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전사 67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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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구구구....
멀리서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가 세리안의 귀에 들려왔다. 드낙이 싸우는 여파는 실로 무시무시했다. 상대가 마신장들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지금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마신의 영토가 드낙을 노리라고 방향까지 잡아주고 있었다. 그렇게 집중된 상태에서는 자연스럽게 다른 이들이 전술 행동을 하기가 편했다.
지붕의 반대편에서 바짝 붙은 채 전투 망치를 꼬나쥐고 있는 세리안이 머리만 빼꼼 드러냈다.
“망치망치!”
드워프들이 너도나도 마신장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소리를 지르며 망치를 양손에 꼭 쥐고 달려나갔다.
“하. 하. 하!”
체격 차이가 워낙 컸기 때문에 드워프들이 마신장에게 닿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특히나 마신장 특유의 땅을 긁으면서 올려치는 할버드는 흙의 파도를 물리적으로 만들어냈기 때문에 덩치가 작은 놈들을 상태로 아주 좋았다.
“단단한 충격(dandanhan chung-gyeog)!”
아래에서 흙을 긁으며 올려치는 할버드가 위로 올라갔을 때 호다닥 달려갈 수 있었지만, 당연히 마신장은 마신의 은총과 권능으로 즉시 발현되는 마법을 쓸 수 있었다. 그 덩치에 걸맞은 큰 마력이 바닥나기 전에는 승부를 점칠 수 없었다.
한 마수 집단의 장수로 기용되는 게 마신장이었기에 그에 걸맞은 무력을 지니고 있었다.
할버드에 정통으로 맞은 드워프가 십수 미터를 날아올랐지만, 팔다리를 버둥거리는 게 세리안의 눈에 보였다. 그녀의 표정이 미묘하게 움직였다.
‘저걸 맞고 사네.’
신체 능력을 기준으로 가장 강력한 몬스터가 오우거라면 지성 종족 중에서는 드워프였다. 서로 못 죽이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다.
“푸핫!”
흙 속에서 드워프가 튀어나왔다. 양손을 땅에 짚더니 번쩍 자신의 몸을 들어 올리며 쏘옥 튀어나와서 벌떡 일어났고, 다시 구덩이에 머리를 푹 집어넣고 망치를 두 자루 꺼내 들며 입을 쩍 벌렸다.
“망치이이이!”
고함을 내지르며 양손에 쥔 망치를 번쩍 들어 올리며 달려왔다. 체구가 작은 드워프의 본능적인 전투태세였는데, 최대한 키가 크게 보이게 하려고 무기를 습관적으로 높이 들었다.
이건 실제 전투에도 도움이 되었는데, 드워프로서는 방어할 때 항상 상단 방어를 할 수밖에 없었다. 공격은 상단이든 하단이든 상관이 없었는데, 어느 쪽이든 망치에 처맞으면 충격 강화 능력이 부여된 망치에 의해서 박살이 나기 때문이다.
“쥐새끼 같은 놈들!”
마신장이 크게 답답함을 느끼며 판단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위로 올려 쳐내서 날아가도 죽지 않고, 벌떡 일어나는 놈들이 드워프였다. 지성종족의 코뿔소나 다름없었다.
광활한 평야를 내달리며 단기전을 밥 먹듯이 했던 몽골처럼, 마신장은 장기전에 돌입하면 마음이 크게 답답해졌다. 평생 사이다만 먹으면서 살아온 사람이 처음으로 마실 것 없이 고구마를 먹은 격이었다.
이성이 날아갈 정도로 가슴이 답답했다. 아무리 올려쳐도 휩쓸려만 갈 뿐이었다.
“다 박살 내주마!”
할버드가 처음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 쳐졌다. 대상이 된 망치 드워프는 쌍망치를 교차하며 피하지 않고, 우직하게 돌진하며 망치를 휘두르며 도약했다.
“덤벼라, 사악한 마신의 종자야!”
정면 승부였다.
꽝!
할버드와 망치가 교차했다. 망치에서 추가적인 충격이 퍼져나갔지만 그대로 드워프 째로 땅에 처박히며 할버드가 땅을 내려쳤다.
