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683화 (682/1,239)

강철의 전사 68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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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왔다. 정말 다 왔어!’

쿵! 쿵! 쿵!

드낙이 천장을 곡괭이로 올려쳤다. 흙이 후두둑 떨어지고, 바위가 조각나며 떨어져 그의 어깨를 때리며 바닥에 굴렀다. 이것을 치우는 핏빛쥐들이 타격을 받지 않게 잠깐 쉬는 사이에 땀이 미친 듯이 흘러내려 왔다.

달구어진 몸 때문에 수증기가 잔뜩 피어올라 왔다. 그 정도로 체온이 높아진 상태였고, 절로 힘이 느껴졌다.

“후우우. 덥다.”

마법으로 이 후덥지근한 공기와 찝찝한 땀을 씻어내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주문을 읊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아낄 수 있을 때 아껴야 한다.’

마신장보다 먼저 도착한다는 보장이 없어서였다. 다른 일에 마력을 쓰고 싶은 마음이 10초마다 1번씩 들었지만, 그때마다 쫄깃한 마신장 세력의 힘이 생각났다.

‘지금 흘리는 땀이 마신장보다 더 나아갈 한 걸음이다.’

그럴듯한 명언으로 마음을 고쳐잡았다. 거의다 도착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쾅!

드워프 제국 수도의 끝자락에 도착한 드낙이 있는 힘껏 수직으로 곡괭이를 찔러넣었고, 단번에 땅이 무너지며 드워프 몇 명이 흙과 돌과 함께 떨어져 내렸다.

“네 이놈들! 제국이 그렇게 쉬워보이더냐아아악!”

떨어지는 드워프가 고함을 내질렀다. 드낙을 향해서 돌진했지만, 그는 허무하게 드워프의 공격을 허락할 정도로 약하지 않았고, 방심도 하지 않았다.

꽝!

단번에 머리를 들이받아서 드워프를 벽에 처박힐 정도로 날려보냈다.

“이야아!”

소형 대포에 불타는 숯을 넣으며 드낙을 정면으로 조준하며 떨어지는 드워프에게는 앞발차기를 먹여서 다시 천장으로 솟아오르게 해줬다.

쾅!

대포가 한발 늦게 발포되며 엉뚱한 벽에 처박혔다. 소형 대포는 정확하게 천장에 깊게 박히면서 드워프가 대롱대롱 매달렸다.

휘이익!

왼손으로는 옆을 지나치는 드워프의 머리통을 한 손으로 꽈악 잡아서 빙글 돌며 벽으로 던졌다. 단번에 고꾸라졌다.

“인간이잖아!”

드낙의 곡괭이 소리에 관심이 이끌려서 온 드워프들은 드낙을 보고는 소리쳤다. 더워서 갑옷도 벗고 일하고 있었기에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정통으로 맞았는데 앓는 소리 하나 안 내다니?’

드워프들이 멀쩡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있자 드낙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제는 제법 인간이 벗어난 티가 나고 있었고, 실제로 투창을 통해서 마신장을 한 방에 죽일 수 있게 된 이후로 드낙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아무리 주먹이라도 드워프 정도면 앓는 소리를 내야 할 것 같았는데 그러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본다면 정상이지만, 주관적으로는 앓는 소리 내야만 했다.

‘마신장도 원킬내는 나인데...’

“아프지?”

“아니. 안 아픈데, 인간한테 맞고 아프다고 하는 드워프가 어디에 있나?”

“정신 나간 인간이로군.”

드워프들이 허세를 부리며 일어났다. 투구 고정쇠가 단번에 뜯긴 드워프는 투구가 덜렁거리는 걸 서둘러 고쳐 맸다. 드낙은 괜히 허리에 손을 얹었다.

“마신장의 대군이 오는 걸 알고 있나?”

“알고 있다.”

“그 때문에 내가 왔다. 잠시만 기다려라.”

드낙이 기다리라고 했지만, 드워프 3명 중 1명은 수직 통로 위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걸 말리지 않았다. 괜히 강제로 억류한다면 나중에 안 좋은 꼴이 될 수 있었다. 〈망치 가문〉의 드워프 전사 2명이 와서 제국에 사는 드워프 2명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하 연합’ 소속이라...”

