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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648화 (647/1,239)

0648 <-- 검은 보급로 -->

시체 냄새가 가득한 검은 보급로에 드낙은 자신이 죽인 중형 몬스터의 갈비뼈를 주먹으로 내려쳐서 부수고, 심장을 뜯어내며 무식한 힘으로 몬스터의 가슴이 하늘을 보게했다.

콸콸콸!

인간의 신체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중형 몬스터의 몸에서 일어났다. 거칠게 생피가 쏟아져나왔다.

그 신선하고 농후한 피냄새는 다른 몬스터와 마수를 끌어모았다.

“크아아아!”

방금 죽은 시체만큼 맛난 게 없었다. 평범한 야수였다면 적당한 선에서 타협했겠지만 몬스터와 마수는 달랐다. 타협이란 게 없었고 금방 유혈 사태가 어둠 속에서 일어났다.

닥치고 물어뜯고, 할퀴고 때렸다.

그 혼란을 귀로 들으며 드낙이 비릿하게 웃었다. 생피와 생고기의 신선함에 유혹하여 국지전을 일으켰다. 물론 드낙 또한 위험에 노출되어있었다.

덩치 큰 마수와 몬스터들의 뒷걸음질에 호되게 당할 수 있었다.

호다닥!

서둘러 드낙이 도망쳤다. 그리고 그는 곳곳에서 활약했다.

쥐죽은 듯이 고요한 곳에서 시체만 사각사각 뜯어먹는 겁쟁이들을 들췄다.

“그흐으응···.그흐흥···.”

앓는 소리를 내는 마수의 목소리가 드낙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다치고 지친 짐승 소리는 매우 컸고, 웅장했다. 덩치가 큰 마수가 지치고 다쳐있으며 곧 죽을 때가 되는 그 숨결 소리는 시체에 머리 처박고 시체를 먹던 마수와 몬스터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키아아악!”

업(業)에 민감한 것은 마수와 몬스터도 마찬가지였다. 평범한 야수가 일백 야수가 되고, 일각수가 되는 것처럼 그들 또한 더욱 강해질 수 있었다. 평범한 와이번이 블랙 스케일 와이번으로 되는 것도 이와 같았다.

소형 몬스터들이 드낙의 짐승소리에 꽥꽥 소리를 지르며 서로 부딪치며 싸우기 시작했다. 족히 수백이 그 혼란에 동참했다. 하지만 검은 보급로 전체를 보면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마신(魔神)의 계획인가, 마신장(魔神將)의 원대한 포부인가.’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오고 자랐기에 드낙은 그 규모에 절로 겁을 집어먹었다. 이곳에서 업을 벌면 벌수록 그 규모가 자신을 잡아먹는 것 같았다.

갓 죽은 시체로 유혹하고, 다치고 지친 덩치 큰 마수인척해서 소형 몬스터들의 보상심리를 자극해서 싸움을 붙인 드낙은 시체의 능선을 타고 움직였다.

강철 글러브로 일각수의 뿔을 움켜잡자마자 섬뜩함에 몸을 움츠렸다. 드낙의 머리 위로 기이하고 기괴한 긴 뭔가가 뱀처럼 지나갔다. 하지만 그건 뱀의 몸이라고 하기에는 먼저 앞서나가고 있지 않았고, 뭔가에 끌려가고 있었다.

‘꼬리는 아니다.’

꼬리라고 하기에는 목처럼 꿀렁이며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게 드낙을 더욱 혼란케 했다. 달조차 가려진 이 상황에서는 당초 급소인 머리를 알 수가 없었다.

척추에 있는 주력이 삐져나오며 드낙의 그림자에 숨어있는 레우치터를 드러내게 하였다. 힘으로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존재이기 때문에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모습을 드러내는 것조차도 자신의 존재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주력을 받아먹은 레우치터가 드낙의 주위를 돌았다. 아직도 불완전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드낙이 속삭였다.

“저놈을 무력화시켜서 쓰러뜨려. 죽이는 건 내가 한다.”

레우치터가 움직였다. 드낙 또한 귀신처럼 따라갔다. 기묘하게도 눈앞에 절대 보이지 않는 뭉툭하게 튀어나온 마수의 팔뚝 사이를 드낙이 정확하게 파악하고 슬라이딩하며 지나갔다.

