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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715화 (714/1,239)

강철의 전사 71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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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한 드낙이 재차 물었다.

“이실레아 때문에 여기에 왔다는 거냐?”

“예.”

도렌이 이에 담백하게 대답했다. 그 모습 때문에 드낙은 도렌이 이렇게 솔직하게 나온 이유가 궁금해졌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가장 까서는 안 되는 패다.’

교육을 받은 도렌이 이를 모를 리가 없었다. 교육을 안 받아도 눈치가 있는 놈이라면 하면 안 되는 말 정도는 가려낼 줄 알았다.

“왜 그걸 먼저 말했느냐?”

도렌은 그 해답을 바로 내어주지 않았다. 그의 화법은 드낙처럼 화끈하지 못했다. 그 성정답게 그는 굽이치는 골짜기를 걸어가듯이 드낙과 함께했던 날들에 대해서 노래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때는 드낙 또한 모든 것이 부족했던 시절이었고 중립신의 영향력 또한 받지 않아서 드낙이 드낙으로 있을 수 있었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때부터 생각한 것은 제가 이렇게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모두 드낙 님 덕분이라는 것입니다.”

솔직하게 자신이 온 이유를 말하고, 인연을 통해서 자신의 행동 이유를 말했다.

“이실레아는 뭐라고 말하든?”

“죽는 것만 막으라고 했습니다. 또한 저를 아끼고 계시니 이를 이용하라고 했습니다.”

드낙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크게 분노해서 주체하지 못했는데, 그만큼 자신의 심리가 꿰뚫렸다는 게 부끄러웠다.

“참으십시오.”

도렌은 다른 미사여구를 단 하나도 넣지 않았다.

“내가 그녀를 죽인다면, 넌 슬퍼할 것이냐?”

“서로 부부로 맺어졌는데, 아내가 죽었을 때 눈물 하나 흘리지 않는 남편이 어디에 있습니까?”

“하아.”

드낙이 실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 맑은 물에 핏덩이를 던질 엄두가 나지 않아서였다. 그만큼 드낙은 도렌과 깔끔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다. 하지만 갈등하는 이유는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였다.

“브릴리언트 가문은 북쪽도. 중앙도. 남쪽도 아닌, 서쪽으로 새로 이주시킬 생각이다. 길게이는 7할의 관리들을 파면하고, 좌천시켰고 다른 이들은 게제라스 법관에게 벌을 받게 된다. 허면, 이실레아는 어떤 처벌이 어울리겠느냐?”

도렌이 즉답했다.

“사형밖에 없다고 말씀하시고 싶으십니까?”

“그렇다.”

“그다음에는 공신임을 들어 사형을 면해줄 생각이십니까?”

“그렇다.”

전형적인 정치적 쇼였다. 크게 한 방 때린다고 해놓고 1년 지나서 보면 다른 곳에서 떵떵거리고 사는 식이었다. 현대에서도 아주 잘 보이는 경우의 수였다.

반대로 공신을 지키기 위함이기도 했다. 이실레아가 처형되면 드낙이 동부에 없을 때 게제라스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엉뚱한 놈이 죽여놓고, 돈 받아서 그랬다~. 하면 그냥 끝이었다. 핏빛쥐를 통해서 흉수를 찾아내도 가문 하나 멸문하는 것에 그쳤다. 게제라스와 가문 하나를 바꾼다? 절대로 하지 않을 짓이었다.

“사실상 파면이지. 이실레아의 역량은 아까우니 서쪽을 개발시킬 생각이다. 네가 서부 사령관이 되고, 그녀는 단순한 부관이다.”

동부는 매우 넓은 땅이었다. 현재 개발된 곳은 호수 성채를 중심으로 한 동북. 중앙 수도 건축이 이루어지고 있는 중부. 길게이의 남부였다.

도렌이 눈을 감았다.

“전 제 아내가 드낙 님에게 가라고 할 때 군말 없이 갔습니다. 그녀가 했던 말을 전하는 전령이 아니라, 제 말을 드낙 님에게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말해보라.”

