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685화 (684/1,239)

강철의 전사 68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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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빨리 다가왔다.

드디어 마신장 발라쿠가 〈중앙 도로〉를 통해서 제국의 수도에 도달한 것이다.

용암 폭포 성채 함락 이후 1달하고도 보름이 걸렸다. 예상 도착시각보다 보름을 더 늦게 도착했다.

발라쿠가 게을러서인가? 아니다.

마수들의 이동 속도가 느려서인가? 결코 아니다.

“꾸어어어어어!”

오직 드워프를 카운터치기 위한 대형 마수가 거세게 울부짖었다.

잔털 관통 마수의 일종인 〈극세사 주둥이 코뿔소〉 300체(體).

몸높이는 3m에 불과했지만, 몸길이는 15m에 이르는 기형적인 몸체를 지닌 코뿔소 마수였다. 그 몸은 마치 지네의 다리처럼 수많은 털이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 털의 길이는 5m~10m까지 달했다. 방어력이 높지만, 공격력이 낮은 드워프를 죽이기 위한 존재였다. 오직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서 태어난 생명체였고, 전사 계급이 없는 드워프 제국은 멸망할 수밖에 없었다.

단 300체라도 능히 가능했다. 수많은 털들을 하나씩 잘라내도 그 수천 배에 달하는 털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드워프의 대포를 대신 맞아줄 소형 박쥐 마수도 그득했다.

그게 마신장 발라쿠가 준비한 것이었다.

〈용암 폭포 성채 공성전〉을 통해서 배운 것이 없을 수가 없었다.

‘성벽을 무너뜨리는 건 쉽다.’

발라쿠 정도의 파괴력이라면 한 방에 가능하다. 하지만 거기에 접근하는 것이 힘들었다. 고로, 그것을 쉽게 만들고 내부에서 드워프 전투를 간단하게 만들어버릴 수 있는 병력 구성을 새로 짰다.

보름의 기간 동안 발라쿠의 군세는 한 번 더 진화했다.

‘반면, 드워프는 어떤가.’

발라쿠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았다.

‘저 성채를 보라! 용암도 흐르지 않는 평범한 성채일 뿐이라니.’

전투 요새였던 용암 폭포 성채와는 확연히 달랐다. 성벽 몇 곳에는 기어오르기 쉬운 호화스러운 석상이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고, 성벽을 낮게 만들어 멋들어진 첨탑을 툭 튀어나오게 만든 곳도 있었다.

살짝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 성벽도 아니라 그냥 직각이었다. 하수로 또한 굵직굵직했고, 해자라고 할 것도 굉장히 큰 규모는 아니었다.

“......”

그렇게 성채를 바라보던 발라쿠는 의문을 띄웠다. 성벽 위에 드워프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아서였다.

‘도망쳤나?’

그런 생각이 순간 들었지만, 살짝 고개를 저었다. 드워프라는 종족은 모든 것에 둔감하다. 이 위기조차도 제대로 체감하고 있지 못할 게 분명했다. 그랬어야만 한다.

“마수 약탈자를 보내라. 석상을 기어 올라가서 내부를 확인해.”

그 말에 〈그림자 백인백골 기사〉가 짧게 대답하며 그림자로 변해서 사라졌다. 다른 마신장에게 명령을 하달한 것이다.

곧 경보병에 속하는 마수 약탈자들이 너도나도 곳곳에 배치되어있는 석상으로 달려갔다. 실로 민첩해 보이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 모습이 드낙의 눈에 새겨졌다. 그가 눈웃음을 지었다. 실로 고소했기 때문이다.

‘굉장히 신중하네. 역시, 방심하지 않길 잘했다.’

그는 성벽 위에 빼꼼 머리를 들어내어서 훔쳐보고 있었는데, 그 어떤 존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또한, 그의 육체는 이미 투창을 위한 모습으로 변형을 끝낸 상태였다.

극강철 투창이 드낙의 손에서 살살 돌려졌다. 물론 바로 사용하지는 않았다. 거리 때문이었다. 투창의 날 뒤쪽에는 고리가 새로 부착되어있었는데 그곳에는 드낙의 머리카락이 묶여져 있었다. 혹시라도 있을 마신장의 발악이 있을 수 있었다. 응축된 적발은 소량이었음에도 자신이 할 일을 톡톡히 해낼 것이다.

