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전사 72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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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드낙은 오크와의 동맹을 통보했다.
“모든 관리에게 전해야 할 것이다.”
“예...”
혼란이 왔지만 대놓고 드러나지는 않았다. 또 토치라이트 가문은 이 소식을 통보받자마자 행동을 시작했다.
‘못 먹으면 병신이다!’
중계무역이 얼마나 공으로 돈을 먹는지 잘 알고 있는 게 그들이었다. 당장 몽펠리에와 파이룬만해도 남부와 북부를 잇는 중간 지점에서 꿀을 빨아 먹으며 명문가로 도약했다.
‘이번에는 우리 차례다!’
“당장 사람들을 풀어라! 밑에서부터 닦고, 위에서 흘려보내겠다!”
“예!”
드낙이 알아서 욕받이가 되어줬는데, 밑 작업을 안 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토치라이트 가문의 땅에서 오크 최고의 성세를 이룩했다는 부락과 동부왕국의 거래가 이루어진다.
그들이 오가면서 여관에서 지내고, 먹어야 할 식량만 팔아도 대대손손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 터였다. 한 가문이 중개무역 하나만으로도 크게 커질 수 있었다.
그만큼, 동부왕국과 황소굽이 도시의 무역 중심지가 된다는 건 의미가 매우 컸다.
“오크 무역에 대해서 나쁘게 떠드는 놈은 모조리 잡아들여서 한 달을 지하 감옥에 가두어라!!”
토치라이트 오크 특별법이 개정되었다. 토치라이트는 순식간에 인간의 변절자로 돌변해서 가장 선두에서 오크를 대우해주었다.
돈은, 사람을 바꾸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반면 다른 이들은 침묵을 선택했다.
밑에서 힘없는 자들이 아무리 술집에서 떠들어봤자 소용이 없었다. 반란을 일으키는 데에는 기득권의 힘이 필요한 법이었다. 기득권과 기득권의 싸움이 있어야지만, 기존의 기득권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다른 힘 있는 자들이 입을 꾹~다물고 있는데, 식인하는 오크를 욕해봤자 행동으로 옮겨질 수가 없었다. 예외가 있기는 있었다.
“폐하! 게제라스 법관이 찾아왔습니다.”
“들어오라.”
“예.”
게제라스 법관은 구구절절 오크를 적으로 삼아야 할 이유를 말하였다. 드낙은 그 누구에게도 자세하게 말하지 않은 〈강철 그리핀 용기병〉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하지만, 불만은 계속 가지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분명 반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생기는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내 알아서 하겠다. 가만히 지켜보고, 법과 제도를 지금 상황에 맞게 계속 개정하는 데 힘써라.
게제라스 법관의 걱정에 드낙이 비로소 나섰다. 그는 가장 먼저 직장 없는 문인들을 불러 돈을 쥐여주고, 네거리에서 떠들기를 권했다.
‘칼보다 펜이 무서운 법이지.’
칼밥은 10동화, 1은화밖에 못 벌지만 화술과 화법을 배우고, 글밥을 먹는 자들은 금화를 벌 수 있었다. 권력자에게 붙기 쉽고, 권력자가 좋아하는 일을 많이, 자주 할 수 있는 게 글밥먹는 자들이었다.
‘이런 세상에서는 가치가 낮게 잡히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다.’
드낙에게는 충분히 가치 있는 자들이었다. 그는 직위를 받지 못하고, 관리도 되지 못한 문인들을 하나씩 불렀다.
“무엇을 해드리면 됩니까?”
금화를 챙기며 무인이 고개를 바짝 숙인 채 물었다. 이에 드낙이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싸움이 날 정도로는 말고, 그렇다고 너무 미적지근하게 끝내지는 말고, 적당히 이놈도 욕하고, 저놈도 욕하면 충분하다. 그대들도 평판이 있는데 내가 뭐 심각하게 오크 무역을 편들라고 말하겠나? 그냥 반반가자는거지.”
“그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나라님이 하시는 일에 부락, 바락 하는 놈들이 이상한 것 아닙니까. 제가 그 우매한 자들을 개화시켜 보겠습니다.”
“어허! 그냥 딱 논란거리가 될 정도로 받쳐주기만 하면 돼. 너무 티 내는 것도 난 싫어.”
“예.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드낙은 어느 한쪽이 팍 이기거나 한쪽 이야기만 하는 걸 요구하지 않았다. 제법 똑똑한 이들은 기를 쓰고 한 놈만 패면 결국 이상함을 깨닫기 때문이었다. 머리가 텅텅 빈 놈들에게나 통하는 게 한 놈 패기였다.
‘그럴 수는 없지.’
결론이 안 나고 논란만 있는 채로 끌고 가면 결국 흐지부지되기 마련이었다. 드낙은 딱 그 정도만 원했다.
“그리고 곧 오크 무역으로 연금술사들이 만드는 포션 값이 전체적으로 내려갈 예정이네.”
“아하.”
