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665화 (664/1,239)

강철의 전사 66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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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망치의 길〉.

업적을 세우고 죽은 드워프들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 길이었다.

드워프 지상 요새를 지키는 전투 가문인 망치 가문의 묘지로 향하는 길이기도 했다. 특히나 전투 가문의 경우에는 필연적으로 업적을 많이 세울 수밖에 없었다.

제국이 몰락하는 만큼 전투는 자주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건 몬스터일 때도 있었고, 드워프의 재물을 노리는 모험자들일 때도 있었다.

마신장 리고의 명령을 받은 마수들은 땅을 팠고, 육망치의 길 또한 다시 한 번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때부터 곳곳에서 드워프 언어로 망치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망치! 망치!”

엄한 망치에게 있어서 육망치의 길은 매우 소중한 길이었다. 그들 역사가 새겨진 곳이었기에 함부로 훼손하면 안 되었다. 특히나 동상은 훼손되면 원판을 복구하기가 어려웠다.

또한 석상 밑에 적혀진 석판 또한 글귀가 새겨져 있었고 이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 드워프도 없었다.

“망치! 망치!”

쇠사슬 괴인이 망치라는 소리에 움찔하며 세심하게 손가락을 놀렸다. 엄한 망치는 흡족한 표정으로 다른 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건 순간에 불과했고, 쇠사슬 괴인은 냉큼 쇠사슬로 슥슥 그으면서 다른 손으로 흙을 뜯어냈다.

마신장 리고의 지휘를 받고 있기에 드워프를 공격하지 않을 뿐, 그의 말을 듣는 건 아니었다. 단지 리고의 명령을 수행하는 데 방해를 해서 올 때만 잠깐 듣는 척을 할 뿐이었다.

드낙과 세리안은 〈육망치의 길〉을 구경하기 바빴다.

“엘프와는 완전히 달라. 저 투박한 조각을 봐.”

투박하고 거칠지만, 전혀 천박하지 않은 조각상이었다. 공을 들이지 않은 천박함과는 달랐다. 그 미묘한 차이를 확실하게 알고 조각했다는 뜻이었다.

장인이라고 부르기에 아깝지 않았다. 만인이 봤을 때, 누구라도 그 거친 조각상의 모습을 보고 대충 만들었다고 여기지 않을 터였다.

드낙은 드워프들이 행한 업적을 훑으며 그들의 전투력을 살폈다. 종종 신기한 무구를 사용한 드워프의 일화도 담겨 있었기에 읽는 재미가 있었다.

‘망치를 많이 들고 가기 위해서 망치 마차를 개발해서 지상으로 나가 산맥을 주름잡으며….’

물론 괴상한 무구들을 사용한 드워프들이 더 많았다. 둔감한 드워프들은 실로 자기만의 세상을 살고 있었고, 자기만의 기준이 존재했다. 가문마다, 직업계급마다 천지 차이였다.

“이건 누구의 상인가?”

드낙이 오로지 황금으로만 만들어져 있는 드워프 상을 보며 엄한 망치를 불러 말했다. 이에 엄한 망치가 짧게 대답했다.

“흥정과 사치를 부렸던 금덩이 망치다. 원래 이름은 황금 망치였지만, 금은보화를 모으는 데 혈안이 된 그 성격 때문에 금덩이 망치라고 불리게 되었지.”

그 말 속에는 비웃음, 경멸이 깃들어져 있었다. 물질의 성질을 다루고, 물질을 쉽게 생산할 수 있는 게 드워프였다. 그런 드워프에게 물질에 집착하는 드워프는 괴짜보다 못한 자였다.

반면 드낙은 흥미롭게 그의 업적을 살폈다. 어느 곳에 보물창고를 만들었다고 적혀져 있을 뿐, 그 어떤 미화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적어도 한 번쯤 볼만한 곳을 만들었다는 것이 그의 삶이었다.

“마수에게 죽었군.”

“이제 갓 던전을 만들던 마신장의 마수들에게 죽었지. 망치 가문의 수치였다.”