연합이라는 이름이 지니는 분위기 때문에 핏빛쥐를 나쁘게 보고 있지는 않았다. 또한 드낙이 대장노릇을 했고, 핏빛쥐들은 최대한 짐승같이 보이는 행동을 하지 않은 덕분이기도 했다.

“일단은 여기서 기다려줬으면 하는데. 산맥 가문의 말을 들어봐야 해서.”

“산맥 가문?”

드낙이 반문하자 망치 가문의 드워프가 답했다.

“드워프 왕족이다. 하지만 깨어있는 왕족은 본적이 없는데.”

그만큼 몰락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대부분 잠들어버렸지만, 제28번째 왕인 용맹한 산맥이 〈신의 봉화〉의 점화를 느끼고 깨어났다.”

이름부터 뭔가 싫은 느낌이 났다. 쌍보험 전략과는 반대되는 결사항쟁을 외칠 것 같아서였다. 남은 드워프 2명까지 올라가자 드낙이 용맹한 산맥왕에 관해서 물었다.

“어떤 왕인가?”

“이름과는 영 딴판인 왕이지. 전쟁을 싫어하기로 유명해. 그 때문에 전사 가문이 지상 요새로 가게 되었지.”

싸우지 않는 데 전사계급이 중요하게 대해질 리가 없었다. 그들은 지하에서 지상으로 본가를 옮겨야 했다. 그 말 속에는 분노가 스며들어있었다.

중앙에서 지방으로 향하는 것만큼 굴욕적인 것이 없었다.

수도에 태어나고 자란 이가 외곽으로 빠지는 것만큼 싫은 것이 없었다.

특히 〈중앙 도로〉를 통해서 압도적인 지하 수도를 건국한 드워프 제국의 권력집중을 생각했을 때 그들에게 있어서 수도는 있어보이는 이들은 무조건 그곳에서 살아야 할 것처럼 보였다.

터덩, 터더덕!

긴 사다리가 소리를 내며 수직 통로에 내려졌다.

“먼저 올라가서 드워프들을 진정시켜라. 핏빛쥐는 여기서 대기하고, 나만 올라간다.”

망치 가문원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드낙 또한 사다리를 쥐었는데, 살짝 옆으로 고개를 비스듬히 하며 사다리를 살폈다.

멋들어진 청동으로 만들어진 사다리였고, 문양이 쭉 이어지고 있었다. 그건 한 드워프의 모험 같았다. 수련하는 모습부터, 다른 드워프에게 인정받는 모습이 지나가고 걸어가며 주변 풍경이 바뀌어나간다.

아주 작았지만 세세하게 표현이 확실하게 되어있어서 알아보기가 쉬웠다.

‘사다리 하나에 뭔 짓을 해놓은 거야.’

인간 세상에 판다면 큰돈이 될지도 몰랐다. 드낙이 구덩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수많은 드워프가 둘러싸고 있었다.

드워프 외골격 갑옷으로 무장하고 있었으며, 각양각색의 무기를 쥔 드워프들이 많았다. 하지만 조금 엉성해 보였는데 그도 그럴 것이 28번째 왕 시절 제대로 된 무인(武人) 가문은 모두 지상 요새로 보내졌기 때문이었다.

‘이거 싸우면 살상률이 낮아서 질 것 같다.’

적을 죽이는 공격력이 낮아 보였다. 선천적 재능과 신체스펙 때문에 싸울 수는 있어 보였지만, 드워프의 피해가 클 것임을 드낙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손으로 쥐고 있는 방식이 가장 눈에 들어왔다. 그런 손으로 쥔 할버드는 내려치기는 되어도 상대를 밀어낼 수 없었다. 중병기는 상대를 내려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를 밀어내는 게 더 중요했다.

체급이 낮아져도 그건 바뀌지 않는다. 도끼날이 있는 할버드의 끝 부분으로 상대를 내려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좌우로 정렬되어있음에도 원형으로 둘러싸고 있어서 미묘한 비틀림이 확실하게 보이는 것도 있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진형이 엉망진창이 되겠지.’

뒤에 있어야 할 드워프가 앞으로 가거나 앞에 있어야 할 드워프가 뒤에 있어서 울퉁불퉁할 것이다. 그럼 튀어나온 드워프는 더욱 공격을 받으니, 쉽게 무너진다.

