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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692화 (691/1,239)

강철의 전사 69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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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신 성현과 연결된 대가는 컸다. 그릇에 균열이 가고, 피부층이 싹 날아갔다.

해서는 안 될 선택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발라쿠는 달랐다. 그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마신은 왜 오우거를 선택했는가. 그건 그만큼 오우거가 우월하기 때문이다.’

전차원계를 침공하고, 업을 수급하고 있는 마신. 그가 선택한 오른팔은 오우거다. 수많은 마수 군단이 존재하고, 마신의 챔피언 또한 존재하지만 실질적으로 차원계를 침공하고 업을 수급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오우거였다.

다른 종족이 아닌 오우거를 마신이 선택했다. 그렇기에 발라쿠는 자신을 믿을 수 있었다.

‘마신과의 연결을 통해서 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

평범한 오우거였다면 불가능했을 터다. 트윈 헤드 오우거로 되었기에 시도할 수 있었고, 발라쿠는 성공했다. 확실하게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필멸자에게는 가히 무한이라고 여겨질 정도의 힘이 계속해서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사용하지 않으면 그릇이 터져버릴 정도였다.

우드득!

나무를 획득하는 소리가 울러퍼지며 피떡이 된 피부층 속에 있는 뼈층에서 뼈가 팽창하고, 튀어나왔다. 그것은 마치 나무뿌리처럼 서로 얽히고설켜서 뒤엉켰고, 비대해졌다.

뼈갑옷처럼 발라쿠의 전신이 뒤덮였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마신의 힘이 금이 간 그릇에서 흘러나와 세상 밖에 모습을 드러냈다. 힘 대부분은 주변에 퍼진 주술과 부딪쳐서 상쇄되었지만, 그렇지 않은 힘도 존재했다.

꿀럭, 꿀렁!

마신의 힘은 살덩이가 되었고, 마수의 머리통이 되더니 이내 툭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형편없어 보이는 창조의 힘이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제어력만 있다면 마수를 그냥 바로바로 토해낼 수 있다는 뜻이었다.

1명의 마신 챔피언이 수만의 마수 군세를 토해낼 수 있었다. 마신의 힘은 갓 마신장이 된 오우거가 만드는 던전, 발전하여 미노타우르스를 소환해 관리를 맡긴 미궁과 매커니즘이 비슷했다.

“크, 하. 하!”

발라쿠가 웃음을 터트렸다. 방출력에는 한계가 존재했지만, 양은 무한이기 때문이었다. 장기전으로 가면 자신이 승리할 게 뻔했다. 주술이 적발을 소모해도, 상관없었다. 붕괴되어가는 그릇에서 마신의 힘이 무궁무진하게 쏟아지고 있어서였다.

더 이상 그에게는 생명체 혹은 필멸자가 지닌 그릇도 의미가 없어졌다. 원자력 발전소처럼 끝없는 힘이 넘쳐흘렀고, 그것은 발라쿠의 제어를 벗어나 사방으로 번지고 있음과 동시에 그릇의 붕괴를 막지는 못하지만 계속 그릇 자체를 회복시키고 있었다.

현상 유지가 되는 순간부터 발라쿠는 승리를 직감했다.

뼈로 뒤덮인 몸체를 지니게 된 발라쿠를 올려다보며 드낙은 갈등을 끝냈다.

‘이렇게 된 이상 반마로 가다!’

반인에서 반마가 되는 길을 걸어야 했다. 마음먹은 순간부터 모든 것이 진행되었다. 동전의 앞뒤를 바꾸는 것처럼 쉬웠지만, 그 결과는 돌이킬 수 없었다.

콰드득!

드워프 갑주의 등판이 깨지며 송곳 같은 날개의 뼈대가 툭 튀어나왔다. 그것은 체액을 쏟아내며 박쥐의 피막을 만들었다. 동시에 드낙의 피부가 약간 검붉은색으로 변했다.

온몸이 뼈로 뒤덮인 발라쿠에 비하면 변화의 수준은 하찮은 것처럼 보였다.

