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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643화 (642/1,239)

0643 <-- 검은 보급로 -->

쾅! 쾅!

굉음이 장총, 블랙 피닉스에서 뿜어졌다. 흑색 화약을 쓰고 있음에도 연기가 거의 피어나지 않았다. 〈드워프의 손길〉이 담긴 물건은 그 용도와 효력을 조작할 수 있었다. 물론 하프 드워프였기에 그 수준이 대단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총기가 보여주는 압도적인 물리력은 흙의 골램을 박살 냈다.

푸서석!

출렁거리는 충격파에 흙이 무더기로 흐트러졌고, 흙의 골램이 빠르게 흙으로 돌아갔다. 최소 5열에서 최대 8열까지 뭉쳐있는 하프 드워프들이었기에 속수무책이었고, 가까운 거리에서 모습을 드러내도 형태가 잡히기도 전에 곤죽이 났다.

“하아아!”

그 혼란을 틈타서 세리안이 포수들이 자리 잡고 있는 곳에 난입했다. 완벽한 후방 치기였다. 자연스럽게 포수들이 몸을 돌려서 그녀와 싸웠다. 그녀는 계속 움직이면서 포수들의 진형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죽이기보다는 혼란을 더욱 가중한다!’

굉음 속에서 좌우로 움직이며 사방팔방 휘젓는 세리안은 맞추기가 매우 힘들었다. 특히 아군 포수가 항상 곁에 있는 전투 상황이 이어져서 더욱 어려웠는데, 전황을 모두 파악하고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녀의 검격을 운 좋게 한 번 막으면 그 하프 드워프는 살 수 있었다. 곧바로 다른 곳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카가가각!

반면 한 합조차도 막지 못하는 하프 드워프 포수들도 있었다. 블랙 피닉스의 총열을 타고 흐르다가 하프 드워프의 힘으로 검이 짓눌리면 뱀처럼 빠져나온 롱소드가 장총을 아래로 짓누르며 자연스럽게 앞으로 숙이며 높이가 낮아진 멱을 땄다.

푸슛!

피가 목에서 쏟아지며 하프 드워프가 목을 움켜쥐었다. 회수된 강철이 흐르는 강이 허공을 때리며 기름과 피를 사방에 뿌렸다. 세리안은 몸을 구르며 사타구니를 지나갔다.

캉!

장총과 검이 부딪쳤다. 뒤로 순식간에 밀려난 세리안이 덤블링을 하며 뒤로 훅 빠졌고, 다른 곳에서 사격 자세를 취한 하프 드워프의 발목 힘줄을 베며 고통에 한쪽 무릎을 꿇은 하프 드워프의 발을 짓누르며 강하게 도약하며 순식간에 다른 곳에서 싸움을 걸었다.

“그아아아아!”

보다 못한 하프 드워프 하나가 장총을 버리고 뒤에서 세리안을 덮쳤다. 단 몇 초의 시간. 그사이에 총구가 집중되었다.

피캉!

대포에 총기 탄알이 맞으며 도탄이 이루어지며 세리안을 잡은 하프 드워프의 다리를 관통했다. 절로 몸이 기울어지자마자 세리안의 다리가 대포를 걷어차며 허공을 향해 다리가 회전하며 몸을 뒤집었다.

푹푹푹!

잡은 하프 드워프의 목에 쟝의 스틸레토가 3번 박혔다. 쭉 미끄러지듯이 내려가는 대신에 한 손으로 어깨를 잡고, 다른 양발로는 등을 있는 힘껏 박차며 공중에서 휘리릭 돌았다.

뭔가가 그녀가 쓴 투구 끝을 스치고 지나갔다. 다른 이들은 공포에 떨었겠지만, 그녀는 짜릿함을 느끼며 투구 속에서 미소를 지었다.

근거리 접전을 벌이는 세리안 불파겐은 양 떼 속의 늑대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건 가까이에서 볼 때나 그랬다. 그녀는 단 1명 뿐이었고, 흔들어도 이 균열을 벌여줄 다른 병력이 없었다.

다른 곳에서는 여전히 그를 향해서 포격하고, 또 포격했다.