“남부 사령관이 관리들에게 죄를 덮어씌운 것이 길게이 사령관에 대한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음. 적어도 큰 재산적 피해를 보지 않나?”

“중요한 건 그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데 있습니다. 재물은 부차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벌이 부족하다는 것이냐?”

“잘못된 벌을 주셨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드낙은 인정했다. 확실히 이 세계에서는 돈보다는 권위였다. 동시에 세리안 또한 그것을 내버려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돈은 남부를 개발하는 데 쓰이니까. 결과적으로 자신의 영지가 될 변경백 영지도 이득을 본다.’

중요한 건 민족적, 국가적 가치가 아니었다. 자신이 중요했다. 자신이 곧추서지 않고서는 민족이 아무리 강성해도 소용이 없고, 나라가 아무리 풍요로워도 의미가 없었다. 세리안의 행동은 지극히 정상적이었다.

앞으로 중앙 정치를 해야 할 세리안은 칸 가문이 영지를 잘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가 가진 것은 없었기에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굶어 죽는 놈이 나랏일 걱정하는 것만큼 지랄 같은 것도 없었다. 반대로 배에 기름칠한 놈이 자기 걱정 하는 것만큼 역겨운 것도 없었다.

물론 드낙은 잘못된 상벌을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서 그냥 넘겼기 때문이다.

“아마 게제라스 법관은 다른 이에게 벌을 주고 자연스럽게 드낙 님에게 이를 직언했을 겁니다.”

결과적으로 생각하면 게제라스가 있으니 할 수 있었으니, 화내지 말라는 소리였다.

“그래서 이실레아를 처형하면 길게이도 같이 처형해야 한다?”

“같은 직급 아닙니까. 진짜로 처형할 게 아니라면 감옥에도 갇혀봐야지요.”

“파면시킨다면 남부 사령관의 자리에는 누가 오느냐?”

“그전에 드낙님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아무리 제 아내의 역량이 뛰어나고, 지금까지 동부를 크게 발전시켰다고는 하지만 너무나도 발전 지향적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다가올 전쟁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제국은 오크를 밀고 내려온다.”

드낙은 현 제국 상황에 대해서 간략하게 말해주었다.

“저 또한 소문으로 들었지만, 정말일 줄은 몰랐습니다.”

인간과 지하 연합과의 무역 때문에 인간이 뚫어놓은 도로를 통해서 제국민들이 피난 왔고, 그 소문을 들었지만, 괴소문으로 치부했는데 드낙이 그렇게 말하니 그대로 진실로 치부했다.

“제국이 언제고 내려온다면, 그 대비 때문에 동부발전을 위해서 제 아내를 지금까지 내버려뒀다면 이제 남부 사령관직은 외척에게 주십시오. 능히 그 직함을 120% 수행할 자를 알고 있습니다.”

시민 출신이기에 서로 지방을 나누어서 패를 먹고, 인재창고를 제한시킨 울타리를 박살 낼 수 있었던 도렌이야말로 진정으로 지금 같은 시대에 어울리는 자였다.

‘더는 북부도, 동부도, 남부도 없다.’

진짜 실력 있는 자가 동부왕의 측근이 될 것이다.

그런 세상을 도렌이 열어젖혔고, 드낙은 그가 연 문을 지나서 길을 걸어가면 될 뿐이었다.

“그게 누구냐? 인재가 있다면 바로 써야지.”

“아크온 몽펠리에입니다.”

그 말에 드낙이 눈살을 찌푸렸다. 확실히, 그는 가능했다. 지금의 길게이보다 더 빨리 남쪽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북부는 〈오크 대침공〉의 수복을 위해서 오크와 무역을 할 정도로 대단했다.

그런 선택을 했음에도 정권을 유지하는 것만 봐도 귀족끼리의 연대가 대단했다. 사전에 시민들을 충분히 이해시키고 했다는 뜻이었다.

그 맹주는 위세 때문에 킹슬레이에게 향했지만, 오히려 약해진 몽펠리에가 얼마나 오크 대침공 때 가문의 힘을 쏟아부었는지 알 수 있었다.

