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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689화 (688/1,239)

강철의 전사 68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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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쥐의 슬픔은 곧 증오로 바뀌었다. 원래부터 피에 익숙한 종족이었기에 전혀 이상한 점이 없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복수는 보편적 감성이었다.

“참전하겠습니다. 창조주께서 명령하시지 않아도 스스로 걸어갔을 겁니다.”

“고맙다.”

드낙은 감사를 표했다. 그만큼 그는 죄인이었다. 또한 대장쥐는 드낙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검은 돔의 마수 군단의 현 상황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그들의 전력은 많이 약화되었습니다. 물론, 전쟁능력을 잃은 것은 아닙니다.”

〈검은 돔〉은 던전이다. 던전 중에서도 마경이었으며, 100%의 확률로 마신의 왼팔이라 불리는 미노타우르스가 관리하는 곳이었다. 그곳은 마수들의 보급로나 다름없었고, 수도라고 불릴만했다.

“하지만 황무지에 있는 검은 보급로는 모두 박살을 냈습니다. 그들은 단기간 내에 결코 강철 산맥으로 오지 못할 것입니다.”

드워프 산맥은 강철 산맥으로 불리고 있었기에 알아듣는데 거부감이 없었다. 이 세계는 지역을 지칭하는 말이 1개인 적이 없었다. 그저 대세로 많이 불리는 단어가 있을 뿐이다.

“검은 돔...”

드낙은 신음 소리를 냈다. 그가 또 넘어야 할 산이기도 했는데, 마경이었기에 제한된 전투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건 무서운 일이었다. 이 세계에서는 언제나 전투가 힘들었다.

반인반마가 되어서 쉬워 보일 것 같았던 마신장 토벌도 이렇게 되는 것을 보니 검은 돔 또한 드낙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지하에 마수들이 아직도 남아있던데.”

“그들은 보잘것없습니다. 규합되지 않았기에 핏빛쥐들의 식량과 전투 경험이 될 뿐입니다. 저희는 언제나 다수의 관점에서 그들을 상대합니다.”

“좋다. 모든 핏빛쥐들이 이 대전쟁에 참가할 것이다. 피의 복수고, 뛰어나고 똑똑한 핏빛쥐에 대한 진혼곡이 될 것이다. 그가 슬퍼하지 않도록, 그를 애도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강철 산맥으로 와라.”

“예! 그를 죽인 발라쿠는 자신의 격에 맞지 않는 죽음을 맞이할 것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만들 것입니다.”

대장쥐가 고개를 깊이 숙이며 물러갔다.

드낙은 그림자로 변해 다시 황무지를 관통하여 드워프 산맥으로 향했다.

땅! 땅!

현대인이었다면 땅땅거리는 소리에 군침을 흘리며 닭을 연상했겠지만 드워프들은 구슬땀을 흘리기 바빴다. 드낙이 주문한 극강철 투창을 만드는 단단한 철이 가장 고되게 일을 하고 있었다.

특수한 강철은 그 혼자만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외에도 많은 드워프들이 열 일하고 있었다.

300kg의 극강철 투창은 매우 굵었고, 길이만 해도 6m가 넘어서 멀리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흉악한 투창 굵기와 길이 때문에 대형 투창기 또한 만들어야 했다.

양팔에 있는 근육으로 극심한 고통으로 물들어도 입술을 바들바들 떨고, 이빨을 아득바득 물면서 망치질을 했다. 시간에 맞추려면 어쩔 수 없었다.

“꿀꺽, 꿀꺽!”

고블린 주술사들이 만든 주술 회복 물약을 들이켰다. 근육이 터져나가고 피멍이 든 신체도 빠르게 회복됐다. 특히나 자연의 주력은 몸을 회복하는데 탁월했고, 많이 복용하는 데 부담이 없었다.

“됐다. 〈칼날 용광로〉! 네 차례다!”