드낙은 황금 창고의 위치를 메모했다. 총 12곳이었으며 업적이 적힌 석판에 적을 것이 없어서 지도가 새겨져 있었다. 그 속에서 그는 망치 가문의 따스함 또한 느낄 수 있었다.

변변찮은 무공 하나 획득하지 못한 드워프가 황금을 좋아했기에 황금으로 된 상을 만들어주고, 그 묘비에 어떻게든 공란이 없도록 노력했다.

드낙은 자신도 모르게 코를 비볐다.

외부 자극에 둔감한 종족이 보여주는 모습과 대비되어 감동이 확 다가와서였다.

“인간에게는 황금이 중요한데, 내가 가져가도 될까?”

“무공을 세운다면 응당, 내어줄 수 있다.”

드낙은 깊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곧, 〈망치와 거푸집〉이라 불리는 드워프들이 잠자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수들의 노동력을 통해서 예정을 확 줄일 수 있었다.

‘잠자는 드워프를 깨우고, 포자로 덮인 산맥을 깔끔하게 청소한다.’

일이 잘 풀리면 할 수 있는 전략이었다.

‘그게 안 된다면, 게릴라를 통해서 후방에서 마신장 증원을 막는다.’

반인반마가 된 드낙이라면 능히 가능했다. 그렇기에 드낙은 마신장을 여럿 죽였음에도 그들 능력을 중립신으로부터 구매하지 않았다.

상품에 귀가 팔랑거렸지만, 중립신과의 협력이 언제까지 갈지 몰랐고, 아득한 미래…. 못해도 수천 년 뒤에 업이 부족해서 중립신의 안배에 농락당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존재했다.

그만큼 중립신, 엘 마르토 카사다민의 전략은 대계(大計)라 부를만했다.

그의 대계는 상황에 따라서 만변(萬變)하는 힘으로까지 드낙에게 비치고 있었다.

‘그가 만들어내는 전략의 유연성은 너무 두렵다.’

처음에는 이것도 구매하고, 저것도 구매했지만 중립신에게 양도한 업을 합쳐보니 눈 뭉치가 눈사태만큼 보였다. 후회는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아끼고 또 아껴야 했다.

‘이렇게 아껴도 중립신은 이를 미리 대비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그것을 타파할 음흉한 계략 또한 추진할 생각을 가졌다.

“아직이야? 망치망치!”

드낙이 엄한 망치의 말을 따라하며 다그쳤다. 그 말을 들은 엄한 망치가 입구를 만지작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리며 외쳤다.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입구를 이제부터 열 것인데, 마수와 마신장은 이곳에 들어올 수 없다. 여기는 매우 영예로운 곳이다.”

“아까 그 육망치의 길은 왜 허용했는데?”

“그건 어쩔 수 없어서다! 하지만 여기서부터는 다르다!”

드낙은 어깨를 으쓱하며 리고에게 마수들과 함께 물러나 있으라고 말했다. 자신의 마력을 통해서 주문을 읊던 리고가 고개만 까딱하더니 빠르게 물러갔다.

이미 드낙과 한 배를 탄 이상 언제 마신이 마신장의 힘을 회수할지 몰랐다.

“시작해볼까.”

〈망치와 거푸집〉의 내부로 향하는 길을 막고 있는 거대한 입구에서 엄한 망치는 가져온 뼈를 온갖 금속으로 바꾸었다. 웃긴 것은 화강암 가루 한 줌을 만드는데 엄청난 양의 뼈를 썼다는 점이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거야?”

어느새 가까이 온 드낙에게 엄한 망치가 툭 쏘아붙였다.

“망치! 실력이 없어서다! 난 전사 계급이기 때문에 드워프의 손길에 대한 재능이 변변찮다!”

“아, 미안.”

자신의 입으로 자신의 실력이 낮다고 말하는 것만큼 짜증 나는 일도 없었다. 드낙은 순수하게 사과를 했다. 마수를 죽여서 얻은 수많은 뼈가 입구를 여는 데 대부분이 소모되었다.

