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642화 (641/1,239)

0642 <-- 검은 보급로 -->

아코스는 모든 상황을 사다리 관문장 라카토스에게 전했다.

“긴급 상황이다! 종을 울려라! 군대를 소집하라!!!”

그는 곧바로 군대를 소집했다. 엘프와 같이 중립신의 많은 부분을 물려받아 태어난 드워프들의 수명은 무한했고, 그들의 피를 일정 부분 이어받은 하프 드워프들의 수명은 천 년이 넘었다.

당연히 한 명, 한 명이 정예였고, 빈틈이 많은 자도 훈련을 통해서 정예병이 될 수 있었다. 그들 모두가 정확하게 100m에 달하는 긴 사다리가 있는 전선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위용은 그들을 소집하기 위해서 소리를 내는 균일한 종소리와 같았다.

중세 시절의 검은 부분 부분의 성분이 모두 달랐고, 너무 단단한 부분이 있는가 하면, 너무 무른 부분도 있었다. 그건 장인들이라 불리는 자들이 만든 것도 비슷했다.

종을 만드는 것도 이와 같았는데 소리가 균일하다는 것은 그 구성성분이 균일하다는 뜻과 일치했다. 물론 종을 만드는 기술이 다른 곳에 쓰이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일이기도 했다.

하프 드워프들은 종 제작술을 곳곳에 퍼뜨려서 그 어떤 무기를 만들든지 균일함을 주고 있었다. 3m에 달하는 장총인 블랙 피닉스에 탄알을 열 개 집어넣고 그냥 발포하고도 총이 멀쩡한 이유 중 하나였다.

끄러렁! 끄러러렁!

무쇠로 된 바퀴가 굴러가며 대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하에 그냥 둔다면 관리가 힘들어서 따로 준비와 공을 들인 창고에 보관되고 있는 게 대포였다. 하프 드워프들은 이 대포를 〈갈색 지룡(Brown Drake)〉이라 불렀다.

뒤로 밀려가는 걸 막기 위해서 무게가 대단했고, 바퀴의 옆부분에는 고정대로 쓸 수 있는 철대가 부착되어있었다.

대단히 무겁기에 느렸고, 이는 지룡으로 분류되는 드레이크와 비슷했다. 물론 드레이크는 인간보다 빠르다. 하지만 드레이크와 비견되는 게 비룡(飛龍)이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대포는 무쇠로 되었음에도 갈색으로 코팅이 되어있었다. 그 코팅은 금속과 몇 가지 첨가물을 섞은 합금으로 도포되어있었는데, 몇몇 대포들은 최근에 새로 코팅을 했기에 반질반질 윤기가 났다.

이 갈색 코팅은 지하에서 대포를 쓸 때 매우 중요했고, 대포 안쪽에도 발라져 있었다.

“대포 탄알! 대포 탄알!”

고함을 지르며 수레를 끌고 하프 드워프 3명이 지나갔다. 대포 탄알은 사람 머리통만 했다. 실로 무식해 보였다. 또한, 대포에 쓰이는 화약도 따로 분류되어있었고, 나무 상자에 S라고 적혀져 있었다.

“대포 화약! 대포 화약!”

장총에 쓰이는 화약이 든 나무 상자는 SS라고 적혀져 있었다. 단순 점화용 혹은 권총에 쓰이는 화약은 SSS라고 적혀진 나무 상자를 썼다.

뚜껑을 열자마자 대포 화약이 보였는데, 화약 알갱이가 굵직굵직했다. 장총용 화약보다 알갱이의 크기가 2~3배는 더 컸다. 그곳에는 예의 하얀 가루가 뿌려져 있었다.

〈백색 시작(White Start)〉이라 불리는 이 분말은 모든 화약에 첨가되는 물질 중 하나였다. 대표적인 효능은 습기흡수였고, 촉진제의 역할도 겸하고 있었다.

그곳에 하프 드워프들은 푸른색이 감도는 청철가루를 바가지로 퍼서 뿌렸다.

하얀 가루와 청철가루가 서로 만나자 거품이 일어나며 액체로 변하더니 화약 알갱이들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이 작업은 모든 화약에 사용됐다.

