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전사 68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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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쥐는 총 11명의 의원장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은 3부류로 세력을 나눌 수가 있었다.
사방(四方)을 기준으로 나눈 네 개의 리전(Region).
북부의 〈배불뚝 리전(potbelly Region)〉
동부의 〈굳은살 리전(Calluses Region)〉
남부의 〈붉은혀 리전(Red tongue Region)〉
서부의 〈짧은 털 리전(Short Fur Region)〉
북부, 멜라논 영지에 있는 단단한 산의 여섯 리전(Six Legion of Hard Mountain).
모든 곳에서 보좌하는 〈작은 벌 리전(Little Bee Legion)〉
총 11개의 리전들이었다. 〈떼(Swarm)〉를 연상케 하는 〈녹슨 리전(Rusty Region)〉의 경우에는 단단한 산의 여섯 리전 중 하나였다.
이런 구분을 해두었지만 검은 보급로의 저지 같은 대형 사건에 손을 안 댈 리전은 존재하지 않았다. 초기 핏빛쥐의 사회같이 엉망진창처럼 변해버렸다. 대형 업데이트가 시작되자마자 달리기 시작하는 게이머 군집과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또한 그들은 제각각 나중에 드낙에게 보여줄 보고서를 빠짐없이 일기처럼 세세하게 쓰고 있었다. 다른 리전이 싹수가 노란 짓을 할 수 있어서였다. 그 보고서에는 당연히 다른 리전의 행동도 아는 대로 적혀져 있어서 매우 방대했다.
이런 경쟁 상황 속에서 유일하게 태평한 것은 작은 별 리전이었다. 공통 파견 업체나 다름없는 작은 벌 리전은 어디든지 적당히 숟가락만 얻는 수준이었고, 거기에 딱히 부족함을 느끼고 있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고블린을 통해서 〈하프 드워프의 기술〉을 빼내는 데 노력했다. 판타지 세계의 산업 스파이와 다를 바 없었다.
고블린에게 기대야 하는 일이었기에 남은 힘을 자연스럽게 황무지 너머 드워프 산맥에 닿았다.
“살아 숨 쉬는 우리들의 신을 뵙습니다.”
〈뛰어나고 똑똑한 핏빛쥐(Outstanding and smart Blood Rat)〉가 고개를 숙였다. 다른 위원장과 비교하면 형편없는 핏빛쥐였다. 머리에 난 뿔은 여섯 개에 불과했고, 체격이 왜소했다.
다만 드낙은 그의 양손에 눈길을 오래 담았고, 손으로 그 손을 잡아 자세히 관찰했다.
“기술자인가? 손이 매우 거친데.”
“예. 요즘 하프 드워프들의 기술을 재현하고, 핏빛쥐에 맞도록 변형 개발하는 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중에 한 명입니다.”
드낙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더 깊게 묻지는 않았는데, 귀찮은 마음이 컸다. 대신 기술력을 높이려는 그 마음을 칭찬해줬다.
“아주 잘하고 있다. 그렇게 다양한 분야를 다양하게 높여야 성공한 리전이 될 수 있다.”
“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작은 벌 리전의 위원장인 뛰어나고 똑똑한 핏빛쥐가 몸 둘 바를 몰랐다. 주체하지 못하는 감정이 절제되어있는 게 느껴질 정도로 특이한 핏빛쥐였다.
“그래도 다행이다. 모든 핏빛쥐들이 검은 보급로에 투입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리전 하나라도 드워프 산맥에 미리 지하통로를 뚫어놓다니. 대단한 준비성이다.”
드낙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쌍보험 계략〉에 있어서 핏빛쥐의 존재는 매우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드낙의 말에 뛰어나고 똑똑한 핏빛쥐는 절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가 자신의 리전이 지닌 특성을 잘 모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죄송합니다. 우리들의 창조주시여. 아쉽게도 제가 이끄는 작은 벌 리전은 전투를 할 수 있는 핏빛쥐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대장장이이며, 건축가며, 문인이기도 합니다.”