대마법이며 효율이 나쁜 〈공중 마법진 – 흙의 골램〉을 사용한 드낙은 마력이 텅텅 비었다. 하지만 장총을 쥔 하프 드워프들이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수 없게 만들었고 이는 곧 세리안이 후방에서 포수들에게 피해를 꾸준히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제 여기서 버티다가 세리안 때문에 포격이 멈추면, 난 소총병들의 진형에 떨어져 내리면 된다.’

드낙이 하늘에 솟구치며 신호를 보내면 세리안이 빠졌다가 적 지휘관을 노릴 터였다. 계획대로만 되면 완벽한 티키타카였다.

땅을 파서 참호처럼 만든 드낙은 그 속에서 토템을 빚었다. 주문을 읊어서 주술을 걸기에는 드낙의 주술 실력이 낮았다. 반면 주력은 많았기에 토템을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하늘을 비상하는 매처럼, 자신의 몸을 띄워줄 토템을 주변 흙을 모으고, 혁대에 걸어둔 반들반들한 금속 메달을 꺼내서 힘으로 우악스럽게 주술을 새겼다.

완성하자마자 포격이 멈추었다.

“피해를 더 누적해서는 안 된다! 좌측 포수들을 도와야 한다! 강철의 전사 하나 때문에 이 지경이 되는 게 말이나 되나!! 한 발만 맞추면 된다! 좌익 포수들을 후퇴시켜라! 놈을 처리하고 다시 진형을 갖추게 하는 게 낫다!”

좌익의 포수들에게 전투를 포기하고 후퇴를 명령했다. 대신 중앙과 우익의 포수들에게 좌익에서 날뛰는 세리안을 향해서 화력을 한 방에 모여서 처리하기로 했다.

간단히 죽일 수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포수 진형 좌익에 나타난 세리안이 5분 이상 활약을 계속했기 때문에 〈사다리 관문장, 라카토스(Lakatos)〉가 버티지 못하고 포수들에게 블랙 피닉스와 권총인 블랙 파이어를 들게 해서 처리를 본격적으로 하게 명령했다.

후방을 교란하는 단 한 명의 강철의 전사 때문에 포수들의 피해가 꾸준히 누적되고 있는 건 지휘관으로서는 정말로 불합리한 현실이었지만 현실은 가혹했다.

‘지금이다!’

드낙이 포격이 멈추자마자 토템을 발동시켰다. 페이크일 수도 있었지만, 그 페이크를 통해서 그를 노리기 전에 드낙은 떨어져 내릴 심산이었다. 또한 대마법 〈공중 마법진〉의 지속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도 했다.

소환술의 일종인 흙의 골램은 마력 효율이 나쁜 축에 해당했다.

하늘로 솟구쳐오른 드낙이 그대로 함성을 내질렀다. 세리안에게 신호를 보냈다.

“우아아아아아!”

그 외침에 단번에 하프 드워프들의 관심이 위로 향했다. 동시에 세리안은 그대로 밖으로 내달렸다. 미리 서로 정했던 전술대로 움직였고, 막힘이 전혀 없었다. 그 누구도 그녀를 막지 못했다.

쾅쾅쾅!

플라잉 드낙을 향해서 몇몇 하프 드워프가 총을 후려갈겼지만, 생명력을 소모해서 대지 방어 마법을 사용한 그를 완벽하게 저지하지는 못했다. 물론 백발백중이었으며 맞는 내내 드낙의 간은 콩닥 콩닥거렸다.

쾅!

무식하게 땅에 착지한 드낙은 곧바로 일어서지 못했다. 발목이 박살 났기 때문이다. 강렬한 고통과 함께 치유되는 쾌감이 뒤섞였다. 흙먼지 속에서 하프 드워프들이 사격을 했지만 눈먼 장님이 총을 쏘는 것과 같았다.

악마의 피로 증폭된 트롤의 피가 빠르게 분질러진 발목을 회복시켰다. 드낙은 몸을 낮추고 그대로 달려나갔다. 먼지 속에서 바퀴벌레처럼 움직이더니 하프 드워프의 존재감이 느껴지면 그대로 적혈대검을 휘둘렀다.

상체를 일으키며 달리는 돌진력을 활용하며 단번에 휘둘렀다.

