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695화 (694/1,239)

강철의 전사 69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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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둥 광역 보석 마법진. 획기적인 마법 체계이지.”

중립신의 말에 드낙이 침을 꼴깍 삼켰다. 갑자기 군침이 돌았기 때문이다. 300만 원, 500만 원을 매달 지르고 다니는 사람이 소비하기 좋은 것을 보고 그냥 지나치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내가 만든 것은 시너지 효과가 있다.’

〈화염의 마법사 조파로스의 기질〉과 연관될 수 있었다. 물론 대량생산을 하게 된다면 그건 사라지게 된다. 드낙이 만든 것만 화력이 더 강해질 것이다. 나중을 생각하면 드낙이 500개의 보석 마법진을 만들 것 같지는 않았다.

‘무조건 이득이다!’

드낙은 자신이 노동할 것도 아닐 거면서 당장의 이득을 점치며 구매할 생각을 가졌다.

‘일석이조지. 내가 만들면 큰 이득. 그게 아니더라도 500명으로 광역 마법을 한 번 쓸 수 있으니까.’

가장 잘 되었을 때를 상정하는 건 망상의 기본 중의 기본! 이건 거의 자기변호에 가까웠다. 중립신의 상품을 무조건 구매하겠다고 이미 마음이 그렇게 움직였기에 자연스럽게 이성이 따라간 것이다.

“만들고 나면 몇 번 사용할 수 있지?”

“보석의 경도에 따라 다르지. 적게는 5번. 많게는 100번도 가능하다.”

편차치가 큰 것을 들은 드낙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신이 설계한 마법체계인데 왜 그렇게 차이가 나?”

“쓰는 건 필멸자지. 담아지는 그릇은 보석이고. 난 보석의 한계성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딱 봐도 필요한 업은 1천도 안 되어 보이는데...”

“결과물을 생각해라. 가치를 본다면, 3만 아니. 10만도 능히 가능하다.”

가치를 논하는 건 인정하는 부분이지만 그게 자신의 업을 소모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되면 일단 값을 후려치고 싶어지고 단번에 지적 재산권 따위 해머로 부수고 싶어하는 게 인간의 이기심이었다.

“3만은 진짜 아니야. 1만은 어때?”

“1만9천은 받아야 할 것 같은데. 구성하는 게 그냥 하는 게 아니다.”

“노력만 하면 되는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중소기업 사장 마인드로 드낙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자기만 아니면 된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결국 실랑이 끝에 1만9천 업에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반마인 드낙은 업은 깨우쳐도 그것을 중립신처럼 입맛대로 만들어낼 수 없었다. 육체의 힘을 소모하는 악마와 죽어버린 중립신의 견해 차이였다. 적어도 드낙이 완전한 악마가 되고 업을 이용하는 수련을 하지 않는 한은 좁힐 수 없는 거리였다.

그는 인간에서 시작한 반마였기 때문에, 후천적으로 업을 깨달았으므로 당연히 이를 이용하기 위해서 후천적 수련을 해야 했다. 그렇기에 중립신은 그를 선택했고, 그를 키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드낙의 재능을 하찮게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기둥 광역 마법은 분명 대단한 마법이긴 하지만, 솔직히 조금 부족하지.”

‘이 새끼가?’

환상을 통해서 불기둥 광역의 강력함을 이미 본 드낙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또 입을 털다니? 해도 너무했다.

“단번에 300평을 불길로 휩싸이게 하는 불기둥 광역 마법을 더 강화하라고?”

“안 할 이유가 없지. 500명으로 써야 한다는 제약이 있어서 마법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적다.”

정보화 시대에는 500명이 뭉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시대에는 매우 힘들었고, 겉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아. 마법 사고.’

드낙이 그제야 중립신의 의도 중 하나를 깨우쳤다. 왜 500명인가. 그것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광역 마법의 안전장치로서 실로 그럴듯해 보였다.

“〈불바람 장신구 공예 마법진〉이다. 보석 속에 마력을 통해서 마법진을 그릇에 새겨넣는 것과는 다르게 대장장이들도 할 수 있는 일이지.”

