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전사 68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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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들, 도망칠 생각이 전혀 없다! 종족성격이 너무 좋아! 빌어먹을!’
드낙이 눈을 부라렸다. 꼼꼼히 깨어난 드워프들을 훑고, 감시하고, 스토킹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둔감해서 드낙이 그들을 매우 주시하고 있는 것도 몰랐다.
드낙을 망치 가문 전사들에게서 들은 대로 강력한 마신장 백병전 비밀병기 정도로 여기고 있었다.
시험을 통과하자마자 망치 가문의 드낙에 대한 인상이 그대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성격이 좋았다. 실로 드워프다운 행동 판단이었다. 의심이 적었고, 사기당하기 딱 좋은 종족이었다.
‘이런 종족을 버릴 수는 없다. 중립신 놈, 대체 뭐하자는 거지?’
정확히 말하면 한 명, 한 명 소중했다. 배신의 ㅂ자도 안 보이는 게 드워프들이었다. 정신 자체가 뭔가 백치미? 조금 엉성했다.
개인이 가져야 할 이기심이라는 것도 드물었는데 스스로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어서였다.
황금 때문에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짓밟는데 그런 게 드워프들은 없었고, 자연히 빛의 인성을 지닌 이들이 많았다.
‘그게 문제다.’
하나같이 어느 정도 나쁘지 않은 인성을 가지고 있다 보니, 도망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어있었다.
죽음에 대한 것도 무뎠기에 정신만 놓고 보면 최강의 병사라해도 무방했다.
‘그에 반해서 진짜 전투는 잘할 줄 모른다.’
살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상처 입지 않기 위해서 아등바등 전술 훈련을 하는 인간과는 달랐다. 수련해도 그건 개인 수련에 불과했고, 교양에 그쳤다.
대규모 전술 훈련은 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대규모 전쟁에서는 가장 형편없는 종족이기도 하지.’
종족전에서 가장 먼저 패배할 것으로 보이는 게 드워프였다. 실제로 드낙이 있든 없든 마신장과의 전투에서 많은 드워프가 죽을 것처럼 보였고 그게 가장 걱정이었다.
‘중립신의 피와 살로 만들어졌지만, 테라가 완성될 때 핏빛쥐와 함께 외계로 나아가야 할 종족이다.’
생산과 제작에서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하기 때문이었다. 이를 위해서 중립신과 타협을 해야 하지만, 드낙은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을 데려가고 싶었다.
‘가문 하나만 있어도 이득이지만, 난 다 가지고 싶다.’
대장장이 계급만으로도 엄청난 가치를 지녔다. 하지만 드낙은 그것만으로 부족하다고 여겼다. 탐욕이 절로 일어났다. 마치 대형 썰매장에 콘도까지 지어버리는 브레이크 없는 사업가나 다름없었다.
동부에서 그놈의 구리 때문에 대산 너머를 이 잡듯이 뒤지고 다녔던 걸 생각하면 치가 떨렸다. 그걸 극복해줄 수 있는 게 드워프라는 종족이었고, 그들이 지닌 초월의 힘이었다.
자연스럽게 친드워프 성향이 된 드낙은 자기변호를 하듯이 중립신을 욕하고 뇌피셜로 정신무장을 이어나갔다.
‘이번 일도 분명 중립신이 꾸민 일이겠지. 드워프들을 죽여서 자신의 업으로 삼으려고 하고 있어. 그걸 막기 위해서는 그들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
중립신이 반대할 수 있었지만, 이번 일에 얻은 업 또한 드워프의 생존권을 두고 교환할 각오마저 하고 있었다. 그만큼 드워프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는게 드낙이었다.
“후우, 미치겠네.”
그런 상황 속에서 주전파가 많은 드워프를 보니 속이 까맣게 타 틀어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놓고 도망치자고 할 수 없었다. 싸워보지도 않고, 도망칠 드워프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로, 조금 방식을 바꿔야 했다.
‘정공법으로 들이박으면서 동질감을 만들어내고, 옆구리를 긁으면서 딴생각을 하게 만든다.’