부르르.

드낙이 온몸을 떨었다. 인간이 지닌 인식범위로는 결코 느낄 수 없었던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격(格).’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 차원이 달라졌다. 연속성을 지니는 시간부터 인식하게 되었다. 그건 상하좌우로 이루어진 큐브들의 겹침이었고, 자연스럽게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수많은 갈래를 만들었다.

오우거는 태생이 필멸자지만, 악마는 태생이 초월자다. 반인반마(半人半魔)는 인간이 주류다. 결코 악마라고 할 수 없고, 인간에 가깝다. 하지만 반마반인(半魔半人)은 악마가 주류다. 결코 인간이라고 할 수 없다.

전후가 바뀐 것만으로도 드낙은 인간을 벗어났고, 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며 가늠할 수 있었다. 그저 존재감으로 어렴풋이 가늠한 것과는 차이가 달랐다.

‘지금이라면 중립신의 수준을 확인할 수 있을 터다.’

오우거는 결코 보지 못할 풍경이고, 정보들이었다. 동시에 드낙은 업(業)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수많은 핏빛쥐들이 쌓아올린 업. 그들이 오직 드낙만을 섬기고 찬양하며 기도한 업. 죽어가면서 드낙에게로 흘러간 업. 그 업은 450만 명에 달하는 업이었다.

‘중립신에게 그렇게 주고도 이렇게 많이 남아있었다니.’

드낙이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핏빛쥐들의 동족 포식 문화와 쥐라는 종족이 만들어낸 시너지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만약, 중립신의 육신이 허물어져 만들어진 차원계가 아니었다면 당장 다른 신에게 잡아먹혔을 터였다.

‘기묘하고, 기괴하다.’

450만 명의 업은 오직 드낙에게 깃들어져 있었고, 뭉쳐져 덩어리져 있었는데 실로 이상한 감각을 선사해주었다. 다른 사람이 뒤섞여져 있는 듯한 감각은 결코 좋은 감각이 아니었다.

‘느껴진다. 살아있는 핏빛쥐들의 생명이.’

평범한 악마였던 게페락스와 반마인 드낙은 분명 종족적으로는 드낙이 낮았지만, 핏빛쥐들의 신앙을 받고 있다는 게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었다. 육체적으로는 악마 게페락스보다 못했지만, 다른 모든 면에서는 그를 뛰어넘고 있었다.

신이 된 기분마저 느꼈다. 하지만 이내 침착해졌는데 핏빛쥐들의 생명을 느낄 수 있는 범위가 이 세계의 전체는커녕, 절반조차도 아우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갈 길이 멀구나.’

드낙이 왼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현재 수준으로 발라쿠와 싸운다는 건 어리석을 정도로 반마의 육체는 나약했다. 다른 종족보다 뛰어났지만, 현재의 발라쿠는 최강이라고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내가 지금 사용할 수 있는 최강의 수.’

드낙은 빠르게 판단했다. 초월자가 된다고 해서 지능과 지혜가 좋아지는 건 아니었다. 그저 남들과는 다른 인식 범위를 지닌 것에 불과했다.

‘업을 사용한다.’

악마 게페락스는 보유하지 않은 수백만의 업. 드낙은 그것을 다룰 수 있었다. 물론 중립신처럼 자유자재로 다양한 방법과 방식으로 사용하지 못했다. 오직 악마의 힘으로써 업을 소모할 수 있었고, 그건 곧 육체에 적용되는 힘이었다.

부룩!

근육이 튀어나왔다. 드낙은 움찔하며 이를 멈췄는데, 너무나도 본능적으로 알아서 해결되었기 때문이다. 걷는 것에 신경 쓰면 오히려 못 걷는 것처럼 무의식의 발로였다.

‘업의 소모가 생각보다 많다.’

