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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659화 (658/1,239)

0659 <-- 드워프 산맥 -->

“웃.”

호쾌하게 달리던 드낙이 마신장이 휘두른 할버드가 땅을 파도처럼 만들며 강력한 범위 피해로 만들자, 주춤거렸다.

악마의 피로 몸의 밀도를 높여 같은 면적으로도 다른 무게를 보여주고 있었지만, 도저히 전진할 수가 없었다.

쾅!

굉음과 함께 할버드와 적혈대검이 부딪쳤다. 날과 날의 부딪친 부분이 단번에 날아가며 파편은 땅바닥을 굴렀다.

수많은 이들에게 은총과 권능을 내려주는 만큼 마신 성현이 하사한 할버드는 그 수준이 높았지만 위대할 정도는 아니었고, 드워프가 필생의 업적으로 만든 것을 이길 수 없었다.

다만, 그래도 신이 내려준 것이라 이가 빠지는 것에 충분했다. 하지만 몸집이 대형에 분류되는 마신장인만큼 날의 굵기와 폭이 평범한 대검 수준이라는 걸 생각한다면 소중형이 사용하는 검이었다면 단번에 두 쪽이 났을 터였다.

땅이 파여지고, 작은 계곡이 만들어졌다. 파도와도 같이 흙을 이용한 마신장의 여파였다. 6m짜리 마신장이 휘두른 8m짜리 할버드는 그 정도의 작은 계곡을 단번에 만들어버릴 수 있었다.

“크아아아!”

입에서 피를 미친 듯이 흘리면서도 마신장은 분노가 전신을 지배한 채 드낙을 향해 할버드를 쾅쾅 휘둘렀다. 토사물이 이리저리 파헤쳐졌다. 한 번 생기는 흙의 물길은 수 톤에 해당했고, 그 무게는 드낙이 이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특히나 기세가 드낙을 움츠리게 하였다. 영웅이라면 그 기세와 각을 세워 자신을 드높였겠지만 드낙은 아니었다. 그 기세가 갈 곳을 잃을 정도로 맞받아쳐 주지 않았다.

마신장은 맥이 끊긴 것처럼 답답함을 느꼈지만,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을 수 있었는데, 바로 분노를 통해서 기세를 유지했다.

그 속에서 드낙은 놀라울 정도의 육체 컨트롤로 한 걸음씩 마신장을 향해서 다가갔다. 그건 드낙의 육체가 만들어낸 돌파구가 아니었고, 검을 수련하면서 얻어낸 요령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기술을 통해서 한 줌으로 태산을 흘러내는 세파리아스의 경지에는 발톱의 때에 불과한 실력이었음에도 기술이 없는 마신장의 흐름을 꿰뚫어볼 수 있었다.

‘괜히 주력과 마력을 다 버리고 왔나? 평범한 수준으로 들고올 걸 그랬나···’

전력을 다하면서 땀이 나오고 힘들어지자 드낙이 편한 길을 생각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편한 길은 바로 레우치터였다.

‘고놈이었으면 오거 야크트를 사용하지도 않고, 박살 낼 수 있었을 텐데.’

마신장의 머리카락만 뭉텅 잘라내면 레우치터가 활동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드낙은 자신을 채찍질했다.

그런 힘들을 이용하지 않은 이유는 일단 주력을 비우고 이곳에 잠입해야 했고, 그래야만 해서였다. 피를 통해서 마력을 그때그때 조금조금 만드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이런 전투를 경험하기 전에 객관적으로 고민한 끝에 나온 해답이었기에 가장 옳은 방법이었고, 이를 의심하면 안 되었다. 물론 드낙은 후회했다. 괜히 긁어서 부스럼만 냈다고 생각했고, 자신이 너무 마신에게 겁을 먹었다 생각했다.

그만큼 자신의 마력, 주력의 보유량은 마신의 경계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었다. 자연스럽게 드낙은 자기변호에 들어갔다.

시험 기간에 컴퓨터 게임을 하는 사람처럼 온갖 것에 자기변명을 해대었다.

