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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732화 (731/1,239)

강철의 전사 73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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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쥐들에게 메시아가 그들을 껴안아주고, 보듬어준다면 저런 것일 터다.’

대장쥐는 드낙이 자신의 피를 받아마실 수 있는 핏빛쥐를 고르기 위해서 핏빛쥐들의 머리를 하나하나 손으로 만져주는 걸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오늘. 이곳에 있는 모든 핏빛쥐들이 드낙과 마주하며 그에게서 얻을 수 있는 은총이 있다는 걸, 간증(干證)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핏빛쥐 사회에서 혁명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간은 맹목적으로 믿고 대장쥐를 따랐다면, 이제는 드낙에게서 받은 것이 있기에 진정으로 따르게 될 것이다.

이 행위가 끝나는 데에는 11일이 걸렸고, 핏빛쥐 사회는 〈11〉이라는 숫자를 대단히 신성하게 여기게 되었다. 의원회의 일원 또한 11명이었다.

잘 맞아떨어지는 숫자였고, 신성화될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에 대장쥐는 드낙에게 철도를 보여줬다. 지하에 자리 잡은 철도를 보자마자 드낙이 유레카를 외쳤다.

“이거야! 내가 원했던 것이다아아악! 지하니까, 그렇지! 그래!!! 철도를 아낌없이 놓을 수 있지! 누구도 훔쳐가지 않으니까! 하하, 하하하! 이거 아주 만족스럽구나! 아주 잘했어! 어떻게 이런 걸 또 준비했을까! 하기 힘들었을텐데!”

두툼하고, 묵직한 철도는 금속으로 되어있었고, 왕복이 가능하게 반대편 철로도 존재했다. 그걸 보며 드낙이 호들갑을 떨며 철도가 지닌 위대함을 논했다. 5일을 걸어갈 것을 몇 시간 만에 간다면 모든 것이 바뀐다고 떠들어대었다.

“뜨나악!”

“실로 그러합니다!”

핏빛쥐들은 그런 드낙의 미쳐버린 흥에 똑같이 흥으로 대꾸해주었다. 흥나는 철도 구경은 수레까지 구경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게 수레라고? 뗏목처럼 그냥 평평한데?”

“물자를 옮기는 물제 수레입니다. 평평한 철판이 끝입니다. 여기에 뭉툭 튀어나온 건 접이식 발판입니다. 이 발판을 들어 올리며 당기면...”

터덩!

“철로 된 발판이 딱 자리 잡습니다. 무거운 걸 운반하기가 매우 용이합니다.”

“훌~륭하다!”

인력수레 또한 존재했다.

“최대한 많은 인원을 수송하기 위해서 최대한 간편하게 제작했습니다.”

“그냥 주저앉아서 갈 수밖에 없어 보이는데. 화장실이나 세면대 같은 곳도 없나?”

“그건 다른 칸에 따로 제작했습니다.”

다목적 수레에는 화장실, 세면대, 의료 등의 목적을 수행할 수 있는 곳이었다.

세 분류로 나누어진 수레는 모아놓으면 실로 완벽했다. 드낙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핏빛쥐들의 어깨는 쑤욱 올라갔다.

‘기차의 칸이라고 할 수 있는 각 수레는 그리 대단한 크기는 아니다. 하지만 줄줄이 엮을 수 있다는 게 중요하지.’

얼마든지 대량으로 수송 가능했고, 또 소량으로도 수송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하였기에 연기를 내뿜는 연료를 쓸 수 없었기에 모든 걸 초월의 힘에 기대야 한다는 게 단점이었다.

“주력이 남아도나? 제대로 운용할 수 있겠어?”

“예.”

대장쥐가 호언장담하며 태어나는 핏빛쥐들이 마력과 주력을 따로 품고 태어나거나 동시에 품고 태어난다고 말했다. 물론 두 힘의 합일은 아니었다.

“아하.”

드낙이 수긍했다. 하지만 그는 제법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다. 왜냐하면, 비로소 핏빛쥐들이 자신의 자식이라는 걸 깨달아서였다. 자신이 지닌 것에 핏빛쥐들은 확실하게 영향을 받고 있었다.

