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50 <-- 검은 돔의 마수 군단 -->
〈검은 돔의 마수군단(geom-eun dom-ui masugundan)〉.
수많은 차원계에서 ‘괴상한 발음’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동시에 그 누구도 듣고 싶어 하지 않는 명칭을 지닌 마신의 군단이었다.
마신장이 현지에서 던전을 통해서 빚어내고 만들어내는 평범한 마수와는 격이 다른 마수들로 채워진 군단이며 〈검은 돔〉을 건설해야지만 얻을 수 있는 군단이기도 했다.
이를 위해서 수많은 마신장들이 차원계에서 던전을 키우고 있었다. 그만큼 차원 침공에 있어서 geom-eun dom-ui masugundan은 매우 강력한 마수 군단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나 지성종족 상대로 탁월한 승률을 자랑하고 있었다.
수많은 마수 군단 중 검은 돔의 마수 군단의 군단장은 3명이고 그들은 〈타락의 무장한 삼위일체(Armed Trinity of the fallen)〉으로 잘 알려졌었다.
이 또한 당한 자들의 지식을 통해서 지어진 이름이었다.
검은 돔의 군단장 3명은 모두 타락 강신(talag gangsin)의 힘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들의 그 힘은 〈용사살해(勇士殺害)의 힘〉이라 불리고 있었다.
그 힘은 곧 하늘을 뒤집고, 그 법칙을 역행하고 반역의 의기(意氣)를 만들어내 세상의 법칙과 각을 세워서 힘을 획득하는 데스나이트의 강력한 폭주기인 역천(逆天)의 힘과 닮아있고, 실제로 마신 성현은 데스나이트를 벤치마킹해서 타락 강신의 권능을 만들었다.
즉, 타락 강신의 권능은 폭주기의 일종이며 모든 힘의 증가를 불러오는 강력한 권능이었다. 당연히 강할 수밖에 없었다.
“냄새가 이렇게 심해서야, 내 몸에 다 배기겠어.”
검은 돔의 군단장 중 한 명인 〈레플리카 이시연(Lee Si-yeon)〉이 인상을 찡그렸다. 투구의 윗부분은 구멍이 뚫어져 있고, 머리카락이 모여서 빠져나와 있었다. 투구는 얼굴에 흡착되어있을 정도로 일체감이 뛰어났다.
그녀는 검신의 길이가 비교적 짧은 환도(環刀)를 허리띠에 차고 있었는데, 다른 검을 차는 것과는 정반대로 차고 있었다. 어깨에 짊어진 맥궁(貊弓)을 쓰기 때문에 다른 검사와는 검을 다르게 허리띠에 착용하고 있었다.
방어구는 찰갑(札甲)을 입고 있었다. 비늘 갑옷의 일종이며 활을 당김에서 그 어떤 방해도 있지 않을 정도로 퀄리티가 좋았다.
그녀의 말에도 옆에서 해골마를 타고 있는 스텔레톤 자이언트는 침묵했다. 체격이 중형 괴물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컸다.
백골의 왕, 〈레플리카 유스타니스(Eustainis)〉는 전형적인 서양식 전신갑주를 입고 있었고, 악령이 들러붙은 대형 둔기를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뭐라고 좀 말해봐.”
“······”
레플리카 이시연의 말에도 레플리카 유스타니스는 묵묵부답이었다.
“아, 맞다. 유스타니스는 말을 못하지.”
해골왕의 레플리카는 보다 그 힘을 더 받을 수 있게 하려고 ‘말할 수 없는’ 저주를 받고 있었다. 그저 목적을 위해서 움직이는 검에 불과했다.
이에 그녀의 바짝 마른 눈동자가 반대편으로 돌아갔다. 푸른 피부가 그녀가 인간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난 시체가 좋아서, 네 말에 딱히 해줄 말이 없어.”
금발벽안에 피로 만들어진 거미줄처럼 보이게 만드는 옷을 입고 있는 네크로맨서가 수다 떠는 것을 거부했다.
네크로맨서의 등은 확 파여있었고, 그곳에 삐져나온 부유 촉수들은 허공을 헤엄치듯이 흐물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네크로맨서 또한 공중에 둥둥 떠 있었다.
〈레플리카 엘리자베스(Elizabeth)〉는 5만5천에 달하는 마수 증원군을 제어하고 있었다.
물론 그 전부를 정말로 제어하고 있는 건 아니었고, 보조해줄 뿐이었다. 실시간으로 그들에게 작은 명령어를 심을 수 있었다.
검은 보급로의 옆으로 지나가며 시체를 식량으로 삼고 있는 검은 돔의 군대는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다.
그들의 병력은 대형 마수가 5천. 중형 마수가 1만. 소형 마수가 4만에 달했다.
흑마법사들이 악마의 힘을 빌려서 검은 보급로의 근간을 만들었고, 그 힘과 균형을 맞추며 마신의 힘이 깃든 것이 검은 보급로의 진짜 모습이었다.
