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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694화 (693/1,239)

강철의 전사 69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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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블랙. 무광택의 마왕 무구 세트는 실로 탁한 이미지였지만, 그게 더 좋았다. 특히나 전투에서는 상대에게 위압감을 줄 것이 분명했다. 광택이 있었다면 야간전에서 피해를 봤겠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실로 실용적이다.’

절로 흥이 났다. 시각적으로부터 이미 무인(武人)들의 뽕을 채우는 뭔가가 있었다.

“근데 무기는 할버드 뿐인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발라쿠의 업 때문이오.”

그 말에 드낙이 수긍했다.

발라쿠의 업과 마신의 힘이 들어간 피의 호수는 마르지도, 스며들지도 않는 기괴한 호수를 만들어냈다. 그 양은 실로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컸고, 못해도 무구 세트를 수천만을 무장시킬 정도로 많았다.

드워프답게 효율적으로 기술적으로 접근해서 피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마왕 무구 세트의 가장 중요한 것은 대량 생산에 있었다.

무기가 할버드로 고정된 것도 그러한 이유였다. 하려면 하나로 정해야 했고, 그렇다면 중병기 중에서도 내려찍기, 찌르기가 가능한 할버드가 제격이었다.

‘나쁘지 않다.’

어차피 중보병이다. 동부왕 드낙이 주문한 것이기에 자연스럽게 인간에게 맞춰져 있었다. 아쉬운 건 마법 갑주가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미 갑주의 그릇에는 〈드워프의 손길〉이 있기 때문이다.

“능력은 어떻지?”

“공격의 다섯 손길이 들어가 있소.”

드워프가 하나씩 차례대로 말했다. 물론 자신의 가문 손길을 가장 먼저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가문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첫 번째는 증폭폭격이오.”

할버드의 창날이 외날인 것을 드워프가 가리켰다. 안쪽 부분에는 특수한 금속막대가 부착되어있었는데, 구멍이 존재했다. 드낙은 그곳에서 화약 냄새가 나는 걸 알 수 있었다.

‘미쳐버린 구성인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냉병기에 화약을 처넣다니? 그 표정을 본 〈폭격 가문〉의 드워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들 가문의 역사나 다름없는 반응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드워프들이 그렇게 생각했다.

“증폭 폭격의 가장 큰 기능은 전방으로 화약의 화력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이오. 당연히 화약이 지닌 에너지는 제한되어있기 때문에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화약의 위력이 전방으로 옮겨진다고 보면 되오.”

“그렇다면...다른 부분의 내구도 소모가 낮다?”

“정답이오. 그렇게 해서 이 증폭포격의 능력이 중요한 것이오. 냉병기에도 근거리 폭발을 적에게 줄 수 있지. 유효사거리는 3m밖에 안 되지만 할버드를 쓰는 중보병이 근접 싸움을 안 할 리가 있나?”

오직 화약 폭발만 일으키기 때문에 화상을 입는 게 고작이었다.

“필요에 따라서는 철 파편을 미리 넣어두면 되오.”

‘극소형 수류탄이나 다름없네.’

철 파편은 많아 봤자 5~10개를 넣을 수 있어 보였다. 그만큼 작았다. 인간을 위해서 무게를 최대한 고려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쾅!

폭음과 함께 화염이 솟구쳐올랐다. 정상적인 화약은 아니었다. 불꽃을 크게 만드는 데 집중한 특수한 화약으로 보였다.

‘딱히 철 파편을 넣지 않아도 화염 샷건이나 다름없네.’

위력을 확인한 드낙은 혀를 내둘렀다. 유효사거리 3m의 화약 화력은 사실상 근접전의 확실한 승리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만약 철파편까지 넣을 수 있도록 보급 수준을 높인다면 일정 수준 미만의 생명체들은 샷건에 맞은 것처럼 걸레가 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손길은 질풍이오. 휘두르는 방향대로 강한 바람이 도와주는 형식이오. 매우 고도의 손길이라 만드는데 차질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신의 봉화가 본격적으로 활성화가 되었으니, 그런 걱정은 싸악 사라진 것이나 진배없소.”