마법사와 대장장이의 분업까지 생각했다. 노동력을 최대한으로 이용하겠다는 소리였다. 드낙 또한 그 의도를 단번에 파악했다.

‘무기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면 이런 마법 체계를 전수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마도 시대 초기를 껑충 뛰어넘고 바로 광역 마법 보석을 만드는 일은 오버테크놀러지나 다름없었다. 엘프들마저도 깜짝 놀랄 수준이었다.

‘광역 마법 보석을 광역 불바람 목걸이에 부착시키고, 중첩해서 사용한다면...’

5천명만 모여도 어마어마한 위력을 발휘해서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 터였다.

“이건 3천만 해줘. 앞에 걸로 많이 벌었잖아.”

“수고비로 1만은 받아야겠다.”

중립신이 약한 소리를 냈다. 마음은 명경지수(明鏡止水) 그 자체였지만 드낙을 흔들기 위해서였다.

“어쩔 수 없지.”

지금까지 받아오고 도움받은 것이 있어서 드낙은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중립신은 드낙의 최고 뒷배였다. 수틀리면 업 수급을 포기하고 신성력을 받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이 평생 갈 수는 없지만, 적어도 서로 마주하고 있을 때는 적당히 관계를 유지하자.’

드낙의 바람 중 하나였다. 격을 깨우치게 되었기에 중립신의 역량을 파악해서 생긴 바람이었다.

“근데 장사에 너무 민심이 없는 거 아니냐?”

“테라를 만들려면 이것도 부족하다.”

“이게 끝인가?”

“끝이다. 더 준비한 게 없다.”

그 말에 드낙이 인상을 찌푸렸다. 눈치 좋게 중립신이 뭘 꾸미는지 파악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굵직굵직한 것을 내어주더니. 이제는 그런 게 없네?’

반마로 들어서며 초월자의 반열에 손가락을 딱 걸친 드낙을 경계하는 모습으로까지 보였다. 그건 정말 기분 나쁜 일이었다.

오늘까지 잘 납품해주던 곳에서 한순간에 입을 싹 닫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건 아니지. 발라쿠를 죽였잖아. 뭐 나온 거 없어?”

“마신의 힘은 이미 권능이나 다름없다. 세계의 법칙은 힘은 힘일 뿐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마신은 다르다. 그는...기괴한 신이다.”

전차원계를 관통하는 초월의 법칙은 ‘힘은 힘일 뿐이다.’라는 것이었다. 그것을 정면으로 반(反)하고 있는 게 마신의 힘이었다. 그의 힘은 힘이 아니라 마신의 권능, 그 자체였다.

“중립신마저도 이용할 수 없는 힘이라니.”

드낙이 어처구니없어했다. 놈을 죽인 업이 자신에게 들어오지 않고, 호수로 변한 까닭 또한 이해할 수 있었다.

‘궤를 달리하는 힘의 체계. 그건 또 다른 힘이라고 할 수 없다. 다른 것도 아니고 그냥 아예 틀린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드낙은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가 인간일 때, 챔피언일 때, 반마일 때마다 계속해서 중립신의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만큼 드낙을 제어하는 게 중립신의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였다.

자신이 지닌 가치가 얼마나 테라로 향하는 길에 변수를 크게 줄 수 있는지, 그 무시무시한 영향력을 드낙은 알지 못했다.

사라진 드낙을 보며 중립신이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반마의 길을 선택한 그대가 신이 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날 원망하지는 마라. 결국 너에게도 이득이니까. 그저 테라를 위한 안전장치일 뿐이다.’

신과 악마는 업의 수급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 인신의 경우 인간 1명이 죽을 때 대부분의 업을 오롯이 힘으로 받아먹을 수 있지만 악마는 절반도 힘들었다. 신의 방식을 악마가 먹으려고하니 당연히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었고, 악마는 다른 놈들을 습격해서 죽여 얻어야 했다.

이것은 핏빛쥐의 업을 견제하는 것이었고, 동시에 드낙이 뭔가를 죽이면서 얻는 업을 도와주는 것이기도 했다.