〈청철(靑鐵)〉의 효능은 화약의 코팅을 통해서 화염 저항력을 크게 갖게 해주었다.

“브라운 드레이크 배치 완료! 사격 준비 완료!”

높은 지대에 대포들이 1, 500개가 배치되었다. 그리고 그 아래로는 장총, 블랙 피닉스를 쥔 하프 드워프들이 장비를 곁에 두고, 흙을 파헤치며 안으로 들어감과 동시에 앞에 걷어낸 흙을 쌓아두며 두텁게 만들어 장총을 쌓아놓은 흙에 걸치며 조준 준비를 하며 흙을 걷어내거나 더 쌓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계단식 사격진형〉은 2m~2.5m에 달하는 신장을 지닌 하프 드워프들에게는 필수적인 진형이었다. 다른 아무 진형보다도 효율이 무조건 좋을 수밖에 없었다. 3열, 4열 대포를 놓기 위해 쌓아놓은 언덕이 있으면 많게는 10열까지도 만들 수 있었다.

멀리서 보면 머리와 상체만 빼곡하게 보일 정도로 밀집 형태를 좋아하기도 했다. 진형을 다 잡은 곳으로 하프 드워프들이 굵직한 철로 된 봉을 짊어지며 지나가며 곳곳에 박기 시작했다.

스르르렁!

쇳소리를 내며 철봉의 굵직한 부분의 안쪽에 있는 부분이 위로 올라갔다. 철봉 속의 철봉은 5개로 나누어져 있었고, 일정 높이가 되자마자 갈라져서 떨어져 내렸다.

철그렁!

출렁거리는 다섯 개의 쇠 봉은 각각 색이 달랐다. 동시에 희미하게 발광하고 있었다. 초월의 힘을 흡수하여 마법을 막아내는 〈마법 방어 다섯 철봉〉이었다. 드워프의 손길을 받으며 다양한 합금으로 만들어낸 오색의 철봉의 숫자는 끝도 없이 많아졌다.

그 사이에 계단식 사격진형에 들어있는 하프 드워프 중 요령이 나쁜 드워프는 추가적인 장비를 앞에 두었는데, 눈금과 숫자가 적혀져 있었다. 거리를 알아서 가늠해주는 개인 장비였다.

3단 봉처럼 작게 만들 수 있었고, 옆으로 당겨서 추가적으로 작은 철막대기를 뺄 수 있었는데, 총을 고정할 수 있었다.

물론 편하기는 해도 쓰는 이들은 요령이 나쁜 하프 드워프들만 쓰고 있었다. 실력이 있다는 하프 드워프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 보조기구였다.

모든 준비를 갖추자 라카토스가 소리를 질렀다.

“홀수 브라운 드레이크 가늠 사격 실시!”

“홀수 브라운 드레이크 가늠 사격 실시!”

복명복창이 이루어졌다. 총소리가 워낙 크기 때문에 서로 필수적이었다. 수신호도 가미된 모습을 보여줬는데, 멀리서 입 모양만으로는 오해할 수 있어서였다. 복잡한 수신호 체계는 아니었다.

공, 수, 방향 등에 관련된 뉘앙스를 풍기는 수신호가 전부였다. 그럼에도 큰 도움이 될 수밖에 없었다.

콰과광!

대포가 발사되며 거리를 가늠하기 시작했고, 하프 드워프 포수들이 빠르게 영점을 잡았다.

드워프들의 가늠 사격이 시작되기 전에 드낙은 전투 팁을 세리안에게 알려줬다.

“소리보다 먼저 앞서나가서 타격하기 때문에 계속 움직여야 해. 멈추고 있으면 표적이 될 뿐이야.”

세리안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총구가 향하는 곳으로 총알이 쏴져. 그러니까 근접할 때도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는 게 좋아.”

몇 가지 팁을 알려주며 드낙은 아쉬워했다.

“장총을 한 번이라도 쏴봤다면 더 다양한 팁을 줄 수 있었을 텐데.”

비거리, 비거리의 어느 지점에서 총알이 아래로 향하는지 등등. 그런 걸 알 수 없어서 아쉬워했다. 반인반마의 눈으로는 어두컴컴한 지하에서 총알과 대포를 보기가 힘들었다.

