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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678화 (677/1,239)

강철의 전사 67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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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명이 최종적으로 깨어나지 않았다. 육체는 일단 회복 주술을 통해서 깔끔하게 회복시켰다. 심장이 뛰고 있는 걸 확인하고, 망치 드워프 전사 120명은 〈망치와 거푸집〉으로 이동됐다.

언제 다시 깨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그들에게는 있었기에 크게 슬퍼하는 이가 적었다.

‘좀비 드워프라니.’

인프라가 엉망이고, 엘프보다는 임팩트가 부족했던 드워프가 왜 세계 패권을 엘프와 함께 쥐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 특성 때문에 망해가고 있음에도 엘프가 그들을 가만히 두고 있다는 것 또한 의미심장했다.

‘나라도 가만히 두겠다.’

단단한데 파괴를 해야지 죽으니, 미칠 노릇이다. 전투에 이겨도 전후 처리가 매우 까다로웠다. 정신을 잃은 드워프가 언제 다시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평범한 방법으로는 목을 자를 수도 없었다.

‘인간이 건국을 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고.’

엘프는 인간을 하찮게 보며 그냥 내버려두고 드워프는 관심이 없었다. 오크는 인간보다 강하지만 엘프의 견제를 받고 있었다. 인간이라는 방파제가 오크에 의해서 정말로 무너진다면, 다시 엘프가 나타나 그들을 백설산맥으로 밀어 넣을 것이다.

지금은 제국의 침공에 싸우고 있었기에 그럴 여유가 없을 뿐이었다.

전투 이후 상황을 정리하고, 마신장의 시체를 힘을 합쳐서 한곳에 모았다. 마수들의 시체 또한 꼭 필요했다. 전사 계급의 드워프들이 지닌 〈드워프의 손길〉은 시체를 강철로 변환할 수 있었다.

그것을 뛰어넘는 것이 대장장이 계급의 드워프들이었다. 그들은 그저 손에서 물질을 생성해낼 수 있었다.

“이 정도 숫자라면 강철이 썩어 넘치고, 화약도 만들어 놓을 수 있겠어.”

드워프들이 제법 좋아했다. 덩치가 작은 드워프들에게 대포는 훌륭한 대화수단이었다. 피해 면적이 작기 때문에 열병기는 드워프의 단점을 극단적으로 제거할 수 있었다.

드낙은 시체를 다른 물질로 변환시키는 드워프들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전투 피로도가 거의 없어 보여서였다. 세리안은 곯아떨어졌는데, 드워프들은 그런 게 전혀 없었다.

‘마신장은 꺼진 아궁이에 장작을 쑤셔 넣었다.’

가만히 있으면 죽을 놈들인데, 그들에게 뺨을 때렸다. 미지근하지만 확실하게 드워프들의 열정이 드낙에게 느껴졌다. 할 일이 있는 것만큼 드워프들은 몰두할 수 있었고, 살아있다는 기분을 들게 했다.

드낙은 눈을 감았다. 피 냄새가 성 내부에 가득했지만, 이제 그 정도는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검은 연기가 그를 덮쳤다. 드낙과 중립신이 서로 양분해서 유지를 하는 검은 꿈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드낙을 보며 중립신이 말했다.

“마신장이 지닌 힘을 받기 위해서는 네 몸이 변해야 한다. 그래서 별것 없다.”

“아, 진짜?”

그렇게 말하는 것과는 다르게 중립신의 뒤에서 검은 문이 튀어나왔다.

“없는 건 아니지만, 기대하지 말라는 소리다.”

중립신의 제안이 시작되었다. 그는 이번에는 가장 작은 금액부터 시작했다. 전에 특히 많은 출혈을 감행한 드낙이었기에 또 비싸게 스타트를 끊으면 분명 고민할 것이 분명했다.

“볼보사르의 양손바닥.”

중립신이 그렇게 말하자 검은 문이 쩍 열리며 연기가 드낙을 스치고 지나가며 환상을 그에게 부여했다.

화르르!

