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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711화 (710/1,239)

강철의 전사 71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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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아아!”

드낙이 변경백의 영지에 나돌고 있는 크고 작은 몬스터와 야수들을 잡아오자 마을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중에는 〈푸른눈의 고릴라〉도 있었는데, 시력이 뛰어나서 결코 잡을 수 없는 야수였다.

되려 성기와 갈비뼈가 난잡하게 짓이겨질 정도로 놈을 쫓았던 이의 최후는 끔찍했다.

고릴라의 흉포성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잔악했다. 그 덕에 드낙의 치안 확보는 이 마을에서 아주 큰 효과를 발휘했다. 고릴라의 배를 가르자 아기의 뼈 같은 것이 쏟아져나왔는데, 곡소리가 흘러나왔다.

불과 며칠 전 아기가 실종됐던 적이 있어서였다. 그 흉수가 지금 밝혀진 것이다.

북부와는 다르게 전마을이 숲이나 산으로 들어가지 않았기에 그저 놓아줄 수밖에 없었는데, 이렇게 돌아왔다.

“축제를 벌이고, 그간 있었던 일을 모두 털어내라!”

“동부왕 만세!”

몇몇 일을 행하고, 드낙은 드워프와 하프 드워프 이주민과 이동 속도를 맞추며 변경백의 영지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

드워프 이주민이 변경백의 영지를 지나가는 데 걸린 시간은 총 28일이었다.

그토록 느리게 지나간 이유는 동남전쟁을 겪으면서 변경백 영지 도로는 한 번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동부군이 부순 건 당연히 아니고, 변경백 칸이 파괴공작을 벌였다.

‘변경백 칸...생각보다 죽게 놔두기 아까웠던 자였다.’

오로지 그가 모시고 있는 플래티넘 왕가를 위해서 자신의 영지 인프라를 파괴했다. 그건 정말로 하기 힘든 일이었다. 자신의 영지를 자기 손으로 부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쥔 황금을 버리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살아있었다면 동부에 크게 하나 차려줬을텐데...아쉽다.’

그 충절은 그가 죽고 나서 시민들에게 욕을 먹는 것으로 끝났다. 멀쩡한 도로를 파괴했기 때문에 불만이 자자했다. 이 영지의 주인이 더 이상 칸 가문이 아니어서 더욱 신나게 떠들어대며 스트레스를 풀었었다.

동부왕이 온갖 일을 하면서 그건 순식간에 눈 녹듯이 사라졌고, 역사 속으로 잊혀졌다. 또한 드워프들이 만든 물품들을 통해서 변경백의 영지는 다시 한 번 더 도약을 준비했다.

“이, 이것은! 돌을 감자를 캐듯이 쉽게 캘 수 있는 〈당기는 갈퀴〉라니!”

당기는 힘을 도와주는 독특한 드워프의 손길이 담긴 농기구가 특히나 인기였다. 땅을 개간하는데 엄청난 위력을 행사할 수 있었고, 내구력도 보통 철기구와는 달랐다.

“아니이이잇?! 물이 항상 맑아지는 거름망이라니이이잇!!!”

수질이 좋지 않아서 회색의 가루가 둥둥 떠 있는 변경백의 영지의 지하수 때문에 빗물을 모아서 식수로 마시는 경우가 많았는데,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농업수로만 사용하던 지하수나 계곡수를 사람이 마실 수 있게 될 수 있기도 했다. 단점은 이 보석 거름망은 생산할 수 있는 드워프가 매우 적어서 경쟁이 붙었고, 자연스럽게 높은 가격으로 팔렸다.

저녁마다 열리는 드워프와의 거래 때문에 변경백의 영지가 또다시 들썩거려야 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드워프의 손길이 지닌 사기성은 상상을 초월했다.

상업과 경제를 송두리째 바꿔버릴 정도로 무시무시한 힘이었지만, 드낙은 야수와 몬스터를 잡는 데 신경을 써서 체감하지는 못했다.

이러한 과정 끝에 국경선에 그들은 도착할 수 있었다.

