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604화 (603/1,239)

0604 <-- 동남 전쟁 -->

“크아아아아!!!!”

모비딕이 울부짖었다. 높이 솟은 송곳 같은 바위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고, 드낙은 괜히 불안해졌다. 날아다니는 놈임에도 체중이 무거운게 와이번이라서였다.

대평야에서 변경백의 영지로 향하는 입구를 주시한 지 2일.

드디어 남부의 본대가 남부 대평야에서 동부로 진격하기 시작했다. 이곳에 도달하자마자 모비딕이 하늘로 솟구쳐올랐다.

그가 〈드래곤 나이트〉가 된 것을 알고 있는 남부였기에 단번에 소란스러워졌다.

둥! 둥! 둥!

4박자로 드래곤 나이트가 주변에 나타났음을 북소리로 알렸다. 드낙이 어느 정도 접근하자 8박자로 변모했다. 단번에 긴장감이 고조되어감을 알 수 있었다.

‘훌륭하다.’

박자를 통해서 와이번이 어디에 있음을 알릴 수 있었기에 하늘에서 와이번을 찾지 못한 멍청이라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고, 마법 마차를 수리하거나, 다른 업무를 하는 자도 귀를 통해서 와이번이 곧 도착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닛?!’

드낙이 남부 군대에 근접하고 나서야 경악했다. 이상한 형태의 짐마차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건 그저 마법 마차에 짐마차의 그림을 입체적으로 그린 것에 불과했다. 동시에 그 외의 것은 마법 처리를 통해서 주위 풍경에 동화되어있었다.

시각으로 은폐된 마법 마차의 숫자는 1만 5천 대가 넘었다.

멀리서 보면 마법 마차가 대량인 것을 알았지만, 이 정도로 많다는 것은 알 수 없었다. 근접해야지만 알 수 있는 이질감이었다.

‘이놈들, 미쳤구나. 서부에 똬리를 튼 마신장이 무섭지도 않은 건가? 어떻게 이 정도로 마법 마차를 동원했지?’

그런 걱정을 했지만 그건 드낙이 아직도 경험이 부족한 전략가임을 보여주었다. 마신장 발라쿠는 하루라도 더 빨리 드워프들이 있는 서쪽으로 향하기 위해서 추가 공물을 원했고, 백금 왕가는 이를 들어주고 있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굳이 가를 이유가 발라쿠에게는 없었다. 공물을 바치는 이상 마신장이 남부를 침략할 일은 없었다.

그렇게 판단하고 도박수를 놓은 게 플래티넘이었다.

물론 도박이라고 할 정도로 미친 짓이기는 했지만, 애초에 시민들이 죽어 나자빠지든 관심이 없는 게 백금 왕가였다. 자신들의 존속이 더 중요했다.

무덤에서 되살아난 망령을 막는 게 우선이었다. 그다음이 마신장 대책이었다. 무엇보다 간사한 것이 인간이라고, 직접적으로 문제가 터져야지만 급하게 움직이는 법이었다. 아직까지 공물로 막을 수 있는 마신장은 솔직히 큰불이 아닌 것처럼 여겨졌다.

그 어떤 불꽃보다 무서운 것임에도 수도에서의 체감되는 마신장의 위협은 그 정도에 불과했다. 그 참혹함과 잔혹함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였다.

“마법 마차를 활성화하라! 드래곤 나이트와의 첫 교전이다! 세 개의 단까지 활성화하라!”

마법 마차는 500대씩 단으로 묶어지며, 이곳에 동원된 마법 마차의 수준은 완전 충전시 마법 마차 1대당 3명의 마법사가 지니는 마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북부의 마법 마차는 공을 들였기에 마법사 5명 이상의 마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남부의 마법 마차는 그 정도로 시간을 들여서 마법 마차를 만들지 않는다.

세 개의 단이 활성화되었으니 1500명의 마법사가 토해내는 마력이 마법 마차에서 쏟아져나왔다.

