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691화 (690/1,239)

강철의 전사 69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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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에 달하는 핏빛쥐들의 공성 병기가 떨어져 내리는 마수들을 노렸다.

쿵!

몸에 부딪힌 대형 비행 마수, 붉은 마수가 그대로 휘청거리며 크게 뒤로 밀려났다. 네 다리를 단단히 땅을 밟고 있지 않고, 오직 날개만으로 허공을 날고 있었기에 질량 무기에 매우 취약했다.

“컹!”

서로 부딪치고 그대로 큰 날개가 서로 뒤엉켜서 빠르게 회전하며 추락했다. 어떻게든 서로 제공권을 잡으려고 하다 보니 더더욱 되지 않았다.

쾅!

그대로 머리부터 땅에 처박힌 붉은 마수는 버둥거리면서 일어났지만 같은 체구의 붉은 마수의 체중까지 합쳐져서 데미지를 입었기에 약간의 뇌진탕 증세를 보이며 옆으로 비틀거려야 했다.

“망치이잇!”

단번에 드워프 전사 계급에 속하는 망치 가문원이 쌍망치를 휘두르며 옆으로 쓰러진 붉은 마수의 머리통을 도약하며 내려쳤다. 있는 힘껏 양손을 휘둘렀다.

쾅!

망치 가문의 드워프 손길은 망치의 형상을 지닌 것의 충격력을 높이는 것이었기에 절로 큰 소리가 났다. 거기에 외골격 갑옷까지 입은 드워프였기에 체중 또한 대단하였다.

얻어맞은 붉은 마수는 단말마도 못 질렀다. 하지만 그렇다고 죽은 것도 아니었다. 추가타를 내리려던 망치 드워프 전사에게 함께 추락한 붉은 마수가 포효하며 입에서 충격 브레스를 쏘아냈다.

“크아아아아!”

“우아악!”

단번에 드워프가 허공으로 날아갔고, 사지를 버둥거렸다. 엄청난 속력을 지닌 게 충격 브레스였기에 무엇에 당했는지 인식하지 못해서 더욱 당황하고 있었다.

쿵!

떨어져 내리는 큰 돌과 부딪치더니 다시 땅에 곤두박질 쳤다. 먼지 속에서 기침 소리가 퍼져나갔다. 그 위를 모비딕이 지나가며 산액 브레스를 쏘아 보냈다.

“쿠워어어어!”

“끼에에에에엑!”

붉은 마수가 거대한 덩치로 돌고래 같이 울부짖으며 사지를 비틀었다. 오우거의 적발이 전신을 뒤덮고 있어도 산액 브레스를 빠르게 상쇄시키지 못했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후웅!

모비딕이 순간적으로 몸을 90도 꺾으며 날개 한쪽이 하늘로 향했다. 그 사이를 붉은 마수가 벼락처럼 지나갔고, 모비딕의 날카로운 뒷발톱이 놈의 눈을 긁었다.

“크아아악!”

눈이 깊게 베이지는 않았다.

공중전에서 상대에게 깊게 상처를 주면 자신의 나는 속도가 멈출 수 있었다. 상대의 신체에 발톱이 걸린다면? 바로 추락 내지는 동반 자살이 될 공산이 컸다.

공중 마수들의 싸움은 권투선수의 잽으로 상대를 추락시킬 때까지 싸우는 게 보통이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기동성의 와이번은 아룡 중 최강의 공중전력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한 방을 지닌 만티코어 같은 놈들만 안 만나면 공중대전에서 질 일이 잘 없었다. 그리고 붉은 야수는 한 방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있어도 맞아줄 생각이 없는 게 모비딕이었다.

“크으윽!”

반면 세리안은 죽을 맛이었다. 아티팩트를 통해서 신체가 항상 강화되었다고 해도 그 육신은 인간. 판타지 세상에서 가장 하찮은 종족. 오크를 견제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 뿌리를 두고, 국가를 설립할 수 있게 엘프에게 허락된 자유로운 노예들이었다.

콰직!

뭔가 물어뜯으며 모비딕이 지나갔다. 찰나의 순간 속에서도 와이번의 공룡 같은 긴 목은 실로 위협적이었다. 거리를 두고 있어서 안심하며 지나가던 붉은 마수의 날개를 물어뜯어 버린 것이다.

날카롭고 톱날같이 많은 이빨을 지닌 와이번의 이빨은 날개를 뭉텅이로 뜯으면서 단번에 찢어서 휘말리지 않게 만들었다. 저지력 하나 받지 않고, 유유히 지나갈 수 있었고, 날개가 찢어진 붉은 마수는 한쪽으로 치우치더니 태풍처럼 돌면서 머리부터 곤두박질쳤다.

몸집이 큰 놈이었기에 그 체중을 날개가 겨우 버티고 있었는데 그 날개 한쪽이 부상을 입었으니, 더 할 말이 없었다.

