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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608화 (607/1,239)

0608 <-- 세리안戰 -->

물러선 세리안이 입을 열었다. 고위 기사가 중병기를 고집하는 이유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존재했다. 하지만 그걸 가르쳐줄 생각이 없었다. 대신 신랄하게 드낙을 비판했다.

“모르겠지. 모를 수밖에 없겠지. 반푼이 같은 놈. 무장으로 단순히 롱소드 하나뿐이라니. 너는 그렇기 때문에 죽는다. 불파겐의 힘에 취해서 무(武)의 근본을 지키지 않은 죄는 크다. 힘에 휘둘리며 살아갔으니, 그간 보지 못하고, 하찮게 본 것에 죽는 것이니, 억울해하지는 마라.”

그 말에 드낙이 무서운 기세를 뿜어냈다. 기세만으로도 세리안의 육체가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했다. 드낙의 몸속에 깃든 마력이 제국 전신갑주로 향했다.

‘기고만장해서는···’

강화 마법, 〈한묶음 폭증(Dozen Outburst)〉이 드낙의 마력에 의해서 그를 강화시켰다. 단번에 활력이 넘치고, 힘이 들어왔다. 12종류에 달하는 다양한 방식의 이로운 효과가 드낙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종류만 달랐지 결국 그 효력은 〈육체의 강화〉에 있었다. 드낙이 내달렸다.

쿵!

지축이 흔들렸다. 그리 큰 진동은 아니었지만, 세리안의 발을 통해서 확실하게 느껴졌다. 흙먼지가 폭발적으로 일어나며, 땅에 드낙의 발자국이 새겨졌다. 순식간에 그녀의 앞으로 도달한 드낙이 롱소드를 휘둘렀다.

〈전초극의 오른팔〉이 알아서 움직이는 사이에 드낙이 주문을 읊었다.

두 가지의 행위를 모두 하는 모습에 세리안이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그녀는 드낙의 주문을 방해할 수 없었다. 신의 권능이 담긴 오른팔과 싸워야 했다.

쾅!

흉악한 소리와 함께 대검이 밀려났다. 강화 마법에 있어서 〈통달의 대마법사〉가 고안한 것이 한묶음 폭증이었고, 이 시대를 까마득히 앞서는 오버테크놀로지였다. 드낙의 육체능력을 더욱 끌어올려 주었기에 아무리 대검을 지닌 세리안이라도, 마법으로 강화된 드낙의 검격을 버틸 수 없었다.

‘미친!’

세리안이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막아갔다.

자신의 키보다 큰 대검으로 상대 롱소드의 모든 검로를 방해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단순하게 가져다 대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것을 버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롱소드가 오른쪽, 상단을 노리더니 그대로 대검을 긁고 지나가며 하단으로 쑥하고 내려갔다. 그 과정에 깃든 힘이 어찌나 강한지, 강철이 흐르는 강에서 강철이 우그러드는 소리가 들렸다.

드워프가 만든 검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로 보일 정도로 검이 내는 소리는 끔찍했다. 그 속에서 세리안은 양손을 현란하게 움직여야 했다.

테니스 코트로 치면, 좌우로 길게 번갈아 치는 선수처럼, 〈전초극의 오른팔〉은 지극히 효율적인 검로를 보여주고 있었으며, 세리안은 억지로 먼 거리를 움직여야 했다.

캉! 카가강! 캉캉!

주문이 한 문장 읊어질 때마다 최소 다섯 합이 지나갔다. 그 초월적인 속력을 지닌 롱소드 때문에 세리안은 계속해서 뒤로 물러나야 했다. 롱소드에게서 최소 반걸음은 물러나야지 그 속력에 맞출 수 있었다.

뒤로 물러나면 그만큼 롱소드가 더 가까이 다가가야 했고, 이를 이용해서 버틸 정도로 전초극의 오른팔이 만들어내는 극한의 효율성을 지닌 검격은 위협적이었다.

‘버티는 것도 여기까지다.’

드낙이 마법을 발현했다.

“〈위아래 지진(Updown Earthquake)〉.”

쿠구구궁!