‘지금 생각하는 것이지만, 가오리 같은 마수를 통해서 테라포밍 같은 것을 하는 모습을 봤을 때, 오벨리스크는 더 중요한 용도로 쓰이는 것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오우거 신단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보였다. 특히 수도에서 지방으로 보내는 방송사의 거대한 중계기 같이 보였다. 매우 주관적인 판단이었다.

‘이런 곳에서 시간을 더 보낼 수는 없다.’

마신장과의 싸움이 길어지자 드낙이 손을 뺐다. 더 흙이 묻기 전에 털었다. 좀 더 편한 방법이 있을 터였다.

‘인간다운 싸움은 포기한다. 나만의 방법으로 다시 싸워야 해.’

눈치 빠른 드낙은 흙의 파도에 몸을 맡기며 순식간에 요새의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 달려오면서 입을 놀려 마법을 즉발적으로 사용한 마신장들의 마법이 드낙과 혀가 잘린 마신장이 싸우는 곳을 뒤늦게 때렸다.

광분한 마신장은 생각보다 접근하기가 어렵다는 걸 깨우쳤다. 그렇기에 오거 야크트의 2번째는 장기전을 상정하고 있었다. 평범한 인간으로서는 그 수밖에 없는 듯했다. 하지만 드낙은 아니었다.

‘너무 오거 야크트의 방식을 믿었어.’

자신과 맞지 않음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경험치를 획득한 것과 같았다. 그것을 재조정하고, 다른 마신장에게 써먹을 생각을 가졌다.

쿵, 쿵!

드워프 지상 요새의 뚫려있는 문을 지키고 있던 마신장이 서둘러 오벨리스크로 향하는 것을 드낙이 보자마자 자신이 있는 폐허의 맞은편에서 피를 소모해서 만든 마력으로 간단한 대인마법을 쏘아 보냈다.

자연스럽게 마신장이 할버드로 이를 막았고, 드낙이 도약했다. 입속으로 들어간 드낙은 똑같은 방식으로 혀를 베어냈고, 강력한 기침 때문에 자연스럽게 마신장의 입에서 뱉어졌다.

씹기도 힘들 정도로 큰 벌레가 입안에 들어가면 뱉어내는 것과 같았다. 그것도 혀를 쿡 찌르며 피를 내는 벌레를 씹을 생명체는 없었다.

밖으로 나온 드낙은 마신장의 할버드가 휘둘러지는 걸 보고 껑충 뛰었다. 그리고 타이밍을 맞춰서 할버드의 손잡이를 양발로 크게 짓눌렀다.

쾅!

굉음과 함께 마신장이 주춤했다. 길쭉할 할버드는 그 몸보다도 컸고, 손잡이 끝자락을 몸으로 때려 짓누른 드낙의 운동성은 긴 리치를 통해서 더 많은 힘을 마신장이 소비하도록 했고, 그것은 근력을 뛰어넘은 부담으로 이어져 균형을 잃게 하였다.

쌀 포대를 양팔을 쭉 펴서 드는 것처럼 힘이 드는 일이었고, 비틀거리는 게 정상이었다. 그리고 드낙이 질주했다.

마신장을 두고 왼쪽으로 달렸다. 땅을 박치고 뛰어오르며 자신의 존재감을 마신장에게 보여주었다.

“크아아아!”

눈 주위로 핏줄이 도드라지게 튀어나온 마신장이 할버드를 횡으로 휘둘렀다. 모든 야생 오우거가 그러했듯이, 땅을 긁으면서 휘둘렀는데 이것이 독이 되었다.

‘강력한 범위 피해를 주지만, 소형을 상대할 때는 그게 습관처럼 되어있다.’

흙을 긁으며 휘두르니 제대로 된 속력이 나올 리가 없었다. 인간 수준의 개체가 감당하는 건 어렵지만, 미리 스타트를 끊은 드낙을 잡을 수 없었다.

질주 마법을 쓴다면 능히 〈요령 좋은 기사〉도 마신장의 휘두르는 할버드보다 빠르게 앞서나갈 수 있었다.

딱 3번을 그렇게 한쪽으로만 돌자 드낙이 뚝하고 멈춰 섰다. 오우거가 보여준 〈몸짓언어〉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몸짓언어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진정한 오거 야크트의 계승자임을 보여주었다.