맞서 싸운다는 주된 의견을 자연스럽게 아래로 내려가게 하고, 도망친다는 부차적 의견을 위로 높인다.
“마신장 말이오. 정말 덩치가 크던데, 신의 봉화를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오.”
“덩치가 정말 크던데... 마신의 마법(mabeob)의 여파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 분명해 보이오. 실로 두려운 힘을 가지고 있소.”
“신의 봉화가 전투 속에서 무너진다면? 혹시 모르겠는데?”
드낙은 곳곳에 밑밥을 깔며 이곳저곳 다녔다. 자연스럽게 대꾸하는 드워프들이 많아졌고, 고민하는 드워프들도 많아졌다.
〈신의 봉화〉.
중립신의 존재가 다시 깨어났고, 그 힘을 되찾으면서 활성화된 신의 건축물이다. 오직 왕족만이 건설할 수 있기도 했다.
인신(人神)이라는 굴레 속에 속해있었던 대신(大神) 엘 마르토 카사다민은 여동생의 배신으로 죽음을 맞이했고, 그 피와 살은 드워프에게로 이어졌다. 자연스럽게 중립신은 인신에서 벗어나 다른 종족의 업을 획득할 수 있는 조건을 얻었다.
전화위복(轉禍爲福).
죽었다는 끔찍한 결과가 부활하며 좋은 결과가 된 격이었다.
평범한 인신은 감히 닿을 수 없는 대단한 힘과 재능, 그릇과 스펙을 지녔던 중립신의 죽음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의 죽음이 세상을 하나 구성할 정도로 대단하였다.
〈신들의 땅〉에서 능히 세력 하나를 일구었으니, 그 위대함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신과 소통하기 위한 장치.’
둔감한 감각으로 신을 확인하고 싶어 했던 드워프들의 집념과 고뇌의 결정체.
‘드워프들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건축물이기도 하지.’
중립신은 드낙의 의견을 거부할 것이다. 그를 따르라는 명령을 드워프에게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드낙은 의견을 말하지도 않았다. 그걸 모를 중립신이 아니었다. 요구한다면 업을 달라고 할 터였다.
‘불통(不通)이 아니다. 모든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게 중립신이다.’
신쯤되면 드낙의 마음을 모르면 멍청이였다. 그는 예측하기 쉬운 인간은 아니지만, 뚜렷한 행동 강령을 지니고 있었다. 수틀리면 튄다, 피를 보면 발을 멈추고 싸우며 시야가 좁아진다 등과 같은 습관들은 중립신도 분명 알고 있었다.
‘알고 모른척한다면, 나는 나대로 드워프들을 조종하는 수밖에 없다.’
중립신은 이렇게 되어도 좋고, 저렇게 되어도 좋을 것이다. 어차피 드워프를 드낙이 데려가려면 중립신과 거래를 해야 했다. 반대로 드워프가 죽어도 어차피 테라를 위한 업의 일부가 된다.
신의 봉화는 이 지하의 꼭대기. 산 정상의 지하 속에 존재했다. 지하 종족인 드워프에게 가장 멀리 있는 셈이었다. 하지만 드워프 제국을 노린다면 상대 또한 신의 봉화와 가장 멀리 있게 된다.
지하 종족이기에 가장 높은 산의 꼭대기 지하층에 배치한 노림수.
‘실로 훌륭하지. 하지만 거리가 멀다는 것은 드워프들에게 부담스러운 건 여전하다.’
“동부왕! 마신장의 신체가 16m에 육박한다는 것이 사실인가? 그릇이 뭉개질 텐데! 제대로 근거가 있는가!”
드낙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례하게 대뜸 찾아와서 인사도 하지 않고, 물었지만 그만큼 다급함이 드워프에게 있었다.
“물론, 검은 돔을 남부에 설치하고 수많은 공물을 받아먹은 마신장 중의 마신장이오. 그 신체는 16m에 달하며, 그릇은 무너지지 않게 되었소.”
