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544화 (543/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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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찍.

핏빛쥐가 킁킁거리며 빠르게 움직였다. 쌍둥이 성채의 〈마법 첨탑〉이 무너지고 핏빛쥐들은 자연스럽게 내성에 자리를 폈다.

벽을 뚫고, 굴을 만들어서 방 곳곳에 작은 구멍을 뚫고 귀를 기울였다.

지하 세계를 지배하며 활발한 정복전쟁을 벌이며 중소 고블린 부락을 흡수했기에 주술에도 눈을 뜬 것이 핏빛쥐들이다. 그덕에 마법 첨탑이 무너지면서 생긴 마법의 공란을 효과적으로 포착했고, 빠르게 들어올 수 있었다.

‘역시 인간은 간악하다.’

서로 머리가 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꼴사나운 것이 아니었다. 자신보다 강한 자를 따르지 않고 어떻게든 방해하려는 모습이 꼴사나웠다.

그것은 흡사 〈뿔 없는 핏빛쥐〉같았다. 인간의 개짓거리에 본능적으로 적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쌓은 문화와 정면에서 충돌하고 있어서였다.

작고 귀여운 새를 끔찍한 방식으로 요리해서 먹어도 개고기를 먹는 것은 용납 못 하는 것처럼 문화의 충돌은 이성적이지 못하고 감성적일 수밖에 없었다.

샤샤샥!

정오가 지난 늦은 밤, 핏빛쥐는 드낙이 있는 방에 도착했고, 드낙은 마치 기다린 것처럼 침대에서 일어났다.

전과는 다르게 드낙은 이제 잘 때 전신갑주를 입지 않았다. 〈마법〉이 있었기에 침입을 대비할 수 있었고, 오크의 기감 때문에 접근한다면 능히 알아차리고 일어날 수 있었다.

‘역시 오크의 힘은 정말 최고야.’

트롤은 덩치만 크고 피의 재생력에 너무 기대었기에 인간의 형태를 지닌 드낙에게 많은 것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오크는 달랐다. 인간인 드낙이 주워 먹을게 많은 종족이었다.

“뜨낙! 우리들의 신을 뵙습니다.”

“그래. 다른 핏빛쥐들이 올 때까지 편하게 쉬어.”

드낙은 인사를 받아주었다. 핏빛쥐는 마치 대장쥐처럼 덩치가 크게 보이도록 고개를 빳빳이 들고 등을 활처럼 뒤로 기울었다.

핏빛쥐들이 섬기는 것은 드낙이지만, 핏빛쥐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대장쥐였다.

그의 앞에 선 핏빛쥐는 점점 많아지더니 이내 7마리로 늘어났다. 그제야 드낙이 입을 열었다.

“말해봐.”

“예.”

핏빛쥐 첩자들은 들은 것을 모두 털어놓았다.

“몽펠리에와 파이룬이 뒤통수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몽펠리에와 파이룬의 개짓거리 그리고 팬크리스가 그것을 수긍했다는 것까지 빠짐없이 말했다. 핏빛쥐들의 입장에서 인간들을 깎아내리는 것은 가장 큰 우선순위였다.

“찍찍. 놈들은 북부의 다른 가문은 물론이고 킹슬레이를 이용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숨길 필요가 전혀 없었다.

“사악합니다! 사악해도 이 정도로 사악할 수 없습니다! 찍찍.”

오히려 이런 기회를 쌓고 쌓아서 드낙이 인간을 버리게 하고 싶은 것이 핏빛쥐들의 본심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핏빛쥐들이 지상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있는건 아니었다.

그들은 지하종족이었고, 지하의 환경이 지상보다 더 좋다고 여기고 있었다.

햇빛을 꿈꾸는 죄수는 햇빛에서 살았고, 그것을 빼앗겼기에 갈구하는 것이다. 핏빛쥐들은 햇빛을 갈구하고, 지상에서 살기를 원하는 종족은 아니었다. 다만, 드낙의 관심이 인간에서 벗어나기를 원할 뿐이다.

“개새끼들이··· 진정 미쳤구나.”

드낙은 활화산과도 같은 분노를 참으려고 노력했다. 제국 전신갑주 사건 때도 한 번 눈을 감아주었던 드낙이었다. 무력충돌이 있었지만, 대가를 받고 넘어가 주었다.

불파겐은 풍족해졌지만, 한 번 눌렀던 놈들이 다시 머리를 뻗대는 모습을 보여줬다. 화를 참기가 힘들었다.

부들부들.

몸이 절로 떨렸다. 그의 노기에 핏빛쥐들이 냉큼 고개를 숙이고 앞발로 땅을 짚으며 몸을 낮추었다.