지축이 크게 흔들렸고, 흙먼지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망치 드워프 전사는 그대로 땅에 처박혔고, 망치가 그 가슴을 때렸다.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나자마자 세리안이 기회를 잡고 뛰어나갔다. 전투망치는 어깨에 걸쳤다.
푸바바박!
마법으로 이루어진 화염구가 초근거리에서 튀어나왔다. 흙먼지 속에서 저하된 시야를 가진 세리안을 스치고 지나갔다. 몸을 살짝 기울었기에 스칠 수 있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팔이 노출되었을 터였다.
불똥이 그녀에게 튀었지만 반짝거리며 이내 빛을 잃었다.
섬뜩함이 그녀의 척추를 타고 흘러내렸다.
아무리 좋은 선택을 해도 전쟁에서는 무의미한 경우가 많았다. 다행이라면 적발이 있었기에 직격당해도 죽지는 않을 것이다.
“망치! 망치!”
구호를 외치듯이 소리를 반복적으로 내는 드워프를 세리안이 지나쳤다. 그녀의 달리는 속도가 점점 빨리 지기 시작했다. 상체를 살짝 숙이며 무게를 앞으로 쏠리게 하였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 무게를 제어하지 못했겠지만 세리안은 훌륭한 일류 불파겐 기사였다.
드낙의 신체로 세파리아스가 보여준 돌진력은 보여주지 못했지만 단 몇십 초에 불과한 시간 속에서 인간의 신체를 초월한 속력을 세리안은 보유할 수 있었다.
“......”
그 과정은 당연히 숨을 쉬면서는 할 수 없었다. 끝없는 수련으로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그녀의 폐활량은 너끈히 이를 감당해냈다.
‘곧, 거의, 지금!’
마신장이 있을 법한 곳에 들어서고 나서는 언제든지 망치를 휘두를 준비를 했다. 그리고 흙먼지가 대규모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곳으로 세리안이 몸을 던지자마자 마신장의 발이 그림자처럼 보였다.
숨이 가빠지자 세리안은 피를 토하듯이 소리를 내질렀다. 막혀있던 숨이 내뱉어지며 그녀의 몸이 편안해졌다. 물론 이는 응급처치에 불과했고, 잡고 있던 숨을 내뱉었기 때문에 더는 무호흡 상태를 유지할 수 없었다.
“이야아아아아!”
하지만 고함을 지르는 사이에는 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망치 가문의 드워프가 만든 전투 망치가 그대로 휘둘러지지는 않았다. 그 속에는 기술의 정수가 담겨야 했다. 세리안이 도약하며 마신장이 발걸음을 옮기는 방향과 정반대되는 곳에서 정직하게 부딪쳤다.
이는 마신장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기도 했다. 손뼉도 빗맞히면 픽 소리가 나고, 서로 잘 부딪히면 짝 소리가 난다.
퍽!
면적이 작은 전투 망치였기에 큰 소리는 나지 않았다. 전투 망치는 그대로 마신장의 앞쪽 발목에 깊이 파고 들어갔다. 세리안의 육체가 낙엽처럼 딸려나갔다.
그 속에서 세리안은 독특한 파지법을 운용해서 뒤로 튕겨지는 몸에 더욱 힘을 주며 반원을 그리며 전투 망치를 움직이게 하였다. 발목에 박힌 전투 망치가 반대로 꺾이며 공간을 만들어내며 마신장의 운동력에 힘입어서 그대로 빠져나왔다.
세리안이 그대로 날아갔다. 팽이처럼 돌며 폐허에 한 번 부딪치고 계속 굴렀다.
“헉. 헉헉.”
몸을 반쯤 일으킨 세리안이 숨을 헐떡였다. 끔찍한 공포였음에도 정신은 금방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녀가 다시 한 번 기회를 포착하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
걸음을 멈춘 마신장이 고통에 울부짖었다. 그 주변에 망치 드워프 전사들이 너도나도 달라붙어서 망치로 마신장을 후려치고 있었다.
망치로 때릴 때마다 마신장의 피부층이 과도할 정도로 출렁거렸다. 어마어마한 충격량이 온몸에서 퍼져나가며 근육에 피로와 피해를 누적시키고, 뼈층까지 도달했다.
세리안의 송곳과도 같은 한 번의 공격이 만들어낸 상황이었다.