지진이 일어나며, 주변 지형이 마구잡이로 변하기 시작했다. 드낙의 마법은 세리안을 노리기보다 주변 지형을 바꾸는 것에 사용됐다. 땅이 꺼지고, 튀어 올랐다. 자연스럽게 흙먼지가 만들어지고, 변수가 만들어졌다.

그 속에서 우위를 점한 건 당연히 드낙일 수밖에 없었다. 알아서 움직이고, 판단하는 전초극의 오른팔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형이 만들어내는 변수에 있어서 드낙이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턱.

세리안의 뒷걸음질이 튀어나온 흙벽에 의해서 막혔다. 기회를 잡은 드낙이 고함을 지르며 롱소드의 검면에 왼손을 넣으며 그대로 밀어붙였다. 순식간에 세리안의 대검이 되려 그녀에게로 향했다.

대검째로 그녀에게 타격을 주려고 했다. 코뿔소와 같은 돌진이었다. 힘으로 완전히 억누를 심산이었다. 그리고 마법으로 인해 튀어나온 흙벽 때문에 뒤로 물러나는 게 불가능한 것이 세리안이었다.

고로, 이 상황은 세리안에게 있어서 〈비전의 조건〉에 불과했다. 그녀의 양손이 아예 대검에서 손을 뗐다.

〈움케흐렌 한더(Umkehren-Hander, 역잽이)〉.

세리안이 자신에게로 기울어지는 대검의 날을 옆으로 피하며, 손으로 검면을 후려갈겼다. 앞으로만 향하는 드낙의 힘과 싸우는 형세가 아니었으므로, 대검이 단번에 옆으로 지나갔다.

‘기회!’

자연스럽게 대검을 손에 놓은 세리안을 향해서 드낙의 오른팔이 쭉 뻗어 갔다. 신성력이 있었기에 어디든지 노릴 수 있었다.

대검을 밀어냈지만 거리가 애매했기에 찌르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세리안은 피하지 않았다. 흉흉한 살기가 깃든 공격에도 세리안은 냉정하게 모든 걸 판단하고, 계단을 올라가듯이 과정을 밟아갔다.

그녀의 오른발이 드낙의 무식한 힘에 의해서 회전하는 대검이 땅 아래로 향할 때, 다시 한 번 걷어찼다. 위로 향해있는 손잡이가 빨려 들어가듯이 그녀에게로 기울어져 손에 다시 잡혔다.

드낙의 힘에 한 바퀴를 돌았기에 그는 무리해서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일부러 지금 승부수를 띄우기에는 타이밍이 안 좋았다.

묘기와도 같은 모습이었지만, 철저한 연습을 통해서 다양한 상황에서 무너지고, 기울어진 대검을 다시 한 번 고쳐잡을 수 있는 비전이 역잽이라 불리는 비전이었다.

그때그때 하는 방법이 달랐기에 비전을 완숙하는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세가지 종류가 있었는데, 힘의좌, 역의우, 후의앞으로 불리고 있었다.

방금 보여준 것은 대검의 검면을 치며 기울기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고, 오른발을 통해서 올라간 손잡이를 다시 자신에게로 향하는 방법이었다.

동시에 중대형 몬스터의 힘을 이용해서 대검 자체를 상대를 견제하는 수단으로 쓸 수 있는 고난이도 비전이었다. 때문에 힘의좌의 패턴을 쓸 때는 〈반드시 대검의 좌측〉에서 행해져야 했다.

오른손잡이의 경우 오른쪽의 몸을 통해서 대검의 좌측에서 힘을 행사하기 좋아서였다.

‘중대형 몬스터에게나 쓸법한 비전을 인간을 상대로 써야 한다니.’

세리안은 다시 잡은 대검으로 단번에 드낙의 찌르기를 비스듬하게 하단으로 향하도록 막아내며 반걸음 뒤로 물러났다.

전초극의 오른팔이 그리는 궤적에 그녀는 빠르게 적응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도 드낙은 태평했다. 체력싸움으로 가면 결국 승리하는 것은 드낙이 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계속 똑같은 방법만 보여주지는 않았다. 연막을 쳐야 했다.

‘철저하게, 방심하지 않고.’

