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전사 72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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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제국은 초반에 호쾌하게 엘프 도시 3개를 함락시켰다.
“옮겨라! 서둘러 수송하라! 결코, 훼손되면 안 된다!”
영혼 제국 기사는 엘프 도시의 모든 것을 수송하도록 명령했다. 마도 사회를 이룩한 제국에게 있어서 엘프 도시는 모든 것이 모방하기 좋은 것들이었다. 많은 엘프들이 사전에 최대한 많은 것을 파괴했음에도 가져갈 것이 많았다.
다행이라면 지정된 파괴 지침이 있었기에 중요한 알맹이는 쏙 빠진 상태였다. 또한 도시 자체도 엘프들의 손에 의해서 녹아내려 진 상태라 건질 수 있는 것도 적었다.
그런데도 실로 많은 것들이 옮겨졌다.
엘프의 관점에서는 많이 파괴했지만, 인간으로서는 이것도, 저것도 쓸만한 것들뿐이었다.
이런 요행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아무리 판단이 느리고, 조직 관계도가 거미줄과 나뭇가지와 비교할 수 있는 엘프 사회체계라도 도시 3개를 잃어버리고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폭풍 결집(Storm gathering)〉이 영혼 제국에게 침식된 영토를 깡그리 청소했다. 전국토에 존재하는 모든 엘프 도시에서 폭풍 결집이 사용됐다.
한순간에 영혼 제국은 다시 밀릴 수밖에 없었다.
마도 기술의 차이와 종족 값이 너무나도 컸다.
“이대로는 안 됩니다.”
엘프들은 그런데도 낙관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영혼 제국의 증원군은 계속해서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 절댓값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증가했다.
“별질 되고 변칙되었고 변이된 영혼 군대의 하루 증원군 숫자가 5만을 넘기면, 그때는 폭풍결집으로 ‘모두’ 막을 수 없습니다.”
“일리가 있습니다.”
“정확한 데이터 산출 결과입니다.”
“하지만 그 정도 여력이 되겠습니까? 마법 체계가 하찮지 않습니까.”
“인간들의 종족변수 수치를 모르는 것은 아닐 겁니다. 그 예로 세파리아스 불파겐이 있습니다. 우리가 실험했고, 태어난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지 않았습니까? 거기에 영혼 마법은...인간의 영혼은 너무나도 불완전합니다. 최대한 빨리 진압해야 합니다.”
“맞습니다. 이제 인간은 멸망시켜야 합니다. 중립신의 활동도 감지 하지 않았습니까? 그가 부활하면 안 됩니다. 싹을 잘라서 우리들의 세계로 남아야 합니다.”
나중에 가서는 하루 증원군의 숫자가 5만을 넘어설 것이 분명했다. 엘프들은 방심하지 않았기에 그렇게 여기고 앞을 생각했다. 그 5만이 넘어서고 안 넘어서고는 양측간에 매우 중요한 타이밍이었다.
그걸 영혼 제국이 알아야 했지만,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 아웃버스트는 마법에 한해서는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었지만, 지도자로서는 엉망이었다. 그리고 그에게 기대서 황제에 올라선 〈제넬루 바르시아〉는 말할 가치도 없었다.
제국과 엘프들의 국경선 30km 밖에서 엘프 대군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원 전사이며, 마법사였으며, 궁수이며 기술자였다. 할 수 있는 것이 모두 가능할 정도로 오래 살 수 있는 게 엘프들이었다.
쿠구구구....
땅을 묵직하게 긁으면서 강철로 된 거대한 사각형 구조물이 수천 개의 바퀴를 달고 움직이고 있었다. 그 속에서 모든 생산활동이 가능했고, 어떤 〈천 개의 수레(Thousand
wagon)〉는 오로지 창고로 기능하고 있기도 했다.
창고로 기능하고 있는 천 개의 수레는 외벽에 큰 구멍이 길쭉하게 뚫려있고, 그곳에 갈고리가 달려있어서 마력을 통해서 내부의 것을 손쉽게 빼낼 수 있도록 설계되어있었다.