휘익.

“키익.”

드낙의 앞에 마수 약탈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흉측한 외모와 등이 굽어있었지만 재빠름은 원숭이보다 더 대단한 놈들이다. 수직벽에서도 내달릴 정도의 민첩함을 지닌 마수 경보병인 〈마수 약탈자〉는 석상의 그림자에 그저 등지고 있는 드낙을 그냥 지나쳤다.

무시무시한 은신력이었다.

‘마수 약탈자가 내부에 드워프가 없다는 걸 알게 되면 까무러치겠군.’

드낙의 눈이 〈극세사 주둥이 코뿔소〉로 향했다. 은밀기동이 가능하고, 신체능력이 반인반마에 들어선 그는 이미 상대의 추가 전력을 확인한 상태였다.

‘모르면 병신이지.’

전쟁의 기본은 상대를 아는 것부터 시작한다. 전쟁은 항상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자신만 돌보고, 자기 세력만 갖춰놓는 삼류 지휘관은 결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었다.

자연히 드낙은 홀로 마신장의 군세를 미리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과정은 너무 수월해서 그 누구도 그의 존재를 파악하지 못했다. 마신장 발라쿠조차도 깨닫지 못했다.

그림자 기사라고 부르기에 아깝지 않았다.

‘놈은 아주 잘 해줬다. 덕분에 드워프들의 고집을 꺾을 수 있었다.’

뭐가 문제냐고 물었을 때, 뭐가라고 말하며 사람 답답하게 만드는 게 드워프들의 둔감한 감각이었다. 일을 진행하는 데에 있어서 태평했다. 만약 드낙이 핏빛쥐들의 노동력을 쓰지 않았다면 아직도 〈신의 봉화〉는 수도에 있을 터였다.

드낙이라는 좋은 영향력 덕분에 빠른 결정을 했을 뿐이었다.

물론 상대는 심각할 정도로 너무 잘해줬다.

‘드워프 카운터 마수라니. 시간이 지날수록, 전투를 경험할수록 상대의 세력은 강해지고 있다.’

끝없이 발전하는 상대만큼 무서운 게 없었다. 확실하게 피드백을 하고, 계속 성장한다. 그리고 성장할 자원 또한 능히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서 싸웠다면, 100번 졌을 싸움이다.’

끝이 날카로운 긴 송곳 같은 털은 단번에 드워프들의 몸에 타격을 크게 줄 것이다. 방어구는 깨어지지 않더라도 타격은 오롯이 그 몸에 새겨진다. 특히나 관통을 위해서 탄생한 대형 마수의 거대한 힘은 압도적이다.

그걸 피할 민첩함이 드워프에게는 없었다. 동시에 준비했던 대포도 돌덩이처럼 딱딱한 소형 박쥐 마수인 〈스톤 레서 가고일〉 때문에 위력이 반감될 것이 분명했다.

만약 전사 가문이 한 곳이라도 제국 수도에 있었다면 드워프들은 싸웠을 것이다. 잔털 관통 마수 계열이 있어도 전사 계급이라면 숫자로 밀어붙여서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력이라는 것은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방법이었다.

‘드워프 전사 계급이 없어서 천만다행이다.’

드낙은 드워프들의 기술력을 이용하고 싶었기 때문에 당연히 반대였다. 드낙은 마수들에게서 눈을 돌려 20m의 덩치를 자랑하는 발라쿠를 바라보았다.

그 기세는 가만히 있어도 두려움이 일어났다. 발라쿠는 현재 드낙보다 월등히 격(格)이 높은 존재였다. 그건 종족값이 크게 관여하고 있었다. 똑같은 반신이라도 오우거와 인간은 차이가 심했다.

악마가 인간의 피를 절반 가진 것과 인간이 악마의 피를 절반 가진 것에서 오는 차이이기도 했다.

‘진짜 어떻게 이기라는 거냐. 판타지 세상 너무 X같다.’

남부 왕국에서 활동할 때에도 조금조금 느꼈지만, 드워프 산맥에 오고 나서는 더욱 심해졌다. 자신 또한 성장했지만, 인간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한 그 한계는 명백했다. 마치 스스로 괴물이 되어야지만 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어 보였다.