스스로 고개를 절로 숙이며 자신들의 단점을 말하는 모습에 드낙은 더욱 그들을 보듬어주었다. 감정이입이 절로 되었기 때문이고, 배려하는 사람을 더욱 배려하는 게 일반적인 감성이기도 했다.
“무슨 소리! 너희들은 때를 잘 맞춰서 와주었다. 오히려 그렇게 스스로 고개를 낮췄기 때문에 이곳에 그 어떤 리전보다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아주 대단한 일이고, 큰 결단이며, 날 위한 판단이기도 하다.”
드낙은 그렇게 말하며 쌍보험 전략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드워프와 세리안은 후방에서 다른 드워프들을 구하면서 수도로 향할 것이다.”
드낙이 없어서 그들을 구한다고 해도 많은 전력을 얻을 수는 없었다.
“나는 수도에 있는 드워프를 빼돌릴 생각을 가지고 그곳으로 마신장의 세력보다 먼저 도착할 생각을 하고 있다.”
“능히 가능합니다.”
드낙이 지닌 마력이라면 그 누구보다 빠르기 지하를 뚫을 수 있었다. 그리고 도착만 하면 작은 벌 리전의 노동력을 통해서 드워프를 빼돌릴 수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마신장은 큰 낭패를 볼 것이 분명했다.
‘마신장의 노림수를 격파할 수 있으므로 상대적 이득이 대단히 크다고 할 수 있다.’
단기간 내에 수도를 침공하기 위해서 산맥을 포자로 뒤덮고, 마신장 생산 시스템을 만든 다음에 지하는 막힘없이 일직선으로 드워프 제국 수도로 향했던 것이 마신장 세력이었다.
‘수도가 텅텅 비어있다면 그 수도 일직선 침공 전략이 무너지는 것과 같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싸움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말만 그렇지 손자병법의 극의와는 전혀 달랐다.
“그럼 드워프 운반을 위한 준비를 하겠습니다.”
“어떤 준비를 할 생각이냐?”
단번에 대답하는 모습에 드낙이 즉흥적으로 물었다.
“수레를 준비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드워프들은 상당히 무겁기 때문입니다. 또한 통로를 넓혀서 제법 큰 이동 마차를 만들겠습니다.”
“말도 있느냐?”
드낙이 깜짝 놀랐다. 덩치 큰 두더지를 탈 것으로 쓰던 것이 핏빛쥐였다.
“당나귀입니다. 억세고 좋은 품종을 남부에서 얻었고, 전지하세계로 보내고 있습니다.”
크기는 작아도 말은 말이었다. 또한 말처럼 덩치가 크지 않았기에 먹는 것도 적었다. 무엇보다 침공받지 않는 지하 세계의 농업은 꾸준히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큰 영향력을 지닌 핏빛쥐들이 재물을 모으는 등의 욕망을 가지지 않은 게 컸다.
그들의 관심은 뿔의 개수였기 때문에 더 많은 인구를 원했고, 자연스럽게 더 많은 농업이 지하에 경작되었다. 이는 곧 잉여 식량을 만들어냈고, 당나귀의 보급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모든 것이 척척 떨어졌다.
“헌데, 드워프들을 어찌 설득하실 생각이십니까? 하프 드워프들은 저희를 악의 종족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다른 지성종족의 눈에는 자식을 잡아먹고, 인명을 하찮게 여기는 모습 등으로 악의 종족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외양 면에서는 고블린보다는 좋았는데, 털이 잘 가려줬기 때문이다.
특히나 배불뚝 리전의 경우에는 뚱쥐의 모습을 지녔기에 호감형이었다. 반면 작은 벌 리전은 체구도 작고, 전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은근히 뚱뚱한 편이었다. 이는 드워프와 비슷한 점이 있었다.
‘드워프 호감형이라는 소리인데.’
인간의 좋은 유전인자만 골라 먹은 하프 드워프의 덩치는 대단히 크지만 드워프는 아니었다. 작은 벌 리전과 첫 단추만 잘 골라내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 보였다.
