한 위업만큼 대우받고 있지만, 그의 자식은 안 되오.”
그리고 큰 주먹을 말아쥐며 흔들어대었다.
“물론 마음 같아서는 그도 멸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소. 인간을 위하는 하프 데빌이라니, 들어본 적 없소. 그가 더 큰 힘을 지니기 전에 막거나 견제해야 하오. 나중에 황금 옥좌에 앉았을 때, 그 누가 그를 막을 수 있겠소?”
미래를 저당잡으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지만, 이 자리에 있는 사제와 성기사들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그들의 신념은 살가죽을 벗겨 심장을 보여줘도 사그라지지 않는 불꽃이요.
그들의 신앙은 가난하다고 뻗대고, 부족함이 많다고 더 달라고 탐욕을 부리는 악한 약자들까지도 포용하는 자비요.
그들의 용기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고, 동부왕의 권위와 위업 속에서도 정의를 외칠 수 있는 어두운 대해의 등대와도 같았다.
겨우 그런 공포에 굴할 자들이 아니었다.
겨우 그런 추측에 설득당할 자들도 아니었다.
“위험한 추측은 하지 마시오. 신도들이 그에 혹할까 봐, 두렵습니다. 지금 동부왕은 그 누구보다 인간을 위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건 모르는 소리요. 자신을 위협할 대상이 모두 사라졌을 때, 그가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낼지는 누구도 모르는 소리요. 그렇기에 독재가 위험한 것이오. 영웅조차도 독재자로 만들어버리니까. 난 그저 영주는 다른 영주로 견제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소.”
북부다운 생각이었다. 세파리아스 불파겐에게 한 번 연합을 꾸렸기에 더더욱 그런 생각이 잡혀 있었다. 그 당시에는 반항하면 대낮에 사람이 많은 곳에서도 철퇴로 사람을 쳐 죽이는 게 세파리아스의 처세였다.
북부 출신의 사제가 드낙의 독주체계에 좋은 시선을 가진다는 것 또한 이상했다. 아크온 몽펠리에가 자신의 영지보다 동부의 남부 사령관 자리를 허겁지겁 쥔 이유도 이와 맥락이 비슷했다.
피로 대영웅의 반열에 오른 세파리아스가 그 어떤 대항마도 존재하지 않을 때, 행한 일은 아직도 기억되고 있었다. 지금도 북부에는 세파리아스 불파겐의 이야기가 이야기꾼을 통해서 전해지고, 자신의 부모에게서 자식에게로 흐르고 있었다.
북부 전체 인구의 4할이 오직 세파리아스의 이름으로 죽었고, 그와 전쟁을 한 다른 곳은 철저하게 파괴되었다.
그리고 그 독재자의 성과 지금 동부왕의 성씨는 똑같았다.
“미적지근하게 각을 세울 성전대를 궐기할 것이라면 아예 안 하는 것이 낫겠지. 조금이라도 힘을 보존할 수 있을 테니.”
그리 말하며 북부 사제 울바론이 앉았고, 그를 지켜보는 다른 빡빡머리 북부 사제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같이 한 덩치 하는 사제들이었다. 남을 지킬 신성력으로 마을을 위협하는 야수와 몬스터의 골통을 주먹으로 부서뜨리는 게 북부 사제들이었다.
각을 세워서 해결책을 논의하자는 평화론자와 그냥 밀고 들어가서 피로 정의를 구현하자는 전쟁파가 격론을 펼쳤다.
아쉬운 것은 어찌 되었든 회색으로 변한 여론을 다시 세우려면 성전대가 필요하다는 것이었고, 이는 다른 의견을 내세우는 쪽을 합류시켜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래야만 성전대의 규모가 커질 수 있고, 드낙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
이 논의는 보름이 가도록 끝나지 못했다. 다이앤타는 벌해야 하지만, 동부왕을 두려워해서 그가 오기를 그냥 기다리자는 쪽도 그사이에 새로 생겨났다.
“더 이상 시간을 질질 끌 수 없다!”
북부 사제를 중심으로 뭉친 전쟁파가 논쟁을 파토냈다. 공부를 완성하기 보다는 행동을 우선으로 하는 자들답게 추진력이 대단했다.
그 속에서 〈산딸기 사제〉가 세 분류의 의견을 내세우는 곳을 따로따로 만나서 자신이 발언하고 싶다고 공손히 부탁했다.
“제가 다른 쪽을 설득할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분명 여러분도 기뻐하실 겁니다.”
“그게 뭔가?”
울바론은 거침없이 반말을 입에 담았다. 그만큼 산딸기 사제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다니는 사제였다. 존경할 가치가 없었다.
세상 사람들이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하지만 말도 안 되는 헛소리임을 사회에 나가서야 깨닫게 된다. 산딸기 사제가 받는 대우는 이와 다를 바 없었다.
그를 따르는 자는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한 번 정도는 맡길 만했다. 나름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식량을 베풀고 다니는 사제였기 때문이다.
“저를 믿어주십시오.”
“좋다.”