이 직사각형의 거대한 이동 구조물은 엘프 전쟁 도구 중에서도 가장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것이었다.
해당 지점에 도착하자 새하얀 백색 대리석으로 깎아 만든 5층 석탑이 천 개의 수레로부터 빠져나와서 땅에 자리 잡았다. 땅은 마법으로 단단하게 계단식으로 제단처럼 높이 만들어졌고, 〈백색의 5층 석탑〉은 그 위에 올려졌다.
마력의 빛은 전혀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았다. 대신 계단식 제단처럼 쌓은 땅 내부에서 푸른빛이 흘러나왔다. 어떻게 해도 마력의 일부가 빛으로 변환되어서 빠져나가는 현상을 밑으로 보내서 최대한 숨겼다.
순식간에 교신이 이루어졌다.
“상황은 어떻습니까.”
“현재 영혼 제국의 일일 증원군의 숫자는 3만 8천 기로 11일 이후에는 5만 선을 넘을 것으로 파악됩니다.”
“적들에게 마도 제국의 힘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불멸자에게 덤빈 자의 최후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교신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천 개의 수레에서 엘프들은 수많은 장거리 타격 장비들을 꺼냈다.
〈필멸의 망치(hammer of mortal)〉가 보관된 대형 마법 거푸집에서 거대한 망치가 마력을 받아들이고, 저절로 비스듬하게 세워졌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죽음의 늪(Death Swamp)〉이 담긴 대형 가마솥의 뚜껑이 열렸다. 보기만 해도 질척거리는 늪이었고, 독한 독가스가 느껴졌다. 맡는 순간 코의 점막이 홀라당 녹아버릴 끔찍한 독가스였다.
〈이글거리는 황동(Searing brass)〉가 가득 담긴 투척대도 모습을 드러냈다. 전투기 활주로와 비슷한 형태의 뭉툭하고 직사각형의 투척대의 안쪽에서 녹은 황동이 고열을 토해내고 있었다.
“타격지점은 모두 확인했을 겁니다! 해당 지점으로 좌표를 개개인별로 지급했으니, 실수가 없도록 해야 합니다!”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문책 삼지 않았다. 엘프들의 문화가 그러했다.
30km 밖에서의 마법 타격이 폭풍의 결집과 함께 바로 시작되지는 않았다. 그건 적 영혼 제국에게 이를 수습할 시간을 빨리 줄 수 있었다.
정확히 영혼 제국의 하루 증원군의 숫자가 5만을 넘겼을 때, 장거리 마법 포격이 시작되었다.
피유우우우!
묵직한 충격 마법인 필멸의 망치는 토해내는 것부터 남달랐다. 공기 파동이 주변으로 퍼져나갔고, 마력으로 만든 것처럼 보이지 않는 실체를 지닌 철색의 망치가 하늘로 솟구쳐올랐다. 그 크기는 10m가 넘었다.
〈광역 마법〉을 응축시킨 마법이 바로 필멸의 망치와 그것을 보관하며 동시에 보조하고 있는 마법 거푸집이었다.
콰아아앙!
필명의 망치가 떨어지며 지면과 격돌했다. 흙먼지가 수십 미터로 치솟았고, 바람에 따라서 흙먼지가 흘러내려 갔다.
영혼 기사, 영혼 병사 구분 없이 완전히 박살이 났다. 투구의 파편, 신체의 일부, 납작하게 찌그러진 상체 갑옷에서 흘러나오는 푸른 슬라임과 퍼져나가는 영혼관에 깃든 영혼까지.
그 어떤 소리도 없이 그들은 그렇게 죽어버렸다. 적게는 다섯에서 많게는 서른 기까지 휩쓸렸다.
푸촤아악!
이글거리는 황동에 노출된 이들은 수백 기가 넘었다. 그들은 죽지는 않았지만 기괴하게 몸을 비틀더니 무릎을 뚫었다. 녹아내리는 황동이 진득하게 흘러내려 땅에 몽글몽글 맺혀졌다.
“그, 으, 아아?!”
망가진 로봇처럼 온몸을 비틀더니 영혼 병사가 갑자기 입을 미친 듯이 떨었다.