검은 돔은 그 어둠만큼이나 다방면으로 뻗쳐가는 강력한 마수 군단이었다.
“쿠워어어어!”
검은색으로 페인트 질을 한 거북이처럼 생긴 〈검은 돔의 수레 괴수(Wagon Monster of Black Dome)〉가 울부짖으며 검은 보급로에 얼굴을 처박고 시체를 거칠게 씹어먹었다.
거북이의 등딱지 대신에 대형 마수, 수레 괴수의 등에는 길이가 1m~3m에 달하는 중소형 바퀴가 박혀있었다.
회전하며 쏘아지는 수레바퀴를 투척하는 대형 마수였다. 대형 원거리 마수로 분류되어있었고, 검은 돔 군단에 소속된 유일한 대형 마수였다. 몸길이가 9m에 몸 높이가 3m에 달하는 놈이었다.
몸집이 워낙 커서 근거리로 특화하지 않아도 근거리 전투에 능할 수밖에 없었기에 검은 돔 마수 군단에는 근거리 대형 마수가 존재하지 않았고, 필요도 없었다.
딱딱딱!
해골이 턱을 딱딱거리며 무릎을 꿇으며 상체를 숙였다. 갈비뼈가 쩍 열리면서 검은 보급로의 시체를 몸속으로 집어넣었다.
〈검은돔의 성벽해골(Castle wall Skull of Black Dome)〉
근거리 중형 마수이며, 레플리카 유스타니스의 직속 마수였다. 이들은 6개의 팔을 지니고 있으며 손이 무기와 하나가 되어있었다. 원형, 사각, 마름모꼴의 방패 3개와 검창둔기로 이루어진 3개의 무기가 손과 융합되어있었다.
중형 마수였지만, 대형살해자로 유명하며 내구력이 단단하여 든든한 전열 중형보병이었다. 하지만 숫자가 3천밖에 되지 못했다.
“구우우우-!”
깊고 낮은 소리를 긴 목으로 웅웅 울리게 하며 공룡이 시체를 하나 집고 머리를 길게 하늘로 향하게 하며 야무지게 움 냠냠 씹었고, 매우 오랫동안 씹었다.
〈검은 돔의 빛나는 사격 공룡(Shooting Dinosaur of Black Dome)〉은 2개의 마법을 사용하는 중형 원거리 마수였으며 그 숫자는 7천 마리에 달했다.
하나는 〈타격 구체(tagyeog guche)〉이며, 둘은 〈화염 기름(hwayeom gileum)〉였다. 이것 또한 마신의 권능이며 은총이었기에 따로 주문을 읊을 필요가 없었다.
척! 척! 빙글, 탁!
유일하게 진형을 이룬 채 군기가 바짝 든 모습을 보이는 것은 소형 마수에 해당하는 〈검은돔의 방령(方領 of Black Dome)〉들이었다. 그들의 숫자는 3만으로 가장 많았다.
환도, 찰갑, 맥궁을 사용하고 있는 중장갑 궁수였고, 레플리카 이시연의 지휘를 받고 있었다.
맥궁은 사정거리가 400보에 달하며, 높낮이에 따라서는 공성무기나 다름없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유효 사거리는 145보에서 300보였다. 허나, 불화살을 쏠 수 있으므로 사실상 사정거리가 살상 거리였다.
방패 없는 정예군이며, 길이가 짧은 환도는 부무장에 지나지 않았다. 허나 그럼에도 정예답게 중보병 또한 잘 잡는데 환도로 잡는 게 아니라 박투(搏鬪)를 통해서 사지를 분질러버린다.
소형 원거리 마수는 〈검은 돔의 짐승 사수(Beast Archer of Black Dome)〉들이며 뼈로 이루어진 언데드였다. 이들은 네발로 걸을 수 있지만, 달릴 수는 없었다. 2m에 달하는 뼈를 쏘아 보내는 언데드 공성 병기였다.
그 숫자는 1만에 달했다.
검은 돔의 마수 군단은 특히나 원거리 병력이 매우 많았다.
마신장 발라쿠는 결코 멍청한 자가 아니었고, 드워프에 최적화된 마수 군단을 불러왔다. 그게 바로 검은 돔의 마수 군단이었다.
이들의 위압스러운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핏빛쥐가 절로 긴장한 눈초리를 했고, 숨조차 쉬지 못했다.
이색적인 복장을 하고 있으면서도 제식이 무서울 정도로 칼 같은 검은 돔의 방령들이나 거대한 5천 마리의 수레 괴수를 비롯한 중형 마수들의 울부짖음과 포식하는 모습은 그 정도로 두려움과 공포를 주었다.
남부 왕국이 끝도 없이 가져다 바친 공물들과 검은 돔에 만들어진 일반 마수들의 생태계가 불러일으키는 업(業)의 수급은 검은 돔을 건설하게 하였고, 검은 돔의 마수 군단을 생성해서 배출했다.
