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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582화 (581/1,239)

0582 <-- 겨울의 논공행상 -->

“이미 베바란스 총관께서 9개의 성을 곳곳에 짓겠다고 하지 않았소? 그 과정에 있어서 상하수도에 대한 모든 권리를 엘라한 가문이 가진다는건 말이 안 되오!”

오크 대침공의 공적자들이 시끄럽게 떠들어대었다. 그만큼 엘라한 가문이 가져간 것은 컸다.

‘수작질을 하기에 충분하다.’

성의 건설에 있어서 그 건설기간을 자기들 멋대로 조정이 가능할지도 몰랐다. 대놓고 싸우자는 소리였지만, 엘라한 가문과 연계하고 있는 에오윈 가문이 문제였다.

불파겐의 후계자를 낳은 가문이었다. 아무리 가문의 힘이 변변치못해도 불파겐 후계자 포지션은 강력한 패였고, 얼마든지 다른 세력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적의 적은 아군으로 볼 수 있었기에 그런 시련을 주고 세력과의 연계를 만들어버리는건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두고볼 생각이오?!”

“조치를 취해야하오! 지금 여기서 다른 걸 나누기보다는 그걸 갈라내는게 우선이오!”

교육부터 상하수도 관리와 건설까지. 모든 것을 엘라한 가문에게 주는건 정말이지 너무한 일이었다. 독점도 보통 독점이 아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실레아가 아니라 겐을 보고 역정을 내고 있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엘라한의 완벽한 상하수도 독점에 관련한 양피지를 이실레아가 가지고 와서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드낙이 그녀보고 엘라한 가문의 일에서 손을 떼라고 압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당연히 이실레아는 자신이 움직일 수 없으니, 이 자리에서 공개한 것이다.

‘나서기는 나서야한다.’

나중에 가서는 〈물의 기술관〉에서 졸업한 사람만 성의 상하수도 관리를 맡게될 지도 몰랐다. 별문제가 안 생긴다면 드낙은 그냥 놔둘지도 몰랐다.

“나머지는 내일 다시 논하고 싶은데, 이실레아 경께서는 어떻소?”

“상관없소.”

그녀는 그 물음에 생각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베바란스 총관 또한 반대하지 않았다. 드낙이 이실레아를 직접 불러서 입을 다물게하고 손떼도록 했다.

엘라한 가문에게 큰 것을 주려는게 너무 뻔히 보이는 움직임이었다.

‘아무리 척박한 동부라고해도 한 번에 이렇게 많이 주면 안 된다.’

겐과 공적자 무리가 드낙에게로 빠르게 움직였다.

그 시각 드낙은 호수마을의 호수에 있었다.

아이들을 도와서 말뚝을 박고, 그물을 치는데 힘을 썼다.

“부어라, 부어!”

퍼버벙! 쏴아아···

드낙에게 동화 몇 푼으로 고용된 아이들이 호수에서 잡은 물고기를 다시 방생했다. 물살에 거품이 잔뜩 끼여서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퍼덕거리는 물고기들을 포며 드낙이 미소를 지었다. 벌써 손에서 손맛이 느껴졌다.

‘이거지.’

호수 마을의 호수에는 물고기가 살지만, 생각보다 녀석들은 낚시대에 잘 잡히지 않았다. 결국 드낙이 고안한 것은 그물로 잡은 뒤에 적당한 공간에 방생하여 물반 고기반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기다리는건 싫고, 손맛을 느끼고 싶은 아저씨들을 위한 낚시터나 다름없었다.

드낙의 몇 없는 취미 중에 하나였고, 이제는 다른 이들도 제법 즐기는 문화로 자리잡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세계의 취미들을 비교했을 때, 억지로 물고기를 쌓아놓고 낚시하는 짓은 굉장히 자극적이었다.

일단 손맛을 여러번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었다. 기다림의 미학이고 나발이고 낚시에 큰 재미를 못 느끼는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기 좋았다.

진입장벽도 낮고, 잡는 재미도 쉽고 빠르게 느낄 수 있었다.