곳곳에 횃불과 발광물체가 많은 게 이곳이었지만 그런 자잘한 빛으로는 날아가는 탄알을 볼 수가 없었다.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겠어?”

“그건 그렇지.”

세리안이 변명거리를 주었고, 드낙은 냉큼 핥아먹었다. 그 모습에 그녀가 작게 웃었다. 새로운 적과 전장에 대한 기대감이 그녀의 마음을 열었다.

‘드낙의 기질은 바꿔야 한다.’

그 계획은 잘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지배의 재미를 느낀다면, 손에 피를 묻혀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했다. 이 피의 시대에는 정말 중요한 마음가짐이었다.

남부 왕국에서 드낙의 활동은 실로 손해를 많이 보고, 양보를 많이 하는 것이었다. 물론 결과적으로 동부왕에 올라섰고, 자신의 공신들을 높여 좋은 자리에 앉혔지만 세리안에게 있어서는 시간을 많이 허비하고, 쓸데없는 곳에 자원이 소비되게 만드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 힘을 하나로 모은다면 더 효율적으로 자원을 쓸 수 있었고, 소모되는 자원을 아낄 수 있었다. 10개의 단체가 쓰는 돈과 1개의 단체가 쓰는 돈에서 나오는 비효율성의 비율은 전자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나였다면 그렇게 안 했다.’

2배, 3배. 아니 곱절로 사람이 죽어도 확실하게 처리했을 것이다. 세리안은 자신이었다면 외척은 일단 싹 다 죽일 생각이었다. 불파겐의 혈통을 북부에 주는 건 크게 위험했다. 자신을 벨 힘을 주는 것이나 다름없어서였다.

“나 먼저 간다. 내가 흔들 테니, 빈틈이 나오는 곳을 외곽부터 찔러.”

“알았어.”

드낙이 세리안에게 마법을 걸어주었다. 둥실 뜨는 감각이 세리안을 덮쳤다. 그리고 드낙은 곧바로 뛰어내렸다. 거친 바람이 느껴졌다. 동시에 대포 사격이 시작되었다.

3호흡의 차이를 두고, 세리안이 반대편으로 낙하했다. 드낙은 떨어지는 순간에 대포가 있는 언덕을 확인했다.

‘스스로가 만든 화약에 불태워서 사라져버려라.’

인명피해가 나겠지만, 그 한 방으로 상황을 정리할 수 있으면 이득이었다. 검은 보급로를 처리하면서 과를 공으로 덮을 수 있다고 여겼다. 동시에 세리안의 의견에 어느 정도 귀가 팔랑거린 면도 없잖아 있었다.

‘해야 한다면 빠르고 확실하게 한다.’

낙하하며 떨어지는 드낙의 주위로 불의 창이 끊임없이 튀어나오며 대포가 있는 곳을 향해 포물선을 그리며 쏘아졌다.

추적하는 불의 창이 근접하자 마법 방어 다섯 철봉에 덜렁거리는 다섯 개의 철 중 붉은 철이 두둥실 떠오르며 알아서 불의 창에 스스로 부딪혔다.

“대마법사다!”

수백의 마법이 닥치는 대로 때려 박혔지만 그 어느 것도 포수에게 닿지 못했다. 수십 개 불의 창이 땅까지 닿았는데 대포나 땅에 부딪혔다. 추적의 능력이 주변 철봉에 의해서 교란되었기 때문이다.

이글거리는 마법불꽃이 대포에 들러붙었지만 갈색 도포만 녹을 뿐, 브라운 드레이크는 엄청난 내구력을 자랑했다.

“서둘러! 서둘러! 불났다! 불!”

“적의 마법 수준이 높다!”

“백청 코팅을 더 진하게 해야 해!”

“그럼 화약이 잘 안 터져!”

“어쩔 수 없다! 화약에 불이 안 나는 게 더 중요하다! 블루 스틸을 더 집어넣어라!”

반면 대포에 쓰는 화약은 빠르게 점화가 이루어졌다. 굵기가 다른 것보다 커서 폭발은 하지 않았고, 마법 불꽃에 의해서 온도가 올라갔고, 자연스럽게 불이 솟구쳐올랐다. 끌 수가 없었기 때문에 들고 있는 삽이나 망치 등의 장비를 이용해서 흙으로 덮는 게 고작이었다.