그 어떤 주문도 없이 완성되는 화염 마법.

손으로 모이는 마력을 받아들이는 마법 문신.

무영창 마법의 발현을 성공시킨 제국 마법사 볼보사르.

엘프를 뛰어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이며, 오크의 타투를 참고해서 만든 새로운 마법 체계였다. 마법진이라기에는 크기가 작았지만 영창해서 만든 마법과 비슷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 깊은 이해는 깊게 파여진 우물과 같았다.

그걸 단지 업을 소모해서 얻는 것은 대단히 큰 자산이었다.

‘내 수준에서는 그리 대단치 않지만. 내 수준이 높아서 대단케 쓸 수도 있지.’

광역 마법을 단번에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거지? 손바닥만 한 곳에서 마법주문을 대체하다니.”

“그렇기에 대단한 것 아니겠나.”

드낙이 물그러미 중립신을 보자 그가 가격을 말했다.

“2만 9천 명.”

“음. 광역 마법도 가능한가?”

“가능하다.”

“흐음...마법에 강한 마신장한테는 별 의미가 없는데.”

“마수에게는 의미가 크지.”

드낙의 말을 중립신이 받아쳤다.

‘아, 저놈의 주둥아리.’

사용법을 고민해본 드낙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3만은 아니니까.’

나쁘지 않은 가격이었다.

그그긍.

그다음 문이 열렸다.

제국 9군단의 깃발이 펄럭였다. 수많은 이들이 부딪치고, 전선을 고착화하고, 그 위로 화살과 불타는 돌덩이가 지나갔다.

쐐애액!

회전하는 투창이 왼쪽으로 기울어지며 움직이더니 지휘하는 기사의 눈구멍에 정확하게 틀어박혔다.

〈보헴 셀 막시밀리안(Bohem Shel Maximilian)〉의 투창이 지닌 재능.

“와!”

드낙이 감탄사를 내뱉으며 환상에서 벗어났다. 방향 전환이 자유롭고 높낮이도 조정 가능한 〈회전 투창〉의 기술은 서커스의 묘기와 같았다. 하지만 살상력은 매우 뛰어났다.

“좌우전환. 상하이동. 모든 것이 가능한 압도적인 재능. 제국 군단장이 지녔던 강력한 재능이다.”

투창으로 재미를 본 드낙의 심리를 정확하게 파고드는 상품이었다.

“얼마?”

“4만9천. 생각보다 마신장이 많았고, 나 또한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고 너에게 주는 것이다.”

엘 마르토 카사다민은 입을 나불거렸다. 자신도 출혈을 감안하고, 드낙이 가지고 있는 위기감 또한 함께 끌어안고 있다면서 서로 함께하고 있음을 드높였다.

친척들에게 주는 선물에 제격이라며 자신도 이번 추석에 이 상품을 죄다 돌리려고 십만 원 어치를 샀다고 거짓말하는 세일러맨과 다를 바 없었다.

‘그래. 5만은 아니니까. 거기에 마법능력이 뛰어난 마신장 상대로는 내 투창이 꼭 필요하다.’

무결점의 투창. 그걸 위해서라면 반드시 있어야 하는 능력이었다. 특히, 인간이 가진 능력이었기에 거부감도 적었다.

〈제국의 회전투창〉에 4만 9천 명 분의 업이 그대로 사라졌다.

사아아!

마지막 검은 문이 열렸다. 드낙이 환상을 겪는 모습을 중립신이 감았던 눈을 살짝 뜨며 바라보고 빠르게 다시 눈을 닫았다.

“크아아아!”

가슴을 쾅쾅치며 나무를 밟고, 껑충 뛰며 질주하는 야생 오우거가 눈에 들어왔다. 거친 지형 속에서도 질주 속도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어마어마한 민첩함이었다.

파쿠르를 하듯이 수직 절벽을 다다닥 밟으며 주먹으로 트롤의 머리통을 후려치기도 했다. 자기보다 강한 오우거를 만나서 도망칠 때도 마찬가지였다. 팔이 부러졌음에도 온전히 달리는 모습은 무인인 드낙의 눈을 절로 의심케 하였다.