씨익.
드낙이 빙그레 웃었다. 단번에 좋은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새로운 종족을 만들지 뭐. 어차피 핏빛쥐도 새로운 종족이잖아? 근데 그건 어감이 좀 그래. 남에게 소개할 건 안 돼.”
‘내 칭호는 피 묻은 살인마요. 악명 중 악명이지.’라고 말하는 것과 같았다.
‘뭔가 광고처럼...’
중국 기업이지만 태국에서는 한국 기업처럼 보이게 한글을 쓰는 것처럼, 아주 장사치 마인드를 가지듯이 고민해야 했다. 하지만 고민해봤자였다.
타임 트레이서 1단계 능력을 〈킬 더 배틀〉이라고 지은 것부터 이미 드낙의 작명센스는 저세상 불구덩이를 뒤집어서 만드는 계란찜 같은 것이었다. 탄내가 너무 나서 누구에게 권해도 욕만 먹는 작명 센스를 가지고 있었다.
그 흉악함을 드낙 자신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포기하지는 않았고, 대신 잔머리를 굴렸다.
“지하 연합이라고 하자.”
“지하 연합 말씀입니까? 그건 종족이 아니지 않습니까?”
드낙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작명 센스가 없어서. 오히려 세력 이름으로 밀고 가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럴듯했다.
“연합이라는 것 자체가 뜻이 좋은 거니까. 거기에 고블린, 크놀, 핏빛쥐 등 지하세력도 어차피 연합 아닌가?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니니, 나중에 문제 될 것도 없지.”
“맞습니다.”
“고블린 주술사도 몇 놈 데려와라. 드워프들은 〈드워프의 손길〉을 통해서 초월의 힘을 사용하기 때문에 주술을 통해서 편의를 봐주는 활동을 펼치면 껌뻑 죽을 거다. 좋아하는 고기를 준비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드워프들은 깔끔하지 않지만, 옷을 입는 걸 좋아한다. 갑옷은 더더욱 좋아하지. 경갑옷이라도 제법 규격에 잘 맞는 갑옷을 통일해서 입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예.”
“둔감하고, 호탕하므로 호감을 바로바로 표현하는 것도 좋다.”
“칭찬도 잊지 않겠습니다.”
드워프들에게서 점수를 딸 생각을 가졌다. 실로 간신배적인 행동이고, 약자의 디테일함이 살아있었다. 을의 입장에서 손을 파리처럼 싹싹 비빌 줄 알았다.
움찔!
순간 드낙이 어깨를 들썩였다. 쓸데없는 자존심이 사타구니에서 불룩 튀어나오듯이 솟아났다. 으레 잘 살기 시작하면 하나씩 가지는 자존심이었다.
‘아니 내가 왜 드워프들을 그렇게 챙겨줘야 하는 거지? 나쯤 되면, 갑질할 때도 되지 않았나?’
더군다나 이미 망치 가문과 날개 가문과 인연을 맺어놓은 상태였다. 그 힘을 증명해줄 드워프를 데리고 가서 해결하면 될 일이었다.
‘이럴 때 나서야 하는 게 중립신이지.’
드낙은 절로 중립신에게 책임을 얹었다. 자연한 이치였고, 무엇보다 한 가지 생각도 들었다.
‘드워프에게 신호를 주고, 조금씩 깨우기 시작했지.’
드낙은 드워프 제국의 수도에 있는 〈신의 봉화〉를 통해서 신호를 보냈을 때부터 중립신은 자신의 피와 살을 받아들인 드워프로부터 업을 수급할 수 있게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거기에 내가 그렇게 업을 가져다 바쳤는데, 이런 것도 안 해준다면 말이 안 돼. 오늘 검은 꿈에서 제안해야겠다.’
이제 이런 일까지 싹싹하게 진행하기에는 머리가 커진 드낙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미 말했던 것을 번복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
‘어차피 내가 하는 것도 아니니까.’