*

드낙은 곧바로 황무지로 향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금덩이 망치의 황금 창고 12곳 때문이었다. 애초에 망치 가문을 선택한 이유도 별다른 게 아니었다. 금덩이 망치의 황금을 운반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곧 황금 또한 가치가 높아진다.’

생산자 그 자체인 드워프들에게는 별 볼 일 없고, 관상용에 불과하지만 ‘지하 연합’과 연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수요가 증가할 것이며 그 가치는 끝없이 높아질 터였다.

‘그전에 가진다.’

미래를 알고 주식하는 사람처럼 드낙이 웃음을 지었다.

“상관없다.”

드워프들은 무덤덤하게 넘어갔다. 드낙은 냉큼 황금 창고 12곳을 털어서 곧바로 핏빛쥐편으로 동부에 운반토록 명령했다.

“뜨나악!”

남은 핏빛쥐들은 하나같이 나이가 어려서 드낙을 보는 것만으로도 툭 튀어나온 코가 벌렁거리다 못해 경련할 지경이었다. 반마가 되면서 더욱 핏빛쥐들의 내면에 깊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황금을 잔뜩 동부로 보내놓고, 드낙은 드워프 가문 세 개와 함께 황무지로 향했다. 망치, 날개 가문 외에 〈드워프 교역 요새〉를 짓기 위해서 송곳 가문이 함께하게 되었다.

100만 원은 한 번에 질러도 100원은 아끼는 것처럼 가는 도중에 주변에 있는 붉은 마수를 족족 쳐 잡아서 업으로 삼았다.

‘뭔가 레벨업하는 기분이다.’

들어오는 업의 양을 확인하고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더욱 열정이 살아났다. 또한 붉은 마수의 경우 붉은 털과 아주 굵은 가죽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죽 제품으로서의 구성도 좋았다.

발라쿠의 피를 마셨기에 마법 저항의 털을 지니고 있어서 순찰자들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탈색하거나 염색을 해야 하겠지만.’

여름과 겨울 그리고 낮과 어둠을 생각해서 적절한 색을 갖춰야 할 것이다. 이것저것 사냥하고, 모비딕과 만티코어로 운반하면 드워프들이 도축을 해주었다. 붉은 마수의 고기는 태워서 없앴다.

‘세계의 독이나 다름없다. 최대한 많이 잡고 간다.’

몇 마리 살아남겠지만, 어차피 생식기능이 없었다. 큰 걱정은 되지 않았다. 소수라면 피해는 입어도 능히 대처할 수 있었다. 거기까지 드낙이 신경 써주기에 그는 앞으로 할 일이 많았다.

‘발라쿠의 토벌은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이곳에 온 지 벌써 5개월은 흘러있었다. 서둘러 돌아가도 3개월은 걸릴 것이다. 즉 1년 중 8개월을 원정 나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분명 많은 게 변해있겠지.’

나름 자신의 눈치를 봤겠지만, 그래도 마음에 안 드는 짓을 했을 터였다. 서로 다른 인간이니 어쩔 수 없었다. 작은 동네에서도 담합이 일어나는 게 이 세상이다. 남이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목청을 높여봤자 소용이 없었다.

‘주먹은 멀어지면 안 아파 보이지.’

서둘러 동부를 관리해야 했다. 또한 레이시아가 잘 지내는지도 걱정이었다. 보기만 해도 지켜주고 싶은 게 그녀였지만 한편으로는 홀로서기를 하기 위해서 이곳저곳 열심히 다니기 때문에 놔두고 싶은 마음이 공존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신전을 붙여두어 너무 큰 힘을 내어준 것 또한 그러한 내면이 공존하고 있어서였다.

“커흠! 여기는 좀 별로네.”

“대체 어디까지 보시는 겁니까?”

“시체언덕의 드낙! 이건 드워프의 이름이 들어간 요새요. 단점이 있어서는 안 되오. 더 지하수를 따라서 가다 보다가 좋은 목이 있으면 그곳에서 요새를 지을 생각이니 조금만 지켜봐 주시오.”

“끙.”

생산 및 기술직이 깡패는 깡패였다.

