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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710화 (709/1,239)

강철의 전사 71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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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이나 허비했지만, 손해는 아니다.’

어차피 다시 변경백 가문이 이 영지를 관리해야 했고, 그 주인은 세리안이 될 터였기에 확실하게 정리하는 게 좋았다.

몰수한 재산 중 2할을 가지고 8할을 영지에 그냥 풀어버린 것도 시간을 아끼기 위함이고, 영지가 풍요롭게 변하도록 만들기 위해서였다. 담배가 유일한 사치였던, 박호훈의 삶이 깃든 행위이기도 했다.

약자는 모두 착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베풀지 않는 건 굶어보지 않은 헛똑똑이들만 할 줄 아는 발상이었다. 배고픔은 결코 겪고 싶지 않은 종류의 그림자였다.

‘늦은 것도 아니지.’

하프 드워프, 드워프 이주민과 함께 가고 있는 게 드낙이었다. 그 이동속도를 생각하면 아직도 여유가 있었다.

그 여유를 드낙은 동부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사용했고, 자연스럽게 분노하게 되었다.

‘정신 나간 것들이네.’

과거로 회귀하려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물론 이는 역사의 한 속성이며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했지만, 드낙이 이를 받아들일 리가 없었다.

‘사회 계급 변동을 줄이고, 굳히게 한다.’

사회 이동을 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득권끼리의 협의가 필요했다. 드낙이 난장판으로 만들어놨기 때문에 이를 묶고, 협의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이실레아는 〈세금〉이라는 놈으로 협의를 끌어냈다.

‘대단하다, 대단해.’

그 상황에서 딱 세금이라고 대답할 인재가 몇 있겠는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무서운 여자가 이실레아 브릴리언트였다.

문제가 생기면 해답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이 행동하고 있었다.

‘나였다면?’

애초에 조직을 다문화 시킨 게 드낙이었으니, 그 상황을 수습할 수 없었을 터였고, 다시 합치지도 않았을 것이지만, 생각해본다면 공포 정치밖에 없었다. 자신보다 대단한 재능을 지닌 자들은 얼마든지 있으므로 편법으로 국가를 운영해야 했다.

드낙이 권력 유지를 위해서 공포 정치를 했다면, 세파리아스는 효율성을 이유로 공포 정치를 했다.

“어떻게 하는 게 좋겠어?”

그는 세리안에게 의견을 물었다.

“죽여야지. 어차피 운영하다 보면 재능 있는 놈들은 튀어나와. 경험을 쌓을 때까지 휘청거리고, 실수하겠지만 안정될 수밖에 없어.”

그 말에 드낙은 고개를 저었다.

‘제국이 언제 올지 모르고, 타임 어택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중립신은 자기 일임에도 제국과 엘프에 대한 해법을 말해주지 않았다. 정말 위기가 닥쳐올 때만 말해줄 생각인 듯했다. 이는 인간의 속성을 엘 마르토 카사다민이 잘 이해하고 있어서였다.

‘새로운 인재를 키우기에는 시간이 얼마나 있는지 모를 일이다.’

어디에서든지 두각을 드러낸다면, 그 명성이 들려오는 게 정상적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없었다. 지금 시대에 젊은 천재가 나오지 않는 건 애석한 일이었다.

천재는 떡잎부터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핏빛쥐들의 눈과 귀가 인재를 파악하고, 드낙에게 귓띰 해주는 시스템인 진작에 존재하고 있었다. 거기에 걸리지 않을 뿐이었다. 또 있어도 그건 타가문의 사람이었고, 오라고 해도 오지 않을 공산이 컸다.

북부가 그러했고, 남부가 그러했다.

귀족들의 경우, 드낙의 직속이 되는걸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

주먹으로 패서 데려온다고 천재가 ‘넵!’이라고 말하며 일을 한다? 폭력에 굴복한 똥개 새끼만 본 인간이 생각할 법한 발상이었다.

“지금 인재풀로 인간을 이끌고 가는 수밖에 없어.”

