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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698화 (697/1,239)

강철의 전사 69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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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낙의 한 마디로 모든 상황은 정리되었다.

‘하프 드워프들의 대장장이들은 하나같이 자존심이 있지.’

12시간 노동에 착취당하면서 이 거점이 자신의 철과 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느낄 터였다. 당연히 놀고먹고 지배하는 기득권층에 대한 불만은 쌓일 수밖에 없다.

‘사회가 그렇게 되어버렸다.’

고여버린 상태. 지하 세계는 더욱 고이기가 쉬웠다. 없는 하프 드워프들을 밖으로 밀어내고, 혹사하고 안에만 들어앉아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남들을 관리하는데도 수월했다.

한정된 공간인 지하에서는 딴소리를 꾸미기도 힘들었다. 동시에 폐쇄된 곳이라서 두려운 마음도 더 쉽게 생긴다.

‘결단’을 내리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더욱 고여버렸다. 점조직처럼 수원을 따라서 드문드문 거점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힘을 합치기가 어려운 반면, 기득권층의 혈족들은 숫자가 더 많아져서 상당한 비율이 되었다.

죽어가는 하층민보다는 계속 살아있는 하프 드워프들의 가계가 수백 명이 되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시작부터 수백 명이 있는 가족과 1명부터 혁명을 시작해야 하는 하층민들.

누가 더 쉬운 난이도인지는 불 보듯 뻔했다.

이는 드낙의 등장으로 모두 사라져버렸다. 대장장이 브랜딧의 눈알이 굴러갔다.

‘지하연합을 아래에 두고, 남부왕국의 동부에 똬리를 튼 동부왕이다.’

세력으로 치면 하프 드워프는 한주먹거리도 안 되었다. 그냥 드낙 혼자서도 멸할 수 있었다. 하피 지하 계곡의 철수를 단번에 결정한 것도 그의 무력 때문이었다.

힘이 강하면, 그 누구도 그의 앞에서 함부로 입을 놀리지 못한다. 목숨은 소중하기 때문이며,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는 자는 몽상가뿐이었다.

“지하 연합이 개입하는 겁니까?”

브랜딧은 자연스럽게 다른 세력이 가담하는지 물었다. 그는 몽상가가 아니었으며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이었다.

힘이 없으면 그 무엇도 할 수 없음을 잘 알았다.

“아니.”

드낙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황무지를 횡단하여 수십만이 회전에 참가했다. 모두, 대장쥐의 강력한 호소로 만들어진 일이었다. 동시에 핏빛쥐들이 지닌 〈위원장의 죽음〉에 대한 첫 반응이기도 했다.

그 덕에 지하 연합은 더는 내년 가을까지 전쟁을 수행할 수 없었다.

실망하는 그를 보며 드낙은 조금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단순히 무리를 모아서 거점장과 타협하여 나를 따라오면 되는 일이다. 내가 나설 수 있는데, 무엇이 걱정이냐?”

“이곳 거점장의 가문 원은 600명이 넘습니다. 그들 모두가 엄청난 재물을 쌓아두고 있는데, 어찌 타협하려고 하겠습니까? 분명 싸울 것이 분명합니다. 그들은 결코 바보가 아닙니다.”

노예가 도망치겠다는데 가만히 둘 사람은 없었다. 특히나 600명의 가계도다. 의견이 통일되는 건 순식간이며 일사천리가 될 공산이 컸다.

“그들이 싸우기를 결의한다면 내가 모조리 죽일 것이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힘을 사용해서 저희를 이주하는데 노력하시는 겁니까? 그리고 왜 그렇게까지 좋은 조건을 제시하시는 겁니까?”

“말했을 터다. 화약과 열병기를 내 손에 쥐여주기만 하면 된다고. 이곳에서 12시간 넘게 노동하며 할당량을 채울 필요가 없다.”

그렇게 말하며 드낙이 음흉하게 속삭였다. 핏빛쥐들의 정보를 때에 맞춰서 사용했다.

“감히 망치와 거푸집을 쓰면 안 되는 최하층민을 몰래 데려와서 대장간 일에 쓸 정도로 고되지 않으냐? 이제는 엎어야 할 때다.”