‘할 때는 하는 가문이다.’

킹슬레이처럼 청야 전술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보다는 화끈하게 오크랑 붙는 몽펠리에는 나쁘지 않은 가문이었다.

‘가훈이 은혜는 잊지 말자는 브릴리언트 보다는 낫다.’

“이제 외척도 다시 기를 펴주긴 해야겠지.”

제국과의 전쟁이 다가오고 있었다.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도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건 중립신(中立神), 엘 마르토 카사다민이 세파리아스를 부활시켜서 제국 견제로 보냈기 때문이었다.

“이제 어떠냐? 그럴 듯하지?”

그 말에 도렌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그 입술이 딱 열릴 때는 파르르 떨렸지만 한 번 말이 나오자마자 물처럼 부드럽고, 맑은 소리를 냈다.

“약자에게서 청탁을 받기를 주저하지 않고, 그 힘을 나누지 않고 가문의 힘으로 삼기를 좋아하면서도 이를 나라를 위한 것으로 위장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고.”

“은혜를 내린 강자가 눈앞에 나타나면 납작 엎드리며 그를 위한 것이라며 말하기를 좋아하지만, 속으로는 강자를 자신과 똑같은 자로 취급하고 존경하지 않고.”

“군을 증강하는데 맹목적이고, 군을 훈련시키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다른 이와 비교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밥먹는 것보다도 더 자주 비교하고. 이를 더 크게 만드는 데에 관심이 많고, 부족함을 느끼면 시민의 땅도 거침없이 사들이는데 막힘이 없으며.”

“동부왕의 왕비로 선출된 레이시아 왕비 앞에서는 그녀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즐기는 척하고 그녀를 위해서라면 그림부터 노래까지 아낌없이 그녀가 원하는 것만을 골라서 전해주고 발전시키고 따라하며 자기의 것이 없고.”

“가난한 자에게는 선정을 내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불손하게 여기며 그 노동력을 어떻게든 싸게 착취하려고 하기를 매일같이 고민하고 실제로 능력이 출중하여 능히 이를 가능케했으며.”

“권력을 잡은 이들 앞에서는 예의 바르게 행동하면서 뒤로는 그들을 죽여야 할 정적으로 삼고.”

“자신이 유리할 때도 불리할 때도 뱀처럼 행동하며 이득을 취하고 상황을 이끌어 나갈 정도로 유능하지만, 그 외의 모든 면에서 악독하기 그지없습니다.”

“거기에 기득권층을 함께 엮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으니 실로 한 나라의 왕이나 다름없으며 사회계급의 권력 이동을 봉쇄하는 것을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을 위하는 척하며 속으로는 내리까고, 지배하려고 하려는 간악한 자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고 있는 자들과 협력하는데 혈안이 되어있습니다.”

“용감하게 보이나 혼자서는 한계가 있는 걸 감추며 자신을 높이는데 집착하고.”

“이익 앞에서는 위아래를 생각하지 않음에도 권력을 윗사람에게서 받은 자입니다.”

“그저 실력이 좋고, 때를 잘 만나서 재상이 아님에도 재상 노릇을 하였습니다.”

실력 때문에 죄가 가려졌지만, 부부로 함께하고 있는 도렌은 이를 모두 파악할 수 있었다. 그만큼 도렌은 은행장으로 활동하며 그 직함에 맞는 능력을 최단기간 내에 확보할 수 있을 정도로 큰 그릇이었다.

“......”

드낙은 감히 그 어떤 말도 내뱉을 수 없었다. 이토록 신랄하게 자신의 부인을 깎아내리는 도렌의 모습은 처음 봤기 때문이다. 그 속에 깃든 분노는 실로 감당키 어려운 것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아내를 데리고 산중으로 들어가서 조용히 침묵하며 지내고 싶지만 큰 재앙을 앞두고 물러선다고 하면 드낙 님께서 허락을 해주시겠습니까? 이실레아의 팔을 잘라서라도 내정과 보급에 투입했을 겁니다.”