드워프와 하프 드워프 이주민을 이끄는 드낙의 위세는 실로 대단했고, 마주하는 자들은 그 임팩트에 질질 쌀 것이 분명했다. 그게 아니라도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계산기를 두드릴 수가 없기 때문이지.’

그 여파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할 수 있는 인물은 몇 없었다. 이를 통해서 상대의 평정심을 부수기 좋았다. 하지만 그럴 필요도 없었던 것이 그대로 드러났다.

“마중을 나왔네? 기특해라.”

세리안이 빈정거렸다. 그녀의 말대로 국경선에서 드낙을 마중 나와서 대기하고 있는 군세가 보였다.

드낙의 안력이 그들 모두를 훑었다. 일도 놔두고 온 관복을 입은 관리들이 천 명이 넘었고, 그 수행원만 3천을 헤아렸다. 어떻게든 머릿수를 높이려고 발악한 것이 확연하게 보였다.

자잘한 문서부터 단순한 작업에 종사하는 이들까지 동원되었다.

또한 기사는 1,500명이 넘었고 기병은 4천에 보병 1만5천까지 휘황찬란한 깃발을 든 채 대기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남부 사령관 길게이가 관리하는 령 안에서 활동하는 다른 기관과 조직의 인물들도 빠짐없이 참가했다. 그 숫자만 5천을 넘어섰다. 상인 연합은 그 속에서 파리처럼 손을 비비면서 보급을 담당하는 대신에 참가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신전은 따돌림당하듯이 동떨어진 곳에 모여있었고 숫자는 고작 10명에 불과했다.

드낙을 환영하기보다는 깊은 구덩이 속에서 숨도 못 쉬고 있는 이들에게 손길을 뻗치는 게 그들이 평생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드낙은 입술이 바짝 말라 있는 길게이를 볼 수 있었다.

‘놈. 아주 제대로 긴장하였구나.’

피바람이 한차례 불었다는 걸 알았으니, 기를 쓰고 마중을 준비한 듯했다. 하지만 드낙은 그대로 넘어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드넓은 동부 남쪽의 평야에서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부왕의 위대함을 알리는 시를 수많은 이들이 불렀다.

위대한 대영웅

인류의 검, 동부왕이시여!

하늘 같은 무력으로

인간을 위하시고

바다 같은 지략으로

인간을 위하시네!

악마 토벌자, 마신장 학살자!

끝없이 찬양해도

그 명예 모두 말하기 힘드네.

동부의 제왕이시여!

우리들의 건국왕이시여!

문인과 기사와 시민들이

하나되어 그대를 드높이기 바쁩니다!

낮은 인간들 속에서

홀로 높이 빛나는 태양이시여!

그 은혜로움에 태평성대가 따로 없습니다!

아아! 그 이름 위대하다. 우리들의 왕!

그 노래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려 퍼졌고 하루 내내 이어졌다. 드낙이 도착하기 하루 거리에서부터 시작된 노랫소리는 끝을 몰랐다.

감동이 뭔지 제대로 알고 행한 것이지만, 이미 마음을 단단히 먹고 온 드낙이었다. 뜨낙과 드낙은 한 끗 차이로 다른 법이었다.

“동부왕이시여! 나의 주군이 긴 원정 끝에 왔음을 크게...”

짝!

길게이가 말에서 내려서 직접 달려와서 말하며 냉큼 고개를 숙이려고 했지만 그 전에 드낙이 그 뺨을 후려갈겼다. 그도 설마 뺨을 때릴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지 그대로 옆으로 쓰러졌다.

드낙의 악력이 실로 대단했고, 방심하고 있던 길게이였기에 정말 극적으로 보였다. 길게이는 얼굴부터 땅에 처박혀야 했다.

“이건 도를 넘지 않소!”

그를 호위하는 기사가 거침없이 드낙에게 달려들었다. 주변이 단번에 ‘우어엇?!’거리는 소리가 났다. 가장 해서는 안 될 짓을 거침없이 했기 때문이었다. 드낙은 검을 뽑은 호위 기사를 향해서 적혈 대검을 단번에 뽑아서 내려쳤다.