그는 거침없이 뇌피셜을 전개했다. 정말로 그런지는 드낙도 몰랐다. 어차피 드워프도 알 길이 없었다.
“허어, 정말 그렇다면 마신의 은총으로 지하 위층을 뚫어 내버리면 신의 봉화에 닿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드낙은 손사래를 쳤다.
‘지금이다!’
경박한 소리를 내기 위해 목청을 조금 높였다. 남자답지 않은 하이텐션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하하핫! 그럴 리가 있겠소? 마신의 하수인이면서 그 오른팔이라 불리는 마신장이라도 설마 산맥 지하를 전부 점령하지 않고, 수도로 일직선으로 내달려오는 데 그 목적이 신의 봉화일 리가 없지 않소. 드워프 제국의 수도를 빨리 무너뜨려서 결집하지 않게 만들려는 것이오.”
목적은 드워프지 신의 봉화가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곳을 제쳐놓고 제국의 수도를 노리는 것은 자연스럽게 신의 봉화가 목적이라는 것과 일맥상통했다.
수많은 왕들이 〈드워프의 손길〉을 통해서 강화하고, 보강하고 쌓아올린 거대한 건축물인 〈신의 봉화〉는 엄청난 종족신기였다.
그걸 모두 드낙의 말을 통해서 깨달았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인한 마신장, 후방 지원에 10만 마수 대군을 보내는 여력 그리고 다른 지하 영토를 먹지 않고 일직선으로 돌진하는 전략까지.
모두 하나, 제국 수도와 신의 봉화 파괴로 이어졌다.
소문은 무성하게 퍼져나갔고, 결국 용맹한 산맥왕이 드낙을 찾았다.
“‘지하 연합’의 노동력을 빌리고 싶은데.”
“어느 정도를 원하시오?”
“못해도 하루에 10만 명이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소.”
드낙이 깜짝 놀랐다. 그 표정에 산맥왕은 괜히 헛기침을 한 번 했다.
“어떤 일을 하려고 하시길래? 그렇게 많이 원하시오?”
“이 수도는 곧 전쟁터가 될 것이오.”
그 말을 드낙이 냉큼 받았다. 절로 리액션을 빵빵 취해줬다. 실로 간사하고 또 간사한 간신배였다.
“후방의 지원이 오면! 반드시 싸워 이길 것이오. 마신은 위대한 드워프 제국의 힘을, 그 분노를! 받게 될 것이오. 이 전쟁은 큰 명예가 될 것이고, 드워프라는 종족의 비상을 다시 한 번 세상에 알리게 될 것이오.”
용맹한 산맥이 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찬동했다. 드낙은 정면에서는 주전파. 그 자체였고, 주전파의 근본을 흉내 내고, 연기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아주 좋은 말이오. 깨어있는 드워프들은 단 한 명도 남김없이 영광을 위해 죽을 각오를 하고 있소.”
‘그렇게 죽게 내버려두지는 않겠다.’
공돌이를 전쟁터에 데려간다? 인류를 곤란하게 하기 위해 태어난 종자나 다름없었다. 공돌이는 자고로 작업장에서 평생을 굴리는 게 제맛이었다.
〈테라〉를 위해서 죽일 수 있으면 일단 죽이고 보는 중립신과는 전혀 다른 노선을 탈 수밖에 없었다.
일단 자신의 일을 대신해서 자신을 위해서 시간을 쏟아부으면 일단 죄를 지어도 높은 자리에 앉혀놓는 게 드낙이었다. 결국 자신 영지에 득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이 수도가 전쟁터가 되면 위쪽 지하층에 건설해둔 신의 봉화가 파괴되거나 훼손될 여지가 있소. 깨어난 왕족이 현재 나 하나 뿐이기에 수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 분명하지.”
드워프들을 도망치게 하기 위해서 드워프들을 깨우지 않고 있는 게 드낙이었다. 〈꿈 주술 마법진〉에 사용할 연금 재료를 모두 써버렸다고 구라를 쳤다. 거짓말에 재능이 있는 게 드낙이었다.