후웅, 후웅, 후우웅!

드낙이 약중강으로 할버드를 휘둘러보았다.

‘이거 물건이다.’

단번에 질풍이 지닌 드워프 손길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사용자가 힘을 준 경우에 따라서 바람이 부는 정도도 달라졌다. 즉, 헛수 혹은 페이크 공격을 넣을 때 질풍 때문에 강공격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기술을 써야 하는 인간 병사에게는 탁월하다!’

가장 인간과 호흡이 좋은 능력이 질풍이었다.

“세 번째 능력은 액체 흘리기요. 조금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이 또한 매우 공격적인 능력 중 하나요. 그 어떤 액체도 묻을 수가 없고 그냥 흘러내려가버리는 능력이오.”

드낙은 곧바로 손아귀에 상처를 내서 흘려보았다. 방수 기능처럼 주르륵 흘러내려서, 아주 소량은 물방울의 형태가 되어서 남아있었지만, 그마저도 조금만 움직여도 떨어져 나갔다.

‘미쳤다.’

가히 판타지 세계의 오러 블레이드를 본 것처럼 드낙이 눈을 부릅떴다. 무기의 날이 무뎌지는 가장 큰 이유는 기름과 이물질 때문이다. 묻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묻는 정도는 현대인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더러운 수준이었다.

‘그걸 해결할 수 있다고?’

3명 혹은 5명을 베면 무뎌져서 그냥 때려죽이는 게 보통이었다. 또한 날이 무뎌져도 그냥 후려치면 인간은 짓이겨지기 마련이다. 롱소드에 베어 죽는 놈들보다 뼈가 부서져서 죽는 놈들이 비등비등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2kg에 불과한 롱소드였지만 사람 머리 하나 터트리는 건 일도 아니었다.

‘물론 날이 계속 살아있는 게 좋지.’

앞의 두 능력과 비교하면 어중간한 능력이기도 했기에 금방 냉정을 되찾았다. 다른 두 가지 능력은 내구력을 올려주는 것과 밀도를 중첩해서 무게를 증가시키는 것들이었다.

‘인간 중에서도 덩치 큰 사람이나 쓸 수 있겠네.’

적어도 90kg의 거구가 되어야 했다. 식량이 곧 영향력이기도 한 시대에는 매우 힘든 일이었다.

“마왕 방어구는 외골격 갑주로 만들었소. 그게 좋다고 하셨기 때문에, 경량 작업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소. 그래서 경량의 손길을 넣고 그로 인해 낮아진 내구력을 받쳐주는 재제련, 내부용광로, 움직이는 밀도, 융합 강철, 골격 성분까지 해서 다섯 가지의 내구력 강화 손길을 넣었소.”

외골격 전신갑주는 그릇의 보고다. 그만큼 많은 능력을 집어넣을 수 있었지만, 인간이 통짜 강철로 된 외골격 갑주를 입기 위해서는 무게를 가볍게 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만으로도 6가지의 손길이 부여되었다.

“나머지는 갑주 강철 삼대 가문의 손길을 집어넣었소.”

“강철 삼대 가문?”

“이 세상에서 방어구가 가져야 할 가장 큰 특징을 극대화시키는 가문들이오.”

“강철 흡수 가문. 이름 그대로 방어구에 피해가 들어오면 이를 흡수하는 일이오.”

“강철 파도 가문. 한 곳에 집중된 공격조차도 전신으로 퍼뜨리는 손길이오.”

“강철 반발 가문. 충격을 주면 그만큼 반발력을 상대에게 내어주는 손길이오.”

