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677화 (676/1,239)

강철의 전사 677편

<-- -->

핏.

뭔가가 마신장의 청각에 들어왔다. 드낙도 인간적인 면모를 가졌기에 항상 완벽한 투창을 할 수 없었고, 그 빈틈이 살짝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마신장이 반응도 하기 전에 이미 싸움은 끝났다.

귀 위쪽으로 파고든 투창은 가죽층을 간단히 돌파하고, 피부층을 지나 뼈층마저 막힘없이 꿰뚫으며 그대로 반대편을 지나갔다.

뇌가 박살이 난 마신장의 몸이 기우뚱하더니 꼴사납게 바닥에 허물어지듯이 쓰러졌다. 동시에 뒤늦게 광풍이 불며 주변 마신장의 관심을 끌었다.

무릎부터 시작해서 엉망진창으로 머리가 땅에 처박혔다.

마치 총을 맞은 사람처럼, 관절 인형이 힘없이 쓰러지는 것처럼 부질없었다.

“기습이다! 방어막을 사용해라! 놈은 머리만 노린다!”

옆에서 죽은 마신장을 확인한 다른 마신장이 고함을 크게 내질렀다. 쩌렁쩌렁한 목소리는 성 전체를 넘어 그 너머까지 퍼져나갔다. 덩치에 걸맞은 엄청난 성량이었다.

“〈잔뜩 응축된 보호(jantteug eungchugdoen boho)〉.”

투명하고 대단히 굵은 방어막이 어깨 위에 자리 잡았다. 거대한 투석기의 투사체를 보호하는 넓고 얇은 보호막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렇게 마법을 쓰자마자 드낙이 던진 투창이 방어막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콰가가가가가각!

순간적으로 방어막에 속력이 줄었지만 방어막에 큰 균열이 일어나며 투창은 단번에 방어막을 관통했다. 그 약간의 주춤거림이 광풍과 거대한 바람 소리를 일으켰고, 마신장의 귀를 동시에 때렸다.

푸걱!

끝부분이 뭉툭하게 변한 창이 마신장의 머리에 처박혔다. 뇌를 당한 마신장이 뒤로 고꾸라졌다. 사지가 벌벌 떨리더니 이내 죽어버렸다.

이렇게 죽나 저렇게 죽나 매한가지였다. 육체를 기반으로 초월의 힘을 사용하는 게 악마였고, 그런 악마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게 드낙이었다. 악마의 힘은 곧 육체의 힘이었다.

하찮은 필멸자 따위가 불멸에 손가락 하나 걸쳐있는 드낙의 전심전력을 다한 투창을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특히나 물리력의 싸움에서 싸운다는 건 씨름판에서 천하장사와 싸우는 것과 같았다.

마법으로 만든 보호막은 곧 물리적 방어였고, 그런 환경에서는 결코 투창을 막을 수 없었다.

“......”

그걸 본 또 다른 마신장은 공포라는 감정이 아지랑이를 피우며 자신의 심장을 둘러싸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신을 대적하는 자가 느끼는 감정과 같았다.

드낙이 중립신의 전략적 역량에 끝없는 공포를 느끼고 싸울 생각을 가지지 못했던 과거처럼 마신장의 열기가 꺾였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마신장도 있었다.

“다아아악치는 대로 건물을 부숴라! 대마신의 병졸들아!”

그 말에 곳곳에서 마수들이 울부짖었다. 눈을 부라리며 머리부터 일단 건물같이 보이는 곳에 처박고, 양 앞발이나 팔을 휘저으면서 기둥을 부수기 시작했다.

‘좋지 않다.’

드낙이 인상을 확 찌푸렸다. 마신장 32마리를 투창으로 죽였는데, 마수들이 날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곧 이 건물마저 그냥 무작위로 타격할 것이 분명했다.

‘치사한 새끼들.’

그렇게 욕을 하며 드낙은 냉큼 주변 건물을 미리 무너뜨리고, 흙의 골램을 마법으로 소환하여 주변을 적당히 높게 만들어 이 건물을 은폐하려고 했지만 이내 멈추었다.

‘전쟁은 항상 상대적이다.’

PVE와 PVP는 다르다. 상대가 지닌 자원을 고려하고, 판단과 행동에 따른 이득을 예상하며 그것을 앞질러가서 더 높은 스코어를 달성해야 했다. 상대보다 적은 이득을 취하면 아무리 손해를 보지 않아도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난 마신장에 신경을 써야 한다. 다른 마수는 드워프들에게 맡겨야 해.’