‘당장 다 죽여버려?’

거칠기 짝이 없는 생각을 가졌다. 그만큼 북부는 큰 피해를 입은 상태였다. 지워버려도 괜찮을 수준이었다. 그리고 드낙은 그럴만한 힘이 있었다.

벌떡.

일어난 드낙이 전신갑주를 입고, 검을 뽑아들었다.

서슬 퍼런 검날이 창문을 통해서 달빛을 받으며 새파랗게 물들었다.

방문의 문고리를 잡은 드낙은 한숨을 한 번 내쉬더니 이내 검을 검집에 다시 넣고, 전신갑주를 천천히 벗었다. 멈칫거리기도 했다.

전신갑주를 벗다 말고 물을 한 잔 단번에 마시기도 했다.

분을 삭이는 모습에 핏빛쥐 첩자들이 너도나도 한 마디씩 거들었다.

“간악하기 짝이 없는 인간들입니다.”

“은혜를 베풀고, 전쟁을 승리로 가게 하였는데 하는 꼬락서니를 보십시오. 나중에 반드시 해를 끼칠 것입니다.”

“피를 묻혀서 단단히 경고도 하지 않으셨습니까? 이제는 그보다 더한 처우를 내려야 합니다.”

그런 말에도 드낙은 장비를 벗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모두 벗고 다시 침대에 걸쳐 앉았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크흐음···”

드낙은 코로 깊게 숨을 내뱉었고, 최대한 이성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정리하려고 애를 썼다.

‘안 들키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이번에도.’

전과 똑같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정보의 차단에 힘을 쓰고, 팬크리스와도 구두로 일을 진행했다. 추궁하면 나몰라라 할 것이다.

제국 전신갑주 사건과는 다르게 증거가 없는 것이다.

‘과정은 비슷했지만 다른 점이 있다.’

그렇기에 함부로 검을 뽑을 수가 없었다. 남부는 몰라도 적어도 북부는 명분이 상당히 중요했다. 만들어서라도 명분을 세워야 했다. 혹은 진흙탕으로 만들던가.

그런 구질구질한 짓거리를 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많이 필요했고, 북부에 퍼진 드낙의 영향력은 적었다.

‘피를 뿌리는 군주를 누가 섬기겠냐, 이 말이다.’

항우나 여포가 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죄를 물어도 끼리끼리는 서로 덮어주는 법이었다. 설사 적이라도 귀족이면 대우를 해줘야 다음에 자신이 잡히면 대우를 받는 법이다.

귀족이라는 사회계급은 그러한 것이다. 북부가 남부를 적대하는 이유도 그 불문율을 백금 왕가가 분질렀기 때문이고, 길게이에게 남부의 몰락한 귀족들이 너도나도 달려와서 도움을 주는 이유도 드낙에게 그러한 것을 원하고 있어서였다.

불파겐 자작은 친북성향이기 때문이다. 귀족을 대우할 줄 알았으며, 세금을 매겨도 자원에 대한 확고한 지배권을 주고 있었다.

그것을 역으로 가른다? 나무는 보고 숲은 모르는 자가 할 짓이었다.

일관성이 없게 되는 것이다.

‘감정적으로 움직이면 안 된다. 나는 일관성을 유지해야 해.’

그것을 잃게 된다면 과거의 망령이 된 불파겐의 악명이 진실이라며 악소문이 퍼질 것이다. 믿을만한 상대가 되지 않는다면 경제적으로도 성장하기 힘들다.

그 스노우볼은 나중에 제국이 내려올 때, 터질 것이다.

〈드래곤 오크 라이더〉가 제국의 방파제가 되어야 한다고 중립신이 호언장담했기에 그것을 가정하고 판단을 내려야 했다.

지끈.

드낙은 머리가 아파옴을 느꼈다. 조금 눈을 돌렸고, 핏빛쥐들이 보였다.

“너희들은 돌아가서 쉬어라.”

“뜨낙!”

핏빛쥐들이 너도나도 벽을 타고 흩어져서 사라졌다. 그늘져서 어둠으로 가득 찬 곳에 뚫린 구멍으로 쏙쏙 들어가고 그것을 다시 천이나 양탄자를 덧씌운 나무판으로 덮으며 마무리를 했다.

그 모습을 보며 드낙은 천천히 물을 마셨다.

‘죽여서 되는 게 아니다. 무력을 보여준다고 옳은 방법이 아니야. 이미 충분히 보여줬고, 오히려 힘 때문에 그들이 따로 야합을 하는 것이다.’