드낙이 멈추자 엄청난 동체시력을 지닌 오우거도 멈췄다. 가만히 있는 드낙을 향해서 단번에 할버드를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동시에 분노해서 잔뜩 충혈된 오우거의 무식할 정도로 거대한 눈이 알아서 홱 돌아갔다.

단 3바퀴를 몸을 돌렸음에도 그 원심력은 대형 몬스터인만큼 엄청났고, 눈알이 이를 버티지 못하고 옆으로 돌아간 것이다.

드낙이 그 틈을 노리고 전력을 다해서 마신장의 뒤로 돌아갔다. 그리고 도약하며 척추 한쪽에 적혈 대검을 꽂아넣었다.

뿌득!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고, 마신장의 하체가 허물처럼 쓰러지며 무릎이 땅에 닿자마자 앞으로 허물어지듯이 넘어졌다.

쓰러진 마신장이 버둥거렸지만 드낙은 착실하게 척추뼈를 곳곳에서 부수면서 신경계를 완전히 박살을 낸 다음에 그 목을 베어냈다.

순식간에 마신장이 허무하게 목을 잃었다. 1:1에서는 상정된 상황 속에서 무색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마신장이 오기 전에 요새 외곽으로 도망친다.’

드낙이 몸을 내뺐다. 그리고 오거 야크트에 대해서 생각했다.

‘관성의 법칙을 이용한 상황 만들기.’

비전이 토해지는 순간을 만들기 위한 상황은 관성의 법칙이 들어가 있었다.

몸집이 거대한 분노해서 잔뜩 충혈된 오우거의 몸을 돌게 해서 그가 멈추더라도 거대한 눈알이 알아서 옆으로 홱 움직이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러기 위해서 불파겐 가문은 질주와 달리기, 도약을 잘할 수 있도록 연습했다.

그 주력은 돌진력을 키우고, 전신갑주를 입은 기사들로 적 병사들이 만든 진형을 잘 부수게 하겠다는 표면적 이유를 띄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달랐다.

물론 세파리아스 불파겐의 도약과 돌진을 막은 군대는 존재하지 않았기에 연막이라고 해도 무시무시했다.

그 질주법, 그 도약을 통해서 오우거를 뱅글뱅글 돌면서 무기를 휘두르게 하고, 분노해서 잔뜩 충혈된 오우거의 몸짓언어를 읽어야 했다.

‘엉밑살의 균형이 무너져야 하지.’

현대에서는 관능적인 부위로 보지만, 이 판타지 세상에서는 강력한 비전의 구성요소 중 하나였다.

최소 4m~8m에 이르는 마신장의 눈을 볼 수 있는 기사는 없었고, 무엇보다도 홱 돌아가는 걸 파악하려면 마신장이 멈춰 서야지만 그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 기준으로 삼는데 분노해서 잔뜩 충혈된 오우거의 엉밑살이 중요했다.

분노해서 잔뜩 충혈된 오우거의 엉밑살의 균형이 무너졌을 때, 딱 서야 했다.

그 이상가면 마신장은 스스로 어지러움을 느끼게 되고 스스로 멈추게 된다. 자의에 의해서 멈추는 것과 타의에 의해서 멈추는 것의 차이는 매우 컸다.

타의에 의해서 멈췄을 때, 마신장의 육체는 처음으로 남에 의해서 휘둘리게 된다. 그렇기 시야가 차단되면 기사는 두 가지의 선택로에 빠진다.

하나는 가장 약한 척추를 끊어내거나 못해도 신경계를 훼손시키는 것.

다른 하나는 목에 피해를 줘서 출혈 혹은 질식사시키는 것이다.

어디에 멈추냐에 따라서 갈라지는 것이고 기사는 이를 자기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었다.

이것이 오거 야크트의 모든 과정이며, 끝이었다. 관성의 법칙으로 멈춰도 눈이 돌아가게 하고,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멈춰야 한다.

마신장 하나를 격살한 드낙은 그 뒤로 사방팔방 돌아다니며 기습적으로 살해하거나 전투 불능에 빠뜨렸다.

