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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553화 (552/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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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낙은 많이 달라진 대장쥐를 꼼꼼히 쳐다보았다. 대장쥐는 드낙의 노골적인 시선에 몸 둘 바를 모르며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고놈 참 토실토실하다!’

살찐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은 잘 없었다. 물론 그것만 변한 게 아니었다.

“뭔가 치렁치렁 많이도 걸쳤구나.”

그 말에 대장쥐가 손으로 툭 튀어나온 코를 문지르며 말했다.

“뜨낙! 고블린 주술이 담긴 것들입니다. 이것은 새끼쥐들의 척추와 갈비뼈로 엮어 만든 목걸이인데 제 기척과 냄새를 지울 수 있는 주술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

대장쥐는 신나게 떠들어대었다. 자신들이 이제 〈초월의 힘〉도 다루게 되었다는 모습을 어필했다. 물론 드낙에게는 하찮게 여겨졌다. 그는 홀로 〈광역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대마법사에 턱걸이한 마법사이기도 했다.

‘주술, 핏빛쥐들에게 잘 어울리지.’

물건의 크기에 따라서 담길 수 있는 초월의 힘은 한정되어있었고, 주술사가 아닌 자가 주술을 많이 부리려면 자연스럽게 온갖 것들을 착용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범용성의 마력〉이라도 금속이 아니면 담아지기 어려웠다.

그에 반해 주술은 형편이 좋았다.

그 덕에 대장쥐의 모습은 마치 옛날 원주민 대장의 모습 같았다.

혁대와는 다르게 마치 복대처럼 옆구리에 두른 털가죽에도 고블린의 손길이 보였는데, 독특한 형식이었다. 가죽의 사이사이에 칼집을 내고 그곳에 뭔가를 집어넣거나 새로운 것으로 엮어놓았다.

얼핏 보면 털가죽으로 된 코르셋처럼 보였다. 괴상한 문화였다.

대장쥐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이 철기시대(鐵器時代)에 들어선 것도 보여주었다.

“이건 크놀들이 만들어준 방어구들입니다.”

아무리 저급한 철이라도 일단 순철(純鐵)로 만든 뒤에 다시 한 번 철괴를 만들고 그다음에서야 방어구를 만드는 3단공법을 사용하는 크놀들의 방어구는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준수한 철제무구였다.

아무리 하품의 철광석으로도 일반적인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건 큰 재산이다.

“멋지다. 그리고 잘 지내서 보기 좋다.”

핏빛쥐들은 자신들에게 부족한 것을 적극적으로 다른 지하 종족에게서 얻고 있었다. 물론 그들은 종족적으로 결코 그럴 수 없는 종족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자신들의 부족함을 알아서가 아니다. 그렇다고 자신들의 포악함, 배타성을 굽혀서도 아니다. 그저 인간을 최대한 빠르게 뛰어넘고 싶어서였다.

그 연장선에는 당연히 드낙의 관심을 받는 인간에 대한 질투심이 있었다.

고블린을 비롯해서 크놀들과 함께하는 사회를 건설한 것은 핏빛쥐들이 드낙을 떠받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근황을 들으며 드낙은 감탄했다.

“고블린과 크놀들을 노예로 삼지 않고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인 건 정말 잘한 일이다! 인간은 결코 다른 종족과 하나 될 수 없는데···”

인간은 오크와 결코 하나 될 수 없었다. 그래서 드낙은 그것을 아주 대단하다고 여겼고, 그 모습은 대장쥐의 가슴을 떨리게 하였다. 큰 자부심을 느꼈다.

‘사이다를 마시는 것 같네. 난 항상 삐걱거리며 걸어왔지만, 얘들은 거침없이 달리고 있다.’

핏빛쥐들의 성장을 보면 승승장구하고 있어서 사이다를 벌컥벌컥 마시는 기분이었다. 기분이 좋았다. 마치 불알친구나 손자가 성공한 것처럼 여겨졌다.

