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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709화 (708/1,239)

강철의 전사 70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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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저 자각(自覺)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몸 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방심하지 않고, 몸 부위마다, 구석구석 힘을 줬다, 풀기를 반복하며 신체의 몸 상태를 파악했다.

그것은 범인(凡人)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은 스펙트럼으로 이루어지는 판단력을 통해서 세세하고 미세한 지점까지 신체등급을 나눌 수 있었다.

‘생전 그대로군.’

오우거를 자신의 챔피언으로 삼아 마신장(魔神將)으로 격(格)을 높이는 마신(魔神)과는 다르게 중립신(中立神)은 결코 챔피언을 강하게 두지 않았다. 드낙을 독립시키며 신성력을 거둬들인 이유도 이와 같았다.

다만, 고무적인 것은 세파리아스에게 신성력(神聖力)이 생겼다는 점이었다.

마력을 쓸 수 없는 인간인 세파리아스에게 신성력을 부여한 것은 굉장한 이점이었다. 동시에 신성력의 출력량은 대단하지 않았지만, 중립신과 연결되어있어서 그 끝을 모르고 흘러들어올 것이다.

무한히 쏟아져나오는 수도꼭지와 다름없었다.

몸을 일으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숲이었지만 자연스럽게 돌을 손에 쥐었다. 피냄새가 맡아져서였다.

‘신선한 피냄새다. 죽은 지 얼마 안 됐어.’

드낙 정도의 천부적 재능이 없으면 결코 세파리아스의 기감과 감각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는 피의 신선도마저도 후각으로 잡아낼 정도로 수준이 높은 인간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그를 〈돌연변이 인간〉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였다.

저벅, 저벅.

적이 근처에 있을지도 몰랐다. 벌거벗은 몸으로 세파리아스는 피냄새가 나는 곳으로 향했다. 무기는 오직 돌 하나뿐이었음에도 대범하기 짝이 없었다.

드낙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이고 기질이었다.

시체는 부서지고 쓰러진 나무와 함께 있었다. 민병대로 보였는데, 어깨에 묶은 붉은 천 때문에 알 수 있었다. 어디든 민병대의 표식은 한결같이 피처럼 붉은 천이었다.

‘엄청난 충격에 당했다.’

머리가 송두리째 박살 나 있었고, 투구는 폭발한 것처럼 터져나간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세파리아스는 창을 쥐고, 민병대원의 체격은 세파리아스보다 한참 작았기 때문에 옷을 벗겨서 그냥 중요 부위를 묶고, 가죽 방어구 같은 경우는 쓰지도 못했다.

체격만 해도 218cm인 것이 세파리아스였다.

“그으으.”

숲의 저편에서 소리가 났다. 음울한 울음소리와 비슷했고, 절로 섬뜩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고개를 살짝 돌린 그의 앞에 수풀을 녹이며 기괴하게 생긴 푸른 슬라임이 모습을 드러냈다.

제국 영혼 병사의 방어구가 아무렇게나 뒤섞여서 푸른 슬라임의 속에서 이리저리 떠다니고 있었다. 푸른 슬라임의 덩치는 곰과 비견될 수 있었고, 나무나 뼈 같은 것들도 안에 들어있었다.

반쯤 녹은 것들은 실로 흉측해 보였다.

〈영혼 병사〉의 육체 고정이 실패해서 생긴 뒤틀린 모습이었다. 〈붕괴한 영혼 병사〉는 영혼 마탑과의 연결도 끊겨서 그 어떤 명령도 듣지 않는 망령이나 다름없었다. 주변에 있는 생명체나 물건을 집어삼키고 녹이기를 반복하는 이지를 상실한 슬라임과 다를 바 없었다.

이 현상은 100명 중 1~3명꼴로 빈번하게 나타났다. 아무리 천재라도 인간이 지닌 변동성을 모두 파악하고 그것에 맞게 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공장처럼 찍어내고 있어서 평균치의 고정성을 부여할 뿐이었다.

