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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720화 (719/1,239)

강철의 전사 72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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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그 사이에 드낙은 기득권층에서 거둔 재산 은닉품을 한 곳에 쌓아두는 쇼를 진행했다. 처음에는 큰 관심을 못 받았고, 괜히 병사만 쓴다고 쓴소리를 술집에서 이야기하는 시민들이 있었지만, 그 여론이 바뀌는 건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저게 대체 얼마야?”

“또 브릴리언트 가문의 문장이야? 이거 완전 미친놈들이네.”

광장에 좌판을 깔고 구경하는 이들로 인산인해였다. 그만큼 시민들이 살만한 곳이 동부이기도 했다. 노동에 지치지 않고, 딴짓할 열정이 남아있는 자들이 많았다.

특히 은닉품의 상자는 각 가문의 문장이 새겨져 있거나, 그게 없다면 깃발을 통해서 표시를 해두었기 때문에 어떤 놈이 재산을 은닉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돈 있는 자들은 고개도 못 들고 다닐 정도였다.

남의 고혈을 빨아서 얻은 취득물이라고 드낙이 벽보를 붙여놓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그들을 보는 눈이 곱지 않았다. 물론 이를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다.

결국, 욕망 때문에 발전하는 게 인간이기 때문이었다.

‘아크온이 오기 전에 끝내야겠지.’

새로운 시대가 오기 위해서는 훈훈함이 퍼져야 했다. 그러기 위한 준비 자세나 다름없었다. 이 세계에는 전혀 없는 복지를 저 재산으로 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가장 필요한 건 마도 사회를 이룩하기 위한 마법사들의 수익이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잉여 식량을 계속해서 증가시켜서 사람들이 다른 분야에 일해도 먹고 살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중점적으로 할 생각이었다.

‘지금이 적기다. 때가 무르익었다.’

일부러 불법 취득물을 보러올 사람이 있을 정도로 이슈몰이를 했고, 그 돈이 다시 시민에게 돌아간다. 멋진 구도였다.

‘어깨춤이 절로 나오겠지.’

“게제라스 법관을 불러라!”

조언을 얻기 위해서 드낙이 그를 불렀다. 사제 3명이 밀착해서 케어하고 있는 게제라스 법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서 말인데, 뭐가 좋을까? 일단은 마법 물품을 사도록 지원하는 걸 생각하고 있는데. 나머지는 생각해둔 게 없다.”

“그건 저도 찬성입니다. 따로 내세운다면 저수지 신축이 있습니다.”

그 말에 드낙이 어리둥절해 했다. 저수지라면 동부에 부임하자마자 건설을 명령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2년이나 흘렀는데, 웬 저수지 신축?’

“이미 저수지가 5천 개가 넘지 않나?”

“예. 하지만 부족합니다.”

“5천 개가 부족하다고? 전에 보니까 엄청나게 크던데.”

“예. 부족합니다.”

“그럴 리가 없는데...그 큰 저수지가 5천 개인데도 부족하다고??”

“예! 부족합니다!!!”

게제라스 법관이 3번을 노빠구 대응을 했지만 드낙이 이를 믿지 못했다. 다른 이들을 부를까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러지 않은 이유는 게제라스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였다.

‘믿어야지. 제발 좀 믿자.’

“커흠...그럼 법관이 생각하는 충분한 저수지의 숫자는 몇 개인가?”

“물이 부족한 동부이니 적어도 3만 개는 있어야 합니다.”

“뭐라, 3만 개!!! 그 많은 물을 대체 어떻게 소비하려고 하는가?”

“지금도 저수지가 있는 마을임에도 빗물을 담은 나무통을 창고나 나무 밑에 두고 있는 마을이 수두룩합니다. 적어도 한 마을에 2개에서 3개의 저수지가 있어야 합니다.”

드낙이 입을 떡 벌렸다. 마을보다 저수지의 크기가 더 큰 격이었는데 그게 정상이라고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일 1치킨이 아니라 1마을 3저수지라니...

“그대의 말이니 믿기야 믿겠지만...”

“예. 저수지밖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허, 이거 참 어처구니가 없네.”

그 말에 게제라스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원래라면 10년 동안은 저수지를 지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동부의 성장세와 뛰어난 건축가들과 베테랑 인부를 생각한다면 5년으로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앞으로 3년을 저수지만 주구장창 지어야 한다는 건가?”

“앞으로 5년 동안 저수지가 국가사업의 최상위권에 머물러야 합니다.”

드낙은 황당해 하면서도 바꾸지 않았다. 그대로 그 내용을 써서 벽보에 올릴 준비를 했다. 물론 여기서도 남들과 다르게 올렸다.

‘벽보를 한낱 한 시에 붙이도록 했으니. 효과는 더욱 폭발적이게 일어날 것이다.’

교통이 안 좋았기에 반응도 순차적으로 일어났다. 당연히 한쪽은 타오르는데 다른 쪽은 식을 수 있었다. 드낙이 원하는 그림은 아니었다. 동시다발적 정보 전파를 통해서 한 번에 확 불타오르게 할 생각이었다.

