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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663화 (662/1,239)

강철의 전사 66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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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낙은 굳이 쇠사슬 괴인의 공격을 막지 않았다. 아무리 덩치가 커도, 쇠사슬이 가지는 원심력이 대검과 맞먹었음에도 가볍게 여겼다.

‘난 이제 인간이 아니다.’

반은 인간이지만 반은 악마였다. 그건 인간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안 할 수도 있었다.

피가 튀고, 살이 갈리는 전쟁터에서는 특히나 더 그러했다.

작은 차이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곳이 전쟁터였고, 그 어떤 곳보다도 무자비한 현실이 만들어지는 곳이 전쟁터였다.

촤라라락!

기묘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며 쇠사슬이 수많은 곡선을 그렸다. 변화무쌍한 쇠사슬 공격은 드낙의 갑옷을 긁으며 지나가고, 거칠게 사지를 묶었다.

촤아악!

쇠사슬 괴인의 공격이 드낙에 닿자마자 적혈대검에 의해서 쇠사슬 괴인의 몸이 두 쪽이 났다. 뇌수, 피, 잘려진 위장에 소화되던 알 수 없는 고깃덩어리가 퍼져나가며 고약한 악취가 피어올라왔다.

압도적인 무력 앞에 노출된 마수들은 끝도 없이 드낙을 노렸다.

일초지적에 아군이 죽어나자빠져도 도망칠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아아압!”

드낙이 손해를 감수하며, 충격을 받고 힘겨루기를 하며 마수를 빠르게 처단했다면 세리안은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했다.

“키아아!”

마수 약탈자가 쇠사슬 괴인의 팔을 타고 냉큼 도약했다. 뛰어난 변수 창출자가 마수 약탈자였다. 1:1 싸움이 순식간에 2:1 싸움으로 변했고, 쇠사슬 괴인의 쇠사슬 또한 빠르게 움직였다.

탁.

가볍고, 빗나가는 소리와 함께 세리안의 롱소드가 쇠사슬을 빗맞혔다.

어처구니없는 실수였지만, 이어지는 상황은 실로 섬뜩함을 줬다.

“끼악!”

빗맞은 쇠사슬의 궤도가 변경되었고, 단번에 마수 약탈자의 목을 휘감으며 낚아챘다. 등이 굽었지만 날렵한 마수 약탈자는 허공에서 쇠사슬에 의해서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고, 세리안을 공격하는데 실패하게 되었다.

쇠사슬 괴인도 마찬가지였다. 쇠사슬이 마수 약탈자를 휘감았고, 자연스럽게 무게가 무거워졌다. 그 둔함은 마치 슬로우 모션을 하는 것처럼 수비를 느리게 만들었다.

푹.

쇠사슬 거인이 내뻗은 팔 사이로 세리안의 검이 틀어박혔다. 공격이 딱 보이는데도 알아서 대주는 것처럼 기괴한 일이었다.

쇠사슬 괴인이 비트는 곳의 반대편으로 검에 힘을 주면서 단번에 검을 뽑아낸 그녀는 한 걸음 뻗으면서 검을 휘둘렀고, 쇠사슬을 회수하려고 한 쇠사슬 괴인의 손목을 잘라냈다.

이 과정은 전후과정이 뒤바꿔서 쇠사슬 괴인이 휘둘러지는 세리안의 검에 손목을 대준 것처럼 보였다.

자신의 주변을 완벽하게 컨트롤하는 세리안은 다수와 싸우고 있음에도 여유로운 상황이었고, 그 어떤 마수와 싸우더라도 기술을 통해서 단번에 상대를 죽였다.

“망치! 망치!”

엄한 망치가 도약하면서 사정없이 쌍망치를 휘둘렀다. 체격이 작은 마수 약탈자는 근접하면 손목이 부러지고, 발이 아작이 났으며, 무릎이 패여서 고꾸라져야했다. 쇠사슬 괴인은 쇠사슬로 엄한 망치의 팔을 쉽게 잡아챘지만, 오히려 끌리는 건 쇠사슬 괴인 쪽이었다.