콰과광!

크고 작은 돌과 공성 쇠뇌가 하늘을 뒤덮으며 3만의 붉은 마수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혼잡한 상황에서도 모비딕은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줬다. 세리안이 하는 일은 그저 들러붙어 있을 뿐이었다.

“물러나!”

결국 세리안이 버티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 이에 모비딕이 그녀의 기색을 느끼고는 활강하며 단번에 깎아내려 가듯이 고도를 낮추면서 전장을 이탈했다.

“헉헉.”

거칠게 숨을 내쉰 세리안이 땅에 내려앉았다. 땅이 계속 하늘을 공중제비 도는 것처럼 느껴졌다. 긴 목으로 세리안의 전신을 다양한 방향에서 보던 모비딕이 날개를 쫙 피며 혼자 하늘로 향했다.

세리안 불파겐(Serrian Bulpagen)은 자신의 무장을 점검했다. 드낙에게 잠깐 빌려줬던 강철이 흐르는 강은 허리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었고, 홀그린의 펜던트에서 느껴지는 별자리의 힘은 확실하게 그녀의 육신에 적용되고 있었다.

저벅. 저벅!

몇 번 몸을 움직이고, 마인드 컨트롤을 진행해서 단번에 몸 상태를 완화한 그녀가 전장으로 향했다. 곳곳에서 난전이 펼쳐지고 있었기에 그녀가 활약하기에 좋았다.

“크아아아!”

붉은 마수가 거대한 덩치를 앞세우고 무모한 돌진을 감행했다. 드워프 수십이 나뒹굴었다. 체중에서 상대가 안 되기 때문이다. 지형마저도 바꿔놓는 대형 마수의 돌진력은 그 체급만큼이나 상상을 초월했다.

“......그윽.”

그렇게 돌진을 감행한 붉은 마수가 멈췄다. 그러더니 고개부터 땅에 처박았다. 이마에서 피가 홍수처럼 쏟아져나왔다. 세리안이 〈브루드의 자벨린(Brood`s Javelin)〉을 회수했다. 필중, 수거, 벼락의 힘이 삼중으로 깃든 신물이었다.

‘짐승은 짐승이다.’

그녀의 힘이 붉은 마수의 이마를 뚫은 게 아니라 붉은 마수의 힘으로 이마를 뚫은 것이다. 물론 상대의 힘이 어떻게 현실에 적용되고 있는지를 빠삭하게 깨닫고 있어야지만 가능한 일이었다.

“뭉쳐라! 드워프는 무조건 뭉쳐야 한다!”

“와아아아!”

그 말에 드워프들은 환호를 지르며 뭉치기보다는 앞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세리안이 인상을 구기며 허둥지둥 쫓았다.

“찍찍!”

그 사이에 핏빛쥐들의 대군은 서로 나누어졌다. 매복이 성공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음 전략으로 향했다. 매복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적의 움직임이었다.

‘어찌되었든 적은 하나가 되어서 최후의 보루로 향했다.’

특히나 고무적인 것은 적의 군세와 발라쿠가 나누어졌다는 점이었다. 최후의 보루에만 적이 모여있다고 판단한 발라쿠였다. 대장쥐는 그 혀를 찔러서 전략적 이득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 구도는 자연스럽게 적술적 이득으로 이어졌다. 각개격파를 가능케 했고, 소수가 두 쪽으로 나누어졌으니, 승리는 떼놓은 당상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이는 현실적 세계에 해당하는 것이며 판타지 세계에서는 달라질 수 있었다. 변수가 지나칠 정도로 많았다.

“크놀 공성병들은 남아라! 계속해서 최후의 보루를 향해서 공성 무기를 날려라! 지하 연합이 최후의 보루 인근에 도착하면 사격을 중지하고, 대형 비행 마수를 막는 선에서 지원사격하라!”

드워프들의 내구력을 믿고 있었기에 지하 연합의 공성 무기는 계속해서 사용될 예정이었다. 이를 통해서 붉은 마수가 발라쿠에게 지원을 오는 것을 원천 봉쇄했다. 하더라도 극히 소수에 불과할 터였다.

‘날 수 없으니, 발라쿠는 혼자가 될 수밖에 없음이다.’

10만 공성 무기에 30만 크놀 공병이 들러붙어 있었다. 도와주던 핏빛쥐 전투병들은 빠졌다.

“주술사들은 발라쿠의 마법을 차단하라! 전투병은 둘로 나뉘어서 최후의 보루와 발라쿠를 노린다!”

30만 핏빛쥐 주술사, 30반 고블린 주술사. 총 60만 마리의 주술사가 발라쿠에게로 향했다. 또한 70만 핏빛쥐 전투병 중 20만은 발라쿠에게로 향하고 50만은 붉은 마수에게로 향했다.