“헉.”

브랜딧이 헛바람 소리를 냈다. 몸을 크게 들썩일 정도로 놀랐는데, 야밤에 데려와서 일을 시키고 다시 야밤에 다른 하프 드워프로 교체하기 때문이었다. 못사는 하프 드워프들은 철저하게 비밀을 지키고 있었을 터다.

“어, 어떻게 그걸...”

“나는 모르는 게 없다. 하프 드워프들의 세력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정보원을 심었다.”

브랜딧은 공포스러운 눈으로 드낙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더는 물러설 때가 없다는걸 그제야 깨달았다.

‘왜 나에게 찾아왔는가. 그것도 이런 야심한 밤에.’

선택지는 애초에 없었다. 그는 그렇게 착각을 했다.

“제가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내가 대장장이들을 돌아다니며 설득을 하겠다. 설득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써라. 그리고 무기와 화약을 내일 새벽부터 다른 하프 드워프들에게 나눠주고 중앙 광장에 모여라. 거점장과 그 가계와의 협상은 내가 직접 하겠다.”

“다시 한 번 약조하신 것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드낙은 내친김에 석판에 글을 새겼다. 자신의 이름을 언급하고, 현재 상황을 간략하게 적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혜택을 집어넣었다.

1. 하루 8시간 내외의 노동을 약속한다.

2. 동부의 지배를 받지만, 자치권을 인정할 것이며 세금은 1할로 정한다.

3. 하프 드워프는 꾸준히 화약과 열병기를 제작하여 동부에 보탬이 되는데 노력한다.

4. 하프 드워프들의 세력은 스스로가 선출한 지도자를 통해서 중앙 정치에 참가할 수 있다.

5. 하프 드워프들의 세력권에서는 그들의 법을 따른다. 다른 곳에서는 그곳의 법을 따른다. 단, 도망자와 범죄자에 한해서는 동부의 법률을 따른다.

“일단은 이 다섯 개로 만족하라.”

석판을 받아든 브랜딧의 표정이 확 살아났다. 그리고 소중하게 석판을 후후 불어서 깎여져서 생긴 잔여물을 없애고, 비싼 천으로 감쌌다.

“따르겠는가?”

“따르겠습니다.”

거점 한 곳에서 혁명이 일어났다. 대장장이들은 대장간의 문을 열고, 창고를 개봉했다. 무기고를 지키는 거점장의 혈족은 드낙에 의해서 기절한 상태였다. 하프 드워프들은 그들을 꽁꽁 묶었다.

곳곳에서 드낙이 한 약속을 입에 담았다.

“하루 8시간! 혁신적인 노동을 약속했다!”

“황폐해진 황무지를 버리고, 동부의 녹음 속에서 살아가자!”

“우리의 힘으로, 우리의 지도자를 뽑자!”

대장장이들의 주도로 이루어진 규합은 엄청났다. 특히나 드낙의 위세를 등에 업었기에 더욱 폭발적이었다. 혈족들이 사는 지역은 싸우기도 좋았기에 그곳으로 가는 이들은 적었지만, 중앙에 모인 이들의 모습은 확실하게 거점장 혈족에게 보였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이오?”

거점장의 말에 허공에 둥둥 뜬 채 전투준비를 마친 혈족들을 보며 말했다.

“동부로 떠나고 싶어하는 이들을 찾았는데, 당신들이 문젯거리라고 해서 일단 뭉치라고 했다. 모든 것 다 제치고 말하겠다. 싸울 것이냐? 타협할 것이냐?”

“타협한다면?”

“가게 두어라. 너희들도 살아남을 것이다.”

드워프들이 추가로 만든 마왕 갑옷을 입은 드낙이 땅에 착지했다. 악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는데, 드낙이 썩 좋아하는 형태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 정신적으로 인간에 불과했다. 인간의 모습을 더 좋아했다.

“모든 이들이 떠날 것입니다.”

타협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뻔했다.

“차라리 저희도 같이 가야 합니다.”

흐름에 편승하고자 하는 하프 드워프도 있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개돼지 같은 노예들이 사라지고 나서 다가올 노동이 두려워서였다.