‘약점은 영혼관.’

몸통 부위의 갑주에 있는 영혼관에서 회백색의 뭔가가 꿈틀거리는 게 세파리아스에게 보였다. 일찍이 제국 기사를 드낙이 죽이고 제국 갑주를 통해서 확인한 것이었다.

세파리아스는 단 한 개만 가지고 있는 창을 그대로 투창했다.

몇 번 심호흡하고(身), 거리를 가늠하고(技), 마음을 고쳐잡는(心) 과정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쐐애애액!

투창이 쏘아지는 소리에 푸른 슬라임이 푸른 덩어리를 쏘아 보냈다. 하지만 세파리아스의 손놀림에 회전하고 있는 투창은 왼쪽 아래로 쑥 내려갔고, 푸른 슬라임 덩어리는 세파리아스를 향해서 갈 뿐이었다.

촤악, 콰득!

단번에 영혼관이 부서지며 회백색의 뭔가가 사방으로 찢겨 가루로 변하더니 빠르게 입자로 변하며 시야에서 사라져 갔다.

세파리아스에게는 영혼이 해방되고, 소모된 것처럼 보였지만 천만의 말씀이었다. 이 주변에 건설된 〈영혼 진지〉를 통해서 갈가리 찢긴 영혼은 다시 수거되어서 제국 영혼 마탑으로 회수되어 다시 영혼 병사나 기사로 찍혀서 세상 밖으로 나갈 것이다.

퍼억!

슬라임이 던진 덩어리는 나무를 그대로 부서뜨렸다. 엄청난 힘이 깃들어있었지만 세파리아스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붕괴한 영혼 병사의 최후를 지켜보았다.

부르르르르!

푸른 슬라임은 무시무시한 기세로 떨다가 그대로 물처럼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축 늘어졌다. 세파리아스는 푸른 슬라임이 묻어있는 창을 쥐어틀고, 손으로 창대를 잡고 밀어 푸른 슬라임을 걷어냈다.

투창의 소리를 듣고 반응하는 게 더뎠다. 평범한 기사라면 능히 붕괴한 영혼 병사를 잡을 수 있어 보였다. 근접해서 덮치는 순간 끝이기 때문에 민병대나 병사에게는 힘들 것이다.

‘민병대를 죽이고, 붕괴되었군.’

세파리아스는 피 묻은 옷을 허리에 묶은 상태에서 숲을 빠져나갔다. 근처에 있는 마을을 가장 먼저 찾아야 했다. 하지만 역시 중립신답게 세파리아스가 부활한 곳에서 곧바로 길이 나타났다.

도로는 망가져 있었는데, 도로가 엎어져 있고, 마차가 뒤엎어지고 부서져 있었으며 사람들이 죽어있었다. 영혼 병사나 기사가 죽어있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제국의 도로답게 직사각형의 작은 돌을 100cm이상 정(丁)처럼 땅에 박은 것이 헤집어져 있었다. 억지로 뽑은 게 아니라 마법에 의해서 주변 지형이 망가져 있어서 보였다. 닳고 닳아도 돌이 워낙 길게 박혀있어서 도로는 사라지지 않는 전통의 도로 건축법 기술이기도 했다.

그 정을 몇 개 투척용으로 회수하여 마차에 있는 피 묻은 밧줄을 풀어서 얇게 만들어 어깨에 묶어서 짊어진 세파리아스가 자신과 비슷한 체형의 기사를 볼 수 있었다.

‘기습에 죽었군.’

아직도 녹지 않은 3m짜리 얼음의 창이 목에 박혀있었다. 체인메일이 목까지 보호하고 있었음에도 깔끔하게 철과 함께 꿰뚫었다. 상당한 마력을 소모한 〈대인 마법〉이었고, 기사를 죽이기 위한 마법이었다.

‘제국 영혼 군대는 확실하게 정석의 전술을 사용한다는 뜻이다.’