문인이 실로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무역이 이루어지지 않고, 확정만 되었음에도 오크 무역의 이득이 나타난다? 당연히 드낙의 주작질이었다. 하지만 거대 시장이 자리잡혀 있지 않았음에도 오크 약재는 동부 어디서든 구할 수 있었다.
‘제대로 먹히겠지.’
오크 무역 덕분에 포션 값이 싸진다면, 오크 무역을 지지하는 이들이 어느 정도 탄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오크 무역 찬성표를 던질 시민이 될 것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드낙이 음흉하게 웃었다.
“여러분! 지금은 새로운 시대입니다! 오크들에게서 약재와 오크 나무를 받아서 인간이 이로우면 결과적으로 잘 된 일 아닙니까? 누가 돈 주고 저 비싼 회복 포션과 질병 포션을 삽니까? 하루에 한 번 보기도 힘든 사제님을 찾으시는 병자만 가득합니다!”
대신, 직함을 받지 못한 문인들이 돈을 받고 드낙을 옹호하며 호수 성채의 사거리에서 떠들어대었다.
“오크들의 물건으로 우리 인간이 흥한다면, 이것 또한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당장만 해도 약재가 들어오며 연금 포션 값이 내려갔습니다! 이게 우리가 오크와 교역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처럼 오크에 대한 선동과 날조는 착실하게 진행되었다. 술집에서도 용병들이 오크 무역을 욕하는 자들에게 포션값 이야기를 하며 협박을 하기도 했다.
칼밥 먹는 이들에게 포션값은 곧 생명값이나 다름없었다.
그 모습을 핏빛쥐 정보원으로부터 전해 들으며 드낙은 전부터 하고 있던 수련을 시작했다.
’악마의 힘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 많이 다르다.‘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는 것도 있었다. 예부터 시간이 답이라는 말은 실제로도 그러했다. 해답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돌출되었고, 쉽게 볼 수 있었다.
‘내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어.’
드낙은 게페락스의 권능이기도 한 변모(變貌)의 힘을 악마의 힘처럼 사용해왔다. 실제로 그건 악마의 힘이었지만, 동시에 게페락스의 권능이기도 했다.
종족 자체의 힘이 아니라, 해당 악마 객체가 지닌 특수능력인 셈이었다. 이미 가공된 힘이 게페락스의 변모의 힘이었다.
‘속을 수밖에 없었지. 아니, 착각할 수밖에 없었다.’
악마를 죽였기에 얻은 반마의 힘이라 드낙이 혼동한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전투 상황에서 벗어나고, 마음이 평온해지고 나서야 깨달은 것이었다.
‘크기만 커지게 하는 게 아니다.’
큰 착각이었다. 악마는 신과 비교할 수 있는 종족이었다. 진짜 악마의 힘은, 육체를 소모해서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지금 가장 부족한 것도 해결할 수 있지.’
드낙의 손에서 핏줄이 돋아나더니 피부를 뚫고, 손아귀에 모이기 시작했다.
줄줄줄.
손아귀에서 넘치는 피가 손 아래로 흐르다가 다시 역행해서 손아귀로 모아들었다. 기괴하기 짝이 없는 현상이었지만, 드낙은 표정 변화가 없었다. 육체의 힘을 사용하는 악마의 힘은 원래 이런 것이기 때문이다.
펄덕. 펄떡!
손아귀에서 만들어진 새까만 심장이 펄떡거렸다. 처음에는 피가 조금 흘러나왔지만, 그것도 잠시였고 이내 마력을 생산해내기 시작했다.
‘마법 물품의 핵(核)도 마음먹으면 그냥 만들 수 있다.’
섬뜩한 힘이었다. 반마라고 하지만, 초월자에 닿은 것이 반마였다. 떳떳한 초월자라고 말할 수 없어도 초월자에 속하는 게 반마였다. 그 격은 피 없이도 펄덕거리며 마력을 생산하는 심장을 단번에 만들 수 있었다.
‘이게 초월자의 격(格).’
그 격(格).
감히 인간은 넘볼 수 없는 격이었다.
‘이론상으로는 뭐든지 가능하다.’
특히, 악마는 육(肉)을 만들어내는데 탁월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변모하는 힘은 그저 악마의 힘을 게페락스가 쉽고,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 만든 권능에 불과했다.
이제 드낙은 게페락스가 만든 변모의 힘이라는 깔때기를 빼고, 쏟아져나오는 그 힘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그 폭포수에 몸을 맡기며 그 강렬한 수압을 확실하게 체감하게 되었다.
그전에도 비슷한 힘을 사용한 적도 있었지만, 게페락스의 권능을 많이 쓴 게 드낙이었기에 더욱 체감이 깊게 되었다.
쏴아악!
