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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671화 (670/1,239)

강철의 전사 67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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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쥐는 대규모 자원을 지상에 투입하기도 했다. 물론 전면전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2만 8천 마리의 성숙하지 않은 핏빛쥐들이 지상에서 바글바글거렸다. 거무튀튀한 검은 보급로가 순식간에 붉은색으로 변했고, 멀리서도 관측이 될 정도로 많아졌다.

“찍찍! 키 작은놈들은 왼쪽 언덕을 넘어가고! 키 큰 놈들은 대형 마수만 골라서 힘을 보태라! 맨손인 놈들은 혼자서 들고 갈 수 있는 만큼만 가져가라!”

체구가 작은 핏빛쥐들은 검은 보급로의 언덕을 넘어가서 적이 올 수 있는 곳에 뼈로 이루어진 비계를 쌓았다. 침을 모아서 섞어 만든 진흙을 덮어서 그럴싸한 첨탑을 만들었다.

쿠덩텅텅!

큰 구덩이가 모습을 드러냈고, 그곳으로 수많은 핏빛쥐가 득실거리며 개미처럼 마수들의 시체를 운반했다. 내리막길로 이루어진 경사는 아주 낮았기 때문에 수직 구덩이보다 운반하는 데 매우 편했다.

이런 관심 끌기는 검은 돔의 마수 군단을 움직일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적은 면적을 통해서 검은 보급로의 자원을 가져가는 지하에서의 활동은 제한된 면적으로 운반할 수 있었지만, 지상으로 올라온 핏빛쥐는 큰 면적을 이용할 수 있었다. 당연히 같은 시간 대비 효율이 높았다.

딱딱딱!

“그으! 아아!”

해골왕, 레플리카 유스타니스가 약령이 번들거리는 철퇴를 어깨에 짊어진 채 마수 3만 마리를 이끌고 빠르게 나아갔다. 현재 3개로 나누어진 검은 돔의 마수군단이었지만 검은 보급로를 완벽하게 지킬 수가 없었다.

검은 돔의 지원 마수 덕분에 3만을 이끌 수 있었음에도 매우 긴 검은 보급로를 3개 군단으로 지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또한, 이렇게 마수를 움직이면 그만큼 시체를 섭취하게 만들어야 했다.

방령 같은 정예 언데드는 특히나 일반 유기체보다 많은 시체를 먹어야 했다. 그들이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사령마력 때문이었다.

이를 네크로맨서가 유지해주거나 시체에 있는 사령 마력을 섭취해야 했다. 당연히 시체에 담긴 사령마력은 현실의 칼로리나 영양분보다 적을 수밖에 없었고, 시체마다 그 보유량도 제각각이었다.

핏빛쥐들은 소모전을 아주 잘 알고 있었고, 이런 〈지속적인 대규모 자원 투입과 강요〉는 매우 효과적으로 검은 돔의 마수 군단이 지닌 자원을 깎아먹고 있었다.

또한 그들의 사격 반경에 들어오면 쏜살같이 도망쳤다. 꼬리가 잘려도 나 몰라라 할 정도로 빠르게 튀었다. 실로 개 같은 경우였다. 특히나,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도 일전(一戰)을 벌이지 않는 게 재수 없었다.

레플리카 이시연이 보여준 드낙 연합군과의 교전 거부를 그대로 똑같이 되돌려주고 있었다. 이는 당연히 핏빛쥐로서 해야만 하는 보복 조치이기도 했다.

살아 숨 쉬는 우리들의 신을 모욕한 죗값은 똑같은 방식으로 되갚아져야 했다.

광신도다운 생각이었다.

“크아아앙!”

빛나는 사격 공룡이 입에서 빛을 머금었지만 쏘지는 않고, 아가리를 쩍 벌린 채 검은 보급로에 머리를 처박고, 목을 비틀며 뭔가를 물며 다시 하늘 높이 머리를 추켜올렸다.

“끼아악! 끼익!”