‘그럴 수는 없지.’

변모의 힘이라고 해도 그 주체는 인간이다. 그것을 악마로 바꾼다는 것은 드낙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었다. 그의 자아는 〈인간〉이었다.

‘혼자서는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나 방법은 있다.’

아무리 대단한 놈이라도 머리통이 터지면 죽는다는 점이었다. 적의 보스가 죽는다면, 나머지는 암살을 통해서 곤죽으로 만들 수 있었다.

‘실패한다면, 모든 힘을 하나로 모아서 회전을 하는 수밖에 없다.’

드낙이 숨을 죽였다. 이번에 끝낼 수 있기를 빌었다.

“아무도 없다니. 도망칠 종족이 아닌데.”

발라쿠가 앓는 소리를 냈다. 이해할 수 없어서였다. 계획이 틀어지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제국의 수도가 무주공산이 되었다면, 신의 봉화를 취하면 되는 일이었다.

“신의 봉화를 찾아라. 수도 근처에 반드시 있을 것이다.”

숨어있는 드워프가 있을 수 있었으므로 겸사겸사 신의 봉화 수색을 마수들에게 맡겼다. 그리고 발라쿠는 제국 수도에 입성하기 위해서 걸어갔다.

드낙은 발라쿠가 500m까지 올 때까지 기다렸다. 혹시 몰랐기 때문에 최대한 자신이 안전한 선에서 상대를 요격하기 위함이었다. 초지근거리에서 투창하기에는 실패 시 리스크가 컸다.

극강철 투창에 부여된 마법은 충분히 반신급으로 보이는 마신장에게 발각될 수 있었다. 하지만 드낙은 그런 마법을 제거하지 않았다. 연금술을 통해서 마력이 액체로 깃들어 굳어있는 음각 문양에 있는 굳은 물약도 제거하지 않았다.

‘보통 마신장을 잡을 때처럼 하지 않기 때문에 어차피 들킨다.’

나중에 회수할 수 있도록 놔두는 게 좋았다.

상대는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드낙은 그걸 알고 있었고, 그 어떤 방심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법적 요소를 포기하지 않았다. 상대의 실력을 가늠했기 때문이었고, 그 대신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고려했다.

제국 전신갑주조차 버리고 온 게 드낙이었다. 단 한 번의 원거리 암살을 실패하면 그대로 빤스런을 칠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후우욱. 후욱. 후욱!”

숨을 제법 거칠게 뱉으면서 몸의 근육을 이완, 수축을 반복했다. 동적인 스트레칭과 비슷한 효과를 주었다. 준비를 마친 드낙이 단번에 투창기에 투창을 걸었다.

녹안(綠眼)이 반짝 빛났다.

‘엘프는 완벽한 존재다.’

발전할 수 없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완성된 그릇이었다. 드낙은 녹안을 활성화시켰다. 녹안의 신체에 마력이 흘러들어왔고, 자연스럽게 불완전한 드낙의 영혼이 눈동자에 깃들었다.

모든 풍경이 변했다. 주변의 정보가 시각화가 이루어져 보이는 것의 모든 것을 정보화해서 드낙의 뇌로 뻗어 나갔다. 말 그대로 눈에 모이는 모든 것이 냉정하게 뇌로 들어왔다.

그건 실로 기이한 기분이었고, 불쾌했다. 안 봐도 되는 것 또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로 완벽한 시야라고 부르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동시에 주변 대기에 존재하는 마력과 영혼의 잔재등이 보였다.

보이지 않음에도 보였기에 다른 사물을 판단하는데 그 어떤 어려움도 없었다. 다른 눈으로 개별적으로 보고, 이것이 뇌에 들어와서 하나가 되는 것과 같은 방식이었다.

동시에 녹안은 컴퓨터 언어처럼 오직 엘프들의 시각 언어와 비슷했다. 〈시각의 정보화〉는 인간 또한 가지고 있지만 엘프들은 그것을 아득히 뛰어넘고 있었다. 더 효율적이고, 완벽했다.

물론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드낙이 눈을 깜빡였다. 코앞에 있는 것처럼 발라쿠의 머리가 확대되었다. 〈펄 발드의 눈〉이 지닌 능력이었다. 녹안의 힘과 대칭을 이루며 기이한 시각 정보가 드낙의 뇌 속에서 만들어졌다.