고개만 홱 돌려도 구라를 칠 수 있고, 눈만 한 번 깜빡이면 구라를 친 것을 진짜 그렇게 여길 수 있었다. 그저 모두 기억할 수 없기에 최소한으로 자제하고 있었을 뿐!
‘삼류 거짓말쟁이는 들킬 구라를 치고, 이류 거짓말쟁이는 구라를 너무 자주치고, 일류 거짓말쟁이는 필요할 때만 쓴다.’
구라를 잘 쳐본 사람만 알 수 있는 진리였다. 공장을 전전하며 이리 튀고, 저리 튀어본 박호훈의 몇 없는 완벽한 논리이기도 했다.
“그럼 신의 봉화를 옮겨야 한다는 소리요?”
드낙의 말에 용맹한 산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드낙이 낚아채듯이 말을 이어나갔다.
“엄청난 공사가 될 것이오. 하지만 가능하오. 드워프들의 신기가 훼손되면 그것만큼 불명예가 어디에 있겠소?”
산꼭대기 지하층에 있는 신의 봉화였다. 그걸 지하로 도망치기 위해서는 막대한 노동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드낙은 능히 그럴 능력이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핏빛쥐들이 가능했다.
곧바로 대공사가 이어졌다. 굴을 넓히고, 층을 부수고, 위로 끝없이 위로 올라가며 내리막길을 만들었다. 이 과정은 실로 혼란스러웠기에 죽는 핏빛쥐도 있었지만 단순 노동에 투입된 핏빛쥐는 범죄자였기에 거침없이 굴려졌다.
물론 그 과정을 드워프들은 볼 수 없었다. 전쟁 준비를 하기 바빴기 때문이다. 시체는 조용하게 지하 아래로 옮겨져서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다져져서 한 끼 식사가 되었다.
흉악한 문화였고, 야만스러운 문화였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다른 문화이기도 했다.
*
〈세계의 중부, 영혼 마탑〉
우우우웅.
영혼들이 공명하고 소리를 냈다. 그들 영혼이 제넬루 바르시아의 몸에 들러붙었다. 그걸 지켜보는 통달의 대마법사, 아웃버스트는 침을 꼴딱 삼켰다.
“이걸로 된 건가?”
거침없이 영혼을 휘두르고, 제어하고 있는 제넬루를 보며 아웃버스트가 손뼉이라도 칠 듯이 팔을 허우적거렸다.
“되, 되었습니다. 성공입니다! 역시, 역시! 바르시아의 혈통은 대단합니다!”
그가 뛸 듯이 기뻐했다. 〈인간의 그릇을 뛰어넘은 힘〉을 제어하는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아무리 천재라고 불리는 아웃버스트라도 할 수 있는 게 아니었고, 마신장조차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릇이란 것은 그러한 것이었다. 하지만 제넬루 바르시아, 제국의 왕족 혈통에게는 가능한 일이었다.
인간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
그걸 끝없이 개량한 것이 바르시아 황족들이었다. 그들이 그렇게 그릇에 집착한 이유는 바로 엘프들 때문이었다. 〈마도 사회〉에 들어가면서 너무 큰 힘이 주변에 많아져서 자연스럽게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걸 해결하기 위한 것이 그릇의 단단함이었다. 다른 마법사보다 더 많은 마력을 보유하기 위한 꼼수이기도 했고, 생체 실험이기도 했다. 하지만 〈혈통 개발〉을 통한 부작용은 마법과 연금술 그리고 막대한 자금력을 통해서 막을 수 있었다.
그 결정체가 바로 제넬루 바르시아였다.
그는 능히 〈영혼신〉이 될 자격이 있었다. 물론 인간이 지닌 한계는 여전했다. 그릇이 부서지지 않을 뿐이었다.
“하루에 최대 영혼 5체. 이걸 끝없이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힘들면 개체를 줄일 생각입니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느리군.”
흑황제가 따분한 표정을 지었다. 이에 아웃버스트가 깊게 고개를 숙였다. 그림자진 그의 얼굴은 괴물처럼 히죽거리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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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대구 습도가 미쳐버렸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