버둥거리는 핏빛쥐 한 마리가 이빨 사이에 끼여서 피를 흘리며 소리를 냈다. 양손에 쥔 마수의 살덩이가 아래로 떨어졌다. 빛나는 사격 공룡은 먹지도 않고, 바닥에 다 버렸다.

후두둑 떨어지는 핏빛쥐에게 그대로 매캐한 연기를 토해내는 방령의 화살이 목에 틀어박혔다. 버둥거리는 핏빛쥐가 바닥을 기어가다가 이내 질식해서 죽었다.

“쿠우우우!”

빛나는 사격공룡은 마치 인형 뽑기를 하듯이 다시 검은 보급로에 머리통을 처박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그런 공룡의 다리 밑에서 애꾸에 등이 굽고, 털이 벗겨진 핏빛쥐 범죄자가 머리를 쏙 내밀더니 기어가서 죽어있는 대형 몬스터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몇 마리가 추가로 더 들어갔다. 이들은 몬스터의 몸속에서 배불리 먹으며 출산도 하게 될 것이다.

끝없는 소모전은 이처럼 매우 혼란스러웠는데, 그 주범이 바로 〈범죄자 포식 전략〉 때문이었다. 제안자는 대장쥐였고, 다른 핏빛쥐 리전에게 전해졌고 시행되었다.

이 때문에 중대형 마수들은 검은 보급로 곳곳에 퍼져있는 자잘한 핏빛쥐 범죄자 처리에 동원되고 있었다.

마치 모기 때문에 작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모기를 때려잡는데 시간을 버리는 것과 같았다.

“키아아악!”

뼈를 몽둥이처럼 깎은 핏빛쥐들이 제법 오래 방치된 대형 마수의 뱃가죽을 찢고 튀어나왔다. 그 숫자는 수백 마리에 달했고, 절반이 성체가 되지 못했다. 당연히 개죽음당했지만 이 때문에 곳곳에서 국지전이 벌어졌다.

그냥 야생의 몬스터나 검은 보급로의 유지를 위해서 투입된 야생 마수들과 싸우기도 했다.

시체는 쌓이고 쌓여서 검은 보급로가 되었고, 이는 곧 핏빛쥐 리전에게로 옮겨갔다. 반대로 검은 돔의 마수 군단의 영향력은 계속 줄어만 갔다.

철저하게 다수인 것이 핏빛쥐였고, 중대형 마수는 잘 죽지 않고, 유지되었기에 보급이 힘들어져 가면서 뒤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곧 핏빛쥐들이 황무지를 지배하게 되는 모습으로 이어졌다. 검은 돔의 마수 군단은 결국 검은 돔 내부로 회군을 결정했다.

‘기동성을 높여서 단번에 드워프 산맥으로 향한다.’

포기한 것이 아니라, 새로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

그 사이에 드낙은 드워프와 함께 마신의 영토가 되어버린 드워프 지상 요새를 노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하 아래에서 드낙이 전술토의를 했다. 벽에는 망치 가문의 지상 요새가 그려져 있었다.

드낙이 그린 것은 아니었다. 그 정도로 드낙은 기억력이 좋지 못했다. 이 때문에 드낙은 세리안을 데리고 지상 요새를 다시 염탐하고 와야 했다.

‘1,900명의 드워프가 동원되는 만큼 차질이 없어야 한다.’

거기에 이 드워프들은 정말로 호탕한 것이 드낙과 세리안이 제법 전략과 전술을 아는 모습을 보여주자 아예 맡겨버렸다.

한 민족을 뛰어넘어 한 종족이 그냥 다른 종족이 제법 전략 전술에 똘똘한 것 같자 총사령관으로 맡긴 셈이었다.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못해 뽕을 치사량까지 투여받은 듯한 인사였다.

‘만약 북부나 남부였다면 지랄, 개지랄했겠지.’