‘뭐하는 오우거지?’

민첩하다는 것은 본능적이다. 고로 민첩한 자는 팔이 잘리면 다른 자들보다 더 심각하게 몸을 컨트롤 하지 못한다.

감각이 매우 날이 서 있기 때문이다.

몸이 둔한 사람은 팔이 잘려도 절면서라도 움직일 수 있지만, 괴이하게 변한 감각에 민감한 이는 그조차도 힘들어한다. 불균형의 감각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환상에서 깨어난 드낙은 오우거가 보여준 모순점을 보고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팔이 잘리고도 달릴 수 있다니.”

터프하기에 달릴 수는 있다. 하지만 잘린 팔 때문에 3걸음도 가지 못하고 고꾸라지는 게 정상이다. 인간? 겨드랑이만 살짝 찔려도 일어나지 못하는 이들이 대다수고, 팔이 잘리고 기어가면 대단한 정신력을 지녔다고 할 수 있었다.

“뛰어난 민첩함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어떤 상황 속에서도 균형과 민첩함을 유지 할 수 있다.”

중립신의 말에 드낙은 고민하는 눈치였다. 이에 중립신의 기색이 조금 변했다.

‘고민할 게 아닌데?’

사냥꾼, 암살자의 재능을 지닌 드낙이었기에 본능적으로 끌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준비한 상품이었다. 근데 그걸 고민한다? 좋지 않았다.

‘전투가 시작되면 난 한정된 공간에서 싸우는 게 된다.’

다른 곳으로 천방지축 뛰어다닐 여유가 없어졌다. 〈시체 언덕의 드낙〉이라는 말은 주변 공간을 넓게 사용하지 못한다는 험담과 다름없었다.

세파리아스 또한 이를 이미 지적한 지 오래였다. 한곳에 있는 1명만큼 죽이기 쉽고, 포위하기 쉬운 게 없다고 했다. 명확한 지적이고, 타당한 의견이었다.

결과를 보면 모두가 경외하지만, 그 내면에는 끔찍한 전술적 패배가 있었다.

드넓은 맵을 이용하지 못하고, 작게 작게만 이용하는 하찮은 전술가나 다름없었다.

‘문제는 그 습관을 고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중립신과의 관계가 챔피언에서 동등한 위치로 옮겨가며 〈킬 더 배틀〉을 사용하려면 사용료를 내야 했다. 사용료는 당연히 업(業, Karma)이었다. 고로 필요할 때만 써야 했다.

1초당 100명의 업을 내어주기 때문이다.

‘시궁창 같지만, 그만큼 대단한 능력이다.’

효과에 견줘서 거의 대가 없이 얻은 능력이기도 했다. 중립신이 힘이 약한 시절의 드낙이 죽지 않게 만들기 위한 최고의 안배였다.

‘더는 죽여서 발동되지도 않고.’

쓸데없는 곳에서 쓰지 않게 하기 위한 제약도 사라졌다. 전투 시에만 사용하라고 만든 능력을 엉뚱한 데서 쓸 수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리하는가?”

“킬 더 배틀에 대해서, 그게 자유롭게 되면 민첩함도 좀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전투 속에서 전술적 고민을 할 수 있었다. 남들보다 체감 시간이 느려지기 때문이다.

“시간 추적(Time Tracers)을 자유롭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거기에 소모되는 힘은 상당하다. 내 권능도, 은총도 아니기 때문이다.”

타임 트레이서는 시간을 쫓기 위해 시간을 늘리게 만드는 것과 같았다. 초고속의 능력을 지닌 적을 처단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 시간을 자신의 편으로 삼은 시간 간섭 능력 또한 타임 트레이서를 통해서 척살할 수 있었다.

인간 정도의 그릇에 담기는 타임 트레이서 능력은 체감 시간을 늘려서 주변 시간이 느리게 변한 것처럼 만드는 능력에 불과했다. 그것만으로도 인간 수준의 싸움에서는 큰 이점이었다.