‘선순환의 고리다.’

드낙의 힘이 핏빛쥐들에게 영향을 주고, 그렇게 더욱 종족 값이 높아진 핏빛쥐들은 드낙에게 업으로 돌아가며 드낙을 더욱 성장시킨다.

별을 파괴하고, 행성을 무너뜨리고, 차원을 멸망시켜야 하는 악마가 신처럼 종족을 부흥시키고 보호해주며 키우는 것과 같았다.

다른 대악마나 악마들은 종족을 멸하면서 얻는 대량의 업 때문에 키울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드낙의 경우에는 그와 다를 수밖에 없었다.

쭈뼛.

‘섰다. 서버렸어!’

드낙은 척추가 바짝 서며 전율감을 느꼈다. 육체가 없는 신과는 다르게, 실체가 업으로 연결된 드낙과 핏빛쥐의 시너지는 생각보다 엄청날 것처럼 느껴져서였다. 그만큼 거대한 시너지가 반마의 격(格)을 통해서 체감됐다.

드낙의 지능은 그걸 이해하지 못했지만, 몸이 주뼛서며 대단하다는 것을 체감시켜주었다.

‘이를 잘 살려야 한다.’

그 고양감 때문에 드낙은 하지 않을 말도 했다.

“너희들이 진정 나의 자식들이다.”

“웃.”

핏빛쥐들이 크게 동요했다. 하지만 드낙은 들썩거리는 몸 때문에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거대한 신앙심이 핏빛쥐들에게 자리 잡았다.

“리고를 봐야겠다.”

“바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대장쥐가 앞장서고 위원들과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핏빛쥐들 중에 선별된 이들이 뒤따랐다.

“요즘 어떻게 지내지?”

“가정을 이루고 수련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검은 돔 옆의 지상에서 따로 독립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하는 갑갑하다고 버티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덩치가 크니까, 그럴 수 있지.”

드낙은 적당히 넘기고 다시 검은 돔 밖으로 향했다. 리고가 사는 근방은 나무로 가득했다. 직접 뿌리째 뽑아서 가져와 심은 흔적을 드낙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나무를 참 많이 심었네.”

사냥꾼과 암살자 재능이 몸에 우겨져 있었기에 이제는 훑어도 웬만한 사냥꾼이 오래 추적한 것보다 많은 정보를 취득할 경지에 이르셨다. 특별한 수련을 안 하고 그냥 나이만 먹었음에도 성장하는 사냥꾼의 재능은 실로 귀신의 재능이었다.

‘덩치 큰 오우거니까, 자신의 몸을 가릴 나무를 멀리서까지 가져와서 심었겠어.’

큼지막한 나무가 많았다. 오우거의 덩치를 숨기려면 나무가 우거진 숲이 최고였다. 그게 아니라면 지형으로 몸을 숨길 수 있는 산이어야 했다.

“음?”

드낙의 감각에 마법이 해제되는 느낌이 들었다. 리고가 쳐둔 것으로 보였지만, 적발 때문에 마법이 뭉개지고 상쇄되었다.

쿠어어어어!

멀리서 리고의 거센 포효가 들려왔다. X되기 전에 꺼지라는 포효였다.

“나와라~ 리고!”

드낙이 고함을 몇 번 지르자, 나무를 쏙쏙 피해 다니며 리고가 나타났다. 그의 옆에는 그의 반려자도 함께였다. 반려자는 배가 크게 부풀어 올라있는 게 임신을 한 듯했다.

“반마! 오랜만이다!”

리고가 고함을 지르며 자신감을 표출했다. 자신의 여자 옆에서 한없이 상남자인 게 리고였다. 드낙은 그걸 짓누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남자끼리의 불문율이었다.

친구끼리 모였을 때는 거침없이 대해도, 그 친구가 반려자를 소개해줄 때는 친구를 대우해주고, 추켜올려 세워주는 게 남자였다.

“그래, 오랜만이다. 아직도 우리가 마왕을 함께 잡았던 때가 새록새록 하다.”

“그, 그렇지. 하하하!”