“우리도 같이 갈 수 있소?”

“그런 선택지는 없다.”

드낙은 고개를 저었다. 면밀하게 보지 않은 하프 드워프들의 사회를 제대로 보고 나서는 기득권층의 이기심이 정말 싫어졌기 때문이다.

“......타협하겠소.”

등에는 적혈대검. 손에는 마왕 할버드를 쥐고 있는 드낙을 보며 거점장이 결국 굴복했다. 드낙은 후환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들이 덤볐다면 거침없이 죽였겠지만, 항복한 이들의 머리를 자를 정도로 결단력이 없었다.

조조를 꿈꾸는 이들은 많지만, 정말로 그렇게 할 수 있는 이들은 적은 법이었다. 하지만 그냥 그렇게 끝나지는 않았다.

“패배를 선언했으니, 식량을 내놓아라.”

“뭣?!”

“미친 소리다!!!!”

고함을 내지르며 드낙의 말도 안 되는 개소리에 하프 드워프 중 혈기가 대단한 젊은 하프 드워프가 드낙에게 덤볐다. 항상 높은 사회 계급을 이용해서 참는 법을 모르고 자란 놈이었다.

‘투구도 옆구리에 끼고 있는 형편없는 무인(武人).’

대화를 하고 있다고 해도 적을 앞에 두고 할 짓은 아니었다. 드낙은 쥐고 있는 할버드에서 왼손을 떼어내서 휘둘렀다.

퍼걱! 푸화아아악!

단번에 머리가 드낙의 주먹에 의해서 터져나가며 뇌수와 피가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흐, 흐으.”

무시무시한 근력이었다. 이미, 반마가 되어버린 드낙의 신체는 〈악마의 신체〉였고, 초월의 힘을 사용하기 위한 사출구였다. 제대로 기술을 닦지도 않은 하프 드워프 도련님따위는 한 주먹으로도 죽일 수 있었다.

“아아아악!”

하프 드워프 여자가 튀어나왔다. 드낙은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두었다. 꼴사납게 무릎이 허물어지면서 고꾸라진 시체를 그녀가 껴안았다. 모두 총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나이가 든 하프 드워프들이 소리를 미친 듯이 내질렀다.

“그마아안! 내려라! 뭐하는 짓이냐!”

“나까지 죽일 셈이냐!”

늙으면 늙을수록 살고 싶은 마음은 더 높은 법이었다. 드낙은 그것을 보며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하는 꼬라지가 지랄도 개지랄이군.’

오히려 젊은 혈기를 앞세우며 드낙에게 덤벼서 한 수에 죽은 놈이 더 가치 있어 보였다. 그렇게 생각한 드낙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입을 가렸다.

‘내가 무슨 헛생각을...세팔이한테서 물이 들었나.’

똥이 묻어도 이승에 사는 게 최고였다.

거점장의 혈족은 드낙에게 굴복했다. 혈족, 하나의 가계로 이루어져 있었기에 나이가 많은 놈이 깡패였기에 자연스럽게 전투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에게서 식량을 모조리 강탈했다.

‘지하연합의 손을 빌릴 수는 없으니까.’

그의 눈이 이 거점을 지배했던 혈족들에게로 옮겨갔다. 저들은 자연스럽게 황무지에서 세력을 넓히고 있는 지하 연합에게 흡수될 터였다.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갈지 뻔했다. 소수 종족의 말로는 발언권 없는 식민지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나 다름없었다.

‘핏빛쥐의 문화처럼 가혹하지는 않겠지만, 끝없는 절망감을 느낄 것이다.’

종족이 가지는 활력이 사라질 터였다.

드낙은 거점을 하나씩 해결해나갔다. 마법으로 물을 생산하기도 하고, 〈거점 혈족〉들의 창고를 털어서 대량의 식량을 확보했다. 쥐들이 파먹어도 절대로 하층민들에게 나눠주지 않던 식량들의 양은 어마어마했다.

‘쌓아두는 병이 걸렸나.’

