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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672화 (671/1,239)

강철의 전사 67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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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직.

드낙의 오른손에 잡힌 야생 오우거의 오른팔이 부들거리며 안쪽으로 피부가 짓이겨나갔다.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고, 이내 뼈가 함몰되는 소리가 몸속에서부터 들려오며 야생 오우거를 섬뜩하게 만들었다.

“크아아!”

신경계가 뼈에 짓눌리면서 끔찍한 고통이 왔지만, 야생 오우거의 왼 주먹이 드낙의 머리를 후려쳤다. 하지만 거기에 당할 드낙이 아니었다. 어깨를 쑥 내밀면서 왼 주먹을 막았다.

텅.

묵직한 소리와 함께 야생 오우거의 왼 주먹이 드낙의 어깨에 부딪혔다. 동시에 오우거의 머리에 드낙이 박치기를 했다. 덩치에 걸맞지 않은 힘을 지닌 드낙의 박치기에 야생 오우거의 두개골이 그대로 함몰되었고, 뇌를 찔렀다.

피가 번져나가며 오우거가 시들시들해졌다. 밀치며 쓰러뜨린 후에 적혈대검으로 마무리를 했다.

주변에는 난투를 벌이며 지친 야생 오우거들의 시체가 즐비했다.

만전의 상태에서는 드낙과 부딪쳐도 능히 버틸 수 있는 게 야생의 오우거였다. 하지만 이 마신의 영토 내부에서 난투전을 벌이면서 알게 모르게 많은 피로가 쌓인 육신은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 점은 무인이라면 당연히 알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치고받고 마신장이 될 그릇을 채우고 있으니. 몸이 얼마나 혹사당할까.’

괜히 오우거 신단과 오벨리스크를 마신장이 지키고 있는 게 아니었다. 난투를 벌이는 야생 오우거는 전력을 다해도 평상시의 7할에 불과한 힘과 체력을 지니고 있을 뿐이었다. 혹은 그 밑일 수도 있었다.

드낙이 암살 대신에 아예 제대로 소란을 벌리려는 이유도 이와 같았다.

‘야생 오우거라도 업은 많다.’

지상 요새를 토벌하고 이 싸움에 가장 필요한 능력을 중립신에게서 구매할 생각 또한 이미 가지고 있었다. 그건 그가 얻은 업만큼 비싸겠지만, 테라를 만들려고 힘을 모으고 있는 중립신보고 대신 싸우라고 할 수도 없었다.

‘남에게 이 정도의 힘을 주고 있으니, 중립신의 상황 또한 상대적으로 안 좋을 수밖에.’

중립신은 어차피 죽어서 이 행성에 스며들 존재였다. 마지막까지 조심해야 했지만, 실제로 배신당할 가능성은 적었다. 그건 드낙이 업을 많이 소모할수록 높아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업을 또 많이 소모할 수는 없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드낙이 숲을 보게 된다고 해도 그 너머의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는 게 중립신의 전략 역량이었다.

“우아아아아아!!!!”

드낙이 고함을 내질렀다. 건물 한쪽의 벽면이 밖으로 통째로 무너지며 한쪽의 벽이 영화처럼 펑 터져나가며 야생 오우거가 침을 흘린 채 달려들었다. 휘둘러지는 건물 기둥을 회피했지만 주체를 못 하는 돌진력을 지닌 야생 오우거였다.

무기를 휘두를 수 없을 정도로 가까워진 상태에서 드낙의 주먹이 야생 오우거의 턱을 올려쳤다. 단번에 머리가 위로 꺾이며 목이 부러졌다. 제대로 준비를 못 했기 때문에 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내구력으로 버틸 수도 없었다.

순간적으로 힘을 주었지만, 무리였다.

즉사한 야생 오우거의 머리채를 잡고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두피가 진득하게 딸려 나오다가 늘어지며 끊어졌다. 그것을 바닥에 뿌렸다.

마력과 주력이 몽땅 비어 있는 게 현재 드낙의 상황이었다. 생명력을 소모해서 마력을 생성할 수 있었지만, 마법 저항의 적발을 지닌 오우거 상대로 마법을 쓰기 위해서 생명력을 소비하는 일은 멍청했다.

[건방진 놈이, 또 나타났구나!]

