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전사 72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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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는 은광산과 구리광산은 있어도 철광산은 존재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대산 너머를 1달 내내 훑어도 철광산의 ㅊ자도 보지 못한 게 드낙이었다.
그런만큼 마법 증기기관차에 들어가는 철은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었다. 3개의 마력탱크 시제품을 만드는 것만 해도 100톤을 단기간에 썼고, 다른 부품까지 하면 2,300톤은 기본이었다.
무엇보다도 동부의 상업은 대단히 활성화가 되어있어서 창고에 물건을 쌓아두는 경우가 적었다. 엄청난 속도로 상업이 진행되고 있었고, 그 수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무엇이든 팔렸고, 무엇이든 만들었으며, 남아나지를 않았다.
동부 대호황 시기는 주변 지방의 몰락 때문에 생긴 것이기도 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드워프가 손을 걷어붙이면서 자잘한 부품까지 이리저리 만들면서 단순무식하게 접근하고 있었다.
52라는 숫자를 맞추기 위해서 1부터 차근차근 다 적어보는 식의 접근법이었다. 뭐가 부족하면 덧붙이고, 뻑뻑하면 부차적 부품을 때려 넣고, 과하면 다시 떼어내서 간략화를 시켰다.
이런 상황이니 철에 대한 관심도는 날이 갈수록 많아졌고, 드워프 세력이 농기구를 생산하다 말고 철만 생산하는 사태까지 일어나게 되었다.
그 속에서도 드낙은 뚝심을 유지했다. 〈교통〉이라는 놈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얼마나 편한 것인지 알아서였다. 대신 철 생산을 줄이기 위한 편법들을 추진했다.
가장 먼저 소형화였다.
“무게는 신경 쓰지 말고, 체고가 2m짜리 총 길이는 30m로 한한다. 각 칸의 길이는 4m를 넘어서면 안 될 것이다.”
조그만 놈으로 만들 계획을 세웠다. 완성품 크기가 줄어든 만큼, 부품의 크기도 줄어들었다. 반면 드워프 전체가 철을 생산하다 보니 철괴를 만들고 나면 할 일이 줄어들어서 훈수를 많이 두기 시작했다.
“좌우라니까!”
“상하라고! 뜨거운 공기는 위로 가고,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가잖아!”
“철덩이 속에서 무슨 차가운 공기가 있어? 미쳤어?”
“왜 없어! 물이 있는데!”
지금의 가장 큰 이슈는 증기가 유입되면서 밀고 당기는 피스톤의 방향이었다. 상하상하로 움직일지 좌우좌우로 움직일지에 대해서 두 개의 파로 나뉠 정도였다. 소규모의 실험 도구를 진행했지만, 그리 큰 재미는 보지 못했기에 더욱 싸움이 붙었다.
한쪽이 확 이겨야 하는데 그게 아니기 때문이다. 고만고만하면 자신의 의견을 유지하는 게 문제였다.
“작게 말고 진짜로 크게 한 번 둘 다 만들면 되는 거지! 제대로 확인 해보자고!”
“그래! 한 번 진짜 만들어서 해보자고!”
그들의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증기기관차의 내연기관은 단순하다고 해도 수증기의 압력을 이용한 방법이었다. 서로 다른 부품을 정밀하게 딱 맞아떨어지도록 만들어야 했는데 그게 불가능했다.
푸쉬이익.
아무리 증기를 넣어도 김빠진 소리를 내기만 할 뿐이었다. 공기가 압축되고 있지 못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허어, 이거 큰일인데.”
“어디까지 정밀해야하는건지...”
드워프들까지 손을 들 정도로 고정밀을 요구했다. 과학이라고 불리는 마법에 도달하기에는 수학 수준이 낮았다. 거기에 닿으려면 숫자 1부터 하나씩 조정해야 했다.
“왜 밀고 당길 필요가 있어? 우리가 모르는 건 쓰지 말자고. 동부왕의 허무맹랑한 소리에 현혹되고 있는 거야, 죄다! 어차피 앞으로만 가면 되는 거 아냐? 한곳으로 계속 둘둘둘 움직이는 물레방아처럼 만들면 되잖아.”