대규모 이주를 하고 나도 남을 식량을 획득할 수 있었다. 무기를 쥔 하프 드워프들을 감히 막을 수 없었다. 특히나 드낙이 단단히 벼르고 있어서였다. 그림자가 되어서 종횡무진하는 드낙을 보고 죽이고 튈 생각하는 놈도 적었다.

‘애초에 혈족이 많아서 그럴 생각도 못 하지.’

도박하기에는 함께하고 있는 가족 생각이 절로 날 것이다. 협박하기 딱 좋은 자들이었다. 피로 이루어진 가문은 그만큼 규합할 수 있지만, 약점과 단점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이 행동을 하기까지 10일이 걸렸고, 하프 드워프 이주민 4만명은 드워프와 함께 동부로 향했다.

*

“크아아아아!”

모비딕이 포효를 내질렀다. 남부 왕국의 수도를 한 바퀴 돌았다. 그곳에는 아직도 전쟁의 여파가 사라지지 않았다. 무너진 집들, 수복되지 않은 성벽, 공성 병기가 있어도 탄환이 없어서 멀뚱멀뚱 와이번을 보고 있는 병사.

그 모든 것을 세리안은 눈에 담았다.

전쟁 직후 토목사업을 하는 미친놈들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남부 사회가 돌아가는 이유는 서부가 마신장에게 점령당하며 남부로 몰려든 사람들이 많아서였다. 인구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인건비가 낮아지는 법이었다.

옥수수 한쪽이라도 먹기 위해서 땀을 흘릴 자들이 존재했다. 길게이가 최대한 빼내고 있었지만 그런데도 북적거렸다.

‘운이 좋군. 때를 잘 타고 났다고 해야 할지.’

세리안은 수도의 연병장에 내려앉으며 혀를 찼다. 인구가 적은 반면에 영토는 넓고, 권력이 분산된 북부였다면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병사 하나를 운용하는데에도 돈 생각하는 게 북부의 귀족들이었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이런 대규모 토목 공사를 진행하고도 유지되고 있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수많은 이들이 세리안에게 모여들었다. 그 어떤 방호 체계도 갖추어지지 않은 박살 난 수도였기에 형편없이 모비딕에 의해서 관통당했다.

“누구냐!”

“동부왕, 드낙 불파겐의 사자다! 예를 갖추어라!”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퍼져나갔다. 평범한 이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로 바꾸게 하는 일류 무인의 카리스마에 병사들과 분대장이 자신도 모르게 무기를 내렸다.

‘이런 버러지 같은 놈들이?’

기사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지휘 체계를 무시하고 남의 명령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겉으로 비난하지 못했다. 세리안이 듣고 볼 것이 분명했다. 반면 세리안은 실로 고소하게 웃어 보였다.

‘남부인들의 전투역량은 정말 형편없구나!’

저정도로 형편없는 정신을 가졌다면 동부 병사 1명이 남부 병사 3명을 능히 감당할 수 있어 보였다.

“실례지만 증표를 보여주실 수 있겠소.”

세리안은 드낙이 만든 패를 보여주었다. 불파겐 가문의 정통있는 백금패였는데, 드워프들에게 서둘러 만든 것이기도 했다. 이를 확인한 기사가 백금패를 다시 세리안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성함이 어찌되시오.”

“세리안 불파겐.”

“아...그렇소?”

기사는 살짝 당황했지만 넘어갔다. 과거의 인물을 이름으로 짓는 경우는 왕왕 있었고, 특히나 불파겐처럼 한 번 몰락한 가문에게는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무너진 세대의 이름을 가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인데. 무슨 사정이 있겠지.’

기사가 그녀를 안내했다. 세리안은 투구를 벗었다. 절로 시선이 모였다. 야생미가 넘치는 적발을 지닌 드낙과는 다르게, 세리안은 착 가라앉은 윤기가 나는 적발을 지니고 있었다.

날카로운 분위기와 섞이면서 절로 매력적으로 보였다. 특히 남자의 마음을 뒤흔드는데 탁월했다. 한 번 쓰러뜨리면 그대로 넘어갈 남자가 100명 중 99명이었고, 나머지 1명은 고자일 게 분명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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