이 때문에 드낙은 자신의 실수를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며 다시 한 번 정찰하고 오는 대인배 같은 면모를 보여주었다. 물론 드워프들이 툴툴거렸다면 마음이 상했겠지만 드워프들은 역시나, 무덤덤하게 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수가 소수에게 굽히고 있는 것만 봐도 드워프들의 인성을 잘 알 수 있었다. 친구나 우방으로 두기에 딱 좋은 종족성이었다.

“보면 알겠지만, 북쪽과 동쪽은 무너져 있는 곳이 많다. 당연히 이곳을 오고 내리고를 반복하는 건 힘들뿐더러, 시간도 많이 지체되며 다른 곳에서 작전을 펼치는 드워프와 중앙 도착 시각이 크게 벌어질 수 있다.”

드낙이 적혈대검으로 북쪽과 동쪽에 X표를 쳤다.

두 번, 세 번 말해도 꼭 묻는 놈이 있어서 간단명료한 이미지를 벽화에 그리는 건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동북쪽으로 아주 얇게 침입할 수 있는 루트가 있다. 여기로는 최소 100명의 소수 분대가 움직일 수 있고, 전투를 펼칠 수 있다. 별동대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이쪽 반경에서 먼저 소란을 피우게 할 생각이다.”

반면 동북쪽에는 동그라미를 쳤다.

“별동대는 따로 중앙으로 침투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최대한 적의 신경을 끌어주면 된다. 폐허가 많은 곳이기에 숨거나 마신장의 마법을 피하고 막는데 쉬울 터다.”

중앙은 안 와도 되는 것이 백인 별동대였다.

“나는 숫자가 적은 백인 별동대에 속해서 싸울 예정이다.”

체력이 가히 무궁무진한 드낙이었기에 지형에 따라서 이동속도가 줄어들어도 드워프보다 빨랐다.

“이미 무너진 오우거 신단이 있었던 곳이 북동이었기 때문에 소란을 피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오는 마신장을 처단하는 사이에 서쪽과 남쪽에서 드워프 본대가 진입한다.”

900명으로 이루어진 1군과 2군이 서와 남에서 진격을 시작하는 게 2번째 움직임이었다.

“오우거 신단이 무너지면 다시 마수의 전력은 중앙으로 움직일 것이다. 반드시 지켜야 할 곳이 있기 때문이다. 물러나는 놈들을 도륙하고 나면 마수가 적고, 마신장만 중앙에 많을 것이다.”

후퇴할 때 약자는 도태되고, 강자만 살아남게 된다. 체격이 큰 마신장이 달리기가 느릴 리가 없었다.

“마신장만 남은 상태에서 최후의 결전을 벌인다. 그전까지 최대한 마신장이 마력을 소모하도록 유도 해야 한다. 원거리에서 알짱거리는 모습을 반드시 자주 연출해야 한다.”

드워프들에게 몇 번을 더 강조했다. 실전에서 어찌 될지는 몰랐는데, 이들 드워프들은 몸이 워낙 좋아서 몇 가지 전술 외에는 해본 적이 없어서 전술 실현도가 높을지 알 수가 없었다.

“진군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 지상을 통해서 행군하는 게 좋지 않나?”

드워프 중 하나가 의견을 냈다.

“맞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숫자가 적기 때문에 지상행군으로 시간 효율을 얻는 건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

빠른 전투에 어울리지만, 흩어져있는 야생 오우거가 문제였다. 그들 하나하나를 다 처리하면 오히려 늦을 수밖에 없고, 높은 성벽 안에 있는 마신장이나 난투에 참가하고 있을 야생 오우거들 또한 낌새를 차릴 것이 분명했다.

“무너진 성벽과 성문으로 번개처럼 달려들기 위해서는 상대가 무조건 방심해 있어야 하기도 하지.”

몇 가지 이유를 들자 드워프는 금방 납득했다. 사실 그중 절반은 귀찮음이 내재되어있었다. 드낙이 설계한 꿈을 꿨음에도 벌써 귀찮아하는 드워프들이 몇몇 보였다. 이는 절로 위기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빨리 전투로 이끌어야 한다.’