육체가 나약했기에 업이 고생할 수밖에 없었다. 본래라면 진정한 악마가 되고 나서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단번에 드낙이 몸집을 키웠다. 적혈 대검이 작게 느껴지며 이내 손에서 놓아버렸다. 인간의 무기는 필요했지만, 발라쿠와 싸울 때는 소용이 없었다.

25m의 거인이 만들어내는 여파는 대단했고, 이를 막으려면 똑같이 거대해지는 것뿐이었다. 육체를 소모하는 대신, 수십만 명의 업이 소모되며 드낙의 거대화에 동원되었다. 단번에 18m의 덩치를 지닌 드낙의 오른손에서 피가 쏟아져나오며 창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발라쿠의 음성이 드낙의 귀로 들려왔다. 드낙은 그를 살짝 올려다보며 전투 자세를 취했다.

“너의 격은 나보다 낮다. 필멸자가 어찌 초월자의 피를 반이라도 가진 날 이길 수 있겠느냐?”

“죽어라!”

발라쿠가 분개하며 단번에 달려들며 할버드를 휘둘렀다. 핏빛쥐 전투병들은 끔찍한 피해를 당하고 뒤로 물러가고 있었고, 오직 주술사들만 드낙을 돕고 있었다. 그럼에도 발라쿠는 마신의 힘을 빌려 마법을 발현시켰다.

“얼음 강타!”

휘둘러지는 할버드와는 다르게 드낙의 정수리 위에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엄청난 속도로 떨어져 내려왔다. 드낙이 뒤로 움직였음에도 추적하고 있었다. 확실하게 그를 노리고 있었다.

다행이라면 주술사들이 막을 시간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최초의 각성으로 토해낸 거대한 화염과는 달랐다. 발라쿠가 토해내는 것이었기에 능히 대처가 가능했다.

쩌저저적!

얼음 덩어리가 균열이 생기고, 박살이 났다. 무수히 떨어지는 얼음비에 화염이 들러붙었다. 수십만에 달하는 주술사들이 상쇄에 성공한 것이다.

그 사이에 드낙은 발라쿠와의 근접전을 이어나갔다.

할버드와 창의 싸움. 당연히 발라쿠의 할버드 리치를 가늠하고 있는 드낙의 창이 더 길었다.

촤아악!

할버드를 스치면서 지나간 창이 단번에 발라쿠의 손목을 베어냈다. 오직 폭력적이고 난잡한 것이 발라쿠의 무위였다. 체급으로 찍어누르고, 군림하는 자의 무력이다.

태생부터 비대한 덩치를 지녔기에 정교함이 필요가 없었다. 수많은 실전 속에서 위기를 겪은 적도 드물었고, 손에 꼽을 정도였다.

‘말도 안 되는!’

할버드의 아래 도끼날로 분명히 창대를 건드렸음에도 성공적으로 손목이 당하자 발라쿠가 경악했다. 그의 눈으로 보이는 드낙의 창술은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드낙과의 부딪침이 길어질수록 발라쿠의 스텝은 꼬였고, 손이 어지러워졌다.

‘놈. 적응하고 있구나.’

드낙은 그 속에서도 성장하고 있는 발라쿠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조잡한 휘두르기는 정교해져갔으며 드낙의 창술을 파헤치고 탐닉했다. 천성적으로 무재가 뛰어났다. 드낙이 공격적으로 변했다.

단번에 비전을 사용했다.

〈게짓트 에센(Gesicht Essen, 얼굴 파먹기)〉.

중단. 좌측에 있는 갈비뼈 밑을 노린 찌르기에 발라쿠의 할버드가 아슬아슬하게 쳐냈다. 하지만 그건 힘을 뺀 잽에 불과했다. 스텝을 뒤로 빼면서 전신을 통해서 창을 회수한 드낙이 고함을 내질렀다.

“끝이다!”

하단 허벅지 안쪽을 노렸다. 가장 피가 많이 흐르는 곳이기도 했다. 발라쿠가 거기에 당해줄 리가 없었다.

단 15합만에 어느 정도 드낙의 창술을 막을 경지까지 바짝 도착했다. 전투 종족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카가가각!