상대는 스텝을 밟았지만 허사였다.

드낙의 완력은 상상을 초월했기에 그 움직임에 맞춰서 적혈대검이 역으로 비틀리며 기괴한 궤적을 그렸고, 무중력에서 휘두르는 것처럼 움직임이 변칙적으로 변해 그대로 목을 쳤다.

촤아악!

피가 묻어있지 않음에도 적혈대검의 절삭력이 대단했는데 그건 드낙이 지닌 반마(半魔)의 힘 때문이었다. 대검을 핏줄 같은 것들이 들러붙고 있었고, 피를 토해낼 수 있었다.

그 피가 지닌 〈힘〉 또한 평범한 피가 아니었기에 절삭력이 단시간 내에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었고, 목에 두른 강철조차도 무처럼 썰어버리며 그대로 목을 베었다.

텅, 터르르.

강철 투구가 땅에 있는 돌과 부딪치며 소리를 내며 떨어졌고 데굴데굴 굴렀다.

“......”

순식간에 분위기가 찬물이 뒤엎어진 것처럼 차가워졌다.

왈칵! 주르르륵.

목에서 피가 한 번 크게 왈칵 쏟아져나오더니 샘물처럼 주르륵 흘러내리며 옆으로 꼴사납게 엎어졌다.

파르르 떨리는 기사의 눈썹이 이내 멈췄다.

“......”

길게이가 엎어진 채로 엉금엉금 기어서 드낙에게서 조금 거리를 두었다. 어깨가 크게 위아래로 움직였는데 너무 답답하고, 두려워서였다.

“헉헉.”

산소를 많이 들이켜면서 단번에 과호흡 초기 증세가 일어나자 주변인이 길게이의 코와 입을 물 묻은 손수건으로 덮어주었다.

시리도록 차가운 북풍이 불어오는 설산 같은 분위기 속에 납덩어리와 같이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오직 길게이의 거칠고 가쁜 숨이 헐떡거리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진정되었나?”

드낙의 말에 길게이가 일어나서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대답했다. 그 와중에도 수행원 한 명이 옷에 묻은 흙을 털어주었다.

“예.”

“무주공산으로 만들어둔 변경백의 영지에서 외척과 아주 잘 놀아났더군. 내가 적당히 넘어갈 거로 생각했나?”

“주인 없는 땅에 다른 이들이 고개를 뻗대며 다른 시민들의 등골을 갈라 그 뼈를 빨아먹고 있었기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준비된 멘트를 날렸지만 드낙은 꿈쩍도 안 했다.

“변명은 그것뿐인가? 난 좀 더 준비할 줄 알았는데...이거 실망인데.”

드낙은 적혈대검의 검신을 닦았다.

“외척들이 공작을 벌였고, 차마 무력시위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전선이 고착화가 되어버렸습니다. 전선이라고도 할 수 없지요. 창칼이 부딪치지 않았기에...”

길게이가 말을 길게 이어나갔다. 그 변명들을 들은 책임 회피에 지나지 않았다. 외척들이 각을 세웠고, 자연스럽게 생겨난 지역 유지 출신들에게 자금이 향했고, 통제를 벗어났다는 과정을 구구절절 쏟아냈다.

“누가 그걸 모르느냐? 중요한 건 네놈은 끝까지 철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내 원정이 반년이 아니라 1년, 2년 갔다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고 여긴게지.”

“또! 무력을 안 썼다고? 당장은 안 썼겠지. 나중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내분을 끌어냈겠지. 알아서 자멸한 것이라고 여기게 말이다.”

“헉...”

“토착 세력을 내부에서부터 싸움을 유도해서 머리를 바꾸는 방법을 쓴다면, 드낙이나 새도우 위스퍼의 눈에 안 뜨일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그걸 모를 줄 아느냐?”

드낙의 시선이 고개를 숙인 길게이에게서 기사들로 옮겨갔다.

