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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719화 (718/1,239)

강철의 전사 71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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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에 들어가기 전에 드낙과 하프 드워프의 대장장이들이 서로 모여서 으슥한 곳에서 서로 눈치를 보며 눈인사를 했다. 이미 회의 전에 모든 것이 끝나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둔감한 드워프들은 서로 키를 재면서 누가 더 큰 소리를 내고, 주인공이 될지를 정하기 바빴다.

“내가 더 큰데?”

“머리카락 잘라! 머리빨이야!”

“이러지 말고 술배로 승부 짓자고!”

“넌 빠져!”

드워프와 하프 드워프들의 쟁점은 당연히 〈대산 소유권〉이었다.

“알아서 양보할 줄 알았는데, 이거 참. 허헛.”

드워프들은 하나같이 하프 드워프들의 행동을 당돌하게 여겼다. 자신들보다 나약한 종족이 감히 끝까지 지려고 하지 않고, 여기까지 사태를 이끌어왔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나마 똘똘하게 정신 차린 드워프들이나 그렇게 말했지, 다른 드워프들은 그냥 관심이 없었다. 그 때문에 더더욱 이렇게 소유권 분쟁을 하고 싶지 않았다.

둔감한 드워프들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았기 때문이다.

오직 몇몇 예외의 드워프만 모여서 불만을 토로했다. 이 때문에 하프 드워프들도 승산이 있다고 여겼다.

단번에 회의장이 하프 드워프들의 말로 가득 채워졌다. 드워프 참가자는 5명도 되지 않았지만 하프 드워프들은 10명이 넘었다. 의자나 벽에 기대어 서 있는 하프 드워프까지 합치면 30명이었다.

“시끄럽다! 조용히 하라!”

드낙이 결국 중재에 나섰다. 애초에 자신이 판단해야 할 문제이기도 했다. 그러려고 이때를 기준 잡은 것이기도 했다.

“최후 의견을 하라. 먼저 드워프부터.”

“우리 드워프들의 생산품 속도는 상상을 초월하고, 하프 드워프보다 수십 배는 넘소. 그렇기에 대산은 우리가 소유해야 하오. 가장 효율적인 이유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드워프들의 힘이었다. 그건 생명은 아니고, 무생물에 한해서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엄청난 힘이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생산량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담백하게 말하고 앉는 드워프와는 반대로 하프 드워프는 여러 가지 이유를 말했다.

“대산은 산 중에서 가장 크고, 높아서 정상에서 온도가 낮아서 화약을 제조하기 좋은 환경입니다. 불똥이 튀어도 확산하지 않을 수 있죠. 반면 드워프들은 그냥 뚝딱 만들어내지 않습니까? 환경에 구애받지 않는 드워프보다는 환경에 구애받는 저희가 가져야 합니다.”

자신들의 실수로 인한 사고를 언급했다.

“그뿐만 아니라, 저희가 물류를 담당하면 될 일입니다. 드워프 가문 2곳보다 인구수가 배는 많습니다.”

단 두 가문만 이주해서 동부왕을 도와주도록 한 드워프와는 다르게 하프 드워프들의 경우에는 거의 민족 이주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드워프는 자기가 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저희가 대산에서 그들의 생산품을 인간들에게 옮겨오면 되는 것 아닙니까?”

드낙이 절로 고개를 끄덕이자 드워프들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하프 드워프들 또한 벙찐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의견이 안 맞으니, 어떻게 한쪽의 의견에 내가 손을 들어줄 수 있겠는가? 통탄할 일이니, 대산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것으로 하겠다.”

‘도노 패밀리가 사는 곳을 다른 종족에게 내어주는 것도 이상하다.’

특히나 대산은 영물이 자리 잡는 것만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곳이었다. 앞으로도 꾸준히 도노와 카이야가 힘을 키울 곳이기도 했다.

‘언제 써먹을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써먹겠지.’

못 써먹게 되더라도 함께 가야 할 녀석들이었다.

황당한 결론을 냈지만, 누구도 물러서고 싶지 않았기에 드낙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졌다.

“물론 산을 뚫거나 이동하는 건 당연히 허락한다. 서로 분쟁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니, 그렇게 알도록 해라.”

시간이 지나면 드낙의 노림수를 알 수 있겠지만, 당장은 불가능했다.

“커흐흠...”

하프 드워프들의 기세가 꼬무륵했다. 반면 드워프들은 차라리 반반씩 가져가자고 말했지만 하프 드워프들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드낙이 돌려서 말한 것을 충실히 지키는 모습을 보여줬다.

‘드워프가 정말 무디긴 무디구나.’

돌려서 말하면 100년 뒤에 혹시..?라고 떠올리며 어렴풋이 깨달을 놈들이었다. 아니, 애초에 기억도 못 할 터다.

대산에 대한 소유권 분쟁을 깔끔하게 마무리 지은 드낙이 손뼉을 쳤다. 대산, 영물이라는 키워드가 머릿속에 들어오니 깜빡한 것이 있었다.

‘발룬은 어떻게 되었지?’