힘으로는 결코 그들을 와해시킬 수 없었다. 오히려 그들이 합치는 이유는 드낙이 강해서였다.

힘만 세다고 세상을 가진 놈은 적다. 세상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현실에 드래곤 나이트가 나타난다고 해서 그 지배를 넙죽 받아들일 놈들이 80억 중에 몇이나 될까.

‘다 알고 있다고 말해도 그것을 후벼 파려고 하겠지.’

정보력으로 압박하는 것도 좋은 선택지는 아니었다. 그 정보가 어디서 나오는지 이를 악물고 파헤치려고 할 것이다. 그러다가 핏빛쥐의 존재가 들킨다면?

인간은 드낙을 섬기지 않을 것이다.

흑마법사처럼 여길 수 있었고, 만인(萬人)이 궐기하여 마왕을 몰아낼 터였다.

‘똑같이 정치로 받아쳐야 하는데···’

귀찮고,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반드시 이번에 보여줘야 했다. 한 번 이겨놓으면 다시는 그럴 마음을 먹지 않을 수 있었다. 자신하는 분야에서 쥐어박히기 때문이다.

‘굵직한 킹슬레이를 내 편으로 만드는 게 가장 쉽겠지.’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낼 때, 할아버지가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감나무가 절로 생각이 났다. 그런 감나무가 골골거릴 때, 나무로 만든 사다리를 타고 곁가지를 치던 할아버지에게 할머니가 혀를 찼다.

“곁가지를 치면 뭐해! 나무가 병들고 베어지면 아무 소용이 없어! 뿌리가 썩었는지, 벌레가 붙어있는지부터 봐!”

나무껍질을 들추자 애벌레가 그렇게나 많았다고 말씀해주셨다.

‘그것과 다를 바 없다.’

이번 일에서 중헌 것은 킹슬레이의 입김이다. 그걸 잡아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결단을 내리고도 딴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냥 경쟁 구도로 만들어서 북부 7가문도 와해시켜 버릴까?’

합격률이 100:1이면 너도나도 서로 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현대의 경쟁을 보여준다면 그 광경은 실로 볼만할 것이다.

‘세 가문 내지는 다섯 가문만 받아준다고 한다면?’

서로 경쟁하게 되는 꼴이니 그중에서 드낙에게 몽펠리에와 파이룬의 생각을 말하는 영주도 있을 것이다.

‘팬크리스 영주도 괘씸하고.’

그렇게 용감해 보였던 자가 딴마음을 품는데 고개를 끄덕였다. 배신감이 컸다.

팔랑팔랑.

‘아냐! 참는 게 더 좋을 수 있어.’

북부 7가문을 그렇게 와해시킨다면, 몽펠리에와 파이룬이 킹슬레이를 영입하는데 더욱 준비할 수 있었다. 또 와해가 안 될 수도 있었다.

드낙의 무서움을 알고도 그런 짓거리를 하는 놈들이다. 딱 잡아뗄 수 있었고, 오히려 북부에 7가문이 남아서 다른 짓을 벌일 수도 있었다.

‘방심유도를 위해서 그냥 놔두는 게 나을 수 있어.’

그는 결국 잠을 자지 못하고 날을 새버렸다. 그만큼 큰 고민거리였다.

깽판 한 번 치면 꼬리를 축 내리는 심약한 놈들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당장 아크온만해도 미완성 마법 아이템을 끼고 와이번에게 덤볐다. 그 용기는 언제든지 드낙에게 향할 수 있었다.

‘더는 남부 왕국의 인간들이 몰락하면 안 돼. 발전하고 성장해야 해.’

드낙은 그것이 무섭지는 않았다. 하지만 곧 다가올 제국이 무서웠다. 중립신의 보증까지 있는 상황에 또 인간끼리 싸운다? 결코 할 수 없었다.

자신을 지킬 세력을 키워야만 했다.

차례차례 떠돌아다니던 북부 7가문이 〈쌍둥이 성채〉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피난민은 흩어졌고, 병사들도 보급을 감당하지 못해 삼삼오오로 흩어놓았기에 그들의 숫자는 극히 적었다.

“오늘을 위해서 저녁 만찬을 크게 준비할 생각이오. 불파겐 자작께서는 반드시 참석해주시길 바라오.”

게실리안 지휘관부터 팬크리스와 다른 가문까지 드낙을 직접 찾아와서 신신당부했다. 드낙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들이 차례차례 드낙을 방문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다른 이들은 서로 서신을 보내고, 시종을 통해서 이야기를 교환하며 밑작업에 들어갔다.