모두 바람 마법을 발현하며 모비딕을 노렸다. 드낙 또한 가만히 있지 않았다. 방어막을 펼쳤다. 진흙이 뚝뚝 떨어지는 마법이 반원을 그리며 남부 군대가 있는 방향으로 펼쳐졌다.

“우웃!”

방어막에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 출력으로 냈음에도 종잇장처럼 깨어졌다. 모비딕이 서둘러 높이 솟구쳐올랐다. 드낙은 그 사이에 고르곤의 심장과 마력을 서로 교류하며 주변 마력을 자신의 힘으로 삼아서 대적했다. 하지만 무리였다.

아무리 마력이 많다고 해도 1500명 분의 마력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 정도의 마력을 한 번에 출력하려면 인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인간에게 맞게 하향조정되어 심장이 된 고르곤의 심장 또한 달라져야 했다.

생명력까지 소모하며 적당히 상쇄시키며 드낙은 거리를 크게 둘 수밖에 없었다. 볼에 식은땀이 주륵 흘러내렸다.

와이번이 형편없이 비틀리면서 도망치자 남부의 병사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 거대한 함성소리는 드낙의 귀에도 또렷하게 들려왔다.

드낙의 눈에 패배감이 서렸다. 아무리 노력해도 1500명에 달하는 마력을 자신 혼자서 낼 수 없었고, 무엇보다 저쪽이 보유한 마법 마차의 숫자는 1만은 족히 넘어가는 듯했다.

‘자신의 영토 수비를 포기하고 나를 치러 왔다고? 어디가 불파겐인지 모를 지경이다.’

규모의 힘에 단번에 짓눌리게 된 드낙이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난잡한 바람 마법이었다. 그저 대충 적당한 공간을 향해서 쏘아졌지만, 그 규모가 워낙 커서 모비딕이 아무리 발악해도 영향력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고, 한 번 영향력에 들어가면 대류가 이상하게 변해서 날기가 힘들어졌다.

체중이 무거운 것이 드래곤이었고, 그들의 입체적인 깃털이 바람 마법에 의해서 대류가 변하자 빵빵하게 부풀러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서였다.

식은땀을 흘리며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드낙은 패잔병처럼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했다. 적어도 동부에서 회전을 하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한다면, 변경백의 영지에서 숲에서 싸워야 했다.

드낙의 혀로 쓴맛이 강하게 돌았다. 처음으로 초월의 힘이 지닌 한계를 깨닫게 되었고, 단점 아닌 단점을 파악하게 되어서였다. 그 누구도 말하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다.

‘초월의 힘은 결국 양이 중요하다.’

마력과 주력이 연금술로 만든 액체에서 합쳐지며 생기는 증폭도 결국에는 양의 증가였다. 더 많은 초월의 힘이 생성되기 때문에 드낙이 까무러치듯이 놀랐었다. 본능적으로 초월의 힘이 지니는 가장 중요한 자원을 드낙의 몸이 알고 있어서였다.

그걸 드낙은 이런 실체가 있는 경험을 통해서 깨달았다. 실로 그 재능이 형편없었다.

‘불이 크면 물을 잡아먹고, 물이 많으면 불을 잡아먹는 게 초월의 힘이다. 중요한 것은 체급이다.’

체급이 조금이라도 큰놈이 이길 수밖에 없는 게 초월의 힘이라는 세계였다.

드낙의 몸에 전율감이 뻗쳤다.

‘왜 세팔이가 중립신을 그렇게 대등하게 대하고, 하찮게 대하는지 알 것 같다.’

아무리 능력치가 차이가 나도, 기술로 드낙을 고꾸라뜨리는 게 세파리아스 불파겐이라는 존재였다. 인류가 낳은 최강의 개체였다. 그 무력은 감히 신을 죽일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초월의 힘을 사용하여 대적하는 한, 역전은 있을 수 없다. 강한 놈이 이길 뿐이다.’