그게 옳은 생각이었다. 세상 살면서 일거양득을 하는 일은 잘 없다. 이렇게 큰 무대일수록 힘들었다. 할 수 없는 건 아니었지만, 뒷일이 불안했다.

‘마수와 마신장 다 쳐 죽이고 다니면 마신장을 단기간에 많이 못 죽이는 건 당연하지.’

드낙은 일단 투창이 든 상자를 들고 그대로 밖으로 힘껏 던졌다. 제법 멀리까지 나아가며 투창이 사정없이 뿌려졌다. 사위로 이를 모두 던졌다. 마수의 울부짖음이 가까워지자 드낙은 투창 몇 자루를 움켜쥐고 밖으로 도약했다.

쿵!

지붕이 그대로 무너져내렸다. 드낙의 하중을 버틸 건축물이 잘 없었고, 마수들이 벽이나 기둥을 부숴놓았기에 버틸 수 있는 건축물이라도 무너졌다.

“쿠워어어어!”

드낙이 떨어져 내렸음에도 상관하지 않고, 소리 지르며 벽을 부수기 바쁜 마수가 그의 눈에 들어왔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전쟁터의 소음은 생각보다 대단했다. 특히나 마신장들의 마법과 마수들의 광분이 만들어낸 큰 소음은 다른 소리를 줄이거나 존재감을 그냥 지워버렸다. 청각도 감각도 모두 웅웅 거리는 공기의 파공성과 지진 같은 울림에 무뎌지고, 적응되어갔다.

웬만한 일 혹은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이상은 드낙을 알아차리지 못할 터였다.

‘빨리 움직이자.’

드낙이 혼이 빠지도록 내달렸다. 투척할 만한 곳은 모두 박살이 난지 오래였기에 근접해서 투척을 해야 했다.

쿵쾅쿵쾅! 쿵쾅쾅!

외골격 아머 같은 드워프 갑주를 입고 있었기에 드낙은 걸어 다니는 관심 종자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전쟁의 시끄러움 덕분에 은밀기동이 가능했다.

멈칫.

그가 멈추자마자 마수가 침을 질질 흘리며 혀를 휘날리며 무식하게 앞으로 내달렸다. 그의 시선을 잡는 뭔가가 있어 보였다.

간질거리는 직감을 느낀 드낙이 냉큼 창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벽을 관통하고 있는 해골 진흙이 보였다. 그 슬라임 같은 것은 벽을 그냥 넘어갈 수 있었다. 드워프에게도 위협적인 슬라임이었기에 드낙이 발로 바로 걷어찼다.

촤악!

슬라임이 폭발하듯이 터져나가며 한쪽 벽에 그 육편이 쫙 퍼지며 들러붙었다. 다시는 재생하지 못했다. 트럭에 치인 푸딩이나 다름없었다.

쿵쿵쿵!

거침없이 내달리며 집의 벽을 부수자마자 드낙이 한 걸음 앞으로 뛰어가듯이 내뻗으며 발이 땅에 닿기도 전에 바짝 위로 투창을 투척했다.

바로 위에 있던 마신장의 아래턱과 목 사이 부분이 투창이 그대로 비집고 들어가며 두개골을 관통했다. 할버드가 그대로 땅에 떨어지며 흙먼지가 자욱하게 올랐다. 드낙은 그 속에서 주문을 읊었다.

6문장으로 이루어진 주문을 통해서 흙의 골램을 수십 기 일으켜 세웠다. 이 세계 마법 체계는 소환 마법의 효율성이 매우 떨어졌기에 10분 유지되는 골램들이었다.

폐허를 자원으로 삼았기에 흙의 골램이기보다는 스톤 골램, 우드 골램, 스틸 골램이 뒤섞여 있었고, 확실하게 구분하기도 어려웠다.

“망치, 망치!”

망치 가문의 드워프 전사 소리도 흙먼지 속에서 제법 들려왔다. 드낙은 곳곳을 누비면서 마신장을 투창으로 죽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투척에 효율성 있게 변한 육체 때문에 때때로 지붕에서 떨어지기도 했다.

“켁.”

양팔을 지니고 있다가 팔 하나만 없어도 제대로 설 수 없는 게 인간이었다. 미묘하게 길쭉한 오른팔 때문에 왼쪽으로 자꾸 가지는 것도 문제였고, 갑자기 확 무게 중심이 덜컹거리기도 했다.