드낙의 마법 수준이 제법 높아서 화약을 코팅했음에도 불이 일어났다.

이런 상황 속에서 드낙은 착지하자마자 포화 속에 갇혔다.

“빌어먹을!”

직격을 당하지 않아도, 몸을 주체할 수 없었다. 방어 마법이 솟구치는 흙과 돌들을 막아주었지만, 방향을 가늠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시야가 폭격의 여파로 완벽하게 차단되었고, 대포 탄알 중에는 쪼개지며 곳곳으로 퍼져나가는 대포도 있었다.

소형 몬스터를 다수 상대하기 위할 때 사용하는 용도였고, 작은 인간을 맞추기에는 아주 쉬웠다.

화염을 뒤집어썼지만 땅의 마법 덕분에 그 불꽃이 드낙에게 닿지는 않았다. 대신 달구어진 공기가 드낙의 목에 화상을 입혔다.

“쿠, 커록!”

피냄새가 코로 맡아졌다. 드낙이 주문을 읊으며 물과 바람을 사방에 토해내는 사이에 사람 머리통만 한 대포가 흙의 방어막을 뚫고 그대로 드낙의 어깨를 후려쳤다.

장난감처럼 드낙이 날아가며 손이 땅에 닿으며 역으로 꺾이며 방향이 틀어져 나무와 부딪쳤다. 나무가 쓰러지며 드낙의 가슴을 덮쳤다.

쾅!

주먹으로 나무의 한 부분을 부수며 공간을 마련해 힘을 주며 일어선 드낙이 기침을 했다. 피가 한 움큼 쏟아져나왔다.

일반 흑색 화약의 위력은 TNT의 절반에 달하는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드워프의 손길이 담긴 화약은 그것보다 강했고, 무쇠로 된 대포 탄환의 무게는 정확하게 90kg짜리였다.

그것을 맞는 드낙의 무게는 악마의 힘으로 몸의 밀도를 변화시켜봤자 200kg 언저리에 불과했다. 맞으면 낙엽처럼 날아가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대포가 이렇게 강했나?’

몸을 일으킨 드낙의 옆으로 포탄이 뚝 떨어지며 흙먼지가 거세게 차올랐다. 닥치는 대로 마구잡이로 쏘고 있었다. 그는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며 포탄이 떨어진 곳으로 몸을 피했다.

떨어진 곳에 잘 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어디서 주워들었다.

한숨 돌린 드낙이 폭음 속에서 하늘을 쳐다보며 정신을 집중했다. 수명의 마법사를 처형시키고, 얻은 지식을 끝없이 곱씹고 마법 수련 또한 게을리하지 않은 드낙의 마력이 그 집중된 정신력에게 인도되어 대기를 뚫고 하늘로 뻗어 나갔다.

흙먼지 속에 가려진 마력의 줄기는 일정 높이를 넘기자 드워프들에게도 보였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마법진이 허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드낙의 목에 핏대가 섰다. 이를 악문 곳에서 잇몸이 힘을 못 견디고 피가 새어 나왔다.

고통으로 정신을 칼날처럼 다듬었다. 마법진이 완성되자마자 드낙이 손을 거두며 서둘러 다른 곳으로 내달렸다. 마력의 선이 적에게 관측되었기에 위치를 단번에 알 수 있어서였다.

쾅! ··· 후두둑!

드낙의 팔이 머리통만 한 대포알에 그대로 날아갔다. 동시에 그 충격에 몸이 날아가 쓰러진 드낙이 사라진 팔 대신에 어깨를 움켜쥐고 비틀거리면서 서둘러 장소를 벗어났다.

마법진은 정확하게 드워프 진형의 머리 위에 완성되었고, 그곳에서 흙의 골램이 일어났다. 하프 드워프들이 블랙 피닉스를 골램에게 조준했다.

둔기로 써서 사람 하나 쉽게 죽일 수 있는 주먹만 한 뭉툭한 총알이 엄지손가락만 한 화약이 폭발하며 골램들을 향해서 쏘아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