그 어떤 능력도 없었음에도 그런 행위가 가능했다.

어둠 속에서 드낙을 잡아 죽일 자는 현재로써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쿠우우우!

고래 소리가 앞에서 들려왔고, 육중한 몸이 무너져내리는 소리가 났다. 수많은 마수와 몬스터들의 이목이 단번에 쏠렸고, 그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드낙에게 들려왔다.

‘어딜.’

드낙이 머리가 어딘지 모를 대형 몬스터 혹은 마수의 신체를 타고 내달렸다. 대검으로 닥치는 대로 찌르고 베며, 고통스러운 울음소리를 추적했다. 하지만 입이 여러 개였다.

물컹!

‘여기다!’

뭔가를 밟았다. 물기가 느껴졌고, 드낙이 단번에 미끄러졌다. 물컹거리고 나서는 단단했다. 눈이었고, 바로 대검이 괴이한 자세에서 방출되어 찔렀다.

끔찍한 울음소리가 퍼져나갔지만 드낙은 상관하지 않고, 거대한 눈을 베어내고 안에 박아넣은 대검을 좌우로 흔들어대며 깊게 체중을 실으며 안에 공간을 만들며 파고 들어갔다.

발까지 집어넣고, 몸을 집어넣었다. 두 다리가 단단히 들어가자 대검을 아래로 깊이 내리며 찌르기 자세를 잡고, 세리안에게서 전수 받은 대검 파지법을 이용해서 온몸의 체중을 실어 살짝 아래로 향하도록 대검을 찔러넣었다.

그다음에는 살짝 뛰며 대검을 위아래로 체중을 싣고 공간을 마련하고 다시 찔러넣었다. 이 행위는 울음소리가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대형 몬스터, 〈불가사리 얼굴(Starfish Face)〉은 그렇게 드낙에게 고통스럽게 내부 장기가 망가져 죽게 되었다. 체고는 눈, 코, 입이 아무렇게나 달린 다리를 통해서 최대 5m까지 높일 수 있었고 몸길이는 20m가 넘는 대형 몬스터가 고작 2m짜리 대검에 박살이 났다. 방향을 직감적으로 잘 잡은 드낙은 그 본체를 반으로 가르며 항문을 통해서 오물과 함께 쏟아져 내렸다.

죽으면서 항문에 힘이 풀렸기에 쉽게 빠져나올 수 있었고, 오물 덕분에 불가사리 얼굴의 울음소리에 몰린 마수와 몬스터에게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다.

물의 마법으로 오물을 씻겨낸 드낙은 조용히 시체 속에 주먹을 찔러넣고, 마법을 사용했다. 타오르는 불꽃이 응축되어서 시체 사이에 자리 잡았다. 시간이 되면 치솟아 오르며 곳곳에 불똥을 토해낼 것이다.

〈불기둥 함정 마법(Fire Pillar Trap Magic)〉을 곳곳에 배치했다. 응축되는데 정신력과 마력이 쓸데없이 소모되지만 이런 시한 폭탄은 평범하게 다수 마법을 토해내는 것보다 장점이 있었다.

‘사용자를 못 찾는다는 점이지.’

마법이 발동할 때는 이미 다른 곳에 있을 수 있었다. 이 작업은 단순히 몬스터와 마수에게 자잘한 상처를 줄 수 있었다. 앞으로 다가올 전쟁에 있어서 먼저 경중상 상태로 만들고, 화상의 고통으로 지치게 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검은 보급로의 시체들을 소각시켜서 재로 만들어 그 자원을 소모하게 하는 목적도 있었다.

푸화아아악!

시간에 맞춰서 불기둥이 솟아오르며 곳곳으로 마법 불똥이 떨어져 내라며 매캐하고 고소한 고기 타는 냄새가 퍼져나갔다. 그곳을 뒤로하며 드낙이 도망을 열심히 쳤다. 누군가가 자신의 뒤통수에 창을 겨눈 것처럼 머리털이 빠지도록 달렸다.

키아아악!

끄엉! 끄끄엉!

핏빛쥐가 굴의 천장을 보며 귀를 기울였다.