문화로 자리잡기에 충분했다. 사람들은 이를 〈몰이 낚시〉라고 불렀다. 귀족들이 산에서 사냥감을 아랫것들에게 몰도록 시키고, 잡는 재미를 쉽고 안전하게 느끼듯이 이 몰이 낚시 또한 그런 귀족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는 소문도 퍼져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었다.

‘왔다!’

낚시대를 톡톡 건드리는 감각에 드낙이 다시 한 번 무는 것을 예상하며 단번에 줄을 위로 당겼다. 낚시대가 활처럼 휘었다.

촤악!

물고기가 버둥거렸지만 드낙에게 잡히고 나서는 움직임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통에 담은 드낙의 눈에 겐이 다가오는 걸 볼 수 있었다. 거기에 공적자들까지 우루루 몰려오고 있었다.

‘이실레아가 빨리도 터트렸구나.’

그녀는 논공행상에서 자신이 물어뜯기고 싶지 않기 위해서 하나의 계략을 짰고, 드낙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에게도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기 때문이다. 공적자들에게 그냥 큰 소리 한 번 치면서 우위를 결정하고 싶었다.

“무슨 일로 이렇게 몰려왔나?”

이실레아와 이미 입을 맞춰놓은 드낙은 느긋하게 물었다.

“엘라한 가문에게 너무 큰 힘을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어허. 이실레아 경이 그새 말했나보군. 이거 참···”

드낙의 말에 다른 이들은 전혀 이실레아를 도울 생각을 안 했다. 그녀 또한 견제의 대상이었다.

“9개의 성을 건설해야할 때가 왔는데, 엘라한 가문이 그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낼 수 있겠습니까? 너무 급하셨습니다.”

“동부에 도로를 생각하면, 한 가문에게 큰 짐을 지게 만드셨습니다. 공사 하루가 지연되면 금화 수십닢이 날아갑니다.”

“그대들은 참 욕심쟁이로다.”

드낙이 그렇게 말하면서 이들을 두루 살피며 말하였다.

“도로에서부터 개간에 저수지까지. 할 수 있는 공공사업이란 죄다 이번 공로자들에게 주려고 하고 있는데, 상하수도가 너무 커? 지금 그걸 말이라고!!!”

드낙이 한 걸음 내뻗기까지하자 무리가 주춤거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

그럼에도 죄송하다느니, 실언이었다고 말도 하지 않고 있자 드낙이 손가락질을 이놈 저놈에게 해대었다.

“아무말도 할 생각이 없는가? 상하수도가 그리 크게 느껴지면 상하수도에 대한 모든 것을 그대들에게 맡기고 나머지는 다른 이들에게 주도록 하겠다. 그럼 불만이 없겠지?”

“예? 여, 영주님. 그것은···”

“그대들이 말하는게 상하수도가 너무 크다는 소리 아닌가.”

“한 가문에게 큰 것이라고 말씀을 드리고 있습니다.”

드낙이 코웃음쳤다.

“질투심과 욕심에 눈이 멀어서 어찌 한치앞도 모르나? 철이 엘라한 토성에서 나오나? 어디서 나오나? 그들 가문이 정말로 모든 것을 가져갔다고 생각하느냐?”

드낙이 혀를 쯧쯧찼다. 엘라한 가문의 수완은 대단하다고는 볼 수 없었다. 가장 먼저 무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항상 조심, 또 조심하고 있었다. 작은 무력 분쟁에도 심장이 콩닥콩닥, 거칠게 움직이는게 엘라한 가문이었다.

수많은 자원이 필요 할 때, 그 가문 혼자서 모든 걸 수송할 수 없었다. 그제서야 겐과 공적자들은 자신들이 너무 경솔하게 행동했음을 알았다.

이실레아를 입을 다물게 한 드낙의 실책이 너무 물어뜯기가 좋아서 대충 더듬어보고 찾아온 것이 패착이었다.

엘라한 가문의 인식이 옅은 것도 컸다. 그 가문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려한다는 건 쥐새끼와 싸우기 위해서 쥐새끼를 공부하는 것과 같았다.

“죄송합니다.”