중장비를 입고 있는 하프 드워프였지만 폭격에 당하며 적혈대검을 자신의 피로 적신 드낙의 검격을 결코 막을 수 없었다.

하프 드워프가 만든 방어구는 결코 드워프들이 만든 적혈대검을 이길 수 없었다. 특히 〈피를 묻혔을 때〉라는 제약이 있는 적혈대검은 실로 강력한 힘을 지닌 드워프 무기였다.

“우오오오오!”

드낙이 자신을 독촉하며 흉포한 기세를 사방으로 터트렸다. 동시에 그의 피부가 변했다. 악마 게페락스의 피가 지닌 능력은 신체의 변화였고, 조금이지만 드낙 또한 사용할 수 있었다.

피부가 단단하게 변하며 붉은기가 감돌았다. 완벽하게 구현된 것은 아니지만 피부의 강도를 높였다. 몸의 조직을 변형시켜서 무게를 증가시켰지만 전체적으로 30kg의 무게 증가밖에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그것도 드낙에게는 감지덕지였다.

쏴아아악!

적혈대검이 하프 드워프 3명을 그대로 갈랐다. 드낙이 호흡을 빠르게 하며 단번에 우측 대각선으로 움직였다. 총기 특유의 단점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왼발로 땅을 쿵쿵 찍으며 대검을 어깨에 짊어진 채 엎드리는 것처럼 내달렸다.

그 기괴한 움직임은 멀리서 보면 웃음을 자아낼 수 있었지만, 하프 드워프들에게는 끔찍하게 다가왔다.

“끄악!”

하프 드워프가 아군의 도탄에 팔이 관통당하며 그대로 뒤로 넘어지며 쓰러졌다. 저지력이 엄청나게 강한 블랙 피닉스에 맞으면 교통사고 당한 것처럼 날아가거나 넘어졌다.

바퀴벌레 같은 질주에 땅을 겨냥하듯이 쏴야 해서 도탄의 위험성이 높았다. 그 덕에 드낙이 따로 수를 쓰지 않아도 알아서 부상을 당하는 하프 드워프들도 생겨났다.

핑피핑!

그를 스쳐 가는 탄알 소리가 그의 귓가로 절로 들려왔다. 드낙이 마른 침을 삼키며 더욱 몸을 숙이며 폭발적으로 발을 짧게 놀리며 방향을 계속 바꾸며 드워프 총병들을 죽였다.

직선으로 총알이 쏘아지기 때문에 드낙처럼 체고를 낮추면 그만큼 덜 맞을 수 있었다.

원거리에서는 최강이라고 불릴만했고, 압도적으로 드낙에게 피해를 많이 주었다. 하지만 근접전을 펼치자마자 사상자가 몇백으로 단번에 뻥튀기 됐다.

사다리 관문장 라카토스는 단번에 백기를 들었다.

“항복! 백기를 흔들어라!”

그의 말에 드워프들이 사방팔방 산개를 했고, 반대로 전령은 백기를 흔들며 드낙에게 다가왔다. 그 모습에 드낙이 사위를 살피고 분위기를 맡은 뒤에 이내 멈추었다.

‘빠른 판단이다. 상대는 생각보다 이성적이야.’

물론 안심하지는 않았다. 적혈대검에 묻은 피를 닦지 않고, 되려 죽은 하프 드워프의 시체에 검을 내리꽂았다. 전령의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드낙은 무덤덤하게 있을 뿐이었다.

세리안이 인파를 헤치며 드낙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말끔하게 검을 닦고, 검집에 집어넣었다. 실로 여유로웠고, 위풍당당했으며, 오만했다.

혼자서 겉멋을 내는 세리안을 보며 드낙이 한 소리 했다.

“아직 전투가 안 끝났는데 왜 검을 닦고 집어넣어?”

자신과 확연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줘서 더욱 날카로웠다. 하지만 세리안은 턱짓으로 그를 가리키며 말했다.

“네가 대신 검 뽑고 있잖아. 뭐가 문제야?”

“······”

꼬우면 너도 대검 닦으라는 소리였다. 할 말이 없어진 드낙은 괜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하지만 세리안도 찔리는지 다시 검을 뽑아서 어깨에 걸쳤다.

라카토스가 다가왔다. 뭐라고 말했지만 드낙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세리안이 대신 번역해줬다.