“살아있는 창조주답게 엄청난데,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시끄럽고, 굴이나 파. 어디서 여유를 부려?”

“이제 다 됐잖아.”

입에 풀 같은 것을 씹으며 여유를 부리던 핏빛쥐가 구시렁거리며 굴을 계속 팠다. 이들 핏빛쥐들은 모두 죄를 지은 핏빛쥐들로 남부에서 끌려온 이들이었다. 개체 수가 많았기에 죄인에 대한 처우가 끔찍했는데, 모두 깡 말라 있는 건 기본이고 씻지 않는지 오래되어서 털가죽이 벗겨져 있고, 고름이 가득 차 있는 곳이 많았다.

북북.

등을 긁으면 벼룩이 후두둑 떨어졌다. 피곤함에 절은 핏빛쥐 범죄자들은 검은 보급로로 향하는 깊은 지하굴을 파고 있었다. 땅이 어찌나 단단한지 돌곡괭이가 몇 번씩 부러졌다.

금속 곡괭이를 지급하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범죄자 인권이 존재하지 않아서였다. 핏빛쥐 범죄자를 갈아 넣어서 간석기를 쓰면 될 일인데 무슨 금속 곡괭이를 보급하느냐는 식이었다.

“됐다! 만났다!”

양쪽에서 굴을 파고 있었고, 드디어 만날 수 있었다.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위아래로 파야 했다. 수직형 통로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자연스럽게 그 의도가 보였는데 검은 보급로의 시체를 지하에 매몰시켜서 훔치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직통로는 완성되자마자 마수와 몬스터의 시체를 빼냈다. 물론 바로바로 손질이 됐다.

석, 석!

살점과 힘줄을 빼내고, 버렸다. 뼈가 수레에 실렸다. 길쭉한 갈비뼈부터 팔과 다리가 쌓였다. 그 외의 짧은 뼈들은 굵으면 담고, 그렇지 않으면 버렸다. 최소 길이가 1m가 넘는 뼈들이나 두개골처럼 무게가 무거우면 수레에 담았다.

“흐흐흐.”

이를 관리하는 핏빛쥐 관리자는 음흉한 웃음소리를 냈다. 하프 드워프가 전공(戰功)을 크게 세우는 걸 방해하기 위해서 꾸미고 있는 일이었다. 드낙과 업을 교환하며 그 기질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핏빛쥐들이 가로채고 손질된 뼈들은 하프 드워프들은 사용하지 않는 매우 깊은 높이에 지어진 통로를 통해서 고블린들에게로 향했다.

“헉헉!”

그러는 사이에도 고블린들은 지상에 공사하기 바빴다. 당연히 드낙의 허락하에 하고 있었다. 그들의 계획은 실로 드낙의 구미를 당기게 하였다. 드낙 또한 은근히 하프 드워프들에게 공을 많이 주는게 고민이었다.

“더 높게! 더 넓게!”

황무지의 장점은 언덕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건 단점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었다. 이를 통해서 고블린들은 땅을 파서 반지하를 만들고, 주변 언덕을 이용해서 더욱 높은 언덕을 만들었다.

인력으로 분지 지형을 만들었다. 동시에 뜨거운 태양 아래 실신한 고블린도 있었는데, 가차 없이 버려졌다. 개체 수가 많았기 때문에 시체조차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다.

물론 이것은 고블린 노동자이기 때문에 버려진 것뿐이었다.

초월의 힘에도 재능이 있거나, 출중한 무력 재능을 지닌 고블린과 핏빛쥐는 〈업적의 무덤〉에 묻힐 자격이 있었다. 그 숫자는 전체 개체수의 10%에 불과했다.

뚝! 딱!

멀리서 공수해온 나무 토템이 자리 잡았고, 지하를 깊게 파면서 발견한 큰 바위가 지하를 통해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 바위는 분지의 정중앙에 위치하고, 온갖 주문 문양이 조각됐다.

움푹 파인 문양에 붉은색 염료가 칠해졌다.

그 사이에 드낙이 〈하늘 송곳니 분지〉를 방문했다.

“뜨낙!”

일은 고블린이 했지만, 그를 마중 나온 것은 매력적인 눈썹 주술왕이었다. 드낙은 그를 실로 칭찬하며 분지를 둘러보았다.