등골이 서늘해졌다. 워낙 할 일이 많다 보니, 깜빡 잊고 있어서였다. 드낙은 서둘러 호수 성채로 돌아가서 발룬에 대한 것을 핏빛쥐 정보원한테서 들을 수 있었다.

“고맙다. 역시 핏빛쥐들이다. 나에게서 가장 빛나는 보석이다.”

“뜨낙!”

그들을 칭찬하는 걸 아끼지 않았다.

‘발룬 이 새끼...’

검은색으로 염료가 된 양피지의 첫 문장을 보자마자 드낙이 숫사슴 발룬을 욕했다. 덩치가 코뿔소 같은 놈답지 않은 일을 하고 있었다.

[최신 근황은 호수 성채에서 소녀들의 엉덩이에 머리와 뿔을 비비는 짓을 자주 하고 다니면서 사람들의 밭일이나 짐을 끌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 또한...]

‘이 짐승 같은 새끼가 돌았나?’

종족이 달랐기에 인간이 고양이의 엉덩이를 팡팡 치며 귀여워하는 것과 비교할 수 있기는 개뿔, 누가 봐도 변태사슴이었다.

건드려서는 안 될 것을 건드렸기에 드낙의 손이 떨렸다. 상상만 해도 역겨웠다.

똑똑똑.

“무슨 일이냐?”

화가 나 있는 목소리로 말하자 크게 당황한 병사가 말을 더듬었다.

“그, 그것이 게제라스 법관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들어오라.”

“예.”

병사가 문을 열어주고, 게제라스가 들어왔다. 병사가 문을 닫으며 나갔다. 게제라스가 고개를 깊이 숙이며 인사했다. 드낙은 대충 앉으라고 권하였다.

“바쁠 텐데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

드낙이 그를 걱정하며 사람을 불러 따뜻한 차를 내오도록 했다.

“그게 아크온 몽펠리에를 남부 사령관직에 올린다는 말씀을 들어서...”

“그렇지. 북부의 인재들을 흡수한다면 더욱 동부가 살찌워지지 않겠나.”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들에게 목줄을 채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북부의 뒤통수를 걱정하는 게제라스 법관의 말은 실로 옳은 말이었다.

“한 번 단교 되고도 또 그런 짓을 한다고?”

“능히 그럴 짓을 할 놈들입니다.”

그 말에 드낙도 대놓고 반대할 수는 없었다. 신 앞에서도 자기뜻대로 하는 놈을 본 적이 있었다. 그놈도 북부 출신이었다.

“그래도 한 번은 두고 보고, 일을 저지르면 끼워 넣어야지 맞는 거 아닌가?”

“해가 뜨고 지는 걸 보고 뜨고 지는 걸 아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미리 그들을 감시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새도우 위스퍼가 있지 않나.”

“보이지 않는 칼이 어찌 무섭다고 체감할 수 있습니까?”

딱 보이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듯했다. 하지만 여기에서 드낙의 촉이 툭 튀어나왔다. 사냥꾼의 감각이었다.

“누구한테 청탁이라도 받았는가?”

“받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은혜를 갚고 있는 이를 알고 있습니다.”

“그게 누구인가.”

“토치라이트 가문입니다.”

드낙이 그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신에게 고기로 지랄을 떨어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호로 상놈의 자식들을 거론했다.

“물론 왕께서 그들을 좋지 않게 보신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안 좋게 보실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드낙이 더 말하기를 요구했다.

“저에게 많은 지원을 해주었습니다.”

“빌붙을 곳이 없어서 그렇겠지.”

바로 설전이 붙었다. 딱 감정적으로 툭툭 내뱉는 드낙은 실로 재수가 없었다. 하지만 게제라스는 그 이상으로 답하지 않았다.

“...그래. 그렇게 해라. 하고 싶은 대로 하라.”

드낙이 말하자 게제라스가 막힘없이 대답했다.

“토치라이트 가문에 말하여 그들을 남부 감사장이라는 직함으로 새로 동부에 중용토록 하겠습니다. 이는 북부로 북부를 제압하는 일이니, 저희에게도 이득이고, 더욱이 토치라이트 가문은 저희와 인접해있기 때문에 분명 쓰임새가 있을 것입니다.”

“알아서 하라.”

게제라스가 양피지를 건네주자 드낙이 친서를 써서 그를 돌려보냈다. 법관을 보내고 드낙은 밭일을 돕고 있는 발룬의 뿔을 잡았다. 아이 중에서도 여아만 그 등에 올라타 있는 것만 봐도 화가 났다.

“꾸우우!”

발룬이 힘을 줬지만, 인간을 포기하고 반마가 된 드낙을 감당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대산에서도 하산한 지 오래라 그 힘은 정체되어있었다. 당연히 아무리 발악해도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땅과 밭만 망칠 뿐이었다.

밭에서 끌려 나온 발룬을 드낙이 뿔을 흔들어대었다.

“정신 차려! 정신 차려! 정신 차려! 정신 차려! 정신 차려!”

“꾸어어어엉!”