제국 내에서의 게릴라는 철저하게 파괴될 공산이 컸다. 그 전에 세파리아스가 나서야 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파괴되어 있었기에 회수할 수 있는 건 붉은 깃발 하나뿐이었다.

덩치가 제법 큰 헤진 병사의 옷으로 갈아입은 세파리아스가 창과 도로에 박히는 용도로 쓰는 돌로 된 정들을 메고 길을 나섰다.

*

“끄으으읍!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분위기가 삭막한 마을에 곡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늘에서 내려앉으며 3층 집 목조 건물 앞에 멋들어지게 만들어진 우물이 박살이 난 곳에 블러디 만티코어가 하품을 하고 앞발로 느긋하게 물장구를 쳤다.

덩치 큰 고양이나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그 풍경 속에서 집에서 머리채가 잡혀서 2층 창문에서 떨어진 남자가 손을 싹싹 빌었다. 발목이 기이하게 비틀려 있어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잠결에도 머리채가 잡히자마자 빌기 시작하는 남자의 처세술은 실로 뛰어났다. 하지만 상대는 드낙이었다.

속박마법을 통해서 일가족이 통째로 목과 손이 사이좋게 연결되어서 마당에 섰다.

그 순간까지도 남자는 펑펑 울며 즙을 짜내며 곡소리를 냈다. 애들은 뭣도 모르고 같이 울고 있었다.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흐흐흐흑.”

사람을 협박해서 공짜로 우물을 만들고 관리까지 시켜놓을 때까지는 행복했겠지만, 그 화려한 생활은 블러디 만티코어가 우물을 박살 내는 순간부터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넌 뭔데 내 땅에서 주인 노릇을 하느냐?”

붉은 적발에 드워프 외골격 장갑 거기에 블러디 만티코어를 조련한 드낙을 보고 그가 동부왕이라는 걸 모를 병신은 없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살려만 주십시오!”

촌장의 손에 속박 마법이 풀렸다. 여전히 목은 그대로였다.

“가진 것 모조리 가져와라. 얼마나 가져오느냐에 따라 결정하겠다.”

“예!”

그는 그간 모은 패물부터 시작해서 동화가 잔뜩 든 가죽 포대. 은화 목함을 잔뜩 가져왔다. 금을 녹여서 만든 작은 말 조각상도 가져왔다. 그 외에 양피지를 가져와서 창고에 뭐가 있는지 자세히 기록된 것도 가져왔다.

드낙은 블러디 만티코어의 허리에 감겨있는 가죽에서 양피지 하나를 꺼내서 대조했다.

“창고 하나가 빠져있구나. 13번째 창고 말이다. 동화 창고 중 하나인데. 곧 죽어도 이렇게 해야 했나?”

“아아으아아닙니다아아아!”

그가 발악하듯이 외치면서 손을 비벼대었지만 소용없었다. 그대로 목이 잘려나갔다. 즉결처형이었다. 이런 지역 유지들은 닦아놓은 발이 있었기 때문에 살려주면 무조건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사람 몇 다루는 건 일도 아닌 놈들이다.’

평생 광산에 처박힐 놈들은 어차피 많았다. 그 속에서도 무리의 대장 노릇을 할 놈이었다. 거기에 괘씸해도 너무 괘씸했다.

“이 마을의 사람들은 모두 모여라!”

목이 굵어지고, 입이 기이할 정도로 확장된 드낙의 우레와도 같은 목소리가 마을 전체를 뒤흔들었다. 해가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살짝 밝아진 세상에 마을 사람들이 모였다.

대부분이 부랑자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드낙은 죽인 놈의 머리통을 들어 올렸다.

“이 마을에서 촌장이라는 직함을 이용하고, 수많은 세금을 자기 멋대로 거둔 자를 즉결처형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식량은 모두 그대들의 것이니, 나누어서 가져라. 남이 가지는 것을 막는 자는 똑같은 꼴을 당할 것을 잊지 마라!”