눈밑이 검게 된 단단한 철이 칼날 용광로를 불렀다. 〈칼날 가문〉의 대장장이가 긴장한 채로 다가왔다. 다른 대장장이가 만든 특수한 무구를 다시 재가공하는 영광스러운 일을 맡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장장이 가문이 지닌 프라이드를 버린 것과 다름없었다. 이미 완성된 물품을 왜 다른 대장장이 가문에게 맡겨야 하나? 스스로의 힘과 실력을 형편없다고, 다른 이에게 맡겨 완전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았다.

“이번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칼날 용광로.”

“알고 있다. 네가 만든 투창과 투창기의 성능을 결코 훼손하지 않겠다.”

그가 망치를 들었다.

칼날 가문의 대장장이, 칼날 용광로가 지닌 특수한 힘은 칼날에 용암과도 같은 고온을 부여할 수 있었다. 이는 생명체에 특히나 쥐약이었다. 내부를 태움으로써 재생력을 지닌 자에게도 효과적이고, 마력을 통해서 회복하기도 힘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화상을 입거나 새까맣게 된 재가 된 살덩이를 생피와 새살로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강대한 존재에게 화염은 필멸자들이 가지는 화염 피해만큼이나 위력적이지는 못했지만, 귀찮게 하고, 힘을 빠르게 소모시키기 좋았다.

사아아아.

엄청난 고열이 솟구치는 화염 없이 그저 달구어졌다. 공기 때문에 종종 희미한 불길이 보였지만 시각적으로 대단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만큼 무시무시한 화력이 잠들어있었다. 그렇게 칼날 용광로 특성이 극강철 투창에 부여되었다.

거대한 대장간에서 끝없이 올라가는 매캐한 연기를 뒤로하고 큰 구덩이에서 신의 봉화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르골처럼 쭉쭉 뻗은 황금관. 수많은 종류의 다양한 광물과 합금으로 만들어진 동상들이 붙어있으며 거대한 건축물로 보이는 장식품이 바로 신의 봉화였다.

그 신의 봉화에서는 계속해서 빛가루가 쏟아져나왔는데, 이는 드워프들의 무던해진 열정을 다시금 끌어 오르게 하고 있었다.

“들어올려어어엇!”

무지막지한 무게를 지닌 신의 봉화가 아직 만들어지고 있는 〈최후의 보루〉, 중앙에 들어섰다. 만들어진 성벽 위에는 비계가 아직 철거가 안 된 상태였고, 내부에는 대형 투석기가 반쯤 조립된 채 널브러져 있었다.

곳곳이 혼잡했지만, 오직 신의 봉화가 이곳에 자리 잡을 때에는 모든 드워프들이 모여서 구경했다.

*

그림자로 내달리는 드낙은 단 2일 만에 황무지를 주파하면서 생각했다. 황무지를 건너서 대장쥐를 만날 때도 2일이 걸렸다. 그가 답을 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천재처럼 번뜩이는 참신함은 그에게 없었다. 대신 다른 것이 있었다. 바로 모방이고, 비교다.

드낙 또한 자신을 강화할 방도를 마련했다. 그건 레우치터에게 있었다.

머리가 비상하지 않는 드낙이었지만, 그림자 기사를 보고 레우치터를 안 떠올리면 병신이었다. 둘은 매우 비슷했기 때문이다.

‘어둠의 레우치터.’

원시 저주의 레우치터.

‘얘를 강화한다. 추가 특성은 물론이고, 단기간에 압도적인 성장을 이루게 한다.’

그럴 수단이 있는가? 존재한다.

마력을 주력으로 변환시키면서 많은 힘을 버리는 일도 아니었고, 주력 따로 마력 따로 힘을 쏟아붓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야 하나된 힘이 아니기에 크게 집중시킬 수가 없었다.

당장 드낙만해도 연금술의 힘을 얻지 못하면 더블 파워라고 이름 지은 마주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만 해도 종류가 다른 초월의 힘은 파워업에 큰 도움을 준다고 할 수 없었다.

‘내 육체의 힘을 사용한다.’

그림자로 안전하게 달리던 드낙이 모습을 쑥 드러냈다. 그리고 정신을 집중했다. 당장 실험해보기 위해서였다. 주변에 그의 심기를 거스르는 놈은 1마리도 없었다.