드낙에게는 하나같이 좋아 보였다. 특히 맞아도 상대의 손과 손목에 피로감을 누적시키는 강철 반발 가문의 손길이 매우 독특하고 마음에 들었다.

그는 굳이 가벼운 외골격 갑옷을 입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 시제품은 세리안의 사이즈를 따라가고 있었다. 착용하자마자 신장이 30cm 커진 세리안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좋아했다.

모든 운동은 선천적 재능이 9할이다. 그것을 해결했으니 웃음소리가 꺼지질 몰랐다.

드낙은 자연스럽게 손을 비볐다. 마왕 무구 세트는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가 독점할 수 있었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강력한 영향력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정치력이 낮은 게제라스한테 친위대를 운용하게 할까?’

그는 분명 비명을 지를 것이다. 법안 체계를 만드는데도 머리통이 터져나가고 있을 게 뻔했다.

‘지금이다.’

설명하던 드워프가 눈을 반짝였다. 드낙이 기분이 좋아 보였을 때 말하기 위함이었다. 서로 호쾌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악수를 하였던 황무지 교역 때문이었다.

“저...동부왕. 황무지 교역 때문에 그러는데...그게 말이오.”

“응?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

“황무지 교역 요새에 지내고 싶은 드워프 가문이 없는 게 문제인데, 이것 참. 하나같이 강철 산맥을 떠나고 싶지 않다고 하는 통에...”

“아하. 그래서?”

드낙의 말에 대장장이 드워프가 감히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그러자 드낙이 손사래를 허둥지둥 쳤다. 자신도 놀랄 정도로 드워프가 자신의 눈치를 봤기 때문이다. 그는 마치 자신이 죄인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어허어어! 그렇게 안 해도 돼! 편하게 말해. 어떤 것이라도 드워프 편에서 생각할 테니까.”

“요새는 지어줄 수 있는데 그 관리를 지하 연합이 맡아줬으면 하고, 강철 산맥에서 생산된 마왕 무구 세트를 옮겨주는 것도...해줬으면 하오...”

드낙은 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식량이 많이 소모되겠지만, 드워프들은 반드시 업고 가야 하는 종족이었다.

‘기술직이 왜 기술직이겠어?’

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았으면 기술 하나로 굶어 죽을 걱정 안 할 수 있었다. 드워프라는 종족이 그러했다. 드낙은 그들의 가치를 매우 높게 쳐주고 있었다. 열병기 때문이었다.

시체언덕의 드낙을 깊게 신뢰하고 있는 드워프들이었기에 열병기 또한 인간의 손에 들어오게 될 공산이 매우 컸다.

물론 조건 없이 들어주지는 않았다.

“조건이 있다. 지하 연합에게도 이득을 하나 줘야 한다. 그렇게 운반은 운반대로 하는데 인간의 동부에게만 도움을 주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지하 연합의 간부를 보내주시오. 협의를 끌어내겠소.”

“그렇게 하지.”

대답을 하면서도 드낙은 ‘지하 연합’을 통해서 양질의 드워프 제품들을 지하 세계에 잔뜩 보급할 생각을 가졌다. 그것만으로도 지하 연합은 한층 더 성장할 것이고, 드낙의 이름이 울려 퍼질 터였다.

드낙이 그렇게까지 핏빛쥐를 생각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그들의 생명이 지금도, 매초 느껴진다.’

태어나고, 죽고, 살아가는 그 모든 과정이 드낙의 내면에서 일어나고 사그라지고 그에게 업으로 흘러들어오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그 업의 고리를 항상 느끼고 있었기에 핏빛쥐를 절로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꼬물거리는 업이 만드는 탄생과 죽음.

인간의 감성을 지니고, 인간의 지성을 지닌 드낙으로서는 혼자 가만히 있을 때 눈물조차도 글썽거릴 정도로 업의 고리는 그저 느끼는 것만으로도 위대했다. 그리고 그걸 지니고 있음에도 인간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중립신의 결단력은 무서울 정도였다.