드낙이 그렇게 말해도 세리안은 이실레아를 죽여야 한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제도는 게제라스 법관에게 맡기면 끝이야. 그는 반역을 생각하지도 않고, 할 수 있는 역량도 없는 학자야. 길게이나 다른 조직들에게 제후를 주고, 땅을 맡기면 그만이잖아.”

“흠, 그래도 한 명이서 알아서 다하는 걸 포기하기가 좀...”

총대를 멘 것은 이실레아였지만 그냥 다 합심해서 세금을 올린 게 현재 기득권층이었다. 그게 기득권층의 속성이기도 했다. 어디에서든 담합은 일어나기 마련이었다. 다른 놈으로 갈아치워도 똑같을 터였다.

‘애초에 청탁이 기본 사회 활동인 것이 이 세계이니...’

‘청렴=능력 좋음, 부패=능력 없음.’이라고 생각하는 건 지나칠 정도로 구시대적 발상이었다. 길바닥에 가래침을 뱉어도 수억대 사업을 하는 사람이 즐비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수익이 곧 능력이었다.

“괘씸한건 괘씸하지만, 이실레아를 죽이면 다른 놈들도 싹 다 죽여야지.”

“그러면 안 죽일 놈이 없잖아. 대표로 한 명만 죽여야지.”

세리안이 그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반면 드낙은 하면 확실하게 하고, 안 할 거면 아예 안 하는 주의였다. 귀찮음의 발로이기도 했다. 제대로 하지도 않을 거면 시작조차 안 하는 게 나았다.

“그녀가 만든 〈경제의 덫〉도 문제다.”

이실레아가 만들어놓은 덫도 문제였다. 날 죽일 거면 동부 경제도 같이 죽여라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그건 실로 훌륭한 방패였다.

“드워프로 해결하지 못하나?”

드낙의 말에 세리안이 코웃음 쳤다. 대답할 가치조차도 없어서였다. 가장 병신같은 소리였다. 상업은 건드리면 안 되는 매우 섬세한 놈이기 때문이다.

“네가 무슨 세 살 어린애야? 그게 그렇게 쉬우면 왜 상업을 건드린 권력자들은 죄다 똥오물을 뒤집어엎어 써?”

수만에 달하는 산업 생산자의 등장은 분명 혁명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를 쌓고, 옮기고, 퍼뜨리고 다른 재화를 가져와서 교환하는 건 인간의 몫이었다. 단순히 산업 생산자가 동부 생산지의 생산량을 뛰어넘는다고 해서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느릿느릿한 교통이 특히나 문제였다.

남부의 물고기를 산채로 동부로 가져올 수 없는 게 이 시대의 교통이었고, 그로 인해서 만들어져 있는 상업은 무식한 드낙으로서는 감히 건들기 무서울 정도로 얇은 유리잔이나 다름없었다.

“그럼 이실레아는 뭔데? 지는 왜 건드려?”

“거긴 가문원들이 그냥 다양한 사업에 관여하고 있는 것뿐이고, 상업만큼 박살 내기 쉬운 것도 없어. 키우고 성장하는 게 문제지.”

건물 철거하는 사전 준비나 다름없었다.

드낙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세리안이 툭 내뱉었다.

“거기에 〈상단 연합〉이라는 조직을 만든 건 당신이잖아. 민간 상인들의 성장을 막았으니, 이실레아도 그만큼 개입하기가 쉬워졌어. 상단 연합의 천단주나 백단주에 걸치면 그만이니까. 가짓수가 적어진 셈이지.”

거미줄 중에서 수십 개를 추려서 크게 키운 만큼 표적을 만든 것이 드낙이었다. 이실레아가 괜히 상업에 덫을 깐 게 아니다. 덫을 깔기 쉽게 드낙이 이미 판을 깔아두었다. 그 판이 바로 〈상단 연합의 사병 소유권〉이었다.

‘이게 여기서 이렇게 돌아오나?’

드낙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 천 쪼가리를 옷으로 만든 년도 황당할 황자였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버려야 하는 법이야. 상단 연합이 생성되었을 때부터 민간 중소 상단의 몰락은 예정되었어. 누구도 그걸 말하지 않은 건 그때 당신은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파괴하는 폭풍이었어.”

