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609화 (608/1,239)

0609 <-- 세리안戰 -->

꽈릉!

천둥을 동반한 번개의 힘이 깃든 〈브루드의 자벨린(Brood`s Javelin)〉은 트리플 자벨린이라 불리는 강력한 아티팩트로 벼락과 필중(必中). 수거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전초극의 오른팔이 정확하게 자벨린을 걷어냈다. 허공으로 튀어 오른 자벨린은 다시 한 번 세리안의 왼손으로 빠르게 회수되었다.

그 광경을 본 드낙이 눈을 크게 떴다. 자벨린의 길이, 굵기에 비해서 담긴 마법의 힘이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그 내막을 알고 싶을 정도였다. 제국의 〈태엽 육법식〉이 지닌 장점보다 더 뛰어나 보였다.

자벨린의 공격은 그 뒤로 딱 한 번 더 이루어졌다. 그만큼 드낙이 빨랐다. 서로 간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수거되는 시간도 짧아졌다. 세리안이 자벨린을 바닥에 흘렸다. 언제든지 회수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마신장의 피는 확실하게 흐르고 있다.’

이를 제어하고 있는 엘프의 피도 눈동자에 살짝 담겨 있었다. 녹색 빛깔이 푸른 눈동자에 감돌고 있다는 걸 투구를 벗은 드낙을 통해서 볼 수 있었다.

마법 폭격이 이루어지고 있었음에도 세리안은 털끝 하나도 다치지 않았다. 상쇄되는 속도가 기괴할 정도로 빨랐다. 똑같은 혈통이라도 그에 따른 효력은 개체마다 다를 수밖에 없었다.

불합리하지만, 그게 현실이었다. 다만, 드낙 또한 밀리지는 않았다. 그 또한 세파리아스의 찌꺼기를 받은 인간이라서였다.

콰과과!

드낙이 내달린 곳의 뒤로 굉음이 일어나며 흙먼지가 파도처럼 쏟아져나왔다. 〈한묶음 폭증(Dozen Outburst)〉에 오크의 열화된 신체능력과 〈히드라의 타투(Hydra`s Tattoo)〉를 모두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드낙의 전신갑주 밖으로 신성력의 빛이 언뜻, 언뜻 보였다. 신성력을 통해서 중첩해서 생기는 피해를 회복하고 있었다. 트롤의 피는 곧 드낙의 혈액이기도 했기 때문에 함부로 남용해서는 안 되었다.

인간의 두 다리로 만들 수 있는 돌진력이 한계에 다다르자 드낙이 히드라의 머리를 제어했다. 입을 쩍 벌린 7개의 머리가 전신에 퍼져 있다가 오른팔로 방향을 틀었다. 몸 구석구석으로 뻗어 나간 히드라의 머리는 오른팔로 모일수록 그 색조가 매우 진해져 갔다.

‘크으으!’

드낙이 이를 드러내며 까드득 이빨을 소리 내며 단단히 물었다. 엄청난 고통이 오른팔에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히드라의 힘은 그 거대한 도네투스조차도 함부로 사용하지 못했다.

마법으로 오른팔을 강화한다고 해서 생명으로 빚어진 오른팔이 히드라의 힘을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왜냐하면, 마법 또한 초월의 힘이고 히드라의 타투 또한 초월의 힘이기 때문이었다.

그 그릇이 된 오른팔의 그릇량은 강화된다고 해서 커지는 게 아니었다.

쩌적.

드낙의 귀로 체내 안에서 뭔가가 갈라지는 소리까지 났다. 마신장 발라쿠가 자신의 그릇이 깨어지면서 백발이 된 것처럼, 드낙 또한 아무리 발악해도 마법으로 그릇을 넓힐 수가 없었다.

그저 육체가 무너지지 않을 뿐이었다. 다른 종류의 둑을 쌓는 행위였고, 고통이 동반될 수밖에 없었다.

“끄으아아아!”

실험도 하지 않고, 대형 썰매장이라던가 남산타워를 본딴 불파겐 타워를 건설하고 경치를 즐기는 생각만 하면서 시간을 보냈기에 그 대가는 혹독했다. 하지만 인간은 매일같이 수련만 할 수가 없었다.