‘물론 드워프니까 쉽게 무너지진 않겠지.’

그저 저들은 무장했으나 무인은 아니라는 소리였다.

“나는 드낙 불파겐이라는 인간이오. 남부 왕국의 동부를 장악하고, 새로이 왕이 된 자이며 트롤을 생산할 뿐인 악마 트롤 자궁을 토벌했으며, 남부 왕국을 위협하고, 플래티넘 왕가의 왕을 시해한 악마를 토벌했으며, 이제는 악독한 마신장을 토벌하기 위해서 이곳에 왔소.”

그의 힘을 증명시켜줘도 그의 힘을 목도하는 것보다는 못했기에 반말을 하지는 않았다. 둔감한 드워프였기에 기세를 키워도 소용없었다. 굵직굵직한 업적을 말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는 투창으로 마신장을 한 방에 잡는 전사 중의 전사다!”

망치 가문의 드워프가 드낙을 드높였다. 오직 본 드워프만 알 수 있는 것이 있었다. 그들의 시선에서 드낙은 정말로 강력한 남자이며, 무너져가는 드워프 제국을 재건할 영웅이었다.

망치 드워프 전사 덕분에 드낙은 순식간에 신뢰를 얻지는 못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냥 유명한 사람이라고, 지인이 추천해서 쌈짓돈을 유명 주식 매니저에게 투자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 정도로 드워프가 멍청하지는 않았다.

“증거를 대시오!”

‘에이씨.’

반면 드낙은 아쉬운 마음이 확 들었다. 쉽게 갈 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투창을 해볼 테니, 필요한 준비를 해주시오, 그렇다면 내 힘을 보여주겠소. 마신장의 머리를 관통한 그 위력을 여기 있는 모오든 드워프들에게 보여주겠소!”

대신 시험대에 오를 수 있는 자격을 획득했다.

“최대한 마신장과 비슷한 소재를 사용한 모형이다!”

오래된 오우거 가죽과 탱탱거리는 지방부터 뼈와 경도가 비슷한 특수 합금으로 만들어진 사각형의 물체가 3개 정도 마련되어졌다.

“저 중앙을 뚫어 관통해봐라. 1개만 관통되어도 인정해주지.”

물질을 다루는 종족답게 수도의 드워프들은 정말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걸 수 시간 내에 준비한다고? 미쳤다.’

드낙이 혀를 내두르며 극강철로 만든 투창을 빼 들었다. 드워프들 사이에 살짝 동요가 일어났다.

“저걸 인간이 던진다고? 보통 2m짜리 투창보다 10배 이상은 무거울 텐데.”

단번에 극강철을 알아보았다. 드낙은 드워프 강철로 만든 투창기에 극강철 투창을 걸었다. 그리고 있는 힘껏 던졌다. 딱히 육체를 변환시키지 않았다. 그게 아니더라도 아이템이 지닌 힘으로도 충분할 것으로 생각했다.

끔찍한 굉음은 일어나지 않았다. 손뼉도 잘 부딪쳐야 소리가 잘 나는 법이었다. 투창은 인조 마신장 소재의 사각형 물체를 깔끔하게 관통하고 뒤에 마련된 벽을 관통하고 뻗어 나가서 집 8채를 지나가고 나서야 멈췄다.

그가 던지는 방향으로 최대한 물러놓게 했기 때문에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간담을 서늘케 할 정도의 관통력이었다.

“......”

그 누구도 감히 입을 놀리지 않았다. 감탄하는 것조차도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투창을 추적마법을 통해서 찾아낸 드낙이 손으로 한 번 닦고, 광장으로 되돌아갔다.

“이 정도면 되겠소?”

“부족함은 없다.”

“이 제국 수도를 지배하고 있는 용맹한 산맥왕과 대면하고 싶소.”

“내가 안내해주겠다.”

몇몇 드워프가 나섰는데, 그 때 광장의 인파가 쫙 걷어졌다.

“그럴 필요 없다! 내가 바로 산맥왕이다! 그대가 보인 무위는 확실하게 이 두 눈으로 봤다.”

모든 드워프들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동족들이여, 고개를 들어라. 망국이 다시 한 번 날개를 펼치게 하지 못하는 하찮은 왕이 바로 나다.”

“그런 마음을 품은 자가 있다면, 그자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을 겁니다. 그것을 왕께서는 보셨습니까?”

