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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627화 (626/1,239)

0627 <-- 수도 야전 -->

“하하하하! 재가 되어라!”

악마 게페락스가 고함을 질러대었다.

〈흑마법〉이라는 것은 끔찍할 정도로 강력한 마법 계통이었다.

똑같은 마력을 써도 위력 차이가 제법 나게 만들 수 있었다. 그 초월의 힘이 만들어내는 우월은 수많은 차원계를 넘어 수많은 〈악마 추종자〉들을 만들 수 있었다.

고로 게페락스는 이 〈초월의 힘〉 싸움에서 진다는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현실은 게임같이 수치로 모든 게 판단되는 게 아니었다.

마력이 10만, 100만이 넘어도 어떻게 상대하느냐에 따라서 허무하게 죽을 수 있었다.

강자가 강자로 있을 수 있는 게임과는 달리, 현실에는 덩치가 코끼리만큼 커도 조그마한 독사에게 한 번 물리면 혀를 내밀고 쓸쓸한 죽음을 맞이할 뿐이었다.

부글부글!

바닥이 끓으면서 빠르게 늪으로 변해갔고, 드낙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드낙은 화염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지만, 동시에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이런 상황에서 대처 또한 빨랐다.

신성력을 이용해서 육체를 움직이게 하고, 마법을 통해서 발밑의 땅을 늪으로 만들며 쑤욱 몸을 땅속으로 박히면서 대지 마법을 통해서 옴폭한 돔형식의 방어막을 펼쳤다. 특히나 여기서 오우거의 적발이 유용하게 쓰였다.

완벽한 상쇄를 보여주며 주문을 읊을 시간을 내어줬다. 그대로 화염에 노출되며 트라우마 때문에 끔찍한 소리를 빼액 내질렀지만 사실 다치지 않은 게 드낙이었다. 실로 쪽팔리는 일이었지만 그만큼 화염은 드낙에게 있어서 큰 트라우마를 주게 한 것이었다.

물론 그렇게 빠르게 땅속으로 들어가도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내부부터 탈력감이 강하게 드낙의 정신을 흔들었다.

‘크으윽.’

생명력이 빠르게 소진하며 마력을 만들어내고, 신성력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줄어들어 갔다. 하지만 무한한 것처럼 여겨지는 신성력은 바닥을 몰랐다. 그 덕에 드낙은 땅 밑에서 자신을 챙길 수 있었다.

들러붙은 검은 불꽃을 상쇄하는데도 곤욕을 치러야 했다. 흑마법으로 만들어진 불꽃이었기 때문에 상쇄하는데 두 배는 더 많은 힘이 필요했다.

동시에 드낙은 우렁찬 함성을 거세게 질러대었다. 그럴 때마다 게페락스가 더 난리를 피우며 흑마법을 써대었다. 드낙 또한 그만큼 마법을 사용해야 했다. 고함을 지르기 위해서 구멍이 뚫려있었고, 이를 대지 마법을 통해서 막아야 했다.

‘단번에 놈의 본체를 친다.’

덩치가 너무 커진 쪽을 백날 베어봤자 백중세를 유지할 뿐이었다.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서는 악마 게페락스의 본체를 잘라내어 작게 만든 다음에 이를 맹공격해서 유리함을 악마놈이 죽을 때까지 유지해야 했다.

그것이 승리를 위한 유일한 수법이었다. 그렇게 하려면 드낙은 다시 밖으로 나가야 했다. 화염 속에서 움직여야지만 놈의 허를 찌를 수 있었다.

‘땅 밑으로 가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간파될 수 있다.’

긴 촉수 같은 육체를 앞으로 기울며 화염을 뿌리고 있었기에 적혈 대검을 들고, 정면에서 갈라야 했다.

“후우···제기랄.”

드낙이 욕지거리를 내뱉고는 심호흡하며 들러붙는 검은 불꽃이 쏟아지는 곳으로 다시 빠져나왔다. 그가 믿을 건 오직 신성력 하나뿐이었다. 신성력 또한 〈초월의 힘〉. 무식하게 밖으로 방출하는 것만으로도 흑마법을 상쇄시킬 수 있었다.