잔뜩 독이 오른 드낙의 기세는 무시무시했기 때문이다. 세파리아스 불파겐처럼 잘 정련된 송곳 같은 폭압이 아니었지만, 그의 격이 산만한 기세를 증폭시키며 군림하게 하였다.

‘피를 소모한다.’

자신이 지닌 육체의 한계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피는 그림자의 힘이 되어 드낙의 26번째 척추에 들러붙어 있는 레우치터에게로 향했다.

조그마한 체구를 지닌 레우치터에게 송곳처럼 쑥하고 스며들어 갔다. 드낙도 놀랄 정도로 거부감이 없었다.

드낙도 놀라고 레우치터도 놀랬다.

움찔!

놈이 크게 펄떡거렸다. 하지만 이내 새로운 먹이감을 본 것마냥 그림자의 힘을 경계하고, 몸에서 밀어내기 위해서 손을 대었다가 맛을 보고 집어삼켰다. 레우치터는 더 달라는 듯이 전신을 꾸물럭거렸다.

‘믿을 수 없다. 이만큼 굉장한 효율이라니?’

불꽃이 전기로 변하면 열에너지를 많이 버릴 수밖에 없다. 이는 초월의 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림자의 힘과 레우치터는 달랐다.

둘은 마치 일란성 쌍둥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란성 쌍둥이였다. 같아 보이지만 확연하게 다르다. 그런데도 힘의 변환율에서 충격적인 효율성을 지니고 있었다.

‘미쳤다. 미쳤어!’

드낙은 힘이 1:1의 비율로 교환되는 걸 확인하며 짜릿한 쾌감을 느꼈다. 자신의 믿음직한 부하를 챙겨주는 것보다 행복한 건 또 없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크다. 이거라면 걱정이 없을 지경이다.’

그가 괴물처럼 히죽 웃었다. 금화 더미를 바라보는 상인처럼, 꼴사납게 마음에서 우러러나오는 본능적인 웃음을 지었다.

피는 빠르게 소모되고, 마력은 드낙의 입을 통해서 나오는 주문을 통해서 치료 마법으로 변하며 그를 치유했고, 주술 또한 치료 주술이 되어서 드낙의 피를 회복시켰다.

초록빛으로 반짝이는 나뭇잎이 드낙의 주위를 가득 메우며 회전했고, 푸른 빛으로 가득한 덩어리들은 드낙의 몸에 들러붙으며 서서히 스며들어 갔다.

마력을 주력으로 변환시키는 것보다 마력을 마법으로 발현시키는 게 효율이 좋은 건 당연한 것!

악마의 힘으로 만들어진 그림자 힘은 단번에 레우치터의 힘을 상승시켰다. 주력처럼 사용하고 나면 사라지는 힘이 아니었다. 레우치터의 살이되고 뼈가 되었으며 바탕을 이루는 힘을 증가시켰다.

단번에 레우치터의 몸이 커졌던 주력과는 다르게 서서히 레우치터의 몸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저 덩어리 혹은 기류에 지나지 않는 레우치터가 〈육체〉를 가지기 시작했다.

〈그림자 백인 백골 기사〉가 전신갑주의 형상을 가진 육체를 지닌 것처럼 레우치터 또한 몸을 지니게 되었다.

“그, 아. 아.”

드낙에게서 가장 많이, 가장 자주 주력을 받아먹고 그를 따랐던 레우치터였기에 형상은 인간의 형태를 이루었다. 남자처럼 보이는 몸이었다. 그리고 악마의 힘이 그림자의 힘에 업으로 남아있었기에 날카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악마의 날개가 한 쌍 서서히 돋아나며 크게 변해갔다.

뿔은 없었지만, 눈도 없었다. 얼굴에는 그저 입과 코 그리고 귀만 있을 뿐이었다. 인간을 닮았지만, 결코 인간이 아니었다.

펄럭!

악마 날개를 한 번 펄럭이며 힘을 준 레우치터가 드낙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보이지만 10살 소년 같은 모습이었다. 새까만 색상이라 소년 같지도 않은 애매한 모습이었다.