이를 1단계 타임 트레이서라고 구분 짓고 있었다.

2단계 타임 트레이서(TT)의 경우에는 중력장을 이용한 범위 공격이었다. 자신을 벗어난 다른 공간에 대한 시간 변형이었다. 갇히게 되어도 빠져나오는 데는 찰나의 시간이다. 하지만 빠져나오는 순간 그 밖의 시간은 이미 100년도 더 지나있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3단계 타임 트레이서(TT)는 세상에 가해지는 능력이었다. 이 단계는 총 다섯 단계로 구분된다. 4단계부터는 지성을 지니지 않은 물건이나 골램 혹은 거대한 인공물로 만들어지는 게 보통이었다.

대신쯤 되면 이런 타임 트레이서와 관련된 챔피언을 꼭 여럿을 둔다. 시간으로 장난질 치는 놈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너무 업의 소모가 심해.”

“내 탓이 아니다. 내가 감당하던 업을 네가 소모하게 된 것뿐이다. 물론 효율성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건 너의 격(格)의 문제다.”

신이 1의 힘을 휘두르는 것과 필멸자가 1의 힘을 휘두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존재했다. 똑같은 1이지만 세상 밖에 토해낼 수 있는 게 또 달랐다.

중립신은 주제를 돌렸다. 의미 없는 이야기였고, 발전 없는 대화였다.

“이 오우거의 이름은 바르디다. 이번에 침공했던 마신의 군세를 담당했던 책임자였다.”

“아. 그 지휘관 마신장인가.”

단 한 방에 죽어서 어이없는 죽음이었다. 다른 마신장들도 마찬가지였지만, 정말로 그게 통할지는 몰랐다. 그만큼 대단한 이미지와 높은 격을 지닌 것으로 보이는 게 마신장이었다.

“그는 강력한 마신장이다. 그가 지닌 재능을 버리는 것은 실로 아깝지. 나중에 악마의 힘으로 육체를 이리저리 바꾸게 될 너에게 꼭 필요한 능력이기도 하다. 달리다가 지붕에서 떨어지지 않았나?”

“킁.”

드낙이 정곡을 찔린 소리를 냈다. 실제로 그는 투창에 어울리는 비대칭 육체로 변이했다가 큰 곤욕을 치렀다. 그간 쌓아온 것이 있어서 마수나 마신장에게 그 역린이 건드려지지는 않았지만, 자기 자신의 실수는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얼마?”

“19만 9천. 세월이 흐를수록, 악마의 힘이 강해질수록, 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드낙이 고개를 저었다. 엄청난 가격이었다. 하지만 중립신의 말에 거짓은 없었다.

‘어떤 몸을 지녀도 적응 시간이 없다.’

신이 되어도 육체를 포기할 생각이 없는 게 드낙이었다. 신과 악마의 힘이 공존하는 존재가 될 생각을 지니고 있었기에 절로 흥미가 갔다.

‘그래도 20만은 아니니까...’

육체를 통해서 힘을 발휘하는 악마의 피를 받아들인 이상, 그걸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런 능력도 필요했다. 그렇게 여기고 드낙은 잔고가 얼마인지 모르는 업을 그대로 결제했다.

*

본격적으로 지상 요새에서 드워프들이 작업을 시작했다.

“이게 뭐지?”

지나칠 정도로 검은 철괴를 드낙이 가리켰다.

“이건 〈극강철(Great steel)〉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처음 보겠군. 오직 대장장이 계급만 취급할 수 있는 강철을 초월하는 강철이지.”

드낙이 감탄하며 눈을 빛내며 한 손으로 들어 올렸다. 한 손에 딱 잡히는데도 무게가 같은 크기의 금과 비슷해 보였다.

‘엄청난데.’

무게는 곧 파괴력이다. 이걸로 투창을 만든다면? 드낙의 눈이 드워프의 신문물에 팽팽 돌아갔다.

‘개쩐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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