고통에 발룬이 버둥거리며 발악했다. 뿔 주위로 피가 흘러내리고 나서야 드낙이 멈추었다. 말귀를 알아듣는 발룬이 바짝 엎드리며 배를 내보였다. 하지만 어림도 없었다.

“넌 오늘부터 사람...아니, 여자랑은 만나지도 마. 접촉했다는 게 들키면 바로 뿔 흔들기로 또 혼내준다. 알았어?”

“꾸우...”

시무룩한 발룬이 눈을 내리깔며 자신의 부드럽고 짧은 단모의 감촉과 높은 체온을 좋아하던 아이들이 떠나는 모습을 슬쩍 바라보았다.

‘이 새끼...?!’

드낙은 그 모습 때문에 안심할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니 더욱 그랬다.

‘변태 새끼가 어떻게 자기 본성을 이긴단 말인가? 으름장을 놓아도 불안하다.’

딸 같아서 저지르는 게 성범죄였다.

“넌 안 되겠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

“꾸우! 꾸우우!”

발룬이 소리를 드높였지만 소용없었다. 이미 증거가 충분한 범죄자나 다름없었다. 인간을 돕는 척하면서 자기 욕망을 채우는 놈이었다.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고민하는 사이에도 뒷걸음질 치는 놈을 끌고, 일단은 호수 성채 내성에 묶어놓았다.

“풀고 나오면 목을 칠 것이다.”

“꾸우우웃!”

발룬이 불만을 토로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일단은 감금이 최선이었다. 코뿔소 같은 수사슴 발룬은 어디든지 써먹을 수 있었다.

‘그냥 죽일까 싶기도 하지만...’

분명 발룬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터였다. 그전까지는 내성에 처박아두기로 했다.

*

“비켜라! 비켜!!”

상체만 전신갑주를 입은 기사가 몽펠리에 내성으로 내달렸다. 대로에 있는 이들이 너도나도 비켜섰고, 병사들 또한 미리 사람들을 물렸다. 최대한 무게를 줄이고, 자신이 기사임을 딱 보면 알 수 있도록 한 채로 내달리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지?”

“심상치 않은데?”

“정말로 심상치 않은데? 기사님이 전령 노릇을 하다니?”

“동부에서 온 소식일까? 심상치 않은데?”

길에서 비킨 이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그만큼 기사가 전령을 자처하는 일은 드물었다. 북부에 새로운 바람이 분 것은 확실해 보였다.

록시 몽펠리에의 호위 기사였던 브루인 몽펠리에는 그 어떤 방해 없이 내성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모두 상체 전신갑주만 입고 있었기에 가능했고, 아는 병사 또한 그를 인증해주었다.

징병제에서는 볼 수 없는 끈끈함이 기사와 병사 사이에 존재했다. 단기 징집병은 결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집무실에서 아크온과 바로 대면할 수 있었다. 양피지와 저급한 종이가 쌓여있는 집무실은 보기만 해도 PTSD를 불러올 만큼 무서운 노동의 현장이었다. 잉크 냄새에 질식할 정도였다.

강인한 체력과 때때로 사제를 불러서 은혜를 받는 아크온은 멀쩡해 보였지만 지쳐 보였다. 몽펠리에는 꾸준히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그렇게 급하게 오고...”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드낙 불파겐 동부왕이 칼을 빼 들었습니다. 길게이가 포승 되어서 호수 성채로 끌려가고 가주님을 남부 사령관으로 임명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뭐라!”

아크온이 벌떡 일어났다.

“원정에서 돌아오자마자 단교를 풀다니,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이런 건 정치가 아니다! 그냥 미치광이가 아닌가!”

“난리입니다. 변경백의 영지에서는 촌장 천 명이 숙청당했습니다.”

“처, 천 명의 지역 유지를 죽였단 말이냐?”

“예. 자신이 임명한 자가 아니라고 그대로 쳐 죽였고, 그 재산을 국고로 올렸습니다.”

아크온이 한숨을 내쉬며 감탄했다.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드낙이 부러웠다.

“어찌할 생각이십니까?”

“지금 우리 가문이 뭘 가릴 처지인가? 대리인을 세우고, 난 곧바로 호수 성채로 향한다. 그대는 푹 쉬도록 해라.”

“예! 물러 가보겠습니다.”

그가 물러가자 아크온 몽펠리에가 주먹을 꽉 쥐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살아갈 구멍이 있다더니.’

가문의 모든 힘을 동원해서라도 남부 사령관직을 얻고, 그곳에서 공을 세울 생각을 가졌다. 그 정도로 〈오크 대침공〉의 여파는 컸다.

다시 한 번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게 오히려 기회로 여겨질 정도였다.

‘가만히 몰락하는 것보다, 활로를 뚫어야한다.’

북부와 남부의 중개무역으로 재미를 봤지만 남부가 악마 준동과 무분별한 용병 고용으로 경제가 박살이 났기 때문에 몽펠리에는 사지가 잘린채로 지내고 있었다. 이제 다시 활동을 할 수 있는 판이 깔렸다.

거기에 안 낄 이유가 없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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