반박을 더 할 수는 있었지만, 더 하지 않았다.

드낙이 분노한 것이 절로 보여서였다.

“남의 것이 그리 크게 보이면 당장 바세안 토성으로 모조리 보내주마! 그곳에 처박혀서 평생 살다보면 깨닫게 되겠지! 작은 이권마저도 소중하다는 걸 모르고는 못 베기겠지!”

“아닙니다! 절대 그런 걸···”

드낙이 말을 끊었다. 상대가 말을 잘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어울려줘서는 안된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겐 경. 사령관이 너무 작은 직책같지? 저수지만 평생 짓도록 해줄까? 내가 못 할 것 같아?”

자신들이 가진 것을 들먹거렸다. 언제라도 빼앗을 수 있는 척을 했다. 변덕스러운 드낙이었기 때문에 겐은 가슴이 철렁거릴 지경이었다.

‘그라면 진짜 그럴 수 있다.’

“아닙니다!”

드낙의 눈이 다른 놈에게로 향했다.

“너! 너는 평생 개간 사업만 하다가 가고 싶어? 번화된 성에는 한 발짝도 못들어간 채 개간 사업을 관리 감독만 하다가 인생 끝나고 싶냐고.”

“아닙니다!”

드낙은 공적자들을 하나하나 말로 조졌다. 나중에 가서는 시시콜콜한 것들까지 꺼냈다. 귀족들은 아닙니다를 수십번 외치고 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내가 뭐 대단한 걸 원하는게 아니야. 최소한, 최소한만 하면 된다고. 알아서 하는게 그렇게 어려운거 아니잖아? 엘라한 가문이 혼자서 그걸 다 할 수 있겠냐고··· 상단부터 그걸 지키는 사람까지 다 가지고 있어? 아니잖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드낙의 입은 끝도없이 움직였다.

“이런 것까지 내가 하나하나 가르쳐줘야해? 서로 좋게 좋게 지내라고.”

‘이렇게 밟아놔야 논공행상 때도 알아서 굽히겠지.’

이들은 제대로 된 반대도 하지 못하고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 드낙의 말대로 엘라한 가문을 공략해야지, 드낙을 공략해서는 안 되었다.

그걸 드낙이 자기 입으로 말했기에 더더욱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읏차.”

드낙은 아저씨 소리를 내며 낚시대를 다시 잡았다.

‘오늘을 즐겨야지.’

마신장을 잡으러 가기 전에 최대한 놀아야했다. 세팔이는 분명 검은 꿈에서 나타나 오늘도 허송세월한 드낙을 욕하겠지만 드낙은 기계가 아니었다.

‘지금!’

낚시대를 놓자마자 입질이 왔다. 드낙은 손맛을 느끼며 낚시를 푹 즐겼다.

〈중앙대신 기탄 키루스〉는 호수 마을에 예상보다 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

‘도로는 엉망진창이지만 상인이 많아서 다행이다.’

말을 충분히 얻을 수 있어서 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 그는 오직 이 척박한 동부에서 임무를 마치고 돌아갈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먼저 갔던 수행원을 따라가서 여관에 자리잡았다. 이 여관은 플래티넘 왕가의 입김을 받고 있는 여관이기도 했다. 그곳의 지하에서 기탄 키루스는 그간 호수 마을에서 있었던 일들을 들을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불파겐 자작의 다분히 노골적이고 주관적인 의도로 파악한 신흥 세력은 신전부터 시작하여···”

“······”

태풍!

그 한복판에 자신이 왔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나 신전이 세력화하여 사방에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이를 공인해줬다는게 믿을 수 없었다.

‘그래도 다 지나가서 다행이다.’

공신들의 기까지 한 번 짓눌렀다고하니, 해야할 일은 다한 셈이었다. 들어보면 이실레아 브릴리언트가 억지로 입까지 쑤셔넣었다고 했지만, 결국 그 주체는 드낙이었다.

그딴식으로 떠들어봤자 질투에 불과했다.

“바로 가야겠어. 논공행상이 시작되면 또 태풍이 몰아칠 것이 분명해.”