무게가 증가하며 상대를 불태우는 흑마법은 실로 영웅을 죽이는 악독한 마법이었지만, 드낙은 평범한 영웅이 아니었다. 신의 선택을 받은 자였다.

아무 외침도 없이 드낙이 도약했다. 검은 불꽃을 적혈대검이 가르며 정확하게 악마 게페락스의 머리가 붙어있는 촉수를 갈랐다. 촉수에 있던 짐승들이 지랄발광했지만, 목이 짧아서 드낙에게 검은 불꽃만 쏠 뿐이었다.

휘황찬란한 황금빛을 뿜어내는 드낙에게 그대로 몸이 잘리자 게페락스가 새롭게 육체를 만들기 시작했다. 드낙의 등 뒤로 남은 육체가 빠르게 무너지며 피와 뼈가 되어 흐물거렸다.

“이놈!”

게페락스가 길어진 손톱을 휘둘렀다. 하지만 피를 끝도 없이 머금은 적혈대검은 이제 검신 전체가 붉은빛으로 가득 차 있었고, 적광(赤光)을 쏟아내던 균열마저도 사라져 있었다.

쏴아악!

손톱이 째로 갈라지며 검은 털이 자라고 있는 팔이 그대로 잘려져 땅으로 떨어졌다.

“으아아아아!!!!”

드낙이 고함을 지르며 몸으로 그대로 악마와 쿵하고 부딪쳤다. 돌진하면서 게페락스에게 너무 접근했기 때문이다. 서로 튕겨지자마자 적혈대검이 다시 한 번 검은 뿔이 달려져 있는 게페락스의 머리만 쳤다.

머리는 허공을 날며 외다리가 쑥 나오고 단번에 척수가 그 다리 뒤쪽에 다다다닥 튀어나오더니 이내 앙상한 팔다리가 모습을 드러냈지만, 모조리 드낙에게 베어졌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악마 게페락스의 입이 나누어지며 4개의 입으로 변하며 주문을 단번에 읊었고, 이내 흑마법을 발현했다. 입에서 주문을 읊을 때마다 검은 불꽃이 비누 거품처럼 작지만 많은 불똥이 튀어나왔다.

“〈속박하는 근육(Bondage muscles)〉!”

목과 떨어지게 된 앙상한 사지에서 근육들이 폭발적으로 튀어나오며 드낙을 속박하려 했다. 드낙 또한 얌전하게 당하지 않았다.

“〈밴쉬 에로우(Banshee Arrow, 악령 화살)〉!”

변종키메라 포낙서스의 찌꺼기를 얻으며 알아서 간략화가 된 흑마법인 밴쉬 에로우가 드낙의 전신에서 검은 불꽃을 태우며 모습을 드러냈다. 수백이 넘는 악령의 머리통이 근육 조직으로 만들어진 넝쿨을 닥치는 대로 물고, 부딪치고 폭발하며 막아섰다.

“간략화된 흑마법! 아까 인비저블 쉴드를 쓴 건 흑(黑)의 아티팩트가 아니었구나! 네놈 흑마법사면서도 악마인 나를 죽이려는 거냐!”

눈앞에서 흑마법을 쓰는 드낙을 보며 게페락스가 악다구니를 썼다. 하지만 적혈대검은 닥치는 대로 육신을 생성해내는 게페락스의 몸을 가르고, 잘라내기 바빴다. 드낙은 집중력을 흩트리지 않기 위해서 얼굴 표정을 일그러뜨린 채로 이에 힘을 주며 꽉 다물고 있었다.

악마의 피가 이를 거세게 물고 있는 드낙의 드러난 이에 묻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이대로면 허무하게 지고 말 것이다!’

백중세를 유지했던 육체 싸움이 단번에 역전되었기에 게페락스는 계속해서 흑마법을 퍼부었지만 드낙은 간략화된 마법이나 흑마법으로 막아서거나 신성력을 방출해서 막았다.

입이 여러 개인 게페락스를 막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고, 단순 마력으로는 효율성이 나빠서 마법으로 받아쳐야지 유지력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헉! 헉!”

숨이 거칠어지자 드낙의 표정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신성력이 바닥나고 있다.’

강력한 신성력 방출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될 정도로 보유량이 적어지고 있었다. 눈이 부시도록 뿜어내던 황금빛 또한 점점 사그라들어갔다.