“어떻게 그들을 규합했지?”

궁금증도 일어났다.

“다 창조주를 믿기 때문입니다. 저희의 신앙을 따르고 있어서 핏빛쥐들도 그들을 좋아하고 있습니다.”

종교를 통해서 규합했다고 대장쥐가 말하였다.

거짓이다.

고블린과 크놀들은 자신들의 보호자가 필요했고, 무엇보다 핏빛쥐들의 으뜸인 대장쥐의 카리스마에 깊게 존경심을 가지고 있어서 핏빛쥐들과 함께하기로 했을 뿐이었다.

“우리의 신이시여! 오크들에게서 약탈한 것을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하나도 빠짐없이 모아놨습니다.”

근황 이야기에서 약탈한 오크 보급품에 대한 것도 빠지지 않았다.

“오직 너희를 위해서 사용해라. 들킬 수도 있으니.”

드낙은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예? 하지만 너무 많습니다. 부디 원하시는 데에 사용해주십시오! 그것이 우리들의 마음입니다.”

그 말에도 드낙은 그저 손을 휘휘 저을 뿐이었다.

그는 핏빛쥐들이 쟁취한 것을 강탈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오크 약탈품은 오직 그들만의 것이었고, 그 사용에서도 그들이 주체가 되어야 했다.

‘강도도 아니고.’

그저 자신을 믿는다고 내놓으라고 할 수 없었다. 드낙은 대장쥐에게 호감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나 자신에게 호감을 넘어 존경하고 있는 이를 뜯어먹는다? 상황이 정말 힘든 게 아니라면 하고 싶지 않았다.

대장쥐가 또 간곡하게 말할 것 같자 드낙은 빠르게 주제를 돌렸다.

“오각수가 되었네? 공룡처럼 뿔이 나있고.”

“감사합니다.”

대장쥐의 뿔은 5개나 있었다. 즉, 오각수가 되어있었다. 드낙은 그것을 순수하게 축하해주었다.

그의 모습은 한낱 거대쥐에 불과했지만, 확실히 뿔의 힘으로 독특한 모습을 풍기고 있었다.

어둠의 그림자가 내려앉아 있는 게 가장 시각적으로 눈에 들어왔다.

“어떤 능력을 갖추게 되었지?”

대장쥐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빠짐없이 말했다.

첫 번째 뿔은 핏빛쥐의 시작을 알린 뿔이었다. 그 능력은 〈지성〉을 부여했다.

두 번째 뿔이 지닌 능력은 〈어둠의 그림자〉였다. 어둠 속에서 잘 숨을 수 있고, 작지만 어둠을 확장할 수 있었다.

셋 번째 뿔이 지닌 능력은 〈도돌 근육점〉이었다. 점으로 이루어진 근섬유가 전신에 있었고, 신체능력이 강화된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뿔이 주는 〈초월의 힘〉은 그렇게 기괴한 모습으로 대장쥐의 신체를 강화시켰다.

네 번째 뿔이 지닌 능력은 〈튀어나온 뒷머리혹〉이었다. 생각하는 뇌세포가 가득 담겨 있었다. 제2의 대뇌라고 해도 무방했다.

마지막 뿔이 지닌 능력은 〈새싹털〉이었다. 충격을 받으면 털끝에 살짝 갈라진 것이 퍼지면서 납작해졌다. 충격 방어에 효과적인 털이었다.

‘하나같이 특이하네.’

동시에 뭔가 나사가 하나씩 빠져있는 능력들이었다. 가장 좋은 것은 어둠 그림자 하나뿐이고, 오돌토돌한 근육점들이 신체강화가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이었다.

“어···그래. 앞으로 계속 증진해라.”

“뜨낙!”

대장쥐가 흡족하게 웃으며 드낙의 이름을 외치며 그를 경배했다.