신장은 가히 두 배 차이가 난다고해도 무방했지만, 엄한 망치에게 수수깡처럼 휘둘렸다. 넘어지는 쇠사슬 괴인을 향해서 땅에서 로켓처럼 튀어간 엄한 망치와 그대로 충돌했다.

가슴이 훅 패이고, 망치에 턱이 올려쳐지며 살점이 튀었다.

“망치! 망치!”

소리를 지르는 엄한 망치의 뒤통수에 마수 약탈자가 칼침을 놓았지만 끄떡도 하지 않았다. 덩치 큰 쇠사슬 괴인이 맨손으로 훅으로 턱을 훑고 지나갔음에도 건재했다.

무자비하게 탱크로 밀어버리듯이 엄한 망치가 앞으로 나아가며 도약하며 팽글 돌며 쌍망치를 휘두르며 땅에 착지했다.

지휘관이 죽거나 전투불능에 빠져도 마수들은 단 한 마리도 남지 않을 때까지 세 명을 향해서 이빨을 드러냈다.

지성종족의 수준 낮은 군대였다면 이런 불퇴 속성을 지닌 마수에게 농락당했을 터였다.

“후욱! 후욱!”

엄한 망치가 망치를 내려놓으며 주변을 훑었다. 생각보다 너무 쉽게 마신장을 무력화시켰기에 머리 위에 짊어진 대포를 쏘지도 않았다.

마수들의 시체가 거대한 지하 공간에 자리 잡고 있었고, 마신장 리고가 퍼뜨린 씨앗 같은 불꽃들이 주변에 잔뜩 퍼져 있었다.

‘어디 다른 놈들은 어떤 싸움을 했는지 봐볼까?’

엄한 망치가 마수들이 죽은 형태를 훑었다. 세리안의 경우에는 난잡했다. 사방팔방 전진하고 후퇴하며 싸운 흔적이 많았다. 그것은 인간의 본질이기도 했다.

상황에 따라서 판단을 달리하고, 그 상황에서 완벽한 선택을 손에 쥐어 압도적인 효율성으로 상대를 죽이는 방식이었다.

‘인간다운 방식이지.’

평범한 인간이라면 가장 적은 마수를 죽였겠지만, 엄한 망치와 비슷한 숫자의 마수를 죽인 듯했다.

반면 엄한 망치의 경우에는 우직한 일직선을 만들고 있었다. 전진하며 부딪치는 적들과 싸우고 승리를 손에 쥐었다.

둔하고, 방어력이 튼튼한 드워프의 전투 방식이었다. 특히 리치가 짧았기에 돌진을 통해서 앞으로 내달려야하는건 드워프의 숙명이기도 했다. 진형을 잡으면 계속 쳐맞다가 끝날 뿐이었다.

오직 돌진, 키가 작은 드워프는 근거리 전투를 할 때는 돌진밖에 선택지가 없었다.

“망치.”

엄한 망치가 놀라워하며 드낙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그냥 시체의 산이 쌓여있었다. 한 곳에서 곡물을 찍어서 가루를 만드는 것처럼 한 곳에서 싸운 드낙은 마수의 시체로 작은 언덕을 만들었다.

상대의 공격을 막지 않고, 오로지 공격만 행했고, 걷기도 했지만 자신을 향해서 다가오는 마수를 향해서 걸음을 한두걸음 정도 가는 게 고작이었다.

‘엄청나군. 얼마나 무식하게 싸웠으면...’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일 정도로 이해하기 어려운 싸움이 있어보였다. 그만큼 크게 움직이지 않고, 마수를 상대하면서 그 시체를 밟으면서 싸움을 이어나가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괜찮나!”