힘과 전초극의 오른팔로도 결국 세리안의 비전과 대검술을 뚫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지구력 싸움으로 가는 게 드낙에게 좋았다. 그녀를 죽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반대로 세리안은 단 일격을 통해서 자신에게 승기가 있다고 여기고 있었다. 오만한 것은 서로 마찬가지였다. 시간이 드낙의 편이라는 것을 숨기기 위해서 드낙이 본격적으로 날뛰기 시작했다.

캉!

대검의 힘에 드낙이 마치 낙엽처럼 날아가듯이 뒤로 물러갔다. 세리안이 휘두른 대검의 힘을 이용해서 자신의 힘과 합쳐서 물러난 것이다. 순식간에 먼지 속으로 사라졌다.

인간의 방법이 아닌, 괴물의 방법을 보여주었다.

쿵! 쾅!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며 세리안의 몸이 빙글 돌아갔다. 동시에 그녀가 대검을 기울이며 순식간에 상체를 숙였다. 흙먼지의 미립자가 드낙의 움직임과 함께 움직이며 큰 기류가 생겼다.

솨악!

공기를 가르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드낙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세리안의 대검 손잡이에 있는 크로스라인이 2차로 휘어지는 롱소드를 막아냈다. 세리안의 왼손은 대검을 잡고 있었고, 단번에 끌어당겨 와 드낙의 공격을 막은 것이다.

“크하악!”

드낙이 괴물처럼 소리를 냈다. 고통 때문이었다.

발목과 무릎에 큰 부하가 생김에도 흙에 발을 파묻었고, 허리를 비틀며 검을 뒤를 향해서 휘둘렀다. 으직하는 소리가 몸 안에서 들려왔다.

쾅!

다시 한 번 굉음과 함께 세리안의 몸이 붕 떴다. 대검에 이끌려서 그대로 날아갔다. 비현실적인 광경이나 다름없었다. 그곳으로 드낙이 내달렸다. 하지만 되려 역공을 당했다.

날아가는 상황 속에서 흙벽에 두 다리를 놓고, 대검으로 바닥을 찌른 채로 있던 세리안은 허릿심만으로 발이 하늘로 향하도록 움직였고, 단번에 체중을 기울이며 크게 대검을 뽑으며 휘둘렀다.

카가가각!

전초극의 오른팔이 대검의 검날을 타며 방해했다.

“하아아아!”

세리안이 입을 쩍 벌리며 함성을 내지르며 검날이 부딪치는 방향으로 팔을 비틀며 몸을 기울였다. 대검에 드낙의 투구가 스쳐 지나갔지만, 그대로 뜯겨 나갔다. 세리안의 힘이 강해서가 아니라, 드낙이 달려오면서 생긴 운동력 때문이었다.

‘당황하지도 않네. 이런 환경에서 싸우는 건 처음이었을텐데.’

이런 환경 속에서 입체적으로 움직이는 세리안의 모습은 진짜 괴물 같은 재능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환경의 복잡함이 세리안에게 날개를 달아줬고, 드낙의 발목을 붙잡은 격이었다.

한쪽 면에 뜯겨 나간 투구는 덜렁거렸고, 이내 드낙이 거칠게 벗었다.

3문장의 주문을 읊어서 자욱하게 끼어있는 흙먼지를 바람 마법으로 결국 걷어냈다. 동시에 괜히 튀어나와있는 흙벽을 주먹으로 후려쳐서 무너뜨렸다. 신경질이 났기 때문이다.

무의 재능, 환경을 이용하는 점. 모두 드낙을 앞서 나가 있었다.

열등감에 사로잡힌 드낙을 보며 세리안은 딴소리를 했다.

“너, 대체 어떻게 수련을 한 거지?”

“그게 무슨 소리냐?”

드낙이 분함이 깃든 목소리로 뽀족하게 말하자 세리안은 대검에 몸을 기울여 어깨에 올려쳐 걸치며 말했다.

“보법의 운용은 이류 상급이지만, 검술 실력은 일류 정상급이라고해도 이상하지 않다.”