물론 그런 문제 속에서도 육체를 다시 돌리지는 않았다. 투척 전용 육체로 변이하는 것만 해도 상당한 힘을 소모하는데 되돌리는 것 또한 힘을 그만큼 필요로 하기 때문이었다.

또 하나의 마신장이 드낙의 투창에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다. 초월의 힘에 강력한 적발을 지니고 있기에 판타지 세계에서 평탄하게 모든 면에서 강한 마신장이었지만, 압도적인 물리력 앞에서는 무력했다.

드낙의 눈에 죽은 드워프가 눈에 들어왔다. 육체는 멀쩡했지만, 입 주변이 피로 가득했다. 둘러싸인 채 입을 벌리게 하고, 안쪽의 무른 곳을 통해서 출혈사 혹은 질식사시킨 듯했다.

아무리 강해도 둘러싸이면 결국 죽음밖에 남지 않는다. 힘의 차이, 수많은 조건 속에서 강점이 많아도 인간에게 죽는 마신장과 트롤을 생각하면 편했다.

‘어떤 놈이든 찌를 구석은 존재하는 법이다.’

드워프의 경우에는 그게 구강 안쪽인 셈이었다. 자연히 드낙은 곳곳을 누볐기에 드워프들의 싸움을 볼 수 있었다.

‘엉망진창이다.’

함께 뭉치지 못했기에 마수에게 둘러싸인 드워프가 있는가 하면 마수를 다굴치는 드워프도 있었다. 아주 안 좋은 광경이었다.

서로 HP가 같다면 서로 번갈아가면서 피해를 입어서 최대한 많은 피해를 서로 나누어 가져서 생존율을 높여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었다. 간단한 게임 논리였지만, 가장 강력한 전투 생존 전술의 근본이기도 했다.

후웅!

드낙이 왼손으로 땅을 짚으며 그대로 양다리를 모아서 단번에 중형 마수의 옆구리 위쪽을 후려갈겼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단번에 날아가며 벽을 무너뜨리며 집으로 처박혔다.

집이 무너지며 그대로 폭삭 주저앉으며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그 속에서 드낙이 양손에 쥔 투창을 후려치며 소형 마수의 머리통을 박살을 냈다. 그다음에 위기에 빠졌던 드워프에게 호통을 쳤다.

“서로 조를 정해주지 않았나! 다른 드워프들은 어찌하고 혼자 있는 거냐?”

“싸우다 보니, 흩어졌다.”

“다른 이들에게 합류해서 최대한 뭉쳐 다녀라! 이를 다른 드워프에게도 알려라.”

“뭉치면 마신장의 마법에게 당하지 않나.”

“놈들이 내 손에 죽는 게 더 빠르다.”

드낙이 그 말을 끝으로 쿵쾅거리며 사라졌다. 하지만 이미 드낙이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뿔뿔히 흩어져서 전투하고 있는 게 드워프들이었다. 세리안이 일부 구역에서 지휘력을 뽐내고 있었지만, 일부에 불과했다.

전술 역량이 신병보다 못한 드워프들이었다. 거대 몬스터를 타고 다녔다면 사뭇 달라졌겠지만 마신장들에게 진작에 집중포화를 당했을 터였으니, 상상에 그쳐야 했다.

“흙의 골램 소환.”

드낙은 주문을 읊으며 골램을 최대한 곳곳에 뿌렸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마신장을 죽이면서도 걱정이 쌓여갔다. 생각보다 마수가 많아서였고, 생각보다 드워프들이 독불장군처럼 굴어서였다.

하프 드워프들과는 전혀 다른 종족성이었다.

드낙이 322마리의 마신장을 모두 죽이는데 걸린 시간은 3시간 30분 남짓. 성 곳곳을 누볐던 마신장들이었기에 사거리에 두기가 어려워서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미궁에서 총을 들고 고블린을 죽이는 것과 같았다. 마주치는데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었다. 전투는 그 뒤로도 이어졌다.

“뭉쳐라! 망치 가문의 전사들아!”

드낙은 드워프들을 규합하며 다녔다. 입이 쩍 벌려진 채 입 주위가 피범벅이 되어 죽은 드워프들의 시체는 정말 많았다.

‘이게 드워프와의 첫 전투.’

드워프에 대해서 무지했던 대가이기도 했다. 서로 제대로 알지 못하니, 대승을 해도 그 피해는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었다.

“그아아아!”

드워프의 외침에 드낙의 귀에 들려왔다. 이놈, 저놈 할 것도 없이 먼저 달렸다. 규율 따위는 없는 모습이었다. 벽을 무식하게 어깨로 들이받으며 직선 주행하는 드워프도 있었다.