싸움이 끝난 드낙이 호쾌하게 말했고, 엄한 망치가 엉거주춤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정된 시간에 쌓은 전공에서부터 차이가 났고, 마신장 또한 빠르게 무력화시켰다. 그 강함은 실로 인간답지 않았고, 그를 어떻게 대해야할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쯔걱!

엄한 망치는 마수들의 뼈를 뽑고 다녔다. 물질의 변화는 손쉽게 하지만, 필요한 광물을 맨손에서 가루로 생성해내지는 못하기 때문이었다. 망치 가문은 요새를 지키는 전사 계급이지, 대장장이 계급이 아니었다.

그가 가진 〈드워프의 손길〉은 하자가 존재했다. 뭐라도 있어야지 가능했다.

세리안은 드낙에게 부탁해서 피를 씻어내고, 붉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쥐어짠 다음에, 뒤로 넘겨 모아서 포니테일로 질끈 묶고 적당한 곳에 앉아서 몸을 쉬었다.

많이 지친 건 아니었지만, 인간의 피로 회복 속도를 생각한다면, 깃털 같은 피로감이라도 매우 진중하게 여겨야했다.

“언덕 위를 지나가는 따스한 봄바람에 깃들어있는 작은 꽃잎처럼.”

드낙은 주문을 읊으며 바람 마법을 이용해서 마신장을 적당히 치료했다. 아래턱이 덜렁거릴 정도로 입의 한쪽을 박살을 내놓았기 때문에 대화를 하려면 치료를 해야만 했다.

또한 언제든지 놈을 정면대결로 죽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드낙에게 있었다. 겁쟁이 마신장 리고는 금방 정신을 차렸다.

벌떡!

4m의 거체, 그중 상체가 일어나지자 흙먼지가 일어나고, 벽에서 진동이 살짝 웅웅거렸다. 트롤과 비슷한 체형이었음에도 육체의 밀도와 무게가 다름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상 몬스터 중 최강의 몬스터 오우거는 모든 면에서 다른 몬스터와 격이 달랐다.

그렇기에 마신의 선택을 받은 것이기도 했다. 마신의 마수군단은 마경(魔境)같은 미궁이 자리 잡아야지만 모습을 드러내는 반면, 마신장은 야생 오우거가 있으면 얼마든지 다른 차원계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켁!”

일어나려던 리고는 굵직한 머리채가 드낙에게 잡혀서 당겨졌고, 그대로 다시 뒤로 넘어갔다. 그제야 리고는 자신의 처지를 깨달았다.

“놈! 날 왜 살려준 것이냐?”

마신장으로 새롭게 격이 오른지 오래되지 않은 리고는 갓 태어난 마신장이나 다름없었고, 그는 한국어로밖에 할 줄 몰랐다. 발라쿠처럼 능숙하게 다양한 언어를 못했는데, 마신의 관심을 받지 못한 것도 있었다.

“너에게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음흉한 오우거.”

그 말에 리고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마신의 언어를 알고 있는 거지? 하찮은 인간 따위가?”

말을 하는 내내 마신이 마신장에게 하사한 권능과 은총으로 말에 저주가 깃들어져 드낙으로 흘러들어갔다. 반면 드낙이 말하는 한국어는 전혀 그러지 못했다. 마신의 은총과 권능이 깃들지 않아서였다.

“그런 인간 따위에게 개처럼 처맞은 네가 할 소리는 아닌데.”

드낙이 마신장이 보내는 저주를 손으로 흩뜨렸다. 적발이 이를 지웠고, 그 모습은 머리채가 잡혀서 옴짝달싹 못하는 리고의 눈에도 살짝 보여졌다.

“초월의 힘을 지우는 적발...”

거대한 눈에 두려움이 깃들었다. 인간이 오우거의 적발을 지녔다는 것은 오우거를 죽였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을 본 드낙은 리고가 평범한 오우거가 아님을 다시 한 번 체감할 수 있었다.