마신장이 방심하면 죽었고, 실력이 좋거나 때를 잘 만나면 살았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다섯의 마신장을 드낙식 오거 야크트로 죽이고, 7마리의 혀를 잘라냈을 때 전황이 바뀌었다.

“압도적인 힘이 나에게로!!!”

마신의 은총과 권능으로 이미 그릇이 가득 차 있고, 육체도 더는 발전이 불가능한 마신장들이 몸에 강화 마법을 쓰기 시작했다. 천지가 흔들리고, 폐허가 파헤쳐지더니 요새 벽에 부딪혔다.

“벌레 같은 놈아! 번갯불이 죽어라!!”

저주가 뒤섞인 벼락이 드낙을 노렸다. 정확하게 드낙에게로 타겟팅이 걸리자마자 적발의 능력으로 초월의 힘이 상쇄되었고, 자연스럽게 마법이 이어지지 못했다. 대신 번갯불은 다른 놈을 후려쳤다.

“끼에에에엑!”

소형 마수인 〈마수 약탈자〉가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머리털이 타고, 피부가 검게 변하더니 잿가루 냄새가 났고 고대로 목석처럼 머리부터 땅에 처박았다.

‘이놈들, 통제가 안 된다.’

드낙이 눈을 반짝였다. 워낙 가진 힘이 많은 마신장들은 개별활동을 하고 있었고, 드낙을 노리는 타겟팅 마법은 드낙에게 닿지 않았음에도 대부분의 마신장들이 계속 사용하고 있었다.

언젠간 걸리겠지라는 식이었고, 광역 마법도 심심찮게 나왔다. 마신장을 제외한 다른 마수들이 핏물로 변하거나 살이 녹아내리고, 불에 새까맣게 타버려도 멈추지 않고 있었다.

화염 구덩이 속에서도 드낙은 달구어진 채로 나올 뿐이었다.

‘더 흔든다.’

외곽에서 12마리의 마신장을 무력화시킨 드낙은 외곽에서 단번에 내부로 들어가서 1개의 오우거 신단을 더 파괴할 수 있었다.

오우거 신단을 총 두 개 파괴한 드낙은 포위망을 피하고, 단번에 높이 솟아올라 있는 요새를 타고 넘었다. 한 타이밍 늦게 집채만 한 얼음 송곳이 성벽을 관통하며 성벽의 잔해와 함께 땅으로 처박혔다.

강한 바람을 느끼며 드낙이 요새 아래로 추락했다. 그런 드낙의 눈에 반짝거림이 포착되었다.

반짝, 반짝. ···반짝!

두 번 빠르게 반짝이고, 타이밍 늦게 한 번 반짝이는 모습은 실로 인위적이었다.

‘내 소란을 듣고 신호를 보내고 있구나.’

드워프 생존자일 것이 분명했다. 가오리 같은 마수로부터 테라포밍이 진행되었음에도 지상에서의 영향력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드워프일 것이 틀림없었고, 이는 오벨리스크의 파괴로 이어나갈 수 있었다.

‘하프 드워프보다 강력한 종족이지.’

세계의 패권을 엘프와 나란히 가지고 있는 드워프 제국이었다. 지금은 몰락하고 있지만.

요새에서 내려온 드낙은 빠르게 도망쳤다. 누구보다도 도망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재능을 지닌 게 드낙이었고, 이미 본능적으로 낮은 지대로 숨어서 반엄폐를 진행하거나 알아서 길이 드낙을 숨겨주기도 했다.

자신도 모르는 무의식을 통해서 보이는 풍경에 선을 긋고, 자신이 가야 할 곳으로 발이 옮겨졌다.

세상이 드낙을 숨겨준다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은 재능이기도 했다.

콰아앙!

화염이 성벽을 부수며 불타는 할버드가 날카롭게 벼려졌다.

“이노오오옴!”

마신장이 포효했지만 몇 번 타겟팅 마법을 써도 걸리는 게 없자 분통을 터트렸다. 전혀 발전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마신장의 한계는 매우 뚜렷하다.’

자기 몸보다 두 배 큰 놈이 아니라면 지휘할 수 없어 보였다. 그렇기에 마신장 발라쿠가 존재하고, 마신이 그에게 큰 힘을 부여해준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건 마신에게 있어서 그저 유흥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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