어쩔 수가 없었다. 2년 반 넘게 모든 문화를 못 즐기고 수련만 하라고 시킨다면 현대인은 돌아버릴 것이다. 자신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사치를 부려야 했다. 즐길 문화가 없기 때문이다.

고통어린 고함 소리를 들은 세리안은 드낙이 자신의 어깨를 노리는 사선 베기에 자연스럽게 섬뜩함이 들 수밖에 없었다.

시작부터 롱소드가 휘어져 있었다. 어느 지점까지 가야지만, 〈엘라스티쉬 제스트렁(Elastisch Zerstorung, 탄력적인 파괴)〉이 이루어지는데 아예 그게 박살 나 있었다. 황당할 정도의 힘이 들어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피한다.’

시작부터 저렇게 나왔을 때 보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세 가지. 신체능력의 괴악함을 봤을 때는 허를 찌르기 위한 2가지의 수를 더 보여줄 수 있어 보였다. 고로, 회피하면서 선택지를 줄이는 게 좋았다.

‘동시에 허를 찔러 변수를 만든다.’

〈데드판의 목 보호대(Deadpan`s Neck protector)〉에서 단번에 화염고리가 쏟아져나와 드낙의 시야를 가렸다. 단번에 상쇄되면서 불꽃을 마신장의 힘으로 가르며 찰나의 순간 세리안의 모습이 보이는 곳으로 검로를 수정했다.

오른손에서 휘둘러졌기에 검은 왼쪽으로 흘러갔다.

즈즈증!

〈히프노틱의 망토(Hypnotic`s Cloak)〉에서 세리안의 모습에 잔상이 일어났다. 뚝하고 환상체(幻想體)가 떨어져 나갔다. 순간적으로 환상체는 왼쪽으로 회피했고, 세리안의 본체는 뒤로 물러났다.

쏴아악!

허망하게 환상체가 검에 닿자마자 푸른 연기로 변했고, 세리안이 왼발로 흙을 걷어찼다. 투구를 벗은 드낙의 얼굴을 노렸지만 그 전에 틀어박혔다. 투명한 방어막이 알아서 흙을 막아주고 있었다.

그그각!

허공을 때린 강철이 흐르는 강이 소름 돋는 강철 소리를 내며 역으로 휘어져 세리안을 다시 한 번 노렸다. 흙을 치면서 앞으로 발을 뻗었기에 그녀는 피할 수가 없었다.

드낙이 만들어놓은 덫에 걸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결국 그녀는 다시 한 번 대검으로 막는 수밖에 없었다.

똑같은 드워프제라서 막을 수 있다고 여겼다.

굉음과 동시에 세리안은 귀가 일시적으로 멀었다. 이명을 동반한 먹먹함이 고막에서 느껴졌다. 다행이라면 터지지 않았다는 점에 있었다.

드낙이 전력을 다한 일검에 적혈대검이 그대로 허공을 날았다. 세리안은 손아귀가 찢어지는 것 같았다. 같이 휩쓸렸다. 검을 포기하지 않은 채 그대로 쓸려나갔다.

“흐으읍, 하!”

허공에서 대검을 축으로 돌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충격이 땅으로 흘러들어 가며 육체의 피해가 최소화되어갔다. 단번에 일어났지만 세리안의 몸이 휘청거렸다. 다리 한쪽이 무너지며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고, 결국 무릎을 꿇었다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다시 일어섰다.

〈클레이의 강철글러브(Clay`s Steel Glove)〉의 틈에서 피가 주르륵 쏟아져 내려왔다.

손바닥이 완전히 찢겨졌고, 피가 대검의 손잡이를 타고 흐르며, 적혈대검을 적셨다. 붉은색의 빛이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대검에 균열이 난 것처럼 보였다.

‘적혈대검이 아니었다면 죽었다.’

쿵, 쿵쿵!

거칠게 뛰는 심장 소리에 세리안은 방금 자신이 죽을 뻔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홈런을 때린 야구공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 것처럼, 그 찰나의 공포가 지나고 나서야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빌어먹을 놈이. 일부러 대검을 맞췄어. 날 죽일 생각이 없다···’

놀란 가슴은 빠르게 식어갔지만 감정이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너무 굴욕적이었다. 치욕스러웠고, 아버지를 볼 낯이 없었다. 저런 자식에게 목숨을 빚진 것이나 다름없어서였다.

“포기하라니까. 중병기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 같은 소리 하네. 필요가 없어서 안 가지는 것뿐이다.”