물론 〈마력 생산 심장〉은 금방 핏물이 되어서 땅에 떨어졌다. 그는 게페락스처럼 악마가 아니라 반마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만든 심장이 마력을 토해내는 효능을 보인 것부터 반마가 지닌 초월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제대로 준비하고 〈검은 심장〉을 만든다면, 반영구적인 마력 기관을 생산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준비라는 것이 반인륜적인 일이라는 것이었다. 이를 잘 숨겨야 했다.
‘다양한 시도를 해봐야겠어.’
진짜 악마의 힘을 깨닫고 이용하기 시작한 드낙은 점점 연구에 매달리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를 다양한 놀이를 하면서 풀었다.
1년 사이에 드낙은 자식만 다섯을 놓았다. 드낙은 불파겐의 성을 지은 자식이 태어날 때마다 큰 축제를 벌였다. 동부에서는 계절이 변할 때마다 불파겐 탄축일을 보내면서 사람들 얼굴에 살이 가득 붙게 되었다.
1년에 5명씩 태어난 데다가 꼭 가을을 빼놓고 봄과 가을, 겨울에 태어나서 양식을 아껴 먹을 때 축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록시 몽펠리에는 안셀모 몽펠리에(Anselmo Montpellier)를 낳았다. 몽펠리에가 낳은 첫 불파겐 자식이었기에 몽펠리에의 가문원이 되었다.
아샤 파이룬은 딸 마르가리타 파이룬(Margarita Pylon)을 낳았다. 그녀 또한 첫 자식이었기에 파이룬의 가문원이 되었다.
두 외척 모두 계약서 때문에 피눈물을 남몰래 흘러야 했다. 레이시아가 자신의 첫 자식을 플래티넘에 입적시키지 않고, 그냥 바로 불파겐에게 올렸기 때문이었다.
플래티넘의 버린 공주였기에 그 어떤 계약 조건도 없었다.
백금왕가의 경우 제국처럼 마도 사회에게 가기 위해서 기사의 혈통주의를 버리고, 얕잡아봤기 때문이었다. 반면 북부의 경우에는 세파리아스에게 당한 게 많아서 혈통주의가 너무 강해서 계약으로 첫 자식을 자신들 가문에 무조건 올리도록 강제했다.
돈맛에 미쳐버렸던 드낙은 이를 허락한 과거가 있었다.
그게 되려 독이 되었다. 장남과 나이 차이가 많으면 많을수록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안젤리카 에드윈은 둘째를 낳았다. 아메리코 불파겐(Americo Bulpagen)은 불파겐의 차남이 되었다. 케이샤 킹슬레이 또한 둘째를 낳았다. 아니발 불파겐(Anibal Bulpagen)은 불파겐의 삼남이 되었다.
레이시아 또한 겨울에 둘째를 낳았는데, 또 남아를 낳게 되었다. 테미스 불파겐(Themis Bulpagen)은 불파겐의 사남이 되었다.
그 사이에 크레시미르 불파겐은 0살에서 2살이 되었고, 다른 인간과는 다르게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와하하하! 이거 봐! 유모! 내가 뱀을 잡았어! 이렇게 큰 뱀은 처음 봐!”
“어머머머멋!!! 그런 거 잡으시면 위험하세요!”
“암살이다! 독뱀이 나타났다!!”
평범한 인간의 6살처럼 보이는 게 크레시미르 2살이었다. 힘도 장사라서 자기 손보다 큰 뱀을 양손으로 잡아서 자신도 모르게 뱀을 목 졸라 죽일 정도였다.
“어떤 놈이 이렇게 큰 뱀을 풀어놨느냐!”
드낙이 소식을 듣자마자 그림자로 변해서 단번에 크레시미르의 상의를 벗기며 물렸는지 안 물렸는지를 확인했다.
흉수는 찾아냈지만 정신이상자였다.
“풀어놔야 해! 안 풀어놓으면 엄마를 못 만나요! 히히히히히!”
“완전히 미친놈입니다.”
“미친놈을 어떻게 암살로 썼지?”
드낙의 말에 기사가 정신지체인의 옷을 들어 올렸다. 온몸에 상처가 가득했고, 맞은 흔적이 많았다.
“맞으면 싫어도 그렇게 됩니다. 어린아이의 혼이 들어가 있는 자입니다.”
드낙이 눈살을 찌푸렸다.
“풀어줘라. 아니, 가서 똥 치우는 일이라도 하게 해서 먹고 살게 해주어라.”
“예.”
드낙이 어린아이치고는 팔뚝에 근육의 윤곽이 보이는 크레시미르 불파겐을 끌어안아 들어 올리며 얼굴을 마주했다.
“놀라지는 않았느냐?”
“재밌었는데요?”
“하하하! 이놈, 아주 제대로구나!”
드낙이 껄껄 웃으며 아직도 빠지지 않은 호빵 같은 젖살을 꼬집었다. 전과는 다르게 크레시미르는 울지도 않고 양손으로 드낙의 볼을 잡아당겼다. 드낙은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따라 하는 아들을 보며 부성애가 무럭무럭 샘솟기만 샘솟았다.
‘내 아들. 내 자식.’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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