〈시민복지〉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동부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이를 벽보의 내용은 간결했다. 그 어떤 미사여구도 없었다.

[동부왕 불파겐의 명으로 다음과 같은 시민복지를 지급한다.

하나. 마을마다 마법 물품을 살 수 있는 일정 지원금을 인구에 비례해서 지급한다. 1명당 동화 9닢. 마을의 장원 기사가 신청할 수 있다. 장원 기사는 반드시 지원금을 마을을 위해서 마법 물품을 사는데 사용해야한다.

둘. 저수지 확충을 하고 싶은 농부는 10명을 모아서 외청에 저수지 신축을 요구할 수 있다. 신청금은 은화 1닢으로 정한다. 각 마을당 최대 3개까지 저수지가 자리잡을 수 있다.

지원금을 노리고 마법 물품을 악의적으로 가격을 크게 높여 파는 마법사는 벌금형에 처한다.]

“저수지에 무슨 꿀을 발라놨나? 은화 1닢에 저수지 하나면 이득이긴 한데...”

“그 물을 못 써도 신청을 해야하겠지만....너무 심한거 아닌가?”

“혹시(Hoxy)...?”

시민들은 드낙의 정책에 갸우뚱했다. 저수지에 성욕을 느낀다는 뜬소문도 일어날 정도였다. 물론 그마저도 마법 물품 지원 이슈 때문에 금방 사라졌다.

그로부터 한 달이 더 지나서 아크온이 도착했다. 식솔들만 해도 100명에 달했다.

“식솔들까지 100명이나 데려왔던데. 잘 생각했어. 나는 북부가 진출할 수 있는 동부가 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생각인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크온이 고개를 깊이 숙이며 대답했다.

“북쪽으로는 오크에게 영지를 빼앗기고, 남에서 가져온 물품은 줄어들었습니다. 이런 북부의 상황을 생각하시어 과거의 과를 지우고 저를 불러주신 동부왕께 감사드립니다.”

드낙이 흡족하게 웃었다.

“동부의 남쪽을 감찰할 〈남부 감찰사〉를 토치라이트에게 맡길 생각인데, 거기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몽펠리에가 과거의 업을 청산할 기회를 주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크온은 오히려 좋은 기회라고 여기고 있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아크온이 감히 드낙에게 청하기를,

“과거의 태양이 지고, 새로운 태양이 올라왔으니. 사람 또한 새로운 태양을 받들어야 하는 법 아니겠습니까? 남부왕에게서 받은 작위를 버리고, 동부왕께 새롭게 작위를 받고 싶습니다. 제 청을 부디 들어주십시오.”

대전에 모인 중앙 인사들이 술렁거렸다. 왜냐하면 드낙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의 이름으로 작위를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직 직함만 내려줄 뿐이었다.

‘어, 이거 어쩌지?’

드낙의 눈이 방황했다. 세리안과 게제라스가 동시에 일어났다. 드낙이 손으로 게제라스 법관을 가까이오라고 제스쳐를 취했다. 세리안이 헛기침하며 앉았다. 그녀보다 먼저 꾸준히 드낙을 위해서 활동한 것이 게제라스였다.

여기서는 군말 없이 양보하는 게 옳았다.

“어찌 생각하는가?”

“굉장히 상징적인 선택이 될 것입니다. 정말로 북부를 품으려면 작위를 내리셔야 합니다. 북부에게도 자리를 내주겠다는 확답을 줄 것입니다.”

동부왕이 휘하에 북부 가문을 들이겠다는 선포나 다름없었다.

“그럼 실질적 이득이 전혀 없다는 것인가?”

“남부에 주는 세금이 동부로 향할 것입니다. 또한 이미 자리 잡은 이들과 경합을 벌이기 때문에 동부왕께도 간접적 이득이 있습니다.”

‘호오, 세금이 나한테?’

플래티넘 왕가에 바치던 것이 불파겐 왕가로 옮겨가는 것과 같았다. 이를 생각한다면 더는 플래티넘이 북부의 충성을 받지 않음을 대놓고 표시할 수 있었다.

‘왕가가 바뀐다는 걸 시민들에게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다.’

북부의 주인이 동부가 되는 것과 같았다. 물론 정확히는 몽펠리에 가문의 충성이 드낙에게로 향한다는 걸 보여줄 수 있었다.

“......”

“몽펠리에의 선물입니다. 받으십시오. 물론 앞서 말했듯이 정말로 다시 북부를 품으신다면 받으면 됩니다.”

‘뭘 고민해?’

이놈을 짓누르고, 저놈을 중용시켰다가 이제는 저놈을 짓누르고 이놈을 중용시킬 차례였다.

“아크온 몽펠리에에게 백작위를 내린다. 양피지를 가져오라.”

“예!”

동부왕에게서 처음으로 작위를 하사받은 가문은 몽펠리에가 되었다. 동시에 아크온은 그즉시 이번 해에 거둔 세금의 일부를 동부왕에게 세금으로 바쳤다. 이미 수용할 것임을 알고 한 짓이었다.