그럴듯했다. 특히나 구조적으로는 무식하게 큰 물레방아를 양옆에 부착시켜서 바퀴를 돌리는 게 더 쉬워 보였다.
점점 드낙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기차가 만들어지고 있었지만 드낙 또한 그럴듯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직은 모든 기술력이 부족했기에 여기서 만족하고 싶어졌다.
‘철도 감당이 안 된다.’
3개월 만에 100톤을 쓰는 미치광이 같은 짓거리에 괜히 눈치가 보이기도 했다.
“진행해라.”
“예.”
〈물레방아 증기기관차〉로 명칭도 변경됐다. 소형 제작물을 만들었지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전과 같은 문제였다.
“문제가 있습니다. 철로 아무리 만들어도 기체가 지나갈 빈틈이 있다는 겁니다.”
매우 정밀한 수준의 제작이 되지 않았다. 밀폐한 뒤에 그 안에 대형 물레방아를 집어넣어야 했는데, 당연히 힘든 일이었다. 그걸 보며 드낙은 이마를 긁어야 했다.
‘이런 기술력으로 증기기관차를 만들려고 했던 내가 병신이지.’
지금까지 쓴 것이 아까워서 수많은 개발과 노력을 하며 기술력을 높여서 다른 이들을 교육하는 기관으로 만들기로 했을 때, 하나의 방안이 보고서를 통해서 올라왔다.
“오크 나무?”
“예. 나무는 수증기를 맞으면 팽창합니다. 이를 이용한다면, 밀폐된 곳에서 단단히 막힌 칸을 만들 수 있을 것이고, 그곳에 공기를 집어넣어서 물레방아를 돌리면 됩니다.”
짝!
드낙이 무릎을 쳤다. 공기가 지나갈 틈을 메울 수 없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면 강철처럼 단단한 오크 나무를 쓰면 그만이었다.
‘그 간단한 걸 왜 몰랐을까? 나도 아는 건데!’
“당장 오크 나무를 최대한 많이 모아라! 어서 〈빈레아스 토치라이트〉를 불럿!”
“예!”
드낙이 고함을 내질렀다. 하지만 반나절이 흘러도 보낸 병사가 돌아오지 않자, 드낙이 핏빛쥐 정보원을 불러서 물었다.
“그는 어디에 있느냐?”
“뜨나악! 지금 토치라이트 가문의 사절단을 마중을 나가 있습니다. 이틀 뒤에 이곳에 도착할 것입니다.”
“무슨 목적이지?”
“토치라이트 가문에 있는 정보원의 이야기로는 속굽이 부락의 부탁을 받고, 이곳으로 오는 중입니다. 오크들은 동부왕과의 동맹을 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크가? 건너 건너 나를 지목하다니...”
오크 주술사의 예언 때문에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었다. ‘지하 연합’의 존재까지 오크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핏빛쥐의 도시 진입 루트가 새로 세워질 때마다 막히는 것도 모두 그놈의 예언 때문이었다.
‘이번 일도 예언으로 미리 움직인 것이겠지.’
다른 지성종족보다 조금 야만적인 대신에 그들 나름대로 내세울 것이 많은 게 오크였다. 이번처럼 먼저 선수를 치는 것도 가능했다.
‘이렇게 딱 맞아 떨어지는 걸 보니 예언은 확실히 예언이네. 소름 끼친다.’
딱 오크 나무가 대량으로 쓰일 때 오크들이 동맹을 제안하려고 토치라이트에게 뜻을 전했다.
‘황당할 노릇이다. 하나같이 만만한 놈이 없으니.’
그렇지만 썩 나쁘지는 않았다. 중립신마저 경계하고 있는 제국을 상대할 땐 오크가 꼭 필요했다.
‘드워프의 손길. 오크들의 무력. 지하 연합의 머릿수. 인간의..., 인간의...’
드낙이 턱을 톡톡 두드렸다. 딱히 인간은 큰 장점이 없어서였다. 인구도 오크 대침공과 악마 준동으로 박살이 났다. 소수의 기사가 아니면 오크와 맞수도 힘들다. 드워프처럼 광물을 생산하고, 힘을 담을 수 있는 기술자는 없다.