“버러지 같은 놈들! 너희들이 그러고도 기사냐! 손에 쥔 명예가 별빛처럼 빛나도 모자라는데, 너도나도 수많은 촌장에게 자금을 대고, 그 이득을 챙긴 것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기사 중에서 변명하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변경백 영지의 촌장들의 자금은 기사부터 관리, 길게이의 측근들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했기 때문이다.

촌장들은 투자를 받는 만큼 시민들에게서 각종 세금을 거두어서 그들에게 다시 바쳤다.

“관리들도 마찬가지다! 이때다 하고 돈만 좇았겠지!”

쩌렁쩌렁 목소리가 퍼져나갔다. 드낙은 다시 길게이를 내려다보았다.

“앞으로 가진 사람은 못 가진 사람보다 4할의 세금을 더 내야 할 것이다. 재물을 취득한 걸 속일 수 있다면 속여봐라. 땅과 집을 가졌으면 더더욱 내야 할 세금이 많아질 것이다.”

“예. 뜻대로, 하십시오.”

길게이가 굴복했다. 그리고 그제야 드낙이 원하는 바를 체감하게 되었다.

‘시민을 위한 왕이 되려고 하는구나. 그냥 표면적인 이유가 아니었어...’

아는 것과 진짜로 깨닫는 것은 또 달랐다. 어리석은 왕의 생각을 깊게 파악하지 않았기에 생긴 일이기도 했다.

“시민에게서 받아낸 만큼 토해내게 하겠다. 영지 세금이 아닌 너희들의 힘으로 대형 도로를 건설해라. 이번 세금에 관여된 이들 모두가 공공사업을 스스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

드낙은 주먹을 쥐고 흔들며 말을 이어나갔다.

“모든 힘을 쏟아붓지 않으면 또 나와 대면하게 될 것이니, 알아서 잘 처신하라!”

모든 이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동시에 드낙은 죽어버린 기사를 내려다보았다.

‘내가 그동안 단단히 착각했다. 사회 개혁이라는 건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다.’

드낙을 향해서 검을 뽑아들고 덤비는 기사가 있었기에 깨달을 수 있었다. 왕보다 자신이 충성하는 자가 먼저인 것이 기사들이었다. 왕을 향해서도 거침없이 검을 뽑아서 덤빌 정도로 충성심 있는 기사는 분명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꼴통들이 있는 상황에서 게제라스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현실의 벽을 마주한 몽상가의 마음을 잠시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이었다면 벌써 삼만리 떠나서 산에서 살았을 터였다.

“남부 사령관의 직함을 떼고 싶지 않다면 똑바로 처신해야 할 거다. 이게 마지막 기회다. 또한 네놈의 아랫사람을 잘 관리해라. 그놈들 때문에 언젠가 너의 목이 달아날지도 모르니.”

“명심하고 뼈에 새기겠습니다.”

드낙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곳에 모인 이들에게 세금을 매겼다.

“너! 가진 재산이 얼마나 있느냐?”

“집이 열 채고, 농지는 매해 100포대의 밀을 생산하고 있사옵고, 창고에는...”

이들 모두 감히 거짓을 고하지 못하고 가진 재산을 말하고, 절반이 국고로 다시 반환되거나 빼앗겼다. 세리안은 옆에서 가장 값어치 있는 것들을 말해주었는데, 정말 얄밉기 그지없었다.

“집의 위치도 물어보고, 집값도 상세하게 말해야지...아직도 분위기 파악 못하나?”

“밭의 크기는 적은데 생산되는 밀이 많네. 좋은 농지를 가지고 있어.”

대놓고 너희와는 적으로 간다는 포부가 느껴지는 행동이었다. 노빠꾸 치킨 레이스의 정점을 달리는 불파겐다운 화끈함이었다.

드낙은 그게 크게 마음에 들어서 빼앗은 것의 1할을 세리안에게 주기로 했다. 불파겐의 상남자식 화법에 매료되어서 자신도 어느새 통이 커져 버린 것처럼 굴었다.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짓이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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