중립신은 결코 인정(人情)이 많은 신이 아니었다. 그에게 무한한 신성력을 줬다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었다. 드낙이 하는 만큼도 주지 않았다. 오직 중립신의 잣대로 그에게 신성력이 부여되었다.

1000명의 사제들이 보유할 수 있는 신성력이 드낙에게 하사되었고, 드낙은 이를 그저 무한하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큰 착각이었다.

“죽어라아아!!!”

그 모습은 시각적으로 확연하게 악마 게페락스에게 보였다. 척봐도 황금빛의 방출량이 줄어드는 게 모를 수가 없었다. 무리해서라도 맞받아쳐야 했다.

피와 뼈, 살덩이가 땅바닥으로 쏟아져나왔다.

악마가 통제를 포기하고 일단 몸을 키우는 데 집중하면서 생긴 비효율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확실하게 드낙이 휘두르는 적혈대검의 난도질이 무색하게 덩치가 자꾸 커졌다.

동시에 드낙이 입고 있는 제국 전신갑주가 가루로 변하기 시작했다. 초월의 힘과 초월의 힘이 부딪치고, 상쇄하며 내구력을 박살을 내기 시작했고, 이제 그 한계에 달한 것이다.

그다음에 노출되는 것은 드낙의 육신이 될 게 뻔했다.

“세리안 불파겐이 왔다!”

그때, 말을 타고 홀로 도착한 세리안이 능숙하게 등자에서 달리는 도중에 한쪽으로 발을 모두 모으며 일어난 상태로 그대로 뛰어내리며 게페락스를 향해서 검을 휘둘렀다.

펑하는 굉음과 함께 살과 피가 터져나갔다. 데굴데굴 구르며 자연스럽게 드낙의 후방에 자리 잡았다.

“비겁한 놈들!”

게페락스의 말에 드낙은 놈의 주둥이를 찢어버리고 싶었다. 비겁한 건 오히려 악마 놈이었기 때문이다. 못해도 지금 죽인 생명력만 해도 만 명은 넘을 정도여서였다.

“이렇게 해봤자 소용없다! 내가 모은 힘은, 이 정도가 아니다!!”

말을 하며 계속해서 주둥이가 곳곳에 자리 잡았다. 흑마법을 통해서 압살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드낙과 세리안 모두 그 노림수를 알고 있었기에 가만히 보고 있지 않았다.

가장 먼저 드낙이 거침없이 근접해서 크게 썰며 게페락스의 시선을 모으고 세리안은 주문이 완성되기 임박한 주둥이들을 세심하게 가르고 지나갔다. 시체를 밟으며 도약하며 높은 곳마저도 노렸다.

‘아!’

거침없이 게페락스의 괴이한 육체 변이에 두들겨 맞으면서도 드낙은 감탄했다. 신성력은 바닥을 보였지만, 바닥을 보이고 나서야 드낙은 자신이 중립신에게 여전히 백업을 받고 있음을 깨달았다.

실핏줄처럼 신성력이 전신을 고속도로처럼 맹렬하게 질주하고 있었다. 그건 매우 적은 양이었지만 가장 효율적으로 드낙이라는 인간 개체를 지켜주고 있었다. 외부로 들어오는 흑마법에는 무력하게 당했지만, 그로 인한 피해를 가장 빠르게 다시 회복시켜주고 있었다.

“우오오오오!”

그 신성력의 운용법은 평범한 정신으로는 이룰 수 없었고, 하나의 대술(法術)과 견줄만했다. 특히나 음흉한 것은 겉으로 보면 드낙은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

피로 범벅이 되고 있음은 물론, 전신갑주 또한 가루가 된 지 오래였다. 적혈대검 한 자루만 쥐고 있는 나약한 인간처럼 보였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활활 타오르는 것처럼 보였기에 악마 게페락스 또한 승부수를 띄웠다. 실로 엘 마르토 카사다민의 음흉함은 그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조차도 느껴졌다.

히드라처럼 머리를 나누려고 해도 드낙이 그 몸체에 그냥 몸을 들이박았다. 세리안은 냉철하고 깔끔하게 베어 넘기며 체력의 소모를 최소로 만들며 완벽한 검술을 보여줬지만 드낙은 광전사나 다름없었다.