와아아아!

드낙은 만티코어에게 패물을 묶고, 동화와 은화를 챙겼다. 이런 척박한 곳에도 5포대는 나올 정도로 수탈이 굉장했다. 아마, 지나가는 사람들을 길세 명목으로 강탈하기도 했을 터였다.

그 연고자 모두 죽이지는 못했다. 대단히 바빴기 때문이다. 동시에 굳이 드낙이 처리할 필요도 없었다.

촌장이 드낙의 손에 죽고, 그 수급이 땅에 굴렀다.

처참하게 그 권세가 하루아침에 지렁이처럼 땅에 떨어져 꿈틀거렸으니, 시민들은 폭도가 되어 촌장과 함께 시시덕거리며 사람들에게서 온갖 것들을 강탈한 자들을 향해 분노를 드러낼 터였다.

피가 떨어지는 날에도 태양은 천천히 솟아올랐다.

드워프와 하프 드워프들이 가져가도록 약속된 특정 지점에 패물과 은화, 동화 가죽 포대를 내려놓고, 드낙은 주인 없는 땅에서 떵떵거리며 성주처럼 살아가는 놈들을 죄다 죽이고, 나머지 이들의 처단을 시민들에게 양보했다.

마을마다 3~5포대 정도만 드낙이 챙기고 나머지는 시민들에게 배분되었다.

해가 중천에 떴을 때가 되어서야 무소속 마을 촌장에 대한 처우가 끝이 났고, 그다음에는 외척들이 지배하고 있는 마을의 촌장들이 끌려 나왔다.

“저는 그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닥쳐라!”

그대로 아래턱이 뽑혔다. 피가 쏟아져나오며 그대로 고꾸라졌다. 단번에 쇼크사한 것이다. 잔혹했지만 잔혹할수록 시민들은 환호성을 내지르며 동부왕의 명성을 드높였다.

재산은 모두 징발되었고, 집에 존재하는 비밀 금고도 드러내졌다. 외척들에게서도 자금을 받고 있었기에 더더욱 많은 재물을 쌓고 있었다.

‘동부가 꿀이긴 꿀이구나. 얼마나 많이 모아놓은 거야?’

진짜 있는 놈들이 더하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착실하게 재물을 모아놓았다. 그 모든 것을 드낙은 챙기지 않고, 공평하게 배분하고 소량만 자신이 챙겼다.

다행이라면 교통이 불편했기 때문에 드낙의 급습 소식은 빠르게 퍼져나갈 수는 없었다. 반대로 미리 모든 걸 핏빛쥐를 통해서 알아두었기 때문에 그냥 목을 쳐도 문제가 없었다.

고문을 통한 정보 획득 과정을 과감하게 패스할 수 있었다.

그 덕에 400명에 달하는 촌장이 목숨이 하루 만에 달아났다. 그다음에 길게이가 침투시킨 촌장들 또한 600명이 운명을 달리했다. 그중에 100명이 준기사급의 인사였다. 무력까지 투입해서 확실하게 마을끼리의 교류와 안전, 치안에 힘썼지만 남들 다하는 시민의 고혈을 짜내는 일이 너무 횡행했다.

‘길게이는 알아서 잘 기는데, 그 밑에 것들은 아니란 말이야.’

황당할 지경이었다.

무슨 배짱으로 그런 짓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똑똑한 사람들이 삐끗하는 일은 언제나 일어날 수 있어도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이렇게 드낙은 5일 동안 1,400명의 촌장을 죽였고, 그들로부터 8천 포대 이상의 화폐와 패물을 획득해서 드워프와 함께 동부의 국경선으로 향했다.

이 여파로 촌장과 함께 이득을 보던 1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죽음을 당했고, 그 가족은 돌에 맞아 죽거나, 운 좋게 살아남아서 숲과 산으로 도망쳤다. 그들이 어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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