드낙은 자신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무력(武力)에 관해서는 세파리아스의 길을 걷는 게 최선이었다. 왜냐하면 드낙은 인간이기 때문이고, 인간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난 정말 병신이다. 왜 중립신이 나보고 인간의 탈을 벗으라고 조언해줬을까. 왜 세파리아스가 아낌없이 나에게 비전을 주고, 태생적으로 날 싫어하면서도 날 가르치는 데 노력했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세파리아스는 드낙에게 열정을 내비쳐서는 안 되었다. 그저 거래 대상으로 철저하게 하나하나를 거래만 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중립신과 세파리아스. 내가 선택해야 할 길이 있었다. 하지만 난 그 길을 보지 못했다. 그저 욕심쟁이처럼 둘 모두를 허겁지겁 처먹는 돼지 새끼에 불과했어.’

검은 문의 능력을 발전시키려면 인간의 모습을 버려야 하는 게 옳았다. 하지만 드낙은 인간의 탈은 못 버리면서도 검은 문을 끝없이 갈구했다.

반면 인간이고 싶다면 세파리아스의 무력을 흡수하는데 노력해야 했다. 하지만 드낙은 그러지 않았다. 세파리아스의 찌꺼기가 주는 효력을 믿고 적당히 노력만 했다. 목숨을 바쳐서 노력하지 않았다.

간단한 두 개의 선택조차도 그 선택이 있는지 몰랐다. 범부(凡夫)에게는 보이지 않는 선택지였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버릴 수밖에 없다.

‘이번 전쟁에서 아무리 죽여도 검은 문의 능력은 나오지 않았다. 인간의 모습을 지닌 채 얻을 수 있는 힘은 한계가 명확하다. 그리고 받아들여지는 힘에 비해서 요구되는 업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중립신이 주고 싶어도 주지 못한다. 이제 드낙이라는 육체에, 그릇에 검은 문의 능력을 주려면 중립신 또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이 전쟁에서 〈인간〉인 드낙이 얻을 수 있는 검은 문은 하나 내지는 둘에 불과할 것이다.

고레벨이 되면 요구 경험치가 높아지는 것과 같았다. 이를 타파하려면 인간을 포기해야 했다. 그릇을 강제로 넓히고, 육체를 비대하게 만들어 더 큰 힘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했다.

‘마신장 발라쿠의 거대한 신체를 보고도 난 왜 그걸 깨닫지 못했지.’

‘마법을 부여하려면 더 큰 것이 필요하고, 그게 마법 마차였는데도 난 왜 알지 못했지.’

모두, 똑같은 진리를 보여주고 있었다. 큰 초월의 힘을 사용하길 원한다면 큰 용량이 필요했다.

거친 바람이 드낙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그건 마치 앞으로 그가 대적해야 할 혹은 그렇게 될지도 모르는 존재가 보여주는 힘처럼 느껴졌다.

‘전초극의 오른팔···그건 나를 위한 것이 아니었어. 중립신을 위한 것이었어.’

인간이라는 탈을 벗기 싫어하는 드낙을 중립신은 잘 알고 있을 터다. 그렇기에 중립신은 드낙에게 전초극의 오른팔을 내어주었다. 그건 인간을 성장시키지 못하는 훌륭한 족쇄였다.

자신을 발전시키고, 끝없는 향상심을 지닌 채 검을 휘둘러야 할 과정 자체를 거세한 것과 같았다. 신의 심장에 검 한 자루를 박아넣을 수 있는 무력을 얻을 수 없게 만듦과 같았다.

‘의심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 연출을 보여줬는데 누가 의심할까?’

드낙이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의 팔을 떼어내 드낙에게 줬다. 그 광경은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을 정도의 명장면 중 명장면이었다. 자신의 신체 일부이며, 권능이기도 한 것을 내어줬기 때문이다. 이는 곧 드낙의 그릇이 아무리 꽉 차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과 같았다.