이는 케이슨 성기사에게도 똑같이 이루어졌다.
햇빛이 내려오는 늦은 오전에 모든 이들이 다시 한 번 모일 수 있었다.
모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피에 미친 전쟁광놈들.”
“악마를 두고 가만히 있는 겁쟁이들.”
둘 다 어느 정도 하자가 있고, 어느 정도 정의가 있었다. 그렇기에 결과는 전혀 도출되지 못하고 흠집과 상처만 주었다.
산딸기 사제는 그대로 원탁 위로 올라갔다.
그 특이한 행동에 순식간에 이목이 그로 옮겨졌다.
“저는 이름 없는 자이며, 그저 도로 옆에 산딸기를 뿌리는 사제에 불과합니다. 이런 저에게 발언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자리에서 명성은 있지만 존경은 많이 못 받는 자이기도 했다. 자신의 의기를 남에게 이야기하지도 않고, 그냥 산딸기만 신성력으로 키우고 다니기 때문이다.
누구도 할 수 있는 일이기에 대단하게 여겨지지 않는 자였다. 그보다는 신전의 미래를 위해서 많은 이들과 교류하는 케이슨 성기사나 직접적으로 위협을 처단하는 울바론이 더욱 신전 사람들의 관심과 존경을 받고 있었다.
“저는 보름간 여러분들이 싸우는 걸 지켜봤습니다.”
싸움이라는 말에 듣는 이들이 기분 나빠하자 냉큼 산딸기 사제가 말을 돌렸다.
“아, 논쟁이라고 하죠.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기도 합니다. 한쪽이 독자 노선으로 고개를 돌려버렸지 않습니까.”
그 좋은 논쟁이라는 것도 이제는 박살 나고 없었다. 그리고 산딸기 사제는 맨발로 원탁의 테두리를 걸으며 말을 시작했다.
“여러분. 산을 오르려고 하지 마십시오.”
“여러분! 결코 산에 올라서는 안 됩니다.”
그 첫 문장을 들었을 때, 사제들은 뭔가가 쭈뼛 서고, 전율감이 서는 걸 느꼈다. 오묘한 깨달음이 느껴져서였다. 특히 그 말은 〈산딸기 사제〉와 매우 잘 어울렸다.
가장 밑에 있는 사제가 그들에게 올라가지 말라고 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기 전에 산딸기 사제의 말이 계속 시작되었고, 더는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누가 산을 오릅니까? 병사가 순찰 대장이 되기 위해서 올라갑니다. 소작농이 부농이 되기 위해서 산에 올라갑니다. 영주가 공왕이 되기 위해서 올라갑니다. 어부가 결혼하기 위해서, 자신의 배를 얻기 위해서 산에 올라갑니다.”
〈산〉이라는 것은 추상적인 단어임을 보여주었다.
그게 그가 말할 것의 전부였다. 그것만으로도 모든 사제들은 알아들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어디서 거드름을 피우려고 하십니까?”
그가 고개를 홱 돌리며 원탁을 걸어 앉아있는 북부 사제 울바론에게 다가가서 섰다. 그가 그를 내려다보고, 그가 그를 올려다보았다.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야수를 잡는건 분명 선한 일입니다. 하지만 사람에게 아직 해를 끼치지 않는 맹수를 잡는데 힘을 소비하는 건 동의할 수 없습니다.”
울바론의 목에 있는 핏대가 울걱거리며 움직였다. 뭐라고 윽박지르기 전에 산딸기 사제가 고함을 내질렀다.
“왜냐하면! 그 힘으로 한 가족이 먹을 수 있는! 한 달의 양식을! 산딸기를 언덕에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삿대질을 하며 허공으로 찔렀다. 몸이 기우뚱거렸지만 겨우 다시 균형을 다잡았다. 관리되지 않은 반백의 머리카락이 그 얼굴을 가렸다.
살면서 누구에게 설법 한 번 하지 않았기에 실로 어리숙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익숙하지 않은 어리숙함에 사제 중 그 누구도 감히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 못했다.
그건 어린아이의 걸음마를 보는 것처럼 위태로워서였다.
그가 두 팔을 내리며 주먹을 꽉 쥐었다. 해진 옷 사이사이에 있는 구멍으로 핏줄이 돋아난 것이 보였다.
“아직까지! 병에 걸린 자식을 구하기 위해서 어미는 식인하는 오크의 약재를 사려고! 시장을 들락날락하고! 오지 않는 보부상을 기다리고 있다! 저 먼 곳에서는 자재를 옮기다가 불구가 된 이들이 손이 부르트도록 옷감을 짜서 물약 하나 사려고 한 푼, 두 푼을 모으고 있다!”
“결코! 결코 우리는 산에 올라서는 안 된다! 그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산을 오르지 않는 것을 해야한다...”
원탁을 걸으며 그렇게 말했고, 케이슨 성기사의 앞에 섰다. 그가 그를 내려다보고, 그가 그를 올려다보았다.