‘미친놈.’

그녀는 절로 드낙의 모습에 욕지거리를 날렸다. 그만큼 드낙의 싸움법은 인간이 아닌 초월자와 닮았다.

“어째서! 어째서냐!!!”

게페락스가 와이번처럼 목을 길게 늘어뜨렸다. 구멍이 숭숭 뚫린 곳에서 뼈가 사출되며 접근을 막으려고 했다. 세리안은 그 모든 것을 피하며 검을 휘두르고, 드낙은 피할 건 피하고 맞을 건 맞으면서 악마에게 피해를 많이 주려는 데만 신경 쓰고 있었다.

서로 다른 스타일이었기에 서로 다른 종류의 피해를 줬기 때문에 게페락스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인간은 아무리 강해도 인간이거늘!”

결국 악마의 전신에서 검은 불꽃이 타올랐다. 이제는 악마 육체가 지닌 초월적인 면모를 이용해서 몸을 태우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바뀌는 것은 없었다.

드낙이 좌로 움직이며 직선으로 움직인다면 세리안은 우로 움직이며 곡선을 빠르게 그리며 움직였다.

완벽하게 다른 움직임이었기에 서로의 합격술은 완벽했다. 한 명은 크게 가르고, 한 명은 적게 하지만 완벽하게 갈랐다.

그 속에서 악마 게페락스는 죽어가야 했다. 2명의 인간에 의해서 철저하게 주문을 읊을 주둥이가 갈라져 피를 쏟아냈고, 육신은 크게 잘리고 난 다음에는 잘게 잘게 파괴되어갔다.

수천 년을 쌓았음에도 이미 수 개의 전란을 통해서 업을 받아먹은 중립신의 보호를 받는 드낙을 이길 수 없었다. 그 실낱같은 신성력이 드낙의 혈액과 함께 전신을 질주하고 있었다.

이는 곧 드낙에게도 큰 믿음을 주었다.

악마 게페락스의 최후는 그렇게 허무했다. 적어도 〈올드 카르마〉의 내부 혈액 속에 숨어들어 가서 싸웠다면 이렇게 허무하게 패배하지 않았을 터였다. 드낙이 인간을 위해서 갈 것이라는 문인이자 마법사의 헛된 망상이 만들어낸 실책이기도 했다.

동시에 〈머리〉가 없는 올드 카르마 또한 명령의 주체가 사라지자 우두커니 멈추었다. 핏물로 변한 평야에서 서서히 무너져내렸다. 이내 발목까지 오는 피의 호수에 늙은이들의 머리통이 둥둥 떠서 퍼져나가며 새하얀 머리카락이 드낙의 발에 닿았다.

정말 거지 같은 기분을 인간들은 느꼈다. 하지만 그 기분도 잠시였다.

타오르는 태양이 야전의 끝을 알렸다.

불파겐 1만 8천여 명의 병사 중 살아남은 자는 500여 명에 불과했다.

남부 군은 1만의 병사를 챙겨서 북쪽에 있는 지방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변경백 칸은 그가 몸소 훈련하고 10년 이상을 함께해온 정예들과 함께 이 평야에서 뼈를 묻었다.

성전대는 단 10명만 생존했는데, 그들의 헌신적인 모습 덕분에 수많은 기사가 명줄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실레아가 300기도 남지 않은 기병을 이끌고 드낙에게 다가왔다. 발룬의 뿔은 꺾여 뽑혀 있었다. 왼쪽 눈도 실명되어 감고 있는 발룬에게 드낙이 실낱같은 신성력을 집중하여 뽑아내 치료하기 시작했다.

“서둘러 생존자를 찾아라.”

“예!”

기병들이 흩어졌다. 이실레아는 드낙의 곁을 지켰다. 기동성이 빠른 기병은 지치면 도망치고 다시 회복해서 들이밀 수 있었기에 가장 많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만큼 악마와의 야전은 끔찍했다.

생존자를 모두 치료했음에도 불파겐의 병력은 고작 1, 200명에 불과했다. 다행이라는 점은 운 좋게 중요 인사들은 변경백 칸을 제외하고 모두 살아남았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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