리고가 드낙의 헛소리에 크게 웃어 보였다. 그는 자신의 오두막으로 그들을 초대했다. 그러면서 허세를 허세를 그렇게 떠들어대면서 자신의 반려자를 드낙에게 소개해주었다.

“여기는 내 반려자인 비건이라고 해!”

드낙은 리고의 배우자인 비건과 인사를 적당히 나누었다. 리고와 비건이 살아가는 오두막은 실로 거대했다. 그곳에서 리고는 창고에 놔두었던 소형 전용 의자를 꺼내와서 밖에 두었다.

리고는 그간 자신의 성과를 보여주었다.

“호오?”

핏빛쥐는 자신 때문에 주력 또는 마력 그게 아니라면 주력과 마력을 모두 가진 개체가 탄생한다고 쳐도 리고가 마력과 주력을 모두 보유한 것을 보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게 있었지.’

드낙은 그 모습을 보며 자신이 개발해낸 〈더블 파워(魔呪力)〉을 떠올렸다. 연금술로 만든 액체에 담을 수 있는 힘이기도 했다.

‘철도에 쓰면 좋지.’

초월의 힘. 그 총량 자체가 증폭되기 때문이었다. 이를 리고에게도 가르쳐주자 리고는 연금술이라는 것에도 큰 흥미를 지니게 됐다.

“물론 그냥 줄 수는 없지. 내 피를 마셔라. 그리한다면 너는 내 권속이 되어서 내가 지닌 것을 함께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준다~준다~하고 안 주는 것도 아니었다. 리고는 지금까지 많은 것을 받아왔고, 앞으로도 드낙코인을 외치며 존버할 각오가 되어있었다. 거기에 각오랄 것도 없었다. 지금까지 받은 혜택을 계속 받는 것이기에 큰 마음가짐도 필요 없었다.

“하겠다.”

드낙이 손을 내밀었고, 리고가 절하듯이 고개를 숙였다. 머리에 손이 닿자 드낙은 리고가 얼마만큼 자신의 피를 받아마실 수 있는지 확인했고, 그게 맞는 피를 내주었다. 이를 받아마신 리고의 피부는 녹색에서 연한 갈색빛으로 변했다.

“앞으로도 정진하라. 곧 큰 싸움이 일어날 테니까. 거기서 승리한다면 그 이후로는 자유를 얻게 될 것이다.”

그의 충고에 리고가 깊게 받아들였다.

다시 검은 돔으로 자리를 옮긴, 드낙은 반나절 뒤에 대회의를 열었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기 위해서 난 이곳에 왔다.”

“뜨낙.”

그들이 드낙의 말에 화답했다.

“달성해야 할 목적은 이미 들었겠지만, 영혼 제국의 강철 그리핀 용기사를 처단할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 정도의 기술발전을 이룩해야만 한다. 남은 시간은 그 누구도 모른다.”

경각심을 일으켰다.

반면 의원들은 뭔가를 결심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이 대장쥐에게 꽂히자 대장쥐가 발언을 허락하길 원하였다. 드낙이 이를 들어주니 대장쥐가 일어서서 말했다.

“저희들이 살아 숨 쉬는 우리들의 신을 위해서 한 가지 안을 준비했습니다. 들어주십시오.”

드낙이 고개를 끄덕였다.

“트롤 같은 핏빛쥐를 만들 수 있다면, 강철을 찌그러뜨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그런 핏빛쥐를 만드는가? 지금 배불뚝 리전의 검은 뿔쥐도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모은 기술을 통해서 인체실험과 신체개조를 병행한다면 〈트롤 핏빛쥐〉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리스크는?”

드낙이 숨을 제법 깊게 들이쉬며 물었다. 핏빛쥐의 덩치를 생각한다면 단점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정신을 개조해서 아예 새로운 존재를 창조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전에 있던 핏빛쥐의 정신은 사라지는 셈이군.”

“예.”

인체실험을 통해서 트롤 핏빛쥐를 만들 수 있는 기준치까지 도달하는데 죽는 핏빛쥐의 숫자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또한 신체개조 속에 정신마저 새롭게 자리잡히게 하고, 세뇌까지 이루어질 듯했다.

드낙이 눈을 감았다.