“그기기기기기기기기기기긱!”
공장에서 생산되듯이 찍혀서 나왔기에 그 몸체는 푸른 슬라임이 더욱 잘 활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신체 보조 마법이 깃들어있었는데, 이글거리는 황동 광역 마법은 이를 교란시켰다.
영혼 병사의 조사와 연구가 끝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영혼관을 파괴하지 않고, 그 육신을 움직이지 못하게 할 수 있었다. 이는 영혼이 영혼 진지로 가지 못하게 하는 효과도 있었다.
영혼관이 부서져야지만 영혼이 다시 영혼 진지로 향하는데 몸만 움직이지 못할 뿐, 영혼관은 멀쩡했다.
“뭐 하는 거냐! 어서 일어나라!”
반면 이글거리는 황동에 휩싸인 영혼 기사는 멀쩡했다. 기사를 교란시키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철퍽!
“컥!”
그렇게 말하던 영혼 기사가 거대한 액체에 얻어맞으며 휩쓸렸다. 죽음의 늪이 땅에 철퍽 소리를 내며 들러붙었다. 굉장히 진한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기사가 겨우 몸을 일으켰다.
늪의 깊이는 1cm도 되지 않았음에도 넘어진 영혼 병사는 일어나지도 못했고, 영혼 기사쯤은 되어야지만 몸을 가눌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느려진 영혼 제국의 군세는 더더욱 진격이 더뎌졌고, 정밀 타격의 표적이 되었다. 이동속도가 느렸기에 명중률도 높아졌고, 병목현상이 발생해서 하나의 마법에 더 많은 영혼 군대가 노출되어 피해를 보았다.
강력한 타격.
환경 변화를 통한 진격저지.
영혼 병사의 마법 체계를 교란시키는 카운터치까지.
3박자가 고루 갖추어진 엘프들의 공세에 순식간에 80만이 넘는 제국 병사들이 죽어 나자빠졌다. 결국, 다시 물러갈 수밖에 없었다.
후퇴하는 그들을 확인하자마자 엘프 본대가 자신들이 있는 지점의 땅을 마법을 통해서 크게 높이기 시작했다.
평야에 거대한 고(高)진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또한 그 뒤로 폭격이 떨어져 내렸다. 보급 군대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엘프들은 보급을 공중 수송을 통해서 받고 있었다.
콰앙! 콰과과과광!
마법으로 보호된 강철 상자가 끝도 없이 떨어져 내렸다.
장장 6시간 보급고가 떨어져 내렸다. 시간을 확인하고, 더는 떨어지지 않은 것을 확인한 다음에 〈백색의 5층 석탑〉을 통해서 교신을 통해서 서로 확인하고 나서야 보급고를 고 진지로 옮기기 시작했다.
마법으로 역중력을 통해서 순식간에 100평짜리 정사각형의 강철 보급고가 두둥실 떠올랐다.
6일마다 6시간씩 떨어져 내리는 강철 보급고는 단기간에 엄청난 양의 보급을 줄 수 있었고, 단순히 식량 외에도 모든 전략적 물자를 공중 투하를 통해서 지급하고 있었다.
모두 엘프 영토 내부에 군대가 존재했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엘프들의 대도시는 그 자체가 전략적 요새나 다름없었다. 장거리 보급고 투하도 가능했으며, 멀리서도 엘프들의 군대를 보조할 수 있었다.
제국은 100일간 엘프를 침공했지만 도시 3곳, 엘프 5,200명을 죽였으나. 엘프들은 영혼 군대를 722만 기를 죽인 상태였다.
모두 영혼 진지를 통해서 영혼이 다시 회수되었지만 교전 비율이 1388:1에 달했다. 엘프 사상자 숫자조차도 초반 도시 3곳을 함락시켜서 올린 것뿐이었다.
그 이후로는 엘프의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다.
*
“아얄타!!!!!”
“헉!”
돈을 세고 있던 지하 연합 소속의 고블린 상인이 혼비백산하며 벌떡 일어났다. 적을 보고 오크가 항상 외치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하하하하!”
그 모습에 아얄타라고 외친 오크 전사가 웃어 보였다.