드낙이 발라쿠와 전투를 하고 있었기에 전투병은 발라쿠에게 많이 투입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많다는 게 대단했다.

160만중 30만은 남아서 공성 병기를 손에 쥐었고, 80만은 발라쿠에게 50만은 최후의 보루로 향했다. 적 병력에 비해서 발라쿠에 투입된 인원이 많았는데, 그만큼 발라쿠를 위협적인 존재로 보고 있었다.

*

드낙은 그림자로 발라쿠 근처에 도달하자마자 몸이 빠르게 원래대로 돌아가는 모습에 지독한 표정을 지었다.

‘적발의 영향 범위가 이 정도라고?’

못해도 300m가 발라쿠의 상쇄 범위에 들어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로 무시무시한 영향 범위였다.

“놈!”

발라쿠가 단번에 마력 충격파를 쏘아 보냈다. 드낙은 상쇄 범위 속에서도 힘을 더욱 방출하며 그림자로 변해서 수 킬로미터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마력 충격파를 회피함과 동시에 발라쿠의 무릎 위에 도착해서 그대로 적혈대검을 휘둘렀다.

콱!

피부층은 단번에 피떡이 되었지만 뼈층에서 가로막혔다.

‘제대로 들어가지도 않았다.’

지방층 때문에 뼈와 부딪치지도 못했다.

“쫓는 불똥.”

또다른 머리통에서 마법이 토해졌고, 드낙을 노렸다. 불똥이었지만 드낙만큼의 크기를 지닌 불똥이었다. 발라쿠의 체격을 생각하면 불똥이라고 할 만했다. 드낙은 거리를 유지하면서 적발을 통해서 상쇄했다. 그리고 땅에 착지했다. 생각보다 발라쿠가 지닌 상쇄의 힘이 대단해서였기에 그림자의 힘을 사용하기가 부담스러웠다.

콰릉!

천둥소리처럼 굉음이 드낙의 귀를 때렸다. 왼발을 굴러서 지축을 흔들었다. 흙과 돌 따위가 파도가 되어서 발라쿠 주변을 휩쓸었다. 드낙은 도약했고, 그대로 발라쿠가 휘두르는 할버드에 노출되었다.

쾅!

적혈대검과 할버드가 부딪쳤다. 부딪친 부분의 할버드 날이 움푹 파였다. 발라쿠와 드낙의 힘 때문이었다. 반면 적혈대검은 멀쩡했다.

옆으로 날아가며 두 발로 땅을 주르륵 미끄러졌다. 전신이 충격으로 저릿했다.

“하. 하. 하! 그 작은 몸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거냐?”

25m에 달하는 몸이 만들어내는 힘과 속력은 아속을 뛰어넘을 정도였고, 면적도 대단했다. 크기가 크기 때문에 속력이 느리다는 소설 속 헛소리는 이 자리에 발도 내밀지 못했다.

드낙의 적혈대검은 발라쿠의 피를 받아먹으며 점점 날카롭게 변했지만, 싸움이 길어질 것 같지는 않았다. 처음과는 다르게 드낙이 그림자의 힘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다른 방법을 쓴다.’

이미 상정해둔 것이었다. 그는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다. 대신 발라쿠를 붙잡아두는데 몸을 내던졌다. 발라쿠 또한 드낙이 자신의 대적자라고 불릴만큼의 격(格)을 갖추고 있었기에 드낙을 가장 신경 썼다.

죽음을! 죽음을! 죽음을!

드낙과 발라쿠의 싸움에 지하 연합이 참전했다. 핏빛쥐 주술사 30만은 발라쿠에게 주술 저주를 걸었다.

“버러지 같은 놈들이! 끼어들! 싸움이 아니다!”

발라쿠가 고함을 내질렀다.

“폭풍.”

또다른 머리가 마법을 발현시켰다. 드낙을 노리던 〈대인 마법〉이 중단되고, 〈광역 마법〉이 되어서 발라쿠에게 저주를 거는 핏빛쥐 주술사를 노렸다. 하지만 그 폭풍은 발현되자마자 단번에 사라졌다.

다른 고블린 주술사 30만이 이를 단번에 와해시켰기 때문이다.

마법이 차단된 발라쿠에게 핏빛쥐 주술사 30만의 주술 저주는 당장 발라쿠를 짓누르지 못했다. 대신 빠르게 발라쿠의 적발을 새하얗게 만들고, 뚜뚝 부러지게 하였다.

‘발라쿠의 적발이 사라지면, 그림자의 힘으로 놈을 무력화시키고 머리를 자른다.’

드낙이 그렇게 생각하며 더욱 격렬하게 발라쿠를 향해서 덤볐다.

콰아아아아앙!

“의미 없는 발악이다!”