단점이 없는 선물을 준 것이다.

‘애초에 날 남부 사령관으로 찍는데 이 정도는 무조건 수용할 수밖에 없다.’

그로부터 2주 뒤에 동부왕은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나라의 이름을 연합국(Allied Powers)이라 칭하고, 길게이와 세리안을 중앙 사령관으로 공동 임명했으며 아크온 몽펠리에를 남부 사령관 자리에 앉히고 킨을 영주 대리로 임명하여 변경백의 직함을 새로 만들어 내려주었다.

치안청을 공식으로 표명하고, 치안장으로 숲지기 케샤스를 앉혔다.

남부 감찰사에 빈레아스 토치라이트를 임명하였다. 그는 토치라이트 가문의 후계자 측근에 있는 인사였다.

그 외에 많은 인사이동이 있었다. 윗물부터 다시 시작하는 동부는 나라 이름과 더불어서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

〈검은 돔(Black Dome)〉.

내부 지상층에서는 검은돔의 방어막을 유지하기 위한 주술사들의 작업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

“열여섯하고도 다섯 번째 비계는 왜 아직도 설치가 안 되어있는 건가!”

“죄송합니다!”

주술사들의 인력이 사용되기 때문에 그 어떤 장애물도 없이 일처리가 차라라락 돌아가야하지만 현실이 어찌 그렇게 되겠는가. 곳곳에서 삐걱거렸다.

검은 돔 내부에 존재하는 검은 태양은 사라졌지만, 검은 돔의 형태를 유지하는 검은 방어막은 마법으로 유지되고 있었기에 주술로 간섭해서 주술로 변환하여 유지할 수가 있었다.

국가적 대사업이었고, 잘못하면 망국이 될 수 있을 정도의 대공사였지만 〈지하 연합〉은 무리 없이 가능했다.

“하나아, 두울, 셋!”

“하나아, 두울, 셋!”

곳곳에서 큰 기둥이 세워지고 있었는데 〈큰기둥 관청〉이라는 곳이었다.

지하 연합의 행정적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치안과 군사적 임무까지 가능한 곳이었다. 난잡하게 하는 일을 모두 가진 대신에 그 개수가 많았다.

지상층이 북적거리는 만큼 지하층도 북적거렸다. 특히 드낙이 뚫어놓은 거대한 구덩이는 최하층까지 곧바로 떨어질 수 있는 곳이었기에 가장 먼저 개발되었다.

사다리부터 인력 도르래까지 설치되었으며, 최근에는 거대한 통나무를 엮어서 뗏목처럼 만든 다음에 구덩이에 맞게 설치하여 짐승을 통해서 내리고 올리고를 반복하는 짐승 엘리베이터를 만들고 있기도 했다.

이는 드낙이 그렇게 하라고 해서 만든 것이기도 했다.

최하층에서는 11인의 의원회가 회의를 벌이는 곳으로 꾸며졌다. 이곳에서는 공석이 된 11번째 위원을 추대하는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새로운 위원장의 탄생을 축하하자!”

“뜨낙!”

〈조용히 튀어나온 핏빛쥐〉가 새로운 위원장이 되었고, 수많은 선물을 받았다. 그가 걸어가야 할 길이 험난했기에 아낌없이 축하해주고, 선물공세를 퍼부었다.

그 뒤에는 매번 있는 행사가 이루어졌다.

“이번 달에도 그분의 피를 마셔야 한다. 불경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살아 숨 쉬는 우리들의 신이 요구한 것이니 한 방울 남김없이 마셔야 할 것이다!”

“뜨낙!”

주술적, 마법적으로 봉해져 있는 철함의 앞부분을 손톱으로 긁어서 튀어나온 사각형을 내렸다. 그곳에는 작은 원형의 움푹한 곳이 있었는데 대장쥐가 그곳에 자신의 피를 묻히자 상자가 알아서 열렸다.

단단하게 굳은 피를 썰어서 서로에게 나누었다.

이는 중립신이 요구한 것이기도 했기에 매달 있는 행사였다. 위원장들을 신급으로 올리기 위한 작업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

그의 업은 실로 폭력적일 수밖에 없었기에 최대한 소량으로 내어주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드낙과 핏빛쥐는 궁합이 잘 맞는다는 점이었다.

이 행사가 끝나고 나서야 정기 회의를 시작할 수 있었다.

“리고 프로젝트는 어떻게 되고 있는가?”

“현재 배우자를 수송 중이다. 생각보다 오우거의 종족값이 높아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괜히 마신의 선택을 받은 종족이 아니지.”

그들은 오우거 리고에 대해서 회의했다. 프로젝트는 순항 중에 있었지만 변수는 언제나 존재했다.

“마법과 주술을 동시에 다루지는 못하고 있지만 둘 다 보유하게 되었다. 그의 주술 실력이 높아지면 안 된다.”

“오우거 암컷을 붙여주면 수련하고 싶어도 안 할 거다.”

“일 리가 있다.”

그들의 회의는 오래가지 않았다. 매우 효율적이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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