하늘에서 우레처럼 목소리가 퍼져나갔다. 정신 파동의 종류로 모든 종족이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악마 게페락스의 정신 파동과 비슷했다.

[마신장이 한 번 당하지, 두 번 당할 것 같으냐? 자알 걸렸다!]

[마신의 오른팔이 얼마나 강한지, 공포스러운지! 죽어서도 잊지 못하게 만들어주마!]

정신 파동은 여럿으로 뒤덮였다. 하지만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뭔가 잘못되었다.’

드낙이 직감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는데, 흙이 가장 먼저 5cm가량 스멀스멀 촉수처럼 올라왔고, 건물의 잔해도 그그긍거리며 움직여서 흙먼지나 작은 잔해 따위가 모여서 촉수의 형태를 만들었다.

그것들은 마치 해를 바라보는 해바라기처럼 드낙을 향해 곤두섰다. 야생 오우거의 머리카락이 널브러진 주변에서는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 영향력 범위 외에서는 확실하게 일어나고 있었기에 드낙에게 병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건 불 보듯 뻔했다.

‘빠르게 이동한다.’

드낙은 순식간에 전술을 거미줄처럼 짜냈다.

1. 상대는 멀고 가까운 곳에 흩어져있다. 고로 자신이 이동하면 그들과 자신이 만나는 시간은 서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2. 최대한 한 방향으로만 움직인다. 달려가는 쪽은 모여서 병목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이것은 자연히 다른 곳에서 활동하는 드워프들이 상대해야 할 적의 숫자가 적어짐을 의미한다.

3. 신단과 오벨리스크에 있을 적의 전력이 줄어들어 있을 수 있다. 나 대신 다른 아군이 부술 생각을 가질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3가지의 생각이 단번에 들었다. 목숨의 위협을 느낌과 동시에 어그로가 확 끌렸음을 인지하자마자 뇌가 로켓 추진제로 도는 팽이마냥 팽팽 돌아갔다.

쿵쿵쿵!

드워프가 드낙의 근력. 그거 하나만 믿고 만들어준 드워프 갑옷이 묵직하게 땅을 밟았다. 드낙은 왼손에 퍼뜨려놓은 오우거의 적발을 쥐고, 앞으로 우직하게 달려나갔다.

방향은 동쪽 폐허.

아군이 전혀 없는 방향이었다. 드낙을 향해 곤두선 땅들의 모습은 다른 이들도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을 것이기에 따로 경고는 하지 않았다.

마신장들은 거침없이 허공에 광역마법을 사용했다.

“심판하는 용암(simpanhaneun yong-am)!”

단 한 마디에 광역 마법이 발현되었다. 실로 끔찍할 정도의 즉효성을 지닌 능력이었다. 괜히 전차원계를 들쑤시고 다니는 게 아니었다. 필멸자임에도 이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기에 가능했다.

못해도 5천 평. 1만6천 제곱미터의 공간을 뒤덮는 용암이 느릿하게 떨어져 내렸다. 걸리기만 걸려라는 뜻이었고, 불타는 액체로 이루어진 용암은 공기를 화끈하게 달구었다. 다행이라면 바닥부터 시작되지 않았기에 강력한 하강기류에 저항을 받아서 그 속도는 더욱 느려졌다.

“망치!”

망치 가문의 전사 계급에 속하는 드워프들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서둘러 빠져나갔다.

깡!

깔끔한 충격음과 함께 튀어나온 야생 오우거의 발에 걷어차이기도 했다. 벽 몇 개를 뚫고 쓰러진 드워프는 아무렇지도 않게 벌떡 일어나서 엄폐물을 찾기 바빴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달구어진 공기를 들이켜는 순간 폐가 화상을 입고, 기관지가 상처를 입었겠지만 드워프들은 그런 게 전혀 없었다.

무시무시한 허공에서 마신장의 광역 마법을 드낙은 빠르게 주파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사거리 대로에서 할버드가 튀어나왔다.

쾅!

폭음과 함께 드낙이 옆으로 픽 날아갔다. 옆구리가 뱅글 돌아가며 땅에 부딪혔고, 이내 낙법을 하며 튀어 올라 자세를 곧추세웠다.

“흐으읍! 하. 하!”