창대와 부딪친 할버드가 불똥을 토해냈다. 드낙은 아래로 향해있는 할버드의 도끼면을 돌려차기로 후려쳤다. 그리고는 창날이 있는 부분을 잡아당기면서 뭉툭한 손잡이 끝부분이 발라쿠를 향하도록 회전시켰다.

“어림없다!”

왼팔로 상단막기를 했지만 드낙은 회전하는 창대를 잡아당겨서 하늘을 막고 있는 발라쿠의 왼팔을 무시하고 그대로 손잡이 끝을 발라쿠의 얼굴을 향해 찔러넣었다. 상단을 내려치는 것처럼 보이는 척하지만 실상은 엇박자로 잡아당겨서 상대의 얼굴을 찌르는 비전이었다.

푹!

“크아아악!”

발라쿠가 끔찍한 소리를 내며 두서 걸음 물러섰다. 피가 폭포처럼 쏟아져나왔다. 정확하게 찔려서 뭉게진 발라쿠의 왼쪽눈이 흐물거리며 피와 함께 밖으로 삐져나와서 코 옆쪽에 있는 볼에 들러붙었다.

안구 안쪽에 붙어있는 핏줄이 보였다.

끔찍한 울부짖음 속에서 드낙은 계속해서 움직이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다시 한 번 그릇에 금을 내며 마신의 힘이 폭발하듯이 터져 나왔다. 이미 균열이 난 그릇의 금이 더 크게 벌어졌다.

촤아악!

체액이 창에서 터져나오며 창이 방패처럼 벌어졌다. 육체의 힘. 그것을 이용한 변모였다. 방패처럼 변한 창이 화염의 절반을 막아섰다. 발라쿠와 매우 근접해있었기에 그런 각이 나왔다.

치이이이익!

매캐한 연기는 하늘 위로 올라가고, 고기 타는 냄새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새까맣게 탄 재가 바윗덩어리만큼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이글거리는 잿가루가 하늘을 뒤덮으며 핏빛쥐들의 위로 지나갔다.

“케헥! 켁!”

고열로 응어리진 공기를 흡입한 핏빛쥐 전투병이 기침 소리를 하면서 손으로 목을 움켜쥐었다. 모두 허리를 숙이고, 엎드렸다.

‘이놈, 자멸한다. 자신을 너무 믿고 있다.’

드낙이 혀를 차며 뒷걸음질 쳤다. 반마가 되면서 발라쿠의 현 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현 상태로는 수복 불가능했으며, 버티면 알아서 죽을 놈이었다.

“기이익! 키키키키!”

발라쿠의 입에서 기괴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누구의 목소리도 아니었다. 그의 왼손이 자신의 입을 턱 막더니 부르르 떨었다. 자신의 그릇을 뛰어넘는 힘을 사용한 대가는 자아(自我)의 붕괴였다.

더군다나 발라쿠의 두 번째 머리는 정신이 죽어버렸다. 마신의 힘을 두 번이나 그릇을 균열내며 사용한 발라쿠였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두 번째 머리는 그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푹 꺾여서 뒤로 넘어간 두 번째 머리를 본 드낙이 발라쿠에게 물었다.

“무슨 생각으로 그릇을 뭉개는 짓을 계속하는 거냐?”

“이곳에서 승리하고 난 다시 나의 그릇을 회복시킬 것이다!”

이미 잔뜩 흥분한 발라쿠는 자기 할 말을 할 뿐이었다.

‘마신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승리한 자에게는 상을 줄 것이다!’

몇 번이고 마신의 덕을 본 발라쿠였다. 그가 고함을 지르며 마신의 힘을 방출해 화염을 뿜으며 드낙을 향해 덤볐다.

〈크니에 스마쉬(Knie Smash, 오금 박살)〉.