도렌은 자신의 아내에 대한 벌을 스스로 입에 담았다.

“그녀는 서부 사령관의 부관조차도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직함. 직위. 공개적인 자리. 권력 한 줌 잡은 자와 사적으로도 만나서는 안 됩니다.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드낙 님께서 원정을 나가신 사이에 그녀가 쌓은 재물로 산을 쌓을 수 있습니다.”

“그 정도는 아닌 거로 아는데...?”

“가문원부터 사업장 하나하나까지 흩뜨려놓아서 그 산이 보이지 않는 것뿐입니다.”

드낙은 은행장이라는 큰 직함에서 활동하며 순식간에 커진 도렌을 바라보았다. 사람이 달라지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변변찮은 별명 하나 없어서 〈수염 도렌〉이라고 불렀던 자로 보이지 않았다.

“다시는 역사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말라는 소리가 맞는가?”

“예. 드낙님께서 고생하시겠지만 중앙은 왕이 다스리는 것이 맞습니다. 더는 그녀를 쓸려고 하지 마십시오. 그녀는 이치에 맞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을 어찌 쓰시려고 합니까?”

돌을 바위에 던졌을 때 둔탁한 소리가 나지 않고, 퐁당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과 같았다.

물에 던졌을 때 퐁당소리가 나고, 바위에 던졌을 때는 둔탁하게 울려야 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렇기에 그에 관한 연구는 오랫동안 이어져 왔고, 그러지 못할 때를 신불수(身不修)라고 불렀다.

또한 그렇게 하는 자를 신수(身修)의 경지에 오른 자라고 불렀고, 그 경지에 오르기 위한 노력을 수신(修身)이라 불렀다.

도렌이 재차 말하여 강조했다.

“북부의 명가에서 사람을 빼 오십시오. 이제는 그럴 수 있는 격(格)이 되십니다. 왕이 큰 자리에 앉을 신하를 구하는데 북부고 남부고 무슨 상관입니까?”

“네 말이 맞다.”

드낙이 벌떡 일어났다. 이제 가문이 무슨 소용인가? 자신은 왕이었다. 영지를 이끄는 영주가 아니었다. 어떤 가문이든 품을 수 있었다. 또한, 눈시울이 자연스럽게 붉어졌다.

큰 인재를 발굴해낸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거기에 오로지 자신을 위한 자이기도 했다.

“더 할 말이 있는가? 내 너를 게제라스처럼 대하고, 위하겠다.”

“동부왕의 이름으로 청탁받은 재물을 모두 거두십시오. 새도우 위스퍼의 정보력이라면 가능할 것입니다.”

“너는 괜찮느냐?”

“빵 한 조각으로도 형 동생들과 한 집에서 나눠 먹었습니다. 그런 제가 황금이 없다고 못 살겠습니까? 서부 사령관이 되어 바닥부터 서쪽을 발전시켜 제국전쟁에서 일익을 담당하겠습니다. 믿어주십시오.”

“좋다. 혹 다른 것이 필요하다면 말하라.”

“이스핀과 함께 가고 싶습니다. 저에게 없는 것을 그는 가지고 있고, 능력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말하지만, 왕이 가는 길을 만들 수 있는 그림자가 될 재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스핀을? 다른 좋은 인재가 많지 않느냐. 혹시라도 그를 위한 것이라면 그대로 두는 것이 좋을 텐데.”

그 말에 도렌이 빙그레 웃었다.

“드낙 님조차도 이스핀이 재능이 없다고 말씀하시니 실로 그의 재능이 두렵지 않습니까? 또 혼자서만 놀고 먹는 게 서러워서 그렇습니다.”

“그렇게 말하니 이스핀 놈이 갑자기 음흉한 놈으로 보인다. 제대로 써봐라.”

“예.”

그 뒤로 드낙은 도렌과 진탕이 되도록 술을 마시며 온갖 이야기를 떠들었다. 도렌은 그 어떤 조언도 하지 않았다. 이 이상은 과하다고 여겼고, 일이 끝났는데 또 일하고 싶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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