할버드로 드낙을 때린 발라쿠가 도약해서 고블린 주술사 무리를 덮쳤다. 잔뜩 흩어져 있었지만 발라쿠의 마법 상쇄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뭉쳐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수백의 고블린 주술사가 단번에 지축에 균형을 잃고 쓰러졌고, 짓뭉개졌다.

쿵쿵쿵!

발을 구르자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동시에 피가 튀었다. 어느새 쫓아온 드낙이 도약하면서 발라쿠의 허벅지 뒤쪽을 베어냈기 때문이다.

쾅!

적혈대검과 발라쿠의 주먹이 부딪쳤다. 드낙은 땅 깊숙이 처박혔지만, 벌떡 일어났다. 코피가 투구를 타고 주륵 흘러내렸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지금 1초가 나중의 승패를 좌우한다.’

대장쥐는 발라쿠를 보며 빠르게 움직이며 주술사들을 미리 산개시키는 지휘력을 발휘했다. 동시에 전투원들을 희생시키는 결정을 했다. 그만큼 다수의 입장에서는 마신장 발라쿠의 마법 능력이 무서웠다.

“계속 덤벼라! 죽음을 각오하고 주술사들을 지켜야 한다!”

“뜨나아악!”

핏빛쥐 전투병들이 개미처럼 발라쿠의 다리에 들러붙고,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사타구니까지 도달한 핏빛쥐 10명은 힘을 합쳐서 가져온 중형 주술 아이템을 그대로 발라쿠의 쌍구슬 중 한 곳에 부착하고 허둥지둥 도망쳤다.

토템에 조각된 호랑이의 눈이 붉게 타오르더니 단번에 큰불이 일어났다.

“끄릅?!”

발라쿠가 허벅지를 안쪽으로 모았다. 적발 때문에 바로 사라졌지만, 살짝 화상을 입는 건 피할 수 없었다. 전투원들이 지닌 한 방 때문에라도 발라쿠는 핏빛쥐 전투병들을 무시할 수 없었다.

대장쥐가 준비한 노림수였다. 거대한 놈도 앗뜨!할 정도의 중형 주술 토템을 보유하게 만든 것이다. 발라쿠를 등반하는 핏빛쥐들을 본 드낙 또한 열심히 대패질하듯이 마신장을 공격했다.

초대형 레이드의 과정 속에서 발라쿠는 점점 빠르게 성장해나갔다.

무아지경(無我之境).

그 어떤 단어도 내뱉지 않았음에도 마법이 발현되었다. 또 한 번 발라쿠가 각성한 것이다. 마법의 수준은 더욱더 정교해졌다.

8천 개의 화염창이 8천 마리의 핏빛쥐 전투원을 정확하게 노렸고, 모두 타격에 성공했다. 주술사들의 주술이 천지에 깔렸음에도 그 모든 것을 압살하고 피해를 입혔다. 퍼져 있기에 광역 마법에는 빠른 상쇄가 가능하지만 응축된 힘 앞에서는 상쇄가 느렸다.

“끄.”

끔찍한 화상의 고통. 목에 꿰어진 화염창을 핏빛쥐가 양손으로 붙잡았다. 그대로 허벅지에 힘이 사라지며 그대로 땅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아...”

드낙이 깊은 절망을 느꼈다.

드디어 체감한 것이다.

오우거와 인간의 종족차이를.

똑같은 경험치 속에서도 확연하게 다른 결과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닿았다. 마신의 힘을 이 순간, 이 곳에! 재현할 수 있다!’

수십만, 아니. 헤아릴 수 없는 군세를 마주한 발라쿠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25m의 거대한 체구에서 나오는 그의 그릇이 단번에 금이 갔다. 하지만 부숴지지 않았고, 무너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마신 성현의 힘이 일순간이지만 발라쿠의 몸에서 방출되었다.

“그아아아아아아아!!!!!”

발라쿠가 고함을 내질렀다.

전신의 피부가 터져나가며 마신의 힘이 현계했다. 그것은 발라쿠의 분노, 증오 그리고 인정하지는 않겠지만 두려움에 의해서 변질되었고, 가장 확실한 모습으로 이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화아아아악!

그 어떤 전조도 없이 그의 시야를 가득 메우는 화염이 모든 것을 뒤덮었다. 마신장의 그릇으로 토해내어진 마신의 힘은 모든 것을 지울 수 있는 멸망의 힘이었다.

단 1초. 딱 1초만 유지된 화염이었다. 나타났다가 바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 여파에 휩쓸린 5만의 핏빛쥐 전투병이 일소되었다.

‘불합리하다. 이 정도로 오우거와 인간은 차이가 난단 말인가?’

슬픔도 없었다. 오직 절망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남은 방법은 단 하나 뿐이었다.

‘나도 인간을 포기해야하는건가.’

반인반마에서 반마반인으로.

조삼모사와는 확연하게 다른, 종족의 변경이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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