〈드워프 교역 요새〉의 터는 송곳 가문이 정하게 되었다. 다른 가문이 이러쿵저러쿵할 수가 없었다. 그건 매우 모욕적인 행동이었다. 고로 드낙은 그들이 곳곳을 누빌 수 있게 마법을 통해서 지도를 보여주는 등의 보조 일을 자처했다.

‘언제까지 둘러볼 셈이냐.’

벌써 한 달을 황무지를 떠돌고 있었다. 남부 왕국의 서부에 존재하는 검은 돔을 토벌해야 하는데, 이런 곳에서 머뭇거릴 여유가 없는 게 드낙이었다. 그전까지는 겸사겸사라는 마인드로 붉은 마수도 잡고, 드워프들이 땅을 살피는 걸 지켜보았다면 이제는 아니었다.

‘남의 것을 빼앗는 게 무조건 이득이지.’

“하프 드워프들이 사는 곳 중에 정말 많이 사는 곳이 하나 있는데. 거길 한 번 보는 건 어떻나?”

“흠? 보는 거야 상관없지만, 그들이 사는 땅인데...문제가 생기지 않겠소?”

드워프의 말에 드낙이 가볍게 웃어 보였다.

“어차피 황무지에 드워프와 지하 연합의 요새를 짓는데, 그들과 부딪치지 않을 수 있겠나? 한 번 건너가야 할 다리인데 왜 건너지 않을 생각부터 하는가?”

그 말에 드워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정도 협상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어서 매우 낙관적으로 보였다. 드낙은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말했다.

“일단 지형이나 한번 봐라. 그다음에 협상하면 되는 일 아닌가. 어차피 점조직으로 수원이 모인 곳에만 살아가기 때문에 한 곳 정도는 쉬이 넘겨줄 것이다. 드워프 제국의 위상이 있지 않나.”

드낙의 간사한 혀놀림에 송곳 가문의 책임자가 고개를 자신도 모르게 끄덕였다.

하피들이 잘 살도록 설계된 지하 계곡의 인근에 송곳 가문의 드워프들이 주변을 둘러보고, 드낙이 만든 지도 마법을 통해서 한눈에 지형을 확인했다. 그리고 연신 감탄, 또 감탄했다.

“지하 계곡에 사는 하피들을 구제하고 나면 거대한 창고로 쓰기 용이하오. 천혜의 대량 창고요.”

“미리 강철 산맥에서 마왕 세트를 보관하기도 좋고, 큰 무기고를 짓기도 좋다. 지하 연합은 지하 종족이니 지하 계곡을 100% 이상으로 이용할 수도 있지 않겠소?”

“맞다. 아주 좋아할 것이다.”

드낙이 맞장구를 쳐주었다.

가장 나이가 적었지만 수많은 명성과 인기, 카리스마를 지닌 〈수염 송곳〉이 마법 지도를 훑었다.

“서쪽은 평탄하고, 북과 동은 지하 계곡 때문에 푹 낮아지고 남으로 인간의 영토로 이어지니 물건이 들어오고 나가는데 막힘이 적을 수밖에 없소.”

하프 드워프들의 최고 화약 생산지인 지하 계곡은 그들이 그렇게 만든 이유를 확연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곳은 남에게도 좋게 보이는 법이었다.

“운반을 지하 연합이 맡아야 하니, 식량이 많이 들텐데...그 문제도 능히 해결 가능하지.”

드낙은 호로록 빨려 들어가는 물소리처럼 드워프들의 의견을 챱챱 소리가 날 정도로 받아주었다. 리액션의 귀재나 다름없었다.

“협상하기는 해야 할 것 같소. 여기 말고는 다른 곳을 찾기가 힘들 것이오.”

그 말을 듣자마자 드낙이 냉큼 말했다.

“나에게 맡겨주시오. 하프 드워프들은 검은 보급로 때문에 고통받았고, 이를 내가 해방해주었소. 그들은 분명 내 말을 들어줄 것이오.”

물론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하지만 드낙은 실로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유비는 버렸다. 남과 함께 으쌰으쌰하다가 뒤통수만 몇 번이냐. 그래...난 이제 조조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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