“와우.”

하지만 그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눈은 없지만, 입 코 귀가 있었다. 분명 지성을 지니고 있을 터였다. 고로 나중에 나서는 그의 든든한 그림자 기사가 될 수 있어 보였다.

“내놔!”

그림자 레우치터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돌고래 소리처럼 아주 높았기에 드낙이 귀를 찡그렸다.

파닥파닥! 파다닥!

인간 소년 체구에 비해서 무식하게 큰 날개가 크기에 비해서 경박하게 파닥거렸다.

“이런 씨.”

안 그래도 핏빛쥐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는 드낙이었다. 바로 주먹이 날아가서 머리를 후려쳤다. 단번에 고개를 땅으로 처박혔지만, 그림자가 되어서 부딪치기도 전에 회피해냈다.

붕붕붕.

그의 주위를 말없이 돌며 그림자 레우치터가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드낙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남자 새끼에게 봐준다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게 박호훈이었다.

“정신 사납게 하지 마!”

그의 호된 소리에 그림자 레우치터가 육체를 허물고, 다시 그의 26번째 척추에 달라붙었다. 물론 커진 상태였기에 다른 척수까지 뒤덮었다. 드낙은 그 상태에서 마력과 주력을 모두 체력을 회복하는 데 쓴 드낙은 육체가 만전이 되자 다시 그림자로 변해서 내달렸다.

마력은 자주자주 회복되었으므로 그림자 레우치터는 엄청난 속도로 성장할 수밖에 없었는데 특히 온갖 종족의 신체능력을 이어받은 드낙이라 악마의 힘을 회복하는데 플러스를 줘서 회복되는 수준을 높였다.

‘종족값이 높아져서 무조건 좋은 건 아니네.’

그나마 인간의 탈을 쓰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소년 그림자 레우치터는 드낙이 산맥에 도착했을 때 청소년 그림자 레우치터까지 몸집을 불렸다. 물론 정신연령은 그대로였다.

“내놔!”

“요를 붙이랬지.”

드낙이 지쳐서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요.”

청소년 그림자 레우치터가 끝에만 딱 요를 붙였다. 거기까지가 드낙과 레우치터의 합의선이었다.

쑤욱.

얼굴만 드낙의 등 뒤에서 빼꼼 빼낸 기괴한 형상을 지닌 레우치터를 본 세리안이 인상을 썼다. 거부감이 대단했다.

“뭐하는 놈이야? 뭘 또 붙여온 거야?”

그녀의 뒤에는 모비딕과 블러디 만티코어가 있었다. 두 놈 모두 드낙을 반기는 눈치였다.

“레우치터. 원시 주술의 재악이라 불리는 녀석이야. 그림자 힘을 줬더니 이렇게 되더라.”

간단하게 설명하며 드낙은 세리안과 드워프들이 해온 것을 확인하고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근데 아직도 마신장이 나타날 기미가 없어. 내뺀 거 아닐까?”

“그럴 리가. 아직 어느 정도 버틸만해서 그런 거겠지. 드워프들을 불러라! 이제 잠든 모든 드워프들을 깨울 때다! 중립신, 엘 마르토 카사다민의 이름으로!”

드낙은 그렇게 말하며 드워프들을 모아놓고 자신의 양손으로 신의 봉화에 접촉했다.

‘심연의 어둠을 바라보면, 심연 속에 있는 괴물 또한 자신을 바라보는 법.’

드낙이라는 존재가 다리가 되어 중립신의 영향력이 신의 봉화로 직접적으로 옮겨졌다.

빛의 기둥이 솟구쳐오르며 분수처럼 빛의 가루가 떨어져 내려 지하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이는 잠들고 있는 모든 드워프들의 〈거푸집〉으로 향하여 그들을 깨울 것이다.

마수가 대지진에 죽고, 그림자 장막을 나오면서 죽었기에 마신장 발라쿠는 그것을 감당할 수 없었다.

‘와라, 나는 디펜스. 너는 오펜스다.’

드낙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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