눈길조차도 마주치기 싫은 상태였다. 게제라스는 상단 연합에 관심을 주기보다는 법과 제도를 만드는데 정신 팔려있었다.

“와.”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것들에 대해서 드낙이 감탄했다. 비로소 이실레아의 행동을 깨달아서였다. 말을 하면서 세리안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기사라기보다는 재상이네. 널 섬기지 않는 뉘앙스를 풍기는 게 문제지만.”

드낙의 사후에 반드시 문제가 될 터였다.

“5년 정도 유배를 보내서 영향력을 감소시키는 게 좋을 듯한데. 물론 죽이는 게 속 편하지. 이번에는 명분도 확실하잖아.”

세리안이 정석을 논했다. 5년이면 그녀가 가진 많은 것을 내려놓게 할 수 있었고, 라이벌들이 몸집을 키울 시간이 될 수 있었다.

“음...”

드낙이 머리를 굴렸다.

세금 증세는 충분히 명분으로 삼기 좋았다. 이때를 놓치면 정말로 이실레아는 드낙의 총애를 받게 되며 다른 이들 또한 그녀의 말을 안들을 수가 없게 될 터였다.

‘철퇴를 때리긴 때려야 한다.’

자신이 아닌, 남들을 생각해서라도 죽이거나 제대로 된 죽빵을 때려야 했다. 또 정말로 이실레아가 경제를 망가뜨린다면 그때는 브릴리언트 가문의 멸문이었다.

‘똑같이 치킨런을 한다면 내가 이길 수밖에 없다.’

경제 5할에 관여해있어도 드낙의 권세 앞에서 정말로 경제 파괴를 실행에 옮길 수 없었다. 이실레아라는 머리부터 자르고 시작한다면 브릴리언트 가문은 바짝 엎드릴 터였다.

‘문제는 골이 아파진다는 점이다.’

그녀의 빈공간을 메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그로 인해서 생기는 문제를 드낙 또한 손발 벗고 나서서 해결해야 했다. 실로 귀찮기 짝이 없었다. 또한 드낙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정진하여 반마의 힘을 더욱 완벽하게 휘두르는 것.’

세파리아스가 제국에서 부활하기 전에 했던 말은 아직도 생생했다. 항상 몸으로 검술을 하사받고, 욕만 처먹었던 게 드낙이었다. 그렇게 진실 어린 말은 몇 번 듣지도 못했다.

‘업(業)을 소모하는 게 신이라면, 업(業)과 동시에 육(肉)을 소모하는 게 악마다.’

업 수급이 신이 조금 더 편하다면, 업을 이용한 힘을 사용하는데 육도 같이 사용할 수 있는 악마는 힘을 사용하는데 조금 더 이득을 봤다.

‘그렇기에 숙련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육체를 다루는데 노력해야 했다. 그리고 〈일류의 흐름〉을 얻지 못하게 된 이상 드낙이 수련해야 할 분야는 한 곳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암살 능력.’

반마의 힘으로 발전시킬 가장 첫 분야는 바로 암살이었다.

‘모르겠다. 일단 이실레아든 길게이든 뭐든 다 패버리고 시작하자. 패다 보면 뭔가 해답이 나오겠지.’

드낙은 딴짓할 여유가 없었지만, 일단은 단단하게 굳혀진 피라미드를 곡괭이로 찍어서 박살을 내고, 새로운 기득권층이 유입하게 하고 난 다음에 생각하기로 했다. 그 이상으로 그림을 그릴 역량이 없었다.

“일단은 길게이부터 친다. 감히 멋대로 변경백의 영지에서 세금을 거둬? 정신 나간 놈이다.”

드낙의 분노가 말을 통해서 퍼져나갔다. 세리안은 다가올 폭풍을 관전할 생각에 미소를 지었다. 피부를 타고 짜릿한 감각이 퍼져나갔다.