‘걸음을 멈춘 멧돼지는 당장에라도 사람을 죽일 것 같아 보이지만, 이미 죽은 것이나 진배없다.’
드워프들의 서남진격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세리안은 서쪽에서 드워프와 함께하고 있었는데, 마신장을 처음으로 죽이고 나서는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마신장을 처리해나갔다.
세리안과의 공조를 어떻게 하면 더 좋고, 더 효율을 높일 수 있는지 드워프들이 깨달아갔기 때문이다.
이들은 순식간에 오우거 신단을 파괴했다.
3마리의 야생 오우거가 들러 붙어있는 형상을 지닌 신단이 바닥에 쓰러지고, 드워프들의 망치에 의해서 조각났다.
망치! 우!
우! 망치!
망치, 망치!
오우거 신단을 부수고 나서는 드워프들의 외침 소리가 지상 요새에 퍼져나갔다. 벌써 샴페인을 터트리고 중앙의 오벨리스크로 진격했다.
죽은 드워프는 4명에 불과했다. 마신장들이 체격이 작은 드워프들을 과소평가한 덕분이었다. 쓰러진 드워프에 추가타를 날린 적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들의 죽음은 현실의 운에 의해서 죽은 것에 불과했다.
“무너뜨려라!”
우뚝 솟아있고, 드워프 성벽보다 높은 오벨리스크를 무너뜨리는 일은 매우 힘들지는 않았다. 망치 형상을 지닌 무구에는 추가 충격량이 스며들어있었기 때문이다.
파직, 파지지직!
그러나 오벨리스크는 무너지지 않았다. 때리면 때릴수록 균열만 생기더니 이내 가루로 변해서 서서히 사라질 뿐이었다. 마치 게임처럼 체력이 무조건 0이 되어야지 소멸되는 것과 같았다.
한국인다운 중요 건축물 설계였다. 테러에도 특히나 강할 수밖에 없었다.
“나머지는 동쪽으로 가서 인간의 동부왕을 도와라!”
드워프 중 7할이 동쪽으로 몰려갔다. 그중에는 세리안도 있었다. 오벨리스크에 남은 드워프들은 서둘러 파괴공작을 펼쳤다.
“읏차!”
드워프가 드워프를 올라타서 3중으로 망치를 휘둘렀다.
쩌적! 쩌저저적!
오벨리스크가 붕괴하기 시작했다. 내려앉거나 기울어지지는 않았다. 그저 소멸할 뿐이었다. 현실적, 물리적 법칙을 따르지 않는 모습을 봤을 때 실로 어마어마한 업과 마신의 힘이 들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초월의 건축물〉이라고 규정할 정도였다.
중앙에서 동쪽 폐허로 향하는 길은 폐허를 올라가는 길이었다. 얼마나 많은 건물이 무너졌는지 가늠조차 하기 힘들었고, 가히 폐허의 산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주르르르.
‘응?’
드워프가 바닥을 바라보았다. 폐허가 시작되는 땅바닥에서 피가 흥건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바람이 불 때면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가 잔혹한 분위기와 함께 다가왔다.
폐허의 언덕 위에는 새롭게 시체 언덕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어느 순간이 되자 포위가 된 드낙이 혈전을 벌이는 것은 당연했다. 그 고정된 난투장에서 벌어진 전투에만 야생 오우거 일백, 마신장이 22마리가 참가했다.
지금은 모두 쓰러지고, 드낙만 홀로 남았다.
투구는 벗은 지 오래였고, 전사 계급이 만든 드워프 갑주는 당연히 제기능을 상실해서 부서져 어딘가에서 뒹굴고 있거나 시체에 포개져서 찾을 수 없었다.
맨몸 상태의 드낙은 적혈 대검을 바닥에 꽂은 채 입에서 피를 질질 흘리고 있었다. 성벽에 살짝 걸친 노을이 드낙을 검게 만들며 드워프들의 눈에 들어왔다.
“케헥.”
드낙이 입에서 다시 한 번 죽은 피를 토해내더니 몸을 일으켰다. 상체가 굽어진 것이 절로 지쳐 보였다. 너무나도 많은 피를 소모해서 입술이 새파랬다.