상체를 살짝 수그리며 땅의 돌기를 바라보고 있다가 기습한 마신장이 숨을 깊게 들이켜며 상쾌하게 웃었다. 제대로 된 자세를 잡지 못했기에 깔끔하게 공격이 들어가도 드낙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을 터였다.

시끄러운 전장의 소음 속에서는 암살자의 간파 능력도 한풀 꺾여있었다. 동시에 드낙과 짧게 접촉했음에도 마신장을 숨겨주던 마법(mabeob)이 무너져내리며 푸른 마력의 잔재가 허공에서 마신장의 전신에서 한 타이밍 늦게 퍼져나갔다.

“죽을 준비는 되었느냐? 하찮은 인.간.아.”

“지랄 뽕 빨아먹는 소리하네!”

기습을 당했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한 드낙이 거침없이 경박한 단어를 지껄이며 마신장을 향해 덤볐다.

“용의 트림(yong-ui teulim).”

화아아악!

허공에서 마신장의 입에서 화염이 쏟아 나왔지만 이미 한국어를 듣고 드낙이 빠르게 반응했다. 두피가 통째로 뜯긴 오우거의 머리카락이 잔뜩 있는 것을 던졌다. 화염이 빠르게 상쇄되었고, 드낙이 그대로 돌진했다.

“소용없. 다!”

8m의 덩치를 지닌 마신장에게는 그것이 모두 다 내려다보였다. 높은 시야가 가지는 압도적인 능력은 상대의 전신이 아주 잘 보인다는 뜻이었다. 특히나 내려다보고 있기에 비스듬하게 화염이 쩍 갈라지고 드낙이 돌진하는 것도 보였다.

“크오오오오!!!!”

전신에 힘을 바짝 주며 할버드가 아래로 내려가며 그대로 올려쳐졌다.

쿠-웅.

대검과 할버드가 만나며 묵직한 충격음이 퍼져나가며 공기가 떨렸다. 지축마저도 퍼져나갔고 뒤로 밀려나는 건 드낙이었다.

타다다닥, 화아악!

야생 오우거의 적발이 힘을 다하고 화염에 집어삼켜 지자마자 드낙이 대검을 안쪽으로 검날을 돌렸고, 할버드가 드낙의 바깥쪽으로 지나갔다.

“후욱!”

가득 머금었던 숨을 살짝 하지만 강하게 뱉으며 드낙이 숨을 참으로 앞으로 한 걸음 더 뻗어 나갔다.

쾅!

허공에서 마신장의 돌려차기에 드낙이 대검으로 후려쳤다. 피가 튀었다. 상대는 한 수 앞을 내다보았지만 드낙의 반사신경과 본능적으로 쌓아온 경험이 빛을 발했다. 하지만 피부층을 잘라냈지만, 지방과 근육에 속력이 확 줄어들며 뼈층을 통과하지 못했다.

“핫, 하!”

할버드가 회수되며 드낙의 뒤통수를 노렸다.

후우우욱!

거대한 바람이 드낙의 귀를 스쳤다.

“거대한 늪(geodaehan neup)!”

드낙과 허공에서 마신장의 주위가 단번에 진흙으로 변하며 공기 방울이 톡하고 느릿하게 터져나갔다. 건물이 천천히 집어삼켜 지기 시작했다. 드낙은 최대한 높은 곳으로 움직였다. 적발 덕분에 드낙 주위의 늪은 형편없었다.

투웅!

드낙이 다른 방향으로 튀었다. 생각보다 마력이 없는 게 컸고, 덩치 큰 마신장과는 장기전을 하거나 다른 이의 도움으로 격상시켜야만 했다.

“어딜! 서로 끊어지지 않는 속박(seolo kkeunh-eojiji anhneun sogbag)!”

드낙의 팔이 그대로 잡아 당겨졌다. 빠르게 상쇄되고 있었지만 마신장이 괴성을 내질렀다. 자신과 연결된 마법 쇠사슬을 통해서 자신의 마력을 미친 듯이 보냈다.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마력처럼 쇠사슬을 내달리며 사라지는 마력을 대신했다.

‘새끼가!’

드낙이 폐허의 벽을 박찼다. 벽이 아슬하게 유지되었고 드낙의 발이 떼어지자마자 무너졌다. 마신장이 당기는 힘까지 있었기에 거대한 무게와는 다르게 총알처럼 당겨졌다.