팔을 내준 것은 〈용량〉 또한 내준 것이기 때문이다. 드낙이 먹을 수 없는 상황임에도 먹을 수 있게 되어버리는 격이었다.

무슨 변명으로도 받을 수밖에 없음을 의미했다.

거기까지 생각한 드낙은 섬뜩함을 느꼈다. 중립신의 음흉함이 드디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내가 인간으로 계속 남으면 전초극의 오른팔 때문에 세팔이의 무력에 결코 난 닿지 못한다. 고로 중립신은 나의 배신을 막을 수 있다.’

‘내가 인간을 포기해도 초월의 힘은 결국 체급 싸움이다. 내가 죽인 업이 나로 향하지 못하고, 중립신에게 향하는 한 난 결코 중립신을 이길 수 없다.’

아무리 초월의 힘을 증폭시켜 양을 늘려도, 행성의 업을 먹고 있는 중립신을 양으로 뛰어넘을 수가 없었다.

드낙의 두 눈에 증오가 한 방울 똑하고 떨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드낙은 두려움에 전신을 떨었다.

중립신이 전초극의 오른팔을 내어준 것은 오크 대침공 때의 일이다. 그때로부터 몇 달이나 지나고 나서야 그의 생각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도 그저 운 좋게 알게 된 것뿐이었다.

앞으로 중립신의 생각을 몇 개월이 지나도 알지 못하는 때가 올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드낙은 감히 중립신에게 대적할 마음을 가지지 못했다.

자신보다 최소 3개월 이상 먼저 앞서는 존재를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그는 결국 노력조차도 제대로 할 수 없는 평범한 인간에 불과했다. 여기까지 모든 것을 고려하고 움직이고 있는 중립신과 나란히 달릴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만약, 그걸 할 수 있는 놈이 있다면 그건 세팔이 뿐이다.’

적어도 싸움에서는 중립신에게 비벼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모든 것이 부족할 터였다.

드낙은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왜 중립신이 굳이 자신을 숭배하는 핏빛쥐를 가만히 두고 있는지도 걱정이 들었다. 잘 되고 있음에도,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이 공포스럽게 변해갔다. 모든 것이 중립신 때문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피해망상에 걸릴 지경이었다.

짝!

드낙이 투구를 벗으며 뺨을 쳤다.

‘나 또한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어. 그렇게 믿고 있어.’

실수를 연발했지만 어찌어찌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것조차도 중립신의 계략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드낙은 그렇게라도 자기를 변호해야만 했다. 그렇게 각오를 해도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제 어디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게 되어서였다.

소시민으로 살았기 때문에 적어도 평범한 사람들이 잘 살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유비 메타를 움켜쥐며 걸어갔다. 그러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배신을 당하고 시퍼런 칼날처럼 행동하기로 마음먹었지만, 그렇게 하려면 피를 뿌릴 수밖에 없어서 후퇴하고 있었다. 저 1만이 넘는 마법 마차의 포화에 불파겐의 병사들은 고깃덩이로 변할 게 분명했다.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는 수밖에 없다.’

모비딕이 서둘러 본대로 향했다. 적이 지닌 마법 마차의 숫자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을 알게 된 지휘부는 평야에서의 회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계속 도망칠 수밖에 없습니다. 계속 쫓아오겠지만, 마법 마차의 숫자가 그렇게 만다면, 영주님의 큰 마력으로 계속해서 마법 마차의 마력을 소모하게 만들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이건 백금 왕가의 승부수입니다. 마신장을 경계하고, 수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마법 마차를 모두 끌고 왔습니다. 싸워서는 안 되는 싸움입니다.”

길게이 남부 사령관이 두 사람의 말을 듣고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기껏 개발한 남부가 박살이 날 위기에 처했다. 노획물이 많았을 땐 폴짝 폴짝 뛰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두둥실 떴지만, 지금은 착 가라앉은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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