양각(陽刻)된 조각상의 툭 튀어나온 부분에 황금 가루, 화강암 가루, 철 가루 등등 32가지의 다양한 금속 가루를 집어넣었다. 그러자 알아서 입구가 열렸다.

그그그긍!

열리는 문의 두께를 보고 드낙의 눈이 커졌다. 320cm의 굵기였으며 32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흐흐하.”

엄한 망치가 드낙의 놀란 표정을 보고 자부심 있는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물론 그 웃음은 몇 초도 가지 않았다. 툭 튀어나오고 파도치는 감정은 금방 사그라들었다.

휘우우...

‘냉랭하다.’

차가운 공기가 드낙의 몸을 지나갔다. 지나칠 정도로 냉기가 내부에 가득 차 있었다.

“왜 이렇게 추워?”

“벌레 때문이다. 온도가 낮으면 활동성이 낮아지거든. 자고 있는데 콧속으로 벌레가 들어오는 것만큼 짜증 나는 일도 없지.”

매우 현실적인 답변이었다.

‘무슨 환상적인 이유가 아니라 단순히 벌레 퇴치용 냉기라니...’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냉기를 만들어낸 거야? 굉장한데.”

“아아, 그것은 〈냉석(Cold stone)〉이라는 것이다. 주변 온기를 흡수하는 돌이지.”

드낙이 입을 쩍 벌렸다. 자연 에어컨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냥 냉석 기둥을 만들어두면 주변 온도가 확 내려간다는 뜻이었고, 한여름에 잠잘 때 이불을 덮고 잘 수 있었다.

‘에어컨 켜고 이불 속에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것도 추가적인 유지비 없이!’

서민들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의 센세이션이었다. 이 냉석이 인간에게 보급된다면 역사적으로 이를 기릴 것이다. 냉석 쇼크나 냉석 문화 침공 등으로 불릴지도 몰랐다.

‘냉석 때문에 드워프와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르지.’

“근데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간단하다. 조금만 열을 가해도 빠르게 뜨거워지는 금속이 있다. 그 발상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었을 뿐이다.”

“캬...”

드낙이 절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반면 세리안은 퉁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로서는 드낙이 왜 저렇게 좋아하는지 몰랐다.

‘주변 온도를 빨아들이는 돌 따위를 왜?’

“이게 냉석이다. 냉석 기둥이지. 한 번 만져봐라.”

드낙은 장갑을 벗고 서둘러 손을 가져다 댔다. 하지만 눈썹이 꿈틀거렸다.

“뜨, 뜨겁잖아?”

“주변의 온기를 빨아들이니 당연히 뜨겁지. 하하하!”

당황한 드낙이었지만 그 말에 쉽게 이해했다. 열을 흡수하기 때문에 당연히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반면 주변 공기는 냉랭했다. 지하였기에 공기의 흐름이 적어서 더더욱 그 효과가 컸다.

‘그늘진 곳에 세워두면 정말 엄청나겠다.’

툭.

세리안이 드낙이 엄한 망치의 말을 따라하는 발을 건드렸다.

“왜?”

자연 에어컨을 발견한 드낙은 절로 신경질을 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똑바로 안 해? 냉석 같은 괴상한 광물에 관심을 가질 때야?”

엄한 망치가 세리안의 말에 반박했다.

“괴상한 광물이라니! 발상의 전환이라는 영감을 주는 이 위대한 광물은 제국의 8번째 왕 시절에...”

세리안이 귀를 막았다. 저 빌어먹을 제국의 X번째 왕 시절이라는 말만 들어도 고막이 환통(幻痛)을 호소했다. 그 모습에 엄한 망치가 뚱한 표정을 지었다.

잠든 드워프들은 제각각 뚫린 구멍 속에 잠들어있었다. 사다리를 놓고 벽에 들어간 드워프도 있었고, 바닥에 일직선으로 구멍을 판 드워프도 있었다. 그리고 그 입구에 길쭉한 망치 형태의 쇠막대를 철창처럼 여러 개를 놓고 있었다.