‘윤활제라고 하자.’
내친김에 양피지에 이를 메모했다. 드워프의 손길, 오크의 무력, 지하 연합의 머릿수, 인간의 윤활유. 썩 좋은 건 아니라서 몇 번 지웠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드낙은 그들을 맞이해서 환대를 해주고, 토치라이트의 중요성을 크게 이야기해주었다. 절대로 내칠 수 없고, 그러지도 않을 것임을 공공연히 말해줌으로써 그들과의 관계를 립서비스만으로 끌어올렸다.
“모비딕을 준비시켜라. 오크 진영으로 가야겠다.”
“예!”
드낙이 모비딕에 올라탔는데, 세리안 중앙 사령관이 서둘러 달려오고 있었다. 그걸 보고 드낙이 출발하지 못하고, 기다렸다.
“왜?”
“모비딕은 오크들을 자극할 수 있어. 블러디 만티코어를 타고 가.”
“굳이?”
“외교란 건 서로 체면 세워주고 시작하는 거야. 그게 아니라면 불파겐 식으로 가는 거고.”
불파겐이라는 소리에 드낙이 순식간에 태세를 전환해서 내려왔다. 세파리아스는 적어도 처세에 관해서는 훌륭한 반면교사였다.
“크아아아!”
블러디 만티코어가 포효하며 호수 성채에서 날아올랐다. 거기에 탄 채로 드낙은 세리안의 태도를 되새김질하며 놀랐다.
‘불파겐 답지 않았어. 나한테 영향을 받은 건가?’
모를 일이었다. 약자에게는 약자를 대하는 방법이 있다는 걸 세리안은 깨우쳤을 수도 있었고, 그냥 드낙을 기뻐하게 하려고 한 것일 수도 있었다.
*
“으으...흐으으으...”
귀신이 흐느끼는 소리처럼 불빛이 새어 나오는 창고에서 사람이 죽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부에는 순찰자들이 다섯이 있었고, 모두 적당히 망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들 다섯은 모두 딱딱하게 모양이 고정된 불룩 튀어나온 가죽 로브를 입고 있었다. 순찰자들의 전투 로브였다.
이들이 단순히 정찰만 하는 순찰자가 아니라, 오크와 제대로된 산악전이 가능한 전투 순찰자임을 의미했다.
그들에게 잡혀 얻어맞아 얼굴이 퉁퉁 붓고, 피멍이 든 이가 잘 움직여지지 않는 입과 혀를 놀렸다.
“저,으말로 제가 아입니다...”
“그건 네가 판단할 게 아니고.”
막내가 대꾸해주며 놈의 주위를 한 번 돌며 발로 땅을 습관적으로 긁었다. 그 어떤 수단도 원천봉쇄하기 위함이었다. 제대로 교육받은 모습이었다.
똑. 또독!
독특한 소리가 나자 문을 바로 열었다. 이스핀이 안으로 들어오자 모두 고개를 숙였다.
“서부 부사령관님을 뵙습니다!”
“어~ 그래. 잡았다고 들었는데, 진짜로 산 채로 잡았네. 진짜 대단하다. 대단해.”
껄렁거리며 이스핀이 순찰자들을 칭찬했지만 그 누구도 이에 대답하지 않았다. 이스핀은 그럼에도 실실 웃으며 품에서 단검을 하나 꺼냈다.
“으으으읅...”
상대는 발을 꿈틀거렸지만 벽에 막히고 말았다.
“아니, 내가 뭐 죽인데? 동부 최고형이라고 해봤자 광산 종신형이잖아?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떨어? 사람 기분 나쁘게. 아~갑자기 열 받네?”
퍽! 퍽! 퍽!
단검의 손잡이 끝으로 머리를 세 번 찍었다.
“으흐흐흐흑.”
상대는 그대로 눈물을 주룩주룩 흘렸다. 너무나도 공포스러웠기 때문이다. 이 피도 눈물도 없는 뒷골목 출신의 부사령관이라는 자는 분명 자신을 죽일 게 틀림없었다.