마수가 집 한 채 크기로 잔뜩 뭉쳐있었다. 드낙이 고함을 내지르며 그대로 몸을 날리며 마수들을 덩어리째로 뜯어내며 함께 바닥을 굴렀다.

기분 나쁜 마수들의 숨결이 느껴졌다.

팔꿈치를 비롯한 전신을 순간적으로 회전하며 공간을 확보한 다음에 앞뒤로 움직였다. 뭔가가 터지고, 함몰되었다. 몸을 일으킨 드낙이 다시 한 바탕을 하며 소형 마수를 전부 때려잡았다.

“어떠냐.”

“죽었다.”

아쉬운 일이었다. 불타는 망치를 양손에 쥐고 있음에도 당했다. 〈붉은 루비〉가 만든 반지에 박힌 루비 덕분에 무기에 화염이 드글드글했음에도 숫자 앞에서는 장사가 없었다.

‘체격이 작은 게 크다.’

마신장의 할버드에 날아가도 살아남았던 내구력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무게가 아무리 무겁고, 근력이 아무리 대단해도 체급이 작은 게 문제였다. 금방 둘러싸이고, 팔 하나 휘적거릴 수 없을 정도로 들러붙기에 좋았다. 무기를 휘둘러도 그 면적이 매우 좁았다.

파괴력에 비해서 현실에 영향을 끼치는 게 적었다. 똑같은 면적에 동일한 파괴력을 행사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큰 도끼로 나무를 벌목하는 게 아니라 작은 손도끼로 나무를 벌목하는 꼴이었다. 파괴력에는 차이가 없었지만 공간 점유율에서 차이가 났다.

드낙의 엄청난 활약으로 322마리에 달하는 마신장이 자신의 마력을 모두 쓰지도 못하고, 백병전 또한 재미나게 하지 못하고 죽었지만, 그런데도 피해가 컸던 이유는 마수의 끝없는 숫자 때문이었다.

12시간의 싸움을 이어나가며 드낙은 마수들을 모조리 죽일 수 있었다. 한데 뭉친 드워프들은 수비적인 태세를 일관하며 서로 위치를 바꾸며 활력을 유지시켰다. 그 정도로 마수가 많았다.

“끝났다.”

드낙이 적혈 대검을 땅에 박아넣었다. 쑥 들어갔지만, 손잡이에서 멈추었다.

부상자를 찾고, 남은 주력과 주술로 치료행위를 했다. 부상자 드워프는 매우 드물었다. 대신 질식하거나, 내부 출혈로 이미 강을 건넌 드워프들이 많았다.

그것은 별도리가 없었다.

8천의 드워프와 8만8천이 넘는 마수가 부딪쳤다. 수성전이었고, 건물이 많았지만, 성벽은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 마신장의 마법을 막기에는 지상 요새는 지하 요새에 비해서 별것 없는 요새에 불과했다.

또한 건물과 장애물 또한 드낙의 투창 때문에 가장 우선적으로 파괴되었다. 자연히 드워프는 다수의 마수와 싸워나갔다. 홀로 싸운 드워프가 많았기에 전술적 능력이 전무한 개싸움이 주류였다.

“많이 죽은 것 같은데. 얼마나 죽었나?”

드낙의 말에 드워프들이 실로 통탄한 표정을 지었다.

‘적어도 절반 넘게 죽었다. 그래, 보였어. 이거 큰일 났다.’

못해도 4천의 드워프가 죽었을 터였다. 앞으로 지하까지 처들어 가야하는데 이렇게 되자 드낙 또한 절로 침울해졌다.

“500명이나 죽어버렸다.”

“뭐? 아닌데, 내가 본 시체만 해도...”

“질식해서 정신을 잃은 것뿐이다. 죽은 건 아니지. 곧 정신 차릴 거다.”

“그게 뭔 개소리야? 질식했는데 안 죽는다고?”

“아아, 인간은 잘 모르는 건가?”

“우리 드워프야말로 중립신의 첫째 아들이다. 허섭스러운 마수에게 죽을 리가 없지 않은가! 하하하! 죽은 것처럼 보이는 드워프 500명도 곧 일어날지 모른다. 육체를 파괴시켜야지만 드워프를 진정으로 죽일 수 있다.”

드낙이 기괴한 표정을 지었다. 유기체의 특성을 보이지 않는 모습을 띠었기 때문이다.

‘판타지는 판타지구나.’

========== 작품 후기 ==========

6660자

평점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