‘적으로 두고 싶지 않다.’

군자의 복수는 10년이라지만 중립신은 자신의 복수 따위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그냥 오롯이 죽어서 마지막으로 필멸자들을 위한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할 뿐이었다. 그게 테라였다.

*

검은 연기가 드낙을 덮쳤다.

반마가 되고 마주하는 중립신을 본 드낙의 얼굴엔 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인간이었을 때는 몰랐을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많은 업을 가지고 있음에도 아직도 부족한 것인가?”

중립신이 보유하고 있는 업의 양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수준은 어마어마했다. 제국의 내전. 남부 왕국의 황폐화가 진행되면서 인간의 업을 많이 수급했으며, 드낙에게서 핏빛쥐들의 업을 능력과 교환했다.

‘이제는 드워프들의 업까지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인신이라고 불릴 수 없었다. 또한 한 번 죽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죽지 않았으면 인신이 드워프들의 업을 가져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전화위복인 셈이었다.

“오늘도 내가 구매할만한 능력을 만들어놨나?”

자신만만한 드낙의 말에도 중립신은 냉정함을 유지했다.

“화염의 마법사라 불리는 조파로스의 기질이다.”

전과 다르게 검은 문이 나타나지 않았다. 드낙의 격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환상을 경험하기에는 드낙의 수준이 높아서 불가능한 일이었다. 대신 중립신의 앞에 검은 연기가 모여들어서 거울이 되었고, 그곳에서 어떤 능력인지 보여주고 있었다.

“화염 마법의 소모, 효율성, 위력의 증가가 되는 마법사의 기질이다.”

“원래 뭐하던 사람이었지?”

“제국 해방군의 일원이었다. 흑황제의 폭력적인 치세는 인간이 견디기에는 힘든 수준이지. 제국 군단부터 무너졌으니 이길 수도 없다.”

보급 거리가 멀었다면 해볼 만 했겠지만, 제국 내에서의 해방 조직이었다. 박살이 안 나는 게 이상했다.

“광역 마법을 사용할 수준으로 마력을 투입하면 최대 3할까지 위력이 증대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평범한 광역 마법과 비교하면 소모되는 마력도 적으면서도 위력은 크게 차이가 나지.”

“얼마?”

“10만.”

드낙이 바로 반말했다.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무슨 개소리야! 이거 딱 봐도 1만도 안 되는 업으로 만들 수 있는 거잖아!”

“그대가 만들 수 없으니, 희소가치가 있다.”

“구매하는 건 나야!”

“그럼 1만5천.”

“아니, 인간 1만 명 분의 업으로 만드는 건데 마진이 무슨 5천이야? 3,500원짜리 닭을 2만 원에 파는 가게가 장사 잘 되겠어? 바로 폐업이지!”

“싫으면 하지 마라.”

거울이 싹 사라지며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노력한 대가는 줘야지. 1만5천에 살게.”

드낙이 한 걸음 물러났다. 그만큼 화염 마법이 대단하다는 걸 알고 있어서였다. 그 위력을 증가시킨다? 못 먹어도 달려야 했다. 핏빛쥐들에 대한 사랑도 쇼핑 중독을 이기지는 못했다.

“광역 마법을 다른 사람이 쓰게 만들면 얼마나 좋을 것 같나?”

“그런 게 가능해? 보통 작업으로는 불가능할 텐데.”

“신이 만든 마법 체계라면 다르지. 광역 보석 마법진이라는 마법 체계다. 보석에 광역 마법진을 새길 수 있고, 500개가 모이면 광역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500명으로 광역 마법 하나. 거기에 단순한 보석.

꿀꺽.

드낙이 군침을 삼켰다. 마치 불꽃놀이 이벤트를 시작하는 게임 회사처럼 화염과 관련된 능력들이 중립신에게서 선보이기 시작했다. 지금 드낙은 완벽한 고객이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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