“이 무슨 무례요?”
“시끄럽다! 난 약한 놈을 배려하지 않는다!”
오크 전사가 그렇게 말하며 고블린 상인의 머리를 손으로 거칠게 쓰다듬었다. 고블린 상인은 휘청 휘청거렸다.
“무, 무슨 용무시요!”
양손으로 오크 전사의 솥뚜껑 같은 손을 잡고 나서야 겨우 말을 할 수 있었다.
“바발타! 말 잘했다! 〈대족장(大族長) 규르소모스(Guurshormos, 다리 힘줄)〉께서 널 부르신다! 네놈, 지하 연합 소속의 상인 맞지?”
아동바동거리는 고블린에게 정신팔려있던 오크 전사가 본론을 꺼냈다.
“맞습니다만, 그리 대단하지 않고, 말단 중의 말단이옵니다.”
“그건 내가 판단한다!!!!!”
오크 전사가 단번에 고블린의 허리를 한 손으로 잡아서 들어 올려 어깨에 걸쳤다.
“어어어! 어디로 데리고 가십니까!”
다른 고블린들이 들러붙었지만 튕겨 나갈 뿐이었다.
“그하하하! 귀여운 놈들이구만! 간지럽다! 하지 마라! 흐하하핫!”
오크의 손에 비하면 아기손이나 다름없는 고블린들이 들러붙으니 오크가 간지러워하며 발로 뻥뻥 그들을 걷어찼다.
“아그그그.”
이빨이 깨진 고블린 상인도 있을 정도였다.
무식한 오크 전사의 행보에도 찍소리도 못했다. 그만큼 〈오크 나무〉는 엄청난 재료여서였다. 최고의 한약을 달여서 키우는 나무는 강철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였다.
동글동글하고 큰 움막에 들어온 고블린 상인이 몸을 납작 엎드렸다. 그 모습에 규르소모스가 오크 전사를 나무랐다.
“얼마나 협박을 했으면 애가 이 지경이 되었어?”
“난 최선을 다했다! 대족장! 욕 하나 쓰지 않았다!”
“몸으로 욕을 했겠지. 이놈아. 나가 있어!”
오크 전사는 두말하지 않고 나갔다.
“지하 연합과 연락을 할 수 있을 터다?”
“예!”
규르소모스가 양피지를 건네주었다. 지하 연합에서 만든 것이었다.
“가서 책임자에게 전해라. 동맹을 하자고! 언제 날 잡고 얼굴 보자고 말이다!”
“예!”
“가라!”
규르소모스는 순식간에 고블린 상인을 내보냈다. 밖으로 나온 고블린 상인은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내달렸다. 너무 무서워서 간이 콩닥콩닥거리는지 심장이 콩닥콩닥거리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그 뒤로 규르소모스는 토치라이트 가문의 지정상인과 면담을 해서 동부에 있는 동부왕과 얼굴을 보고 싶다고 했다.
“바로 전하겠습니다.”
토치라이트 또한 환영이었다. 동부왕이 좋아할 것이 분명했다. 그들이 가고나서 규르소모스의 뒤에서 주술사들이 우루루 빠져나왔다. 큰 덩치 때문에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어떤가?”
“인간 놈들은 역시 탐욕적이다. 오랫동안 갈 수는 없어.”
“녹색 도끼께서 말씀하신 것을 못 보았느냐? 못 들었느냐? 동부왕과는 사이좋게 지내도 된다고 하셨다.”
“예언은 언제나 바뀌는 법이지. 그렇게 방심했다가 또 대예언에서 깨지고 싶으냐?”
“이노오오옴!”
“네이노오오오옴!”
가장 늙고, 나이가 똑같은 오크 주술사 늙은이 두 명이 서로 머리채를 잡았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인간들에게 강철 그리폰을 타고 다니는 용기병을 잡을 수단이 있을지….”
“일단 논의해보는 거지 뭐.”
규르소모스는 태평하게 말하면서도 눈은 착 가라앉아있었다.
불안함이 그 거대한 심장으로 계속해서 들어왔다가 나갔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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