목표 하나만을 보고 내달리는 마신장 발라쿠는 그 어떤 소모와 소비도 인정하지 않고, 알뜰살뜰하게 살림을 꾸렸다. 그 바탕에는 드워프에 대한 복수심이 가장 큰 동기였다.
골방에서 살아도 돈을 악착같이 모으는 사람처럼, 발라쿠에게는 그렇게 지독하게 살아갈 이유가 있었다.
그 배경을 몰랐기에 남부 왕국과 드낙은 마신장 발라쿠를 가볍게 봤다.
중립신이 그렇게 이야기를 해도 밍기적 거린 대가는 5만5천에 달하는 마수 증원군이었다.
“찍찍.”
핏빛쥐가 오랫동안 그들을 주시하며 셈을 했고, 이내 굴에서 몸을 돌렸다. 엉덩이가 꿈실거리며 허둥지둥 도망쳤다.
그 숫자는 곳곳에 배치된 핏빛쥐의 수만큼 많았고, 자연스럽게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숫자가 그럴듯하게 만들어졌다.
최소 5만의 마수 증원군이 보름 거리에 도착했음을 드낙에게 알렸다.
“말이 돼?”
드낙이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절반 이상이 언데드로 이루어져 있는 마수 군단의 소식 때문이었다. 마수는 악에 물든 짐승이라는 뜻인데 생뚱맞게 언데드가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말이 되냐고.’
그렇게 욕을 하면서도 드낙은 물러날 수 없었다. 너무 많은 걸 쏟아부어서였다.
‘여기까지 준비를 했는데, 안 싸울 수는 없다.’
하프 드워프 1만 5천. 고블린 5만. 남부 용병 5만 8천.
총 12만 3천의 군세를 마련한 것이 드낙이었다.
세리안은 현물을 풀어버렸고, 기근에 시달리는 많은 남부인들이 용병이라는 딱지를 떼고 무기를 잡았다. 그들 모두가 하프 드워프를 지켜줄 방패가 될 것이다.
남부인들은 지하 통로를 통해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낮에도 황무지의 뜨거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에 행군 속도가 빨랐다.
‘후방에서 핏빛쥐들이 보급을 해주고 있고.’
보급도 빵빵했다. 할 수 있는 건 모두 잘 준비했다. 그런데 난적을 만났다. 드낙은 후회하기도 했는데, 중립신이 왜 그렇게 빨리 가라는지 그제야 제대로 체감했기 때문이다.
‘죽기 살기로 싸워야 하는구나.’
이 전투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을지 걱정조차도 할 수 없었다. 승패가 위태로워 보여서이었다.
2배의 전력차를 지니고 있음에도 두려운 것은 마수 군단에는 중대형 마수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어서였다.
‘토템과 마법 장비를 더욱 많이 보급해야겠어. 이거 〈일류의 흐름〉을 수련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드낙이 벌떡 일어났다. 구두쇠처럼 한 톨, 한 톨 아끼던 마력을 싸움 전까지 피를 소모해서라도 악착같이 마법 아이템을 만들어야 했다.
‘마력부터 싹 털어내고, 하프 드워프들의 거점장과 담판을 지어야 한다.’
5만 5천의 마수 군단을 보면 낮 시간대 공중 괴물이고 나발이고 팬티런칠게 뻔했다. 억지로 싸우게 만드는 전략을 유연하게 수정해야할 때가 왔다. 이때를 놓치면 폭삭 망할 게 분명했다.
마법 장비들을 만들면서 드낙은 골똘히 생각했다.
‘하프 드워프들을 어떻게 움직일 수 있을까.’
못해도 1만 5천 이상을 동원하기로 했기 때문에 그들이 팬티런쳐서는 결코 안 되었다. 강적을 앞에 두고 도망가는 건 만인의 공통된 마음이었기에 겁쟁이라고 욕할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호랑이 앞에 두고 쌍주먹 들고 달려드는 놈은 그냥 미친놈일 뿐이다.
‘그래도 숫자가 있는데.’
설득 방법이 어렵자 드낙이 내심 태평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얼굴을 굳히며 고민에 빠졌다.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이권을 주는 게 최고지. 하프 드워프들이 식량에 많이 집착하는 것처럼, 남부 땅의 절반을 떼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이는데. 그게 아니라면 황무지 자체를 질 좋은 땅으로 만드는 것도 있고.’
‘검은 돔에서 나오는 마수 군단의 위용을 말하며 용기 있게 내가 싸우자고 말하면, 자존심 때문이라도 함께 싸울지도 모른다.’
뭔가 번갯불이 확 튀기는 설득 방법은 나오지 않았다.
‘의견을 물을 사람이 세파리아스와 세리안 뿐이라니.’
세세 부녀에게 물어봤자 무식한 방법만 나올 것이다. 그래도 안 물어보는 것보다는 나았다. 드낙은 밤이 아님에도 눈을 감고, 검은 꿈에 접속했다.
검은 연기가 그를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