난장판은 언제나 재미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건 불파겐 혈통의 숙명이기도 했다. 그 피에 담겨 있는 야만성과 잔혹성은 오우거나 다름없었다. 그저 그렇게 보이지 않는 척을 할 뿐이었고, 누구보다 피를 사랑하는 혈통이었다.

‘다 죽으면 좋을 텐데.’

세리안의 입이 잔혹한 장밋빛으로 물들며 붉게 타올랐다.

*

세파리아스는 화전민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나뭇잎이 그을린 흔적을 수풀에서 찾았는데, 불똥이 튀어서 타지는 않고, 그저 그을린 것에 불과했다. 근처에 밭이 있다는 뜻이었다.

드낙과는 다르게 엉뚱한 곳을 헤집고, 하루하고도 반나절을 소비하고 나서야 화전민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가오지 마!!”

화살이 엉뚱한 땅에 박혔다. 양질의 활을 제작할 줄 모르는지 형편없는 수준의 활로 쐈기 때문이었다.

나무를 그냥 엮어서 만든 큰 울타리에 비계를 대충 기대어놓고 올라서서 망루처럼 쓰고 있었다.

망루에는 생필품들이 그득했다. 세파리아스는 느긋하게 우두커니 서서 기다렸다. 곧 사람들이 몰려와서는 그를 포위했다. 기세를 키웠다가 줄였다가 가능할 정도로 높은 수준의 경지에 올라선 세파리아스였기에 가능한 기만술이었다.

‘젊은 남자들이 제법 있군.’

세파리아스의 눈이 남자들에게 향했다. 전쟁에서 여자들은 그저 식량을 거덜 내는 돼지 새끼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기는 게 세파리아스였다. 포로를 생포할 때도 여자는 죽이고 남자는 노예병으로 삼는 게 그였다.

혹은 자비를 베풀어서 평생 밭에서 하늘 한 번 보지 못한 채 일만 하도록 여자를 살려두기도 했다. 이마저도 식량 사정이 나을 때나 할 수 있었다.

화아아악!

“어어...?”

공기가 순식간에 변했다. 자신도 모르게 무릎 뒤쪽에 있는 오금이 달달 떨려옴을 느꼈다. 무언가 마음속에 돌덩어리가 쿵 하고 내려앉는 듯했다.

“무기를 내려라.”

달달달달 떨리는 나무창을 세파리아스가 손바닥으로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리자 자연스럽게 내려졌다.

꿀꺽.

뒷걸음질 치는 이들 속에서 세파리아스가 입을 열었다.

“여기 촌장은 누구인가?”

“저, 접니다. 누누구신지...”

“들어라! 사람을 잡아먹고 그 혼을 빨아먹는 병사와 기사들에게 패배한 제국인들아!”

움찔!

화전민들의 몸이 들썩였다. 알 수 없는 공포가 그저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속에 깊이 새겨졌다. 세파리아스의 카리스마는 나약한 자들에게는 공포를 주는 카리스마였다.

그것은 목숨을 거두어가는 사신을 기다리는 사형수의 굴복과 같았다.

“반격의 때가 왔다. 내가 제국을 인간의 땅으로 다시 바꾸겠다.”

자신을 도우라는 소리는 일절 하지 않았다. 오직 자신을 위해서 죽으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이에 반항하는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겁쟁이는 세파리아스의 앞잡이가 되었고, 평범한 사람은 세파리아스의 기세에 점령당했다.

수준이 있는 사람은 세파리아스의 그릇에 매료되었다.

“무기를 들어라! 식량을 운반할 준비를 해라!”

“예!”

화전민이 순식간에 민병으로 변했다. 그 숫자는 55명에 달했고, 중소 마을을 습격해도 될 정도의 큰 규모였다. 만약 55명이 도적 떼로 변한다면 수백 명 규모의 토벌대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기에 실로 대단한 숫자였다.

그중에는 10살 난 소년병도 존재했다.

그 눈에는 단 한 마디로 모든 이들을 아래에 두고 군림하는 세파리아스에 대한 존경심이, 맹목적인 신앙이 자리잡혀있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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