마지막으로 드낙이 헛기침하며 분위기를 잡았다. 칭찬을 하면서 분위기가 많이 들떠있었다.

“크흠···그리고.”

드낙이 분위기를 잡자 대장쥐의 고개가 절로 숙였다. 그가 분위기를 잡았고, 거기에 리액션을 취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더욱 강해진 드낙의 존재감이 핏빛쥐의 날카로운 감각에 잡혔다.

인간에게 녹여들 수 있도록 개량된 오크의 능력이 뒤섞인 드낙이 풍기는 존재감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가벼운 제스쳐에도 존재감이 묻어져 나올 정도로 존재 자체가 변화된 지 오래였다.

“남부에 망조가 든 것처럼 만들어야 한다.”

음흉하기 짝이 없는 음모가 드낙의 입으로 뱉어졌다. 지하 세계에서 크고 작은 전쟁을 여럿 치른 대장쥐는 드낙의 말을 단번에 알아들었다.

“뜨낙!”

그가 드낙을 경배하며 고개를 들며 상세하게 고하였다. 오늘은 자신을 위한 날이 틀림없었다. 대장쥐는 드낙의 눈에 들기 위해서 더욱 발악했다.

“나무를 하러 온 나무꾼이 장작을 많이 가져가는 일은 보기 드물게 될 것입니다.”

“약초와 열매를 찾는 자는 바구니의 절반을 채우기도 힘들겠지만, 그 정도는 채우게 될 것입니다.”

어느 정도 사정을 봐주면서도 지하에서 약탈을 자행하는 일! 그 뉘앙스를 강하게 풍기는 대장쥐의 말에 드낙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씨앗을 심더라도 썩 싹이 잘 트지 않게 되겠지만,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것입니다. 노련한 농부도 그저 하늘 탓을 하는 정도에 그치게 될 겁니다.”

사람의 눈이 많고, 노련한 자가 일을 하는 곳에서는 핏빛쥐들 또한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했다.

“부자는 종종 자신의 재물이 도난당한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는 남부 왕국에 큰 사건으로 번질 것입니다.”

부자들을 등쳐먹는데 온 힘을 다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그저 드낙에게 한 가지 명령만 들었음에도 대장쥐는 순식간에 자신이 생각하고, 드낙이 원하는 그림을 그려냈다.

인간들에게서 정보를 얼마나 많이 얻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면모였다.

“좋다. 좋아!”

드낙은 대장쥐의 말을 듣고 크게 칭찬했다. 그리고 그를 돌려보냈다.

‘남부는 결코 전쟁을 벌여서는 안 된다. 그들은 자신들의 내실을 다지는 데 오랜 시간을 써야 한다.’

인간을 죽이는 게 아니다. 교역을 통해서 남부의 경제는 다시 한 번 껑충 뛰어오를 터다. 하지만 그 수준은 오우거에게 공물을 보내면서 전쟁을 수행할 정도는 되지 않을 것이다.

부자를 확실하게 뜯어먹는 이유도 그러했다. 재물이 한 사람, 한 세력에게 집중되는 걸 막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찍찍!

바닥에 뚫어진 구멍이 순식간에 메워졌다.

대장쥐는 서둘러 아래로 향하며 속닥거리며 사방팔방으로 이 소식을 전했다.

‘인간의 시대는 서서히 몰락할 것이다.’

대장쥐에게 있어서 지금은 엘프의 시대가 아니었다. 인간의 시대였는데, 그건 드낙이 인간을 신경을 써주고 있어서였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점점 줄어들 것이다.

‘우리의 창조주의 곁에는 우리가 서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햇빛에 노출되는 인간은 그저 방패막이일 뿐이다. 핏빛쥐들은 어둠과 땅밑에서 그분을 항상 보좌하게 될 것이고, 어려울 때 그분은 인간보다 핏빛쥐들을 먼저 찾게 하는 것이 대장쥐와 핏빛쥐들의 목표였다.