피해를 회피하려고 선택했다면 오히려 내부에서부터 다시 썩어들어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펑! 퍼벅!

일반 곡괭이가 아닌 끝 부분이 망치의 형태가 깃들어있는 곡괭이가 휘둘러지며 흙과 돌을 파괴했다. 망치 같은 모양이면 전부 추가 충격력을 부여할 수 있는 게 망치 가문이 지닌 유일한 특수 능력이었다.

제대로 된 〈드워프의 손길〉로 만들 수 있는 게 단 하나, 망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결행 날에 드워프들이 파놓은 지하통로의 바닥에 설치된 구리선과 철선에 각각 주력과 마력을 전부 쏟아부은 드낙이 굴 밖으로 빠져나왔다.

“......”

노련하게 고개를 틀어서 귀부터 지상 위로 올렸다. 다른 이들은 정수리를 먼저 드러냈겠지만 드낙은 아니었다. 귀로 근접한 주변에 아무 소리가 없자 몸을 돌리며 코가 지상에 살짝 드러냈다.

킁킁.

냄새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드낙이 빠져나왔다. 그 뒤로 북동 백인 별동대 소속 드워프 100인이 굴에서 빠져나와 성벽을 짚으면서 조용히 움직였다. 한 번 습격을 받았음에도 성벽 밖을 주시하는 오우거나 마수가 없었다.

“한 명씩 올라와라. 밧줄이 끊어질 수 있다.”

드낙이 경고하며 벽을 타고 막힘없이 올라갔다. 무거운 드워프 갑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그 속도는 매우 느렸다. 해가 지고 나서부터 시작해서 자정이 되어서야 겨우 성벽 위에 올라설 수 있었다.

은밀성이 무엇보다 필요했기 때문에 이미 예상했음에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무게를 오롯이 전신으로 나누어 짊어져도 중력을 이기기 위해서는 그 무게를 오롯이 감내해야 했다. 이는 드낙의 양팔을 크게 혹사했다.

‘끄응.’

끔찍한 고통으로 가득 차 있던 손과 팔은 성벽에 오르고 나서 빠르게 회복되어갔다. 그건 실로 괴물 같은 회복력이었다. 밧줄을 내리고, 드워프들이 하나씩 드낙에게의해서 끌어올려 졌다.

‘아직 어둡다. 계획대로다.’

드워프들은 서로서로 짝을 이루고 요새 안쪽으로 다시 새로운 밧줄을 내려서 아래로 향했다. 드낙은 내려가는 성벽 쪽을 경유해서 내려왔다.

“20명씩 항상 짝을 짓고 다녀라. 난 홀로 다니면서 큰 소란을 일으킬 테니 거기에 공조해라.”

“알겠다.”

망치 가문의 지상 요새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쿵. 쿵, 쿵!

드낙이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절로 지축이 흔들렸다. 체격에 비해서 무게가 엄청났다. 무너진 창고에 걸터앉아서 방금 죽인 야생 오우거의 심장을 뜯어내던 오우거가 그 소리에 일어나며 건물 기둥을 들어올렸다.

“크워어어어!”

자신보다 작은 드낙을 보고 그대로 포효하며 자신만만하게 달려들었다. 드낙은 그대로 정면으로 부딪쳤다. 6m에 달했지만 무게는 드낙보다 한참 떨어지는 오우거가 그대로 고꾸라졌고, 드낙이 사타구니를 그대로 걷어찼다.

콰직!

오우거의 고환이 그대로 살을 찢으면서 허공으로 솟구쳤다. 엄청난 무게가 빠른 속력으로 부딪치고 멀쩡할 수가 없었다.

“후우욱!”

드낙이 발로 오우거를 걷어차며 그대로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며 어깨에 짊어진 대검으로 야생 오우거를 내려쳤다.

대량의 피가 하늘로 솟구쳐올랐다.

단 두 합만에 야생 오우거가 죽음을 맞이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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