드낙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검과 대검이 마주할 때, 순간적으로 그 힘의 방향을 옆으로 튼 세리안의 검술 실력에 혀를 내둘렀다. 힘 빠진 감각은 실로 불쾌했다.

그가 기술 면에서는 세리안의 아래임을 확실하게 증명시켜주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가혹하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결국에는 체급과 힘싸움이다.’

“오히려 그런 대검을 왜 들고 있어야 하는지, 알겠다.”

드낙이 흉악하게 웃으면서 하찮은 인간일 뿐인 불파겐 후예를 비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힘이 없기 때문이다. 대검같이 무거운 걸 들지 않고는 자신보다 덩치가 큰 상대를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말을 뱉은 드낙이 실로 유쾌하게 웃었다. 이 우위. 실로 재미났다. 특히, 상대가 검술의 일류였기에 더욱 즐거웠다. 실력이 뛰어난 상대를 자신의 아래에서 부리는 사장이 된 기분이었다.

고졸자가 좋은 대학 나온 자를 직원으로 두는 듯한 기분! 박호훈의 과거에 지닌 열등감을 정확하게 관통하는 즐거움이었다.

“넌, 넌 불파겐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

세리안이 대검의 긴 손잡이를 더욱 움켜쥐었다. 피가 흘러내렸다.

“불파겐은 그래도 인간으로서의 완성을 추구했다. 다른 힘을 빌리긴 했지만, 결국 그 끝에는 인간이 노력해서 도달할 수 있는 탑을 완성하는 것에 있었다.”

인간이 지닐 수 있는 마력은 정해져 있다. 심지어, 선택받은 자만이 마력을 품고 태어날 수 있다. 그 시대의 그들에게는 무기를 잡을 그 두 손만이 인간이라는 종(種)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어릴 때부터 손이 피투성이가 되며 외종(外種)에게서 인류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기사들이 수없이 많았다.

그 과정을 보고, 그 역사를 안다면 결코 저렇게 말해서는 안 되었다.

“퉷!”

세리안이 피가 섞인 침을 뱉었다. 몸 상태는 높은 곳에서 추락한 것처럼 심각했지만, 오히려 정신은 맑았다.

‘아버지처럼 할 수 없지만, 난 나만의 방법이 있다.’

다시 한 번 대검을 어깨에 짊어졌다. 드낙은 그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소용없는 일이야. 아무리 발악해도 바뀌는 게 없다니까.”

1:1에서 드낙이 진다는 미래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말을 뱉자마자 세리안의 기세가 더욱 날카로워지자 드낙은 뒤늦게 깨달았다.

이 싸움은 결국 드낙이 세리안을 굴복시키냐, 죽이느냐의 문제였다. 물론 그 선택지에 있어서 훌륭한 무력을 갖춘 세리안을 죽이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유비에게 장비가 있었듯이, 힘 쎈 놈이 하나는 휘하에 있어야지.’

세리안이 딱이였다. 그리고 그녀가 굴복하려면 진정으로 그를 죽일 수 없다는 걸 깨달아야 했다.

‘조금 더 어울려줘야겠어.’

드낙이 여유롭게 롱소드의 검면으로 어깨를 탁탁 쳤다. 그 경박함이 세리안의 분노를 더 부추긴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고로, 세리안은 생각한다. 상대를 단번에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저 〈오른팔〉은 어떤 상황에서도 정석을 찾는다. 저 오른팔이 쓸모가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 해.’

체급도 체중도 우월할뿐더러, 힘까지 중대형 몬스터나 다름없는 상대는 〈변칙〉보다는 〈정석〉을 쓰는 게 더 좋았다. 아니, 정석만 써야 했다. 그게 더 효율이 압도적으로 좋았다.

중립신이 내어준 권능은 실로 드낙 맞춤형이었다. 강한 상대가 정직하게 싸운다. 그것만큼 무서운 게 없었다. 수능 만점자가 수능점수로 상대와 싸우는 것과 같았다.

오히려, 변칙을 써야 하는 건 세리안이었다.

‘모든 것을 쏟아붓기도 전에 힘에 밀렸다.’

충분히 피를 담은 적혈대검이라도 같은 드워프에게서 만들어진 강철이 흐르는 강은 벨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전에 힘에 밀려서 또 뒤로 날아가는 미래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세리안은 앞으로 나아갔다.