“항복한다는데. 너무 건방지게 말하고 있어.”

“이곳의 책임자와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해.”

드낙의 말에 세리안이 입을 놀렸다.

“항복한 사람의 태도 같아 보이지는 않는데. 책임자와 이야기하고 싶다.”

“아코스에게 다 들었다. 검은 보급로를 파괴하고 싶다던데. 우리의 힘을 원하는데 우리를 멸망시킬 것 같지는 않은데, 왜 우리가 고개를 숙여야하나?”

세리안이 인상을 팍 찡그렸다. 대놓고 배짱을 부리는 놈들이었다.

“수백 명이 죽고도 아직 정신을 덜 차렸나보지?”

그 위협에도 하프 드워프인 라카토스는 대범하게 나갔다.

“허튼 수고 하지 마라. 이 일대에서 그대들을 도와줄 하프 드워프는 우리뿐이다.”

“우리는 산맥에 있는 드워프들한테 가면 돼.”

“오, 그거야말로 어리석은 일인데. 드워프 제국은 몰락하고 있어서 감히 군대를 일으킬 수 있을지 의문이었거든. 그걸 해결할 수 있다니. 진정으로 산맥으로 갔으면 좋겠어.”

빈정거리는 말에 세리안이 콧김을 뿜었다. 이에 드낙이 그녀를 제지했다.

“대체 뭐 하는 거야? 왜 각을 세워?”

“외교의 기본이야. 네가 너무 패를 꺼내서 이렇게 된 거고.”

“불파겐의 외교겠지. 다 패버리고, 남은 걸 취해봤자 아무 소용없어. 이용할 수도 없고. 우린 이 하프 드워프들의 군대가 필요해.”

“장(將)을 잡고, 우리가 지배에 놓으면 돼.”

“피해가 크다니까.”

“하지만 확실하게 운용할 수 있지. 나뉜 연합은 아무것도 안 돼.”

드낙이 눈두덩이를 문질렀다. 그녀의 말도 맞았지만, 그의 방식은 아니었다.

“됐고, 일단 지켜보기나 해. 왜 자꾸 네 방식대로 하려는 거야? 내 호위기사라면 조언만 해.”

“좋아. 알았어.”

세리안이 드낙의 으르렁거림에 양손을 펼치며 진정하라는 뉘앙스를 풍기며 한 걸음 물러났다. 그 모습에 라카토스가 흥미로운 눈을 했다. 그러고는 드낙에게 살짝 목례까지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실로 그 대처가 훌륭했다. 반면 세리안에게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말했다.

“거점장님에게로 안내해주겠다. 하지만 제법 시간이 걸릴 것이다. 남부 왕국의 언어가 담긴 책을 가져와서 필담을 해야 하니.”

세리안은 어깨를 으쓱했다.

지하 계곡 거점의 거점장, 안도르(Andor)는 평범한 모습이었다. 조금 마른 체형에 피곤에 젖은 모습이었다. 덩치가 크지만 지하에 살아야 하는 하프 드워프들의 특징처럼 등이 살짝 굽어있었다.

남부 왕국의 책을 기본으로 드낙과 글로 필담을 나누었다.

[그대들의 무기는 정말 파괴력이 대단하다. 이는 검은 보급로 파괴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어 보인다. 검은 보급로는 마수와 몬스터의 식량이 되었고, 아주 큰 위험요소가 되었다. 반드시 토벌해야 한다.]

하프 드워프들의 남부 언어 수준이 낮아서 최대한 간단한 글을 썼다. 이것의 해석에만 수십 분이 흘렀다.

[미안하지만, 검은 보급로는 우리의 위협이 되지 못한다.]

그 글을 읽은 드낙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인가?]

[하피는 한량이고, 놀기 좋아하는 몬스터다. 밤에만 움직이기 때문에 위협이 되지 못하고, 이용하기 좋은 몬스터다. 그런 몬스터의 개체수가 증가하면서 우리는 더 안전해졌고, 더 많은 화약을 제조하고 있다. 그렇기에 검은 보급로의 파괴는 딱히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다.]

“음.”

드낙이 눈을 찌푸렸다. 어떻게 하프 드워프들을 구슬릴지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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