“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런 말씀을 하지 말아주십시오. 모든 드워프가 듣고 있사옵니다.”

“흥.”

산맥왕의 옆을 지키는 드워프의 말에 산맥왕은 비웃음을 날릴 뿐이었다. 단상이 준비되고, 광장에서 그대로 공개적으로 드낙과 산맥왕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실로 불편한 상황이었다.

‘드워프의 상황이 안 좋다고 말하기 껄끄럽다.’

침묵하는 드낙에게 용맹한 산맥왕이 먼저 입을 열었다.

“왜 아무 말이 없는가? 무언가 하기 위해서 여기에 온 것이 아닌가?”

“예. 하지만 그 전에 지금 수도에 있는 드워프들은 마신장의 군세와 맞서 싸울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 안 가지고 있습니까?”

드낙의 말에 많은 드워프들이 짧게 웃었다.

“아니라면 아니라고 말하겠는가? 하하하.”

산맥왕은 농을 던지며 웃음으로 드낙의 질문을 지워버렸다. 남에게 말할 수 있는 답은 이미 하나뿐이었다. 그것을 확인한 드낙이 이내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지금 후방에서는 우리들의 지원군이 도착했고, 이곳으로 오면서 곳곳에 존재하는 다른 가문들의 거푸집에 잠자고 있는 드워프들을 깨우고 있소. 그렇기에 그들이 때를 잘 맞춰서 오면 능히 적과 일전을 벌일 만 하오.”

“그들의 숫자가 몇이나 되는가?”

“내가 이곳으로 출발할 때, 8천의 망치 드워프 전사가 함께하고 있었소. 또한 날개 가문의 대장장이들도 깨웠소. 대장장이의 숫자는 1,500명에 달하오. 깨우지 못한 대장장이가 많았지만, 시간이 급해서 바로 이곳으로 출발할 수밖에 없었소.”

“흠.”

드워프 왕인 용맹한 산맥뿐만 아니라 다른 드워프들도 생각에 잠겼다.

조용한 침묵 속에서 드낙은 가만히 시간을 보냈다.

“후방에 지원군이 오면 싸우고,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드낙은 그의 말에 즉시 답하였다. 그 어떤 망설임도 보여주지 않았다.

“훌륭한 전략가는 항상 계획을 여러 개 준비합니다.”

그의 말에 드워프들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제1안 말고 제2안도 있다는 것을 어필하는 이 흥미진진 화법은 실로 효과적으로 드워프들을 집중하게 하였다.

“제가 올 때 뚫어놓은 굴을 통해서 잠자는 드워프들부터 옮길 생각입니다. 이 방법에는 ‘지하 연합’이 도와줄 것입니다.”

“지하 연합?”

드낙은 간단하게 지하 연합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지하에 살아가는 고블린, 크놀, 핏빛쥐 등의 여러 종족 연합이 바로 지하 연합이었다. 거기에 드워프가 속할 수 있었다.

또 그는 말함에 있어서 먼저 깨어나지 않은 드워프들의 처우를 입에 담았다. 전투를 할 수 없고, 마수에게 먹히는 일만 남은 잠자는 드워프들을 대피시키는 계획은 특히나 드워프들을 만족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후방 지원이 오지 않으면 굴을 통해서 도망친다?”

“예. 물론 후방 지원이 오면 싸울 생각입니다. 마신장과의 싸움을 길게 끌고 갈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피해가 얼마나 생길지 모르는데?”

“마신의 챔피언이나 다름없는 마신장에게 시간을 더 내어준다면 세상에 파멸이 도래할 것입니다.”

드낙의 호소에 많은 드워프들의 마음이 기울었다. 〈마신의 챔피언〉이라는 단어 선택은 실로 훌륭했다.

그의 제안은 충분히 받아들여졌다. 싸울 수 있으면 싸우고, 그게 아니면 후퇴한다. 간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드워프들은 그 제안과는 딴 마음을 품고 있었다.

‘잠자는 드워프를 대피시키고, 이 수도를 반드시 지켜내보인다.’

드낙이 제안한 것은 그저 보험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많은 드워프들이 제국의 수도를 지킬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신의 봉화〉의 존재 때문이었다.

죽어서도 포기하지 못하는 종족 건축물이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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