언제나 하늘이 무너져도 살아날 구멍은 있는 법이었다.

골리앗의 앞에 선 다윗처럼 세리안은 더욱 자신의 정신을 맑게 하였다.

피맺힘이 담긴 함성을 내지르며, 드낙에게 득달같이 돌진했다. 드낙은 이번에도 히드라의 타투를 사용했다. 그 부담감은 실로 컸기 때문에 〈유령의 이글거림 타투(Tattoo)〉는 사용하지도 않았다.

‘힘으로 박살 내주마!’

롱소드가 적혈 대검을 노렸다. 동시에 세리안도 정면으로 대검을 내려쳤다. 그 모습은 실로 불구덩이 속으로 휘발유를 끼얹은 채 달려드는 사람으로 드낙에게 보였다.

‘대검과의 거리를 생각하면, 이렇게 받아치고 체력이 다 했을 때, 조지면 나의 승리다.’

딱 그렇게 생각했을 때, 고대에 만들어진 〈웃터의 투구(Utter`s helmet)〉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그 빛은 형태를 이루며 세리안의 양팔에 초월의 힘으로 만들어진 팔을 만들었다.

고대 큐브의 투구라 불리는 투구 답게, 어느 상황에서나 필요한 것을 사용자에게 내어주었다.

쾅!

부딪치고, 동시에 세리안이 손으로 대검을 우측으로 돌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하아아아!”

스스로 근접하는 모습에 드낙 또한 어울려주었다. 롱소드가 대검을 타고 흐르며,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드낙이 어깨를 들이밀면서 그대로 몸통 박치기를 감행했다. 발자국이 흙을 짓누르며 선명하게 찍혔다.

‘지금이다.’

대검과 맞붙어 있는 롱소드. 그것을 제외하면 드낙의 기술 수준은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었다. 〈전초극의 오른팔〉으로 만드는 광경이 마치 자신이 만드는 것처럼 여기고 있기에 찌를 수 있었다.

핵으로 쌓아올린 실력이, 진짜 자신의 실력으로 착각하는 자들의 심리를 꿰뚫었다.

탁.

안쪽으로 세리안의 발이 들어오는 소리가 우월한 드낙의 청력으로 들려졌다.

‘어딜!’

드낙이 순식간에 발을 바꾸었다. 하지만 맞닿아야 할 세리안의 다리가 보이지 않았다. 순식간에 균형이 비틀렸다.

〈제라드의 강철부츠(Gerard`s Steel boots)〉가 만든 소리를 이용한 교란.

‘괜히 〈교란의 강철부츠〉라 불렸던 것이 아니다.’

세리안이 안쪽으로 비틀려진 드낙의 다리를 밖에서 걷어찼다. 단번에 드낙이 순간적으로 붕 떴다. 십이천칭이 주는 힘으로 전신갑주를 입은 드낙을 들어 올리는 건 일도 아니었다.

대검에서 손을 뗀 세리안이 입에 문 스틸레토를 왼손으로 움켜쥐었다.

드낙의 오른손 또한 검을 놓고, 세리안의 목을 노렸다. 이를 오른팔뚝으로 막고, 세리안의 왼손이 드낙의 머리를 노렸다.

‘살을 주고 뼈를 깎는다!’

피가 튀었다. 방어구조차도 파괴하는 쟝 가문의 가보가 드낙의 두개골을 꿰뚫었다. 드낙의 왼손에 세리안을 어깨를 후려쳤다. 그것만으로도 그녀는 그대로 쓰러져서 굴러야 했다.

“크윽.”

가죽 방어구밖에 입지 않았기에 세리안의 어깨뼈가 단번에 함몰되었다. 그야말로 괴물같은 근력이었다. 하지만 끝났다.

세리안은 방심하던 그를 죽였다고 의심치 않았다.

‘괴물같은 놈.’

서둘러 혁대에서 회복물약을 꺼내 어깨에 붓고, 방어구와 함께 살이 뜯겨져나간 오른팔뚝을 치료했다.

‘현실에서 방심했다는게 네 패인이다.’

드낙이 롱소드로 세리안을 노리지 않고, 적혈대검을 쳤을 때, 이미 이런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다. 세리안은 정확하게 그 심리를 이용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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