〈멜마론(Melmaron)〉 영지의 영주는 간사하게 생긴 자였다. 실제로 그는 이번 전쟁에서 제대로 된 전공 하나 없었다. 도망치면서 역량을 보존하기 급급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렇게 했기에 아크온 몽펠리에로부터 가장 먼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흐흐흐. 이거 명문가에서 나를 이렇듯 먼저 찾아와주니, 가문의 영광이오.”

“크흠!”

몽펠리에의 기사는 헛기침을 하며 진지한 표정을 내비쳤다. 그 모습에 멜마론 영주도 입가의 웃음기를 지웠다.

“오크들의 숫자는 여전히 많고, 북부의 땅 절반은 놈들에게 빼앗긴 채로 전쟁은 끝날 것이오. 그렇기에···”

겨울에 군대를 동원할 미친 짓은 힘들었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겨울은 오크에게도 혹독하기 때문이다. 서로 공평하게 먹기만 한다면 인간이 이길 수도 있었다.

몽펠리에의 기사와 멜마론 영주는 이야기를 빠르게 진행했다. 서로 다 아는 것들을 한 번 확인하고 나서 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잃어버린 북부를 다시 손에 넣으려면 협력을 해야 하지 않겠소?”

“흐흐. 당연한 소리를 굳이 왜 말하시오? 우리는 같은 북부 귀족이며 메디오인이 아닌가!”

멜마론 영주는 그렇게 몽펠리에를 따른다고 소리치며 동시에 이득을 탐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그 모순이 바로 귀족다움이었다.

“동부에서 힘을 기를 수 있게 최대한 도와주시오. 킹슬레이를 이참에 북부의 왕으로 만든다면 남부는 감히 채찍을 휘두르지 못할 것이오. 오히려 북부가 불파겐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니 당근을 내릴 것이 분명하오.”

막다른 길에서 할 법한 짓을 했으니, 주춤할 것이다.

“동시에 불파겐에게는 남부를 압박하는 모습으로 내비칠 수 있소. 세금을 남부에게 내지 않기 때문이오.”

동시에 백금 왕가의 상황도 썩 좋아 보이지는 않기 때문에 이참에 아예 세금을 끊어버린다고 불파겐에게 자신들이 이만큼 불파겐을 위한다고 말할 수 있었다.

“동부로 자리를 잡으면 동부의 자원을 북부로 흘러가게 만들어주시오. 그렇게 해준다면 몽펠리에와 파이룬 그리고 킹슬레이도 불파겐으로 받은 영토를 살찌우는데 도움을 주겠소.”

“서로 상생하자는 것인데, 내가 왜 거부를 하겠소?”

계약서는 찍어주지 않고, 확답만을 듣고 몽펠리에 기사는 물러갔다. 그가 물러가자 멜마론 영주는 술을 입에 머금고 혀를 굴렸다.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다.’

몽펠리에와 파이룬이 암약했다면 자신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그것을 받쳐주고 이득을 취함이 옳았다.

‘아군이 많으면 무조건 이득이지.’

동부건 몽펠리에건 어디서든 지원을 받아서 자신의 가문이 빨리 자리를 잡아야 했다. 5년 뒤에 어찌 되건 알 바 아녔다. 그때는 또 그때 생각하고 판단을 내리면 그만이다.

실로 박쥐 같은 생각이었지만, 구두로 진행했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판단을 이미 내리고 있었다.

‘북부와 불파겐이 싸우게 되면 불파겐의 편에 서는 게 좋지.’

드낙이 꾸준히 보여준 귀족을 대우하고 양보하는 모습이 서서히 그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었다.

‘구질구질한 북부의 영토는 수복해야 할 땅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부의 땅을 포기하는 것도 우습다.’

조상의 묘를 다시 가져와서 안전한 동부에 이장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묘비건, 흙이건, 선조를 기리던 곳의 울타리 하나 남김없이 가져오고 싶을 지경이었다.

오크와 국경선을 마주하며 살아온 가문의 역사는 오직 피비린내만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불파겐이 어떤 이득을 나에게 줄지 벌써 기대되는데.’

팬크리스 영주의 말을 들어보면 결코 가벼운 보상이 아니었다. 아무리 못해도 영지라고 불릴만한 땅을 얻을 것이다.

꿀꺽.

술을 목으로 넘기며 멜마론 영주가 히죽 웃었다.

왜 박쥐 짓을 하는 인간들이 있는지는 명백했다. 양쪽의 이득을 모두 취할 수 있어서였다. 그것은 영토를 잃은 가문의 입장에서는 꿀이 가득 든 단지나 다름없었다.

========== 작품 후기 ==========

6971자

평점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끊고 싶었는데 그게 안 되네요. 절단마공 과외를 받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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