전투 코뿔소처럼 달려오며 할버드로 사선베기를 행하는 발라쿠를 보며 휘둘러지는 방향의 반대편인 좌로 움직이며 창을 쿡하고 하단으로 찔렀다. 드낙이 측면으로 향하게 되면서 발라쿠 또한 그곳으로 상체를 틀었다.

고로 자연스럽게 무릎 측면에 노출되었는데 그곳을 창이 정확하게 찔렀다. 보통이라면 후방을 잡고, 무릎 뒤쪽에 있는 오금을 찌르지만 드낙은 무식한 방법을 사용했다.

평범한 뼈층이었다면 버텨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발라쿠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힘을 사용했고, 그렇게 돌출된 뼈는 뼈갑옷처럼 보였지만 서로 뒤엉킨 뼈에 지나지 않았다.

우둘투둘한 틈이 많았고, 창은 정확하게 그 부분을 찔렀다.

뿌직!

관절이 당하며 발라쿠가 목각인형마냥 균형을 잃었다. 드낙은 바로 중단을 후려쳤다. 균형을 잃고 쓰러지는 발라쿠의 할버드가 그대로 발라쿠의 몸 밖으로 튕겨 나갔다. 날아가지는 않았는데, 단단히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체급이 낮으니까, 어쩔 수 없지.’

드낙은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다. 보통이라면 끝나야 할 싸움이었지만 발라쿠는 이 공격마저도 버텨냈다.

‘실로 위협적인 종족이다.’

두 다리로 땅을 단단하게 디디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이 정도였다. 정면충돌은 반드시 피해야 했다.

부딪칠 할버드가 멀어졌으니, 드낙은 바로 후속공격을 행했다. 육체로 만들었기에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 창끝이 둔기로 변하더니 그대로 내려쳐 졌다. 반대편 앞쪽 무릎의 관절이 박살이 났다.

“그으으!”

일어서려는 발라쿠의 턱을 날려버렸다. 아래턱이 근육째로 뜯겨 나가며 땅에 떨어졌다.

“우오오오오!”

드낙이 고함을 내지르며 둔기로 변한 창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동시에 발라쿠의 발이 드낙의 몸을 단번에 밀어냈다.

‘미쳐돌아가는 근력!’

힘을 낼 수 있는 여유공간 따위 없었다. 초등학생을 들어올리는 성인처럼 발라쿠는 드낙을 그대로 몇 m나 날려버렸다.

쾅!

폭음과 함께 산과 부딪친 드낙이 몸을 일으켰다. 발라쿠는 어느새 일어나서 할버드를 움켜쥐고 있었다.

“하, 하하하! 마신의 은총이다! 그분의 권능을 봐라! 무너졌던 무릎도, 박살났던 아래턱도 한 순간에 치유하는 이 엄청난...”

펑!

마신장의 육신이 그대로 폭사하며 핏물이 되어서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실로 허무한 최후였지만, 밑도 끝도 없이 마신의 힘을 탐한 후폭풍이었기에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쏟아지는 핏물은 흙을 집어삼키며 그 자리에 호수가 되었다.

드낙은 빠르게 자신의 몸을 다시 줄였다. 일반적인 반마의 모습이 되었다.

‘이 짧은 전투에 사용한 업만 300만. 할 짓이 못 된다.’

다른 악마라면 1명 분의 업을 사용할 것을 드낙은 10명, 100명을 사용해야했다. 불완전한 악마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놈의 기세에 내가 흔들렸다.’

장기전으로 갔어야했다. 많은 피해를 입었겠지만 그래도 200만명의 업은 지킬 수 있을 터였다. 드낙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중립신 때문이었다. 업을 소모하길 바라는 중립신의 입장에서는 드낙이 발라쿠의 기세에 휘둘려서 단기전을 선택하는 것에 있었다.

‘지난 일을 떠올리며 후회해봤자 소용이 없는 일이다.’

그리고 업을 지킬 수 있는 판단을 했어도 드낙은 단기전을 벌였을 것이다. 죽어가는 핏빛쥐들을 가만히 지켜보고 싶지 않아서였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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