‘이놈은 이용할 수 있다.’

드낙이 입에 침을 발랐다. 절로 음흉한 생각이 들어서였다.

“날 도와준다면, 너를 살려주마. 마신을 따르며 싸움터에 내몰려서 피를 뿜고 죽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네가 신보다 대단하다는 것이냐?”

이에 드낙이 마신을 헐뜯었다.

“하하하! 너에게 아무 관심도 없는 마신보다는 내가 더 너를 대우해줄 수 있다. 오우거가 몇 마리가 죽든, 마신장이 몇 마리가 만들어지고 죽어나자빠지든 아무 상관도 없다. 마신은 오직 업을 탐하는 존재일 뿐이며, 그를 따르는 자들은 격이 높아지지만 결국에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드낙이 양팔을 들어올렸다.

“보라! 마신장의 명령을 듣고 움직이던 마수들이 이렇게 부질없이 죽었는데 어찌 넌 마신의 명령을 들으며 싸움터를 전전하느냐? 그리고...”

드낙이 씨익 웃었다.

“넌 드워프와의 격전지에서 멀어지고 있었지. 안 그런가?”

“......”

리고는 그 어떤 대답도 하지 못했다. 다만, 한 가지 알 수 있는 점은 드낙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이는 흥미가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마신의 뒤통수를 치면, 마신은 너에게 준 것들을 빼앗아갈 것이다. 하지만 넌 음흉하고, 치밀하지. 애초에 있던 지능 아닌가? 빼앗아가는 건 오직 힘 뿐이다.”

“맞다.”

드낙이 손을 자신도 모르게 슥슥 비비면서 입에서 꿀을 토해냈다. 그 꿀은 리고의 코를 벌름거리게 만들었다.

“중립신의 챔피언이 되어라. 그분에게서 새로운 힘을 받아라. 그리고 그 믿음을 받기 위해서 마신을 배신해라. 그리한다면 너는 새로운 힘도 얻고, 이 세계에서 한 자리를 꿰어찰 수 있으며 오래도록 재미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음!”

리고가 고민했다. 하지만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죽는 상황에서 상대의 휘하에 들어가는걸 꺼려한다? 죽음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을 가진 자들 뿐이었다. 그리고 리고에게는 아직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증거를 내놔라. 널 믿을 수 있다는 증거.”

“너에게 마법을 가르쳐주마. 주문을 읊어야하긴 하지만, 마신이 줬던 힘을 빼앗기면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마신의 마법도 마력이 있어야지 사용가능했다. 오우거가 지닌 거체는 인간보다 월등히 많은 양의 마력이 존재했다.

“좋다! 받아들이겠다.”

그 말을 듣자마자 드낙이 그를 풀어주었다. 겨우 다시 몸을 일으킨 리고가 드낙을 내려다보았다.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은밀하게 다가오는 죽음의 사신. 드낙에게 단번에 아래턱이 덜렁거리게 된 리고는 드낙과 싸울 생각을 가지지 못했다. 도망치면 도망쳤지, 덤벼들 생각은 가지지 못했다.

‘놈은 배신할 기회가 생기면 도망칠 것이다. 그렇기에 내 밑에 둘만하다.’

큰 손해가 없었다.

엄한 망치와 세리안은 당연히 부정적이었다. 특히 오우거에게 영토를 내어준다고 드낙이 말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다.

“망치! 몬스터 랜드를 만들 셈인가? 미쳤다!”

어디서든 쓰이는 단어가 망치였다. 망치 가문의 독특한 단어이기도 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언제든지 쓰일 수 있는 추임새이기도 했고, 가문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냐?”

그 말에 드낙이 즉답했다. 이미 모두 구상되어있었다.

‘마신 뒤통수치는 것만큼 재미난 것이 없지.’

비열한 것에 있어서는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게 드낙이었다. 하지만 세리안은 이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곳의 인간은 몬스터에 대한 본능적인 증오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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