드낙이 쌓은 무력의 탑. 그 구조가 비대칭적이며, 비정상적이며, 비틀려 있다는 걸 세리안이 깨달았고, 물은 것이다.

“그게 그렇게 궁금한가?”

키메라를 보는 듯한 세리안의 혐오가 담긴 표정에 드낙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놈···’

반대로 세리안은 결코 웃을 수 없었다.

정직하게 공부하고, 노력해서 대회에서 정상을 노리는 사람 앞에 온갖 약물을 오남용해서 나란히 그와 서서 경쟁하려는 자를 앞에 둔 것과 다름없었다.

혐오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그 외의 방법으로 자신의 무력을 얻었다고 여길 수밖에 없어서였다. 그리고 불파겐의 시작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알고 있는 그녀였기에 나쁜 상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됐다. 말해주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

세리안이 20cm밖에 되지 않는 〈쟝의 스틸레토(Jean`s Stiletto)〉를 입에 물었다.

활로(活路)는 이미 보인다. 남은 것은 앞으로 달려갈 뿐이다.

드낙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순간적으로 갈등했다.

사냥하듯이 뒤로 물러서고 싶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세리안의 눈에는 이긴다는 확신이 존재했다. 여기는 검은 꿈이 아니었고, 대련도 아닌 생사결이었다. 서로 죽이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반대로 얼마든지 죽거나 죽일 수 있었다.

정면대결을 피하는게 상책으로 여겨졌다. 그게 효율적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그녀는 납득하지 않을 것이고, 내 밑으로도 들어오지 않을 터다.’

불파겐의 후예가 지니는 상징적 가치는 크다. 계륵이라도 품어야 했다. 동시에 일신의 무력으로 〈한묶음 폭증〉을 사용한 드낙에게도 열세를 유지하고, 피해를 입지 않은 것이 특히나 마음에 들었다.

저런 무력은 사람을 매료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마치 조조가 관우를 죽이지 못한 것처럼 드낙 또한 세리안의 무력을 곁에 두고 싶었다.

‘그녀가 나의 약점을 파악한 것처럼, 나 또한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탐색전은 끝났다. 남은 것은 모든 것을 쏟아붓는 일만 남아있었다.

꿈틀.

드낙의 피부에 들러붙어 있는 7머리의 히드라가 입을 쩍 벌렸다. 동시에 제국 전신갑주에 깃들어있는 〈육법 태엽식〉으로 이루어진 6개의 공격 마법이 드낙의 주위로 끝도 없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수많은 대지골램과 목표물을 사그라질 때까지 추적하는 불의창, 땅 아래에서부터 솟구쳐오르며 허를 찌르는 얼음화살과 큰 인력으로 상대를 붙잡는 진흙에 무형으로 이루어진 충격파를 동반한 찌그러진 공간 타격과 인근 전체를 짓누르는 중력까지.

끝도 없이 마법이 세리안을 노렸다.

‘이번에 마신장의 머리카락이 지닌 한계를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드낙이 혁대에 걸린 가죽 배낭에서 며칠간 이곳으로 오면서 만들어둔 마력이 깃든 액체를 입으로 거침없이 쏟아부었다.

메마르지 않는 오아시스처럼, 한 명이 만들어내는 기백의 공격 마법의 발현현상을 마주하는 세리안이 심호흡을 한 번 하고 그대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드낙 또한 〈마력 물약〉을 단번에 다섯 병 입에 털어 넣었고, 트림을 한 번 하고 나서 그대로 달려나갔다. 제국 전신갑주로 마력만 보내면 그만이었다.

‘모든 걸 쏟아붓는다!’

세리안은 상쇄되어가는 마법들을 지나가며 각오를 다졌다. 머리카락이 어디까지 버텨낼지 몰랐다. 이렇게까지 마법 화력을 받은 적이 없었기에 세리안의 마음이 조급해졌다.

어깨에 짊어진 대검을 오른손으로 단단히 짓누르며, 왼손으로 〈브루드의 자벨린(Brood`s Javelin)〉을 꺼내서 오른발이 앞으로 나갈 때마다 왼손으로 크게 투척했다.

꽈릉!

천둥소리를 동반한 번개가 자벨린에게 담기며, 드낙을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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