그 속에서 드낙은 발라쿠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예상할 수 있었다. 놈이 보일 수 있는 행동 또한 능히 짐작게 해주었다. 초월의 힘을 받아들인 녹안은 그런 것이 가능했다.

꽈아악.

오우거의 근섬유 조직이 스며들어 간 근육이 강하게 부풀어 올랐다. 똑같은 체격임에도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올랐다. 근섬유의 내구력이 실로 대단했고, 힘이 뛰어났다.

“〈유령의 이글거림 타투〉.”

환상 고통을 부여하며, 영혼력이 조금 변형, 가공되어서 부여되는 힘이었다.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것이다. 준비해야 할 게 많은 마법과 주술은 쓰지 않았다.

‘마법은 쓰지 않는다.’

상대가 빨리 간파하는 걸 늦추기 위함이었다. 마법과 주술은 도주용 힘으로 남겨둘 생각이었다.

“〈미노타우르스 타투(Minotaurs Tattoo)〉.”

오른쪽 팔에 존재하는 특이한 힘줄 다섯 개가 빠짝 튀어나왔다. 드낙의 눈살이 조금 찡그려졌다. 금방이라도 팔의 피부가 갈라지고, 터질 것 같을 정도도 팽팽해졌기 때문이다.

“〈히드라의 타투(Hydra`s Tattoo)〉.”

드낙의 전신에 분배되어있던 히드라의 7머리가 모두 오른팔로 모였다. 그리고 입을 쩍 벌리며 활성화가 이루어졌다. 근육 곳곳에 피멍이 들며, 피부가 괴사하기 시작했다.

준비를 마친 드낙이 한 걸음 내디뎠다.

열화 되었지만 분명 존재하는 오우거 뼈층은 이 상태로 투창해도 드낙의 육신이 받을 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여줄 것이다. 물론 그것 외에도 하프 드워프의 육체 내구력 등이 드낙을 받쳐주고 있었다.

‘모든 것을 담는다.’

그가 걸어왔던 길. 그게 모두 투창에 담겼다.

“기이익!”

드낙의 입에서 괴상한 앓는 소리가 나며 피가 주륵 흘러내렸다. 전신의 근육을 모두 사용했기 때문이다.

꾸직.

어깻죽지의 근육이 찢어지는 소리가 몸속에서 들렸다. 끔찍한 통증이 드낙의 신경계를 질주했다. 하지만 화상의 고통을 몇 번이고 겪어본 드낙이었다. 그의 고통에 대한 정신은 실로 대단했다.

투창기에서 밀어진 극강철 투창이 쏘아졌다.

촤아아악!

드낙의 오른팔에서 피부가 찢어지고, 혈관이 터져나갔으며 뼈층이 드러났다. 근육은 피멍으로 가득했고, 빠르게 괴사하기 시작했다. 히드라의 타투 또한 잠깐 형체를 잃었다.

“......!”

발라쿠는 실로 귀신처럼 투창을 발견했다. 거대하기 짝이 없는 눈동자는 둔해 보이지만 그 어떤 신체구조보다 민감했다.

“두번째 극점 방어막(dubeonjjae geugjeom bang-eomag).”

투창의 앞에 작지만 엄청난 굵기의 방어막이 단번에 만들어졌지만, 투창의 속력은 그것을 아득하게 뛰어넘었다. 소리조차도 들리지 않았고, 마법이 완성되기도 전에 이미 그 지점을 지나갔다.

‘됐다!’

놈이 입을 오물거리고, 마법이 발현되는 과정의 중간을 그대로 투창이 통과했다. 힘을 섰지만 이미 버스는 지나간 지 오래였다. 드낙은 성공을 의심하지 않았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굉음이 일어났다. 드낙은 일이 크게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고 그대로 몸을 돌렸다.

검은 그림자가 드낙의 앞을 가로막았다. 순식간에 공간을 격하고 모습을 드러낸 〈그림자 백인백골 기사〉였다. 그가 만들어낸 그림자에서 마수들이 끝도없이 토해지기 시작했다.

단순한 마수가 아니었다. 마신장 발라쿠의 부관노릇을 하는만큼 보이는 것과 다르게 강력한 힘을 보유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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