자신이 생각해낸 것이지만, 자신이 하는 게 아니었다.
‘드워프의 관계를 위해서 할 필요는 있다. 일을 진행하면서 윤활유를 바르는 거로 생각하자.’
“준비는 그렇게 해두고, 너무 드워프들을 잘 대해줄 필요는 없다. 문제만 안 일으킬 정도로 해라.”
“예.”
그 말을 마치고 나서는 당연히 드낙은 작은 벌 리전과 함께 굴을 뚫기 시작했다. 선두는 드낙이 섰다. 그가 쥔 곡괭이는 당연히 드워프제 중 중급에 해당하는 망치 가문의 곡괭이였다.
“후욱!”
힘을 주며 단번에 굴을 파기 시작했다. 북북 긁어냈고, 바위조차도 뜯겨 나갔다. 그사이에 작은 벌 리전은 서둘러 통로의 양쪽에 기둥을 설치하고, 작은 통나무를 길쭉하게 천장에 대며 기둥에 못을 박았다.
“여기는 금방 무너질지도 모르겠는데.”
후두둑...
드낙이 보여주는 힘은 실로 지하 종족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위험한 곳은 언제 굴이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곳은 양쪽벽에 돌을 쌓아서 성벽처럼 단단히 하고, 천장을 높게 한 다음에 진흙과 나뭇조각을 섞은 것으로 단단히 굳혔다.
그 다음에 나무판자를 넓게 천장에 배치하여 완벽하게 무너지지 않게 보강했다. 그 정도로 드낙이 보여주는 무식함은 핏빛쥐들의 털을 곤두세웠다. 특히 바위와 곡괭이가 부딪칠 때면 너도나도 천장을 짚으며 무너질지 말지를 확인해야 했다.
‘조금 지치네.’
드낙이 곡괭이를 거두어들이며 단번에 주문을 읊었다.
콰아앙!
좁은 구멍을 뚫는 충격마법이 12문장의 주문으로 발현되었다. 풀 캐스팅의 힘으로 굉음이 멀리까지 뻗어 나갔다. 몇 번 그렇게 구멍을 뚫은 뒤에 굴 크기만큼 큰 둥근 형태의 충격 마법을 사용해서 폭삭 무너뜨리고, 잔해를 핏빛쥐들이 치우도록 했다.
그 사이에 한숨을 돌리고, 마력을 다시 사용했다.
처음부터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비교하기 위해서였다. 천재가 아니었기에 직접 해보며 땀을 흘리고 나서야 비교 판단할 수 있었다. 머리가 멍청하면 몸이 힘든 법이다.
‘마법을 통해서 굴을 파는 게 더 빠르다.’
양손이 아무리 대단한들 마법보다는 못했다. 구멍을 여러 곳에 뚫어놓고, 넓은 충격파를 보내면 폭삭 주저앉으며 무르게 되기 때문이다. 어린이도 흙과 돌 부스러기를 야물차게 가져갈 정도로 박살이 난 상태였다.
‘이래서 인력(Man Power)이 무조건 깡패라니까.’
노동력이면 웬만한 건 다 해결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피라미드가 있다. 노동력이 지니는 위대함을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드낙은 그걸 여기에서 깨달을 수 있었다.
‘피까지 모조리 소모해서 진행한다.’
몇 번 굴이 무너져서 파묻히기도 했지만, 힘으로 우직하게 빠져나왔다. 빠르게 매몰 사태를 수습할 수 있어서 질식해서 죽는 핏빛쥐는 없었고, 다쳐도 바로 회복시킬 수 있었다.
무지막지한 속력으로 드낙이 드워프 수도를 향해서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사이에 수도에서 잠이 깬 드워프들을 회유할 드워프가 드낙에게 도착했고, 작은 벌 리전은 단기간 내에 드워프들을 빠르게 수송할 수 있도록 드낙이 뚫어놓은 굴을 확장하는 공사에 들어갔다.
드낙의 〈쌍보험 전략〉이 빠르게 궤도에 올랐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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