속전속결로 나가야했다. 그럼에도 다른 귀족들과 벌써 논의를 거쳤을 것이 분명했지만, 그는 자신있었다. 드낙이 자신과 독대를 해준다고 약속해서였다.

‘그걸 이용하고, 확답을 듣고 다른 이들과 의논하기도 전에 빠르게 빠져나간다.’

기탄 키루스는 서둘러 드낙을 방문했다. 이미 오고 있다는 걸 몇 번이나 연락했기 때문에 드낙과 바로 만날 수 있었다.

“플래티넘 왕가가 무슨 일로 왔는가?”

“오크 대침공을 막은 주역 아니십니까.”

“완곡하게 거절을 했는데, 굳이 이렇게 찾아와서 상을 주는 것은 무슨 의도인가.”

너무 노골적인 말에 기탄 키루스가 땀을 흘렸다.

“이, 일단 준비한 금궤를 한 번 보시는게 어떠합니까. 여기에 백금을 섞었는데, 그 중에서도 일곱 개의 별은 특히나 신경써서 조각하였습니다.”

드낙이 금궤에 흥미를 가졌다. 특히 백금을 썼다는게 중요했다. 엄청난 가치를 가져서였다.

‘엄청난 돈을 썼겠네.’

말없이 금궤의 이모저모를 훑는 드낙의 모습에 기탄 키루스는 안심했다. 남들은 크게 반대했지만, 불파겐 자작의 세속적인 면모가 강하다는 걸 확신했고, 지금 통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오우거 토벌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이를 위한 선물입니다.”

경박하게 금궤의 겉만 살피는게 아니라 뚜껑까지 열어서 안에 뭐가 들었는지 확인하는 드낙을 보며 중앙대신이 냉큼 본론을 꺼냈다.

“오우거에게 공물을 바치고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예? 예··· 2왕자 전하께서 잡혀 있는 바람에···”

“한 명 때문에 남부 전체가 그렇게 고통 받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북부라면 그냥 목이 잘렸을텐데.”

기탄 키루스는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두드려패는 어법은 황당할 지경이었다. 북부 귀족도 만만치 않지만, 남부에서는 보기가 힘들어서였다.

“시민들이 그렇고 고통 받으니 당연히 해야할 일이겠지. 걱정말고 돌아가도 괜찮네.”

“정말이십니까?”

“정말이고 말고. 하지만 시일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군. 알다시피 동부가 혼란스러워서 말일세.”

기탄 키루스는 그 이유가 본인이라고 외치지는 못했다. 또한 플래티넘 왕가에게 동부의 혼란을 가중시키지 말라는 것으로도 알아들었다.

‘경제 침략을 저지해야하나? 설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일단 보고를 올려야해.’

서로 엇갈릴 수 있었지만, 이게 최선이었다. 드낙에게서 물러난 기탄 키루스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확답을 들은 것이 컸다.

드낙은 거기에 남부왕에게 서신까지 써주었다. 오우거에게 핍박을 받는 시민을 위해서 검을 들어올리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는 것을 봤기에 기탄 키루스 중앙대신은 미소가 입에 걸렸다.

‘생각하던 것 이상으로 호구였어···’

내성밖으로 수행원과 함께 나온 중앙대신은 서둘러 호수 마을을 떠났다. 신속하고 빨랐으며 다른 귀족과 전혀 만나지도 않았다.

드낙은 떠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남부도 조져놔야지. 길게이에게 얼마나 해주는지가 쟁점이 될 것이다.’

동부를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외세 또한 죽여놔야했다. 드낙은 플래티넘 왕가가 제발 실수를 하길 원했다. 북부와의 논공행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시간만 끌고 있다는 것 또한 핏빛쥐로부터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길게이나 나나 똑같이 상을 주기 싫은건 마찬가지겠지.’

드낙은 역시 〈기어오르는 발바룽〉의 간악한 생각을 칭찬할 수밖에 없었다. 저 중앙 대신이 빨리 돌아가서 메시지 마법을 통해 북부의 논공행상에 개입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이 세계의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짓밟아야지 정신을 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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