‘받아들일 수 없다.’

분명, 큰 전력이 될 것이다. 하지만, 많은 핏빛쥐가 희생될 수밖에 없는 방법이었다. 이것을 허락한다면 자신은 핏빛쥐들의 추앙을 받을 수가 없었다.

‘염치도 없지.’

“수많은 핏빛쥐가 죽을 선택지를 내가 고를 것으로 생각했다면, 그대들은 날 잘못 알고 있다. 듣지 않은 것으로 하겠다.”

“하지만 이 방법이 가장 도움이 됩니다!”

“누구에게?”

“저희들의 신에게 도움이 됩니다.”

드낙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결코 나에게 도움되는 일이 아니다.”

거듭된 드낙의 말에 대장쥐가 이내 고개를 숙이며 다시 앉았다. 그리고 드낙은 이들이야말로 자신과 궁합이 좋다고 여겼다.

‘이 정도 충성심이라면 악마의 힘을 여기에 풀어도 괜찮을 것 같다.’

인간들에게는 결코 보여줄 수 없는 것들을 여기서 아낌없이 풀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한다면, 핏빛쥐는 다시 한 번 종족값을 높일 수 있을 터였다. 그 어떤 부작용도 없이!

“...〈피 도가니〉를 만들겠다.”

드낙이 말하는 것만으로도 주변 공기가 변했다. 초월자인 악마가 언급되면서 마치 냉장고라도 된 것처럼 추위가 엄습했다. 말하는 것만으로도 사악한 기운과 음의 기운이 내려앉았다.

“그것은 어떤 것입니까?”

“너희들에게 내려줄 내 은혜다. 준비된 이들에게만 흡수되는 피의 늪이다.”

들어가면 자신의 그릇만큼만 악마의 힘을 받아들이는 피 도가니는 드낙이 없을 때도 핏빛쥐들을 강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 준비가 필요했지만 어려운 건 아니었다.

“다른 생명체의 피를 피 도가니에 꾸준히 부어줘야 한다. 이 밑에 그 피를 먹고, 나의 피를 생산해내는 심장을 놓을 테니. 장소는 너희들에게 맡기겠다. 준비되면 말하라. 그전까지 나는 너희 철도에 소비되는 마력을 보충할 또 다른 검은 심장을 만들어주겠다.”

“감사합니다.”

드낙은 철도를 위한 〈검은 심장〉과 핏빛쥐들의 강화를 위한 〈피 도가니〉를 그들에게 내주기로 했다. 하지만 그것은 실로 핏빛쥐들의 충성심에 불을 지피는 일이었다.

〈트롤 핏빛쥐〉는 엎어지지 않을 공산이 컸다. 오히려, 기준치를 더 높여서 마치 핏빛쥐가 그대로 정신을 유지한 것처럼 만들 생각을 가졌다.

“모든 것이 은총임을 저희는 깊이 깨닫고 있습니다.”

*

유모가 고요히 낮잠을 자며 품안에 다이앤타를 품고 있었다. 햇빛이 다이앤타를 쪼였고, 아기가 인상을 찡그리며 눈을 떴다. 분노와 증오로 들끓는 육식동물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햇빛 때문에 동공이 크게 펼쳐졌고, 다시 눈을 깜빡이자 녹색의 똥그란 눈동자로 바뀌었다.

“우.”

다이앤타가 버둥거렸지만 유모가 잠결에 더욱 꼭 아기를 껴안았다.

선별되고 선별된 유모였고, 경력이 10년이 넘었다. 모성애가 타고난 유모였다. 그 큰 가슴에 다이앤타가 고개를 쏙 빼내더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불꺼진 양초가 여럿 끼워져있는 촛대가 보였고, 활활 타오르고 있는 벽난로가 보였다. 다이앤타가 눈길을 준 것만으로도 촛대가 휙 허공에 들어올려지더니 그대로 벽난로에 다가갔고, 양초가 빠르게 녹아내리며 그 심지에 불이 붙었다.

“꺄하. 이헤헤.”

이후에 일어난 일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유모의 머리가 타오르기 시작했고, 끔찍한 비명소리가 조용한 오후에 울려퍼졌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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