지하 종족이 찾아와도 드워프가 만든 망치 형태의 쇠창살을 부러뜨리기에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엄한 망치는 퍼즐 형태의 자물쇠를 순식간에 열었다. 세리안과 드낙은 잠든 드워프들을 끄집어냈다.

“돌덩어리네.”

장식되어있었지만 엄한 망치는 통짜 철로 된 빈틈없는 갑옷을 입고 있었기에 피부를 직접 만진 적이 없었다. 드낙은 잠에 빠진 드워프의 발목을 잡아당기면서 딱딱한 느낌에 혀를 내둘렀다.

‘얼마나 내구력이 좋을지 감조차 안 온다.’

대물 저격총을 맞고도 죽지 않을지도 몰랐다. 그만큼 드낙의 사냥꾼의 감과 암살자의 촉은 드워프들의 신체 강도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다.

‘완성된 엘프와는 다른 강함이다.’

외강내유(外剛內柔)라고 할 수 있는 게 드워프들이었다. 마음이 약해지기에 잠에 빠져들었지만, 몸은 멀쩡했다.

수염과 같은 털이 있는 곳에는 수분이 얼어붙어서 새하얀 서리가 끼어있었다.

짝! 짝!

“무, 뭐하는 짓이냐!”

세리안은 드워프를 꺼내자마자 양볼에 싸대기를 사정없이 후려갈겼다. 엄한 망치가 짝짝거리는 신명 나는 소리에 혼비백산해서는 고함을 지르며 세리안을 막아섰다.

“깨우려면 고통을 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

“아니다! 이 무식하고, 잔혹한 인간아! 감각이 무뎌서 아무리 때려봤자 소용이 없어!”

“피를 내거나 물을 뒤집어쓰면?”

“둘 다 안 된다! 효과도 없을뿐더러 무엇보다 무례하다!”

세리안이 씨익 웃었다. 상위 종족이라고 으스대는 드워프를 놀리는 재미는 쏠쏠했다. 드낙은 그걸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너무 거칠게 대하지 마. 드워프는 중요한 우방이다. 앞으로의 일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그들의 힘이 필요해.”

드워프 편을 들어주었다. 이런 소소한 것에도 드낙은 이득을 챙기고 싶어 했다.

“그럼 다른 방법이 뭐가 있는데?”

“내부 자극을 줘야지.”

거침없는 드낙이 엄한 망치의 말을 따라하는 말에 두 명 모두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자신감이 넘쳐 보였기 때문이다.

‘현대인을 얕보지 말라고.’

공포 영화부터 감동적인 드라마까지 중세의 황제조차도 누리지 못한 문화를 핥아먹으며 살아간 것이 박호훈이었다. 이런 종류의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내부 자극은 무궁무진하다고 해도 무방했다.

가장 먼저 마법진을 그렸다. 마법은 체계적이고 정교하여서 내부 자극을 드낙이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었다.

‘마법만으로는 꿈에 간섭할 수 없다. 또 큰 힘을 들여서 간섭한다고 해도 구현하는데 부족하기만 하다.’

꿈은 자연적인 것이며, 그런 꿈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러움이 필요했다. 드낙은 마법진 곳곳에 토템을 세웠다.

토템은 모두 꿈의 이미지를 지니고, 꿈에 대한 것들로 채워졌다.

“일단 시험적으로 한 명의 드워프에게만 사용해본다.”

대규모의 주술 마법진에 딸랑 드워프 하나가 놓였다. 드낙은 엄한 망치가 만들어준 나무 토템에 주술을 부여하고, 강철의 그릇에 마력을 부여했다.

파아아앗!

녹색의 주력은 위를 덮었고, 갈색의 주력은 아래를 덮었다. 푸른 마력이 파도치며 출렁거리며 그사이를 오고 갔다.

‘됐다.’

수많은 마법사와 주술사를 죽인 드낙의 마법재능과 주술 재능이 만개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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