“우리 신전이 해야 할 일이 악을 규정하는 일이라면 전 신전의 일원이 되지 않겠습니다.”
반말과 존대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형편없는 화법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이를 신경 쓰지 않았다.
중요한 건 메시지였다.
다른 사람을 내려 까서 자신이 더 낫다고 표를 몰이하는 정치가의 얼굴을 지닌 자는 이곳에 없었다.
“우리 신전이 해야 할 일이 굶는 이들이 적게 하고, 좋다면 없게 하고. 병 걸린 이들이 신을 저주하기보다는 신에게 기도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될 수 있다면, 만약에 정말로 될 수 있다면 그 기도가 사제를 통해서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 눈과 케이슨 성기사의 눈이 마주쳤다.
“케이슨 성기사님. 당신이 자주 말하며, 매번 말하던 말이 무엇입니까.”
“〈언제나 바닥을 바라보며, 그곳으로 향할지어다.〉.”
케이슨 성기사가 자신의 청동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오른손은 상승을 뜻하듯이 위로 향하고 있으며, 왼손은 하락을 뜻하듯이 아래로 향하고 있었다. 매우 자연스러웠으며 얼굴은 아무 표정이 없었으며 얼굴 자체의 상(相)이 흐릿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그 청동 목걸이에 담백한 필체로 쓰여 있는 글귀이기도 했다.
“나중의 악을 위해서 지금의 천명을 구하는 일을 하지 않고, 경계해야 하는 쿼터 데몬을 잡는데 피를 묻히겠다면 그렇게 하십시오. 하지만 그 행위를 하게 되면서 소비하게 되는 신성력과 전쟁의 여파를 생각해주십시오. 그러고도 행하겠다면 행하십시오.”
산딸기 사제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깊이 숙였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게 전부입니다.”
케이슨 성기사는 몸을 일으켰다. 모두가 그를 보고 있자 그가 호통을 쳤다. 아직도 어린 나이였기에 솜털이 볼에 있었다.
“뭐 하는 건가! 언제나 바닥을 바라보며, 그곳으로 향하지 않고! 이 호수 성채에는 최소한의 인원만 남아라. 많아 봤자 신성력만 남아돌고, 다른 병자들이 여기에 고생해서 오지 않는가!”
케이슨이 그렇게 자신을 존경하는 이들에게 말하자 그들 모두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이에, 울바론 또한 몸을 일으켰다.
“나중의 미래를 위해서 어찌 지금의 사람들이 고통받고, 죽어가야 하겠느냐. 돌아가자...아직 우리의 사명은 끝나지 않았고, 그 무거운 사명이 내 두 어깨를 피거죽으로 짓누르고, 축축하게 만들고 있다.”
그 피비린내를 지우기 전까지는 오로지 아래로, 아래로 향해야만 하는 것이다.
“명예가 이렇게 무섭구나. 나 또한 산을 오르는 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오르고 있었다.”
지금의 신전은 전과 달랐다.
자정작용이 가능했고, 무엇이 중한지 알 수 있었다. 내일의 독재자를 위해서 오늘의 병자를 죽게 내버려둘 자들이 아니었다.
황당할 정도로 신전 조직이 단번에 와해되었다. 그들은 마치 바닷가에 있는 모래성처럼 흩어져 버렸다.
동시에 레이시아의 입지가 단번에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신전이 크게 받쳐줄 때 레이시아 또한 자신을 최소한으로 지킬 세력을 만들었다는 점이었다.
사제와 성기사들의 많은 수가 다시 방랑자가 되었다.
물론,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는 신전이 존재했고, 다수의 사제와 성기사가 잔류했다. 도시만큼 그들의 힘을 원하는 곳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랑자가 적은 것도 아니었다.
또 도시에서 편하게 지내는 사제와 성기사들은 방랑자가 올 때면 그와 위치를 바꾸어서 떠나기도 했다.
*
남부 왕국의 최남단.
〈푸른 바다 항구〉
그곳에는 이번에 공작위를 받아서 공작이 된 〈왈데마르 톤드라(Waldemar Tondra)〉를 위한 큰 축제가 벌어졌다.
톤드라 가문의 가문원 숫자는 2천 명을 헤아렸다.
그들이 한 자리에 있을 정도로 푸른 바다 항구의 내성은 왕성과 비교될 정도로 컸다.
“들어라! 톤드라 가문의 핏줄들아! 나의 가족들아!”
와아아!
왈데마르 톤드라가 잔을 들어 올리며 외치자 모두가 화답해주었다.
“작금의 플래티넘 왕가가 우리에게 공작위를 내려주고 우리를 달래려 하지만 이는 어리석은 일이다! 공왕의 작위를 내려줘도 모자를 판에 공작위로 만족할 성 싶으냐!”
“맞다! 맞다! 맞습니다!”
“동부왕에게 사신단을 보내어 새로이 작위를 받겠다! 그에게 공국을 허락받고 우리는 왕가가 될 것이다!”
환호성이 쏟아져나오고, 박수갈채가 벼락처럼 터져 나왔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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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한가위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