그 목표는 〈정보〉를 통해서 길이 뚫려있었고, 계속 앞으로 달려갈 수 있어 보였다.

‘이제 다른 것에도 손을 댈 때가 왔지.’

〈자원〉이 새롭게 뚫어야 할 두 번째 길이었다. 그다음은 〈무력〉이나 〈초월의 힘〉이 될 수 있었다. 고블린들의 주술은 마법과는 다르게 큰 자본 없이도 해볼 만한 사업이었다.

돌과 나무에 깃들기를 좋아하는 것이 주술이었다.

〈자연의 주력〉의 성질은 핏빛쥐들에게 좋으면 좋았지 단점이 될 수 없었다.

“지금, 무뭐라고 하셨소?”

무리에서 떨어져 나간 오크들을 희희낙락하며 그 수급을 챙겨와 선물을 풀 생각에 들뜬 채로 〈쌍둥이 성채〉에 도착한 야수기사, 그라돈 토치라이트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소식을 접해서였다.

“불파겐 자작은 북부와 연을 끊었소. 그는 많은 것을 포기할 정도로 북부에 정이 떨어져 버렸소. 모든 것이 끝나버렸지.”

드낙이 이번에 포기한 것은 엄청난 전공들이었다. 이를 통하면 북부를 크게 압박하고, 저당잡을 수 있었지만 깔끔하게 포기하며 아예 북부와 인연을 끊어버렸다.

그 상대적 가치는 북부를 매일 같이 괴롭히고 두려움에 빠져들게 하였다.

10억을 그냥 휴짓조각처럼 던져버리고 다시는 얼굴을 보지 말자고 말한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서민들은 그런 경우가 없고 있다면 쌍수를 들고 덩실덩실 춤을 추며 인생을 노래했겠지만, 귀족들은 아니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그 새를 못 참고 대체 일을 이 지경으로 어찌이이!!!”

그라돈이 화를 냈다. 하지만 말을 전한 몽펠리에의 시종에게 화를 내봤자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당장 자작을 쫓아가야 합니다. 저희는 죄가 없지 않습니까?”

그 말에 야수 기사가 벌떡 일어났다. 확실히 자신들은 일반적인 북부와 상황이 달랐다.

첫째로는 백설산맥과 제국을 막는 영지로서 가치가 있었다. 그러므로 불파겐은 토치라이트를 버릴 수가 없었다.

‘실제로도 드낙 자작은 토치라이트를 먼저 도와주지 않았나?’

그럴듯한 근거였다.

둘째로는 드낙에게 누구보다 먼저 사죄를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일각수의 고기 강매 사건을 드낙이 계속 치사하고 유치하게 걸고넘어졌기 때문이다.

‘북부와는 노선 자체가 다르지.’

먼저 굽히면서 관계를 크게 무너뜨리지 않았다. 작은 실수에도 사과했고, 외척으로 수작질도 하지 않았기에 똥 묻은 다른 가문들보다는 겨만 묻었으니 개선의 가능성이 컸다.

셋째로는 불파겐 영지의 계획을 빠짐없이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서둘러 가야겠다!”

그라돈이 서둘러 드낙을 쫓으러 성문 밖을 나서려고 했지만 이내 다른 곳을 들러야 했다.

“길게이 왕자에게 들러서 논공행상에 나 대신 힘을 써달라고 해야겠다.”

당사자 없는 논공행상이 어찌 될지는 눈을 감아도 알 수 있었다. 토치라이트 가문은 자신들이 가장 원하지 않는 것을 얻을 공산이 컸다.

하기 싫은 일을 이 자리에 없는 사람에게 떠넘기는 것과 같았다.

“이거 토치라이트 가문의 고위 기사 야수 기사가 아닌가!!!”

길게이가 크게 그라돈을 환영했다. 그에게 있어서 토치라이트 가문은 반드시 자신과 깊은 관계로 만들어야 하는 가문이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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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화요일은 휴재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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