“이 나무 토템은 바람의 토템입니다. 구멍을 최소 3개에서 최대 5개를 뚫어놓았기에 내구력은 낮지만 강한 바람을 낼 수 있습니다. 분지를 더 크게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해서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아주 좋은 결정이다.”

“감사합니닷!”

토템에 대해서 설명을 먼저했다. 나무 토템에는 구멍이 뚫어져 있는 〈바람 토템〉이었고, 돌로 된 토템은 토템이라고 부르기보다는 벽화처럼 보여졌다. 그만큼 굵기는 얇고, 폭이 넓었으며 야수가 내달리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번에 새로운 주술 체계인 〈벽화 주술〉의 일종입니다.”

“벽화 주술? 처음 들어보는데.”

“예! 남쪽 끝자락의 바다에 사는 고블린들의 주술입니다. 우연히 얻었지만 바로 연구에 들어갔고 이처럼 이용하고 있습니다.”

드낙이 눈을 반짝 빛냈다.

“토템과 다른 점은?”

“짐승의 힘을 빌리면 더 높은 효율성을 지닙니다.”

그 말에 그가 바로 이해했다.

“토템으로는 오대원소를, 벽화 주술로는 짐승 주술을 쓰는 건가? 마치 오크의 타투와 비슷한데?”

“예. 조금 더 세분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냥 모닥불에 앉아서 대충 체계 없이 부리는 게 주술이고 그것을 더욱 더 체계적으로 하는 방법이었다.

“하늘 송곳니는 준비가 되어있고?”

“말씀만 하십시오.”

“한번 보고 싶은데.”

드낙의 말에 매력적인 눈썹 주술왕이 바로 움직였다. 하늘로 향하는 오르막길이 있었고, 그 양옆으로 토템과 벽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다부진 체격의 고블린 정예 전사 5명이 눈알을 부라리며 자신들이 정병(精兵)이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이 나무통이 토템의 힘을 받아들이고, 속력을 빠르게 높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무통 위에 날카롭게 깎은 길쭉한 온갖 뼈들이 다섯 개가 올려졌고, 밧줄에 뒷부분이 묶였다.

척.

자연스럽게 고블린 정예 전사 5명이 나무통에 튀어나와있는 손잡이를 움켜잡았다. 마지막 한 명은 뒤에서 밀어줄 준비를 마쳤다.

“보기에는 정말 무식해 보이는데. 진짜로 이게 1천 보 이상 날아간다고?”

“이미 시범운행을 마쳤습니다. 바람 토템 50개. 질주의 벽화 30개. 총 80개의 주술 아이템을 이용해서 천 보를 쏘는 무기를 만들었습니다. 힘 좋은 고블린 전사 또한 지하에서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좋아. 진행시켜.”

드낙이 그렇게 대답하며 팔짱을 꼈다. 매력적인 눈썹 주술왕은 고블린 전사들의 어깨를 다독거리며 중얼거렸다.

“똥꼬가 헐어버릴 정도로 달려야 한다.”

“맡겨만 주십시오.”

“고블린 전사 계급의 처우가 오늘 달려있음을 명심해라.”

“히끅! 명을 받듭니다아아아아악!”

딸꾹질했지만 고블린 전사가 군기가 바짝 든 채로 발악을 하며 가슴을 쾅쾅 쳐댔다.

“아이! 아이! 우!”

서로 고함을 지르며 발을 맞추면서 천천히 가던 고블린 전사들이 어깨를 들썩이면서 호흡까지 일치시켰다. 체격도 최대한 비슷하게 맞춘 5명의 고블린이 내달렸다.

“오.”

드낙의 눈이 반짝였다. 순식간에 굉장한 속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는 고블린들을 바람이 도와주고, 달리는 다리에도 야수의 발이 환상처럼 들러붙었다.

‘나, 이거 예능에서 본 적 있어.’

봅슬레이 하듯이 내달린 고블린 전사들이 악 소리를 내며 마지막 구간에서 팔을 쭉 뻗었다. 나무통은 아래로 떨어지면서 무형의 충격파를 위로 토해냈고, 5개 묶음으로 된 뼈들은 허공으로 그대로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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