세리안이 서둘러 다가가서 드낙을 부축했다.
“오벨리스크는?”
“파괴하는 중이야. 곧 무너질 거야. 왜 이렇게 무리했어?”
“마신장의 마법에서 도망칠 수 없었다.”
도망칠 수 있었다면 진작에 도망쳤을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없었기에 싸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싸운다면 더는 도망칠 방도가 없었다.
적혈 대검은 드워프들이 대신 들었다.
부우우욱!
적혈 대검의 손잡이를 잡고 드워프가 대각선으로 잡아당겨 내렸는데 마신장의 갑주조차도 소리 없이 자르며 박혀있던 검날이 튀어나왔다.
“와! 이거 생각보다 더 물건이군!”
망치 드워프 전사가 크게 감탄했다. 저주가 깃든 대검에 비해서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피를 장기간 머금은 상태의 적혈대검은 그 어떤 드워프 무기보다도 절삭력이 최고였다.
조심스럽게 손잡이를 잡고, 검면을 받쳐서 드워프 2명이 옮겼다. 당장 물이 없었기에 그 수밖에 없었다.
드워프들은 빠르게 후퇴했다. 아무리 거리가 멀어도 이 정도의 소란을 일으켰으니 다른 지상 요새에서 마신장이 달려오고 있을 게 틀림없었다.
호다다닥!
정찰할 생각도 가지지 않고 바로 도주했다. 상대를 보면, 상대 또한 자신을 볼 수 있었다. 아예 그럴 마음 가지지 않고, 앞만 보고 튀어야 했다.
‘못해도 3일은 쥐죽은 듯이 회복에 전념해야 한다.’
드낙은 손을 주먹 쥐었다 펴며 눈을 감았다. 눈썹이 매우 무거웠다. 악마 게페락스의 피가 흐르고 있었고, 그 덕에 증폭된 신체능력을 갖췄기에 트롤의 피가 전투가 끝날 때까지 유지될 수 있었다.
지하의 안전한 곳까지 도착하는 내내 드워프들이 떠들었다.
“시체 언덕의 뜨낙!”
“동부왕이 그렇게 강할 줄은 몰랐는데. 지금 기회는 정말 크다!”
드워프의 여론이 크게 올라갔다. 그만큼 오우거의 시체로 쌓아올린 언덕은 드워프들에게 큰 감명을 내어주었다.
〈동부왕〉이라는 호칭도 이제는 거의 말하는 드워프가 없어졌고, 〈시체 언덕의 뜨낙〉이 강하게 굳어졌다. ‘드’를 발음할 때 힘이 빠지기 때문에 ‘뜨’라고 발음하는 드워프들이 많았다.
“오늘의 업적은 드워프 역사에 기리 남겨야 한다.”
“제국을 돕는 인간이라.”
흥미진진한 표정을 짓는 드워프도 있었다. 그만큼 보기 힘든 일이었다. 당장 돌을 가져다가 작게 드낙의 상을 만들고, 그 밑에 시체 언덕의 뜨낙이라고 일단 써놓은 드워프도 있었다.
한 번에 122마리에 달하는 오우거를 죽였기 때문에 충격이 커도 너무 컸다. 이는 드낙도 마찬가지였다.
‘내 한계가 이 정도였을 줄이야.’
반인반마가 되면서 인간을 뛰어넘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반신의 반열에 올랐음을 깨달았다. 여기에는 핏빛쥐들의 업이 크게 작용했지만 아직 신이 되지 못했기에 업을 체감하지 못하는 드낙으로서는 거기까지 생각이 닿을 수 없었다.
‘빠르게 마신장을 정리한다.’
드낙은 그대로 3일을 곯아떨어졌다. 하지만 검은 꿈에서는 활동을 이어나갔다. 세파리아스와 대련을 하고 싶을 정도로 자신하게 되었다. 물론 중립신과의 거래도 잊지 않았다.
“뭘 준비한거야?”
“네가 원하는 힘.”
드낙이 일반 마신장과의 전투로 무력에 자신감을 가진만큼 중립신도 큰 것을 준비해야했다. 당연히 큰 능력에는 큰 업을 얹어줘야했다.
드낙이 중립신이 준비한 능력을 살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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