순찰자들의 눈도 곱지 않았다. 산 채로 잡기 위해서 체력을 빼앗으려고 두들겨 팬 그들과는 전혀 다른 목적을 지닌 폭행이어서였다.
말 그대로 분노.
목적 없는 폭행.
그곳에 노출된 이는 벌벌 떨 수밖에 없었다. 목적 있는 폭행은 그 목적을 내어주면 그만이지만 이스핀은 그럴 수가 없었다.
“세금을 그러기에 왜 삥땅치냐? 사람 무안하게. 촌장으로 임명해주었으면 알아서 잘해야지. 아직도 새도우 위스퍼의 명성을 못 믿는 놈이 있네. 이걸로 벌써 13명째다. 주인 없이 주인 땅에서 살다 보니 그냥 아~무 생각이 없지?”
이스핀이 밧줄을 풀며 줄줄줄 말을 늘어놓았다. 촌장은 피맛이 섞인 침만 꿀떡꿀떡 삼키면서 딱딱하게 굳은 채로 가만히 있어야만 했다.
“어이고! 이거 몸에, 힘준 거 봐. 내가 무슨 깡패냐? 너 안 때려. 나 평화주의자야.”
‘미친새끼.’
속으로 욕지거리를 하든 말든 이스핀은 품을 뒤지고, 팬티 속에서 밧줄로 연결된 패물들을 꺼낼 수 있었다.
“냄새도 냄새가 이렇게 나냐. 도망치면서 씻지도 않았어?”
“사, 살려만 주십시오.”
“안 죽인다니까. 어차피 비밀금고도 다 찾았고, 너 광산 보내려고 온 거야. 아, 그리고 너 두집살림하고 있더라. 마누라 잘하더라? 일 잘하게 생겼던데. 그래서 내가 일 많이 하라고 가진 거 다 빼앗았지.”
“으, 으아아아아아!!!! 그들을 내버려둬어어어!”
짐승처럼 고함을 지르며 그가 버둥거리며 이스핀의 멱살을 잡았지만 어림도 없었다. 단번에 패대기쳐졌다.
“내 가조오오옥!”
“시끄럽고.”
쓰러진 놈의 옆구리를 발로 걷어차서 숨도 못 쉬게 만든 이스핀이 밧줄에서 패물을 떼어내서 따로 챙기고 그를 일으켜 세워서 순찰자에게 넘겼다.
“동부로 압송해서 광산으로 보내.”
“명을 받듭니다.”
이스핀이 밖으로 나오자 순찰자가 아닌 경기병 다섯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자. 가야 할 때가 많다.”
“다음은 어디로 갑니까?”
“계속 서쪽이다. 닥치는 대로 마을마다 돌아야 한다.”
이스핀이 앞장섰다. 그가 이중에서 가장 기마실력이 낮았기 때문이다.
‘제기랄, 더는 이 짓거리를 안 할 줄 알았는데.’
도렌은 치안 확보를 이스핀에게 맡겼다. 사람 조지는 일하면 이스핀이 원탑이었기 때문이다. 재물을 가진 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게 깡패고, 강도였다. 그들을 제어하는데 이스핀만한 자가 없었다.
그에게 걸리면 모든 재물을 빼앗겼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다. 그 어떤 예외도 없었다.
뒷골목 출신답게 일 처리 하나는 깔끔했다.
완전히 짓밟았다.
부정부패한 관리와 힘으로 선출된 촌장들이 줄줄이 사탕으로 엮었다. 그들을 제거했음에도 마을은 잘 관리됐다. 도렌이 마을에 맞는 철칙을 세우고, 동부에서 최소한의 교육을 받은 초보 관리를 배치해서였다.
도렌이 한 철칙을 준수하며 마을을 관리하기 때문에 문제가 일어나기 힘들었다. 특히, 이스핀이 한 번 휩쓸고 간 마을은 도렌의 선정에 대한 리액션이 곱절은 커졌다.
피맛 한 번 보고 선한 이로부터 관리받으니 반응이 폭발적일 수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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