마신장이 고함을 질렀고, 드낙 또한 놈을 죽일 수밖에 없음을 깨닫고, 적혈대검에 모든 힘을 담았다. 공중이었음에도 그게 가능한 이유는 드낙에게 흐르는 악마의 힘 때문이었다.

육체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지상에서부터 시작된 근육의 움직임을 허공에서도 그렇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근육이 땅에 단단히 서서 힘을 내는 것처럼 단단히 팽창했다.

할버드와 대검이 만나지는 않았다. 그 한 수에 허공에서 마신장의 눈이 크게 떠졌다.

촤아아악!

쾅!

피가 튀는 소리와 함께 투구에 강력한 충격이 오고 갔다. 이류 상급 정도의 실력으로는 허공에서 마신장의 무지막지한 속력을 지닌 할버드를 회피할 수 없었다. 마신장은 머리가 달아났고, 드낙은 투구가 그대로 함몰되었다.

“크컥. 커컥.”

본능적으로 입에서 피를 토하던 드낙은 눈이 까뒤집어지며 정신이 아득해지는 순간 속에서도 힘으로 투구고정쇠를 뜯어내며 투구를 벗었다. 상쾌함과 동시에 끝없는 고통이 밀려오며 상처가 치료되기 시작했다.

“헉. 헉.”

허공에서 마신장의 반쯤 베어진 머리에서 적혈 대검을 뽑았고, 다시 한 번 내려쳤다.

푸콱!

피와 함께 뇌가 흘러내렸다. 시체를 발로 박차며 늪을 빠져나갔다. 스스로 만든 늪에 허공에서 마신장의 시체가 집어 삼켜졌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큭.”

달려가면서 투구를 주먹으로 후려쳐서 함몰된 곳을 다시 원위치시킨 드낙이 투구를 쓰자마자 무형의 충격파가 집 몇 채를 종잇장처럼 찢어버리며 드낙을 살짝 후려치며 지나갔다.

“내 것이다!”

“비. 켜. 라!”

충격파의 여파로 텅텅 빈 땅으로 마신장 2마리가 서로 몸싸움을 하며 드낙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전에 한 번 당했기 때문에 자연히 전력이 증강되어있었다.

그 간단한 것을 〈몬스터〉라는 이유로 가볍게 흘러버린 대가는 끝없는 전투였다.

쿠궁!

충격파에 휘말려서 순간적으로 균형을 되찾지 못하는 드낙을 향해 할버드 두 자루가 그대로 드낙을 내려쳤고, 드낙이 대검을 들어 올려 막았다. 단번에 무릎이 꿇려졌다.

깡!

드낙의 가슴에 허공에서 마신장의 발이 걷어차지며 드낙이 형편없이 날아갔다.

“끝없는 강철창(kkeut-eobsneun gangcheolchang).”

콰과가가가강!

마법으로 3,800개의 마법창이 드낙이 날아간 곳을 폭격했다. 드낙에게 발길질을 한 마신장이 마법을 사용한 허공에서 마신장의 턱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단번에 무릎이 꿇리며 K.O 당한 마신장을 뒤로하고 마신장이 두 발로 바닥을 쿵치며 단번에 도약했고, 드낙을 향해 떨어져 내라며 할버드를 휘둘렀다.

콰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주변에 일어난 흙먼지가 큰바람에 의해서 밖으로 도망쳤고, 그 속에서 드낙이 그대로 돌기둥을 투척했다.

후우우웅!

마신장이 할버드를 휘둘러 단번에 두 쪽 냈지만 돌기둥이 쏘아지는 큰바람 소리에 듣지 못한 적혈대검에 의해서 그대로 목이 꿰뚫렸다.

“꺽. 꺽.”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는 허공에서 마신장의 가슴팍을 발로 밟고, 드낙이 적혈대검을 뽑았다.

피가 허공으로 솟구쳐올랐다. 하지만 드낙 또한 투구 밑에서 피가 주르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피는 서로 응고되더니 살조각 따위로 변해갔다. 트롤이 지닌 독특한 재생력 때문이다.

화아아악!

마신장을 하나 죽이자마자 전혀 엉뚱한 곳에서 불덩이가 허공 위에서 드낙에게 떨어져내렸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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