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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537화 (536/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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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낙의 신체능력은 평범한 인간을 아득하게 뛰어넘었지만, 도망치면서 그것을 도네투스에게 보여주지는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지.’

난전이 벌어지는 이 전투 환경에서는 충분히 느린 속도로도 도네투스에게서 적당히 도망칠 수 있었다. 그에게서 완전히 도망치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빈틈을 만들고 찌를 수 있으면 그만이다.’

자연스럽게 드낙의 기습은 완벽하게 성공했다. 오히려 드낙이 스스로 아쉬움을 가질 정도로 도네투스는 허망하게 일격을 허용했다.

도망치는 놈이 기습할 수 있다는 건 당연히 생각하고 있더라도 드낙의 인간 같지 않은 신체능력은 몰랐다.

서걱!

단번에 도네투스의 발목을 베고, 롱소드가 휘어서 힘줄을 건드렸고, 이내 베어지는 느낌이 났다.

‘깊다. 하지만 완전히 근육을 잘라내지는 못했어.’

힘줄을 벤 느낌이 났지만, 워낙 굵어서 완전히 끊어내지는 못했다. 터프한 오크를 생각한다면, 아쉬움이 절로 생겨났다. 더 적극적으로 목숨줄을 내놓았다면? 발을 뼈째로 박살 낼 수 있었다.

‘검이 휘다니!’

도네투스가 깜짝 놀랐다.

퓨슈욱!

그의 발에서 난 피가 오크의 체중에 걸맞게 제법 멀리까지 뻗어 나가며 땅에 흩뿌려졌다.

드낙은 넘어질 것처럼 체중을 가득 실어서 내려치기를 한 상태였는데, 곧바로 자세를 되잡기 위해 움직임을 이어나갔다.

팽글!

강한 힘으로 그대로 공중제비를 돌며 좌에서 우로 몸이 돌아갔다. 동시에 흉악한 소리가 귓가로 들려왔다.

‘도끼!’

휘리리릭!

드낙의 시야로 투척 도끼가 쏘아지는 것이 보였다. 도망만 쳤기에 〈킬 더 배틀〉의 효과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동시에 드낙이 피할 수 없는 속력을 지니고 있었다.

도네투스가 전력을 다해서 몸에 부담감을 얻더라도 한 방을 되갚았다.

‘보통 인간이 아니다! 전력을 다해야 한다.’

히드라의 타투!

강력한 힘을 부여하는 히드라 세 마리의 마리가 왼팔에 몰려서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왼팔의 핏줄이 하나 터지며 봇물 번지듯이 피멍이 들 정도로 과도하게 힘을 사용했다.

물 흐르듯이 이 과정은 이어졌다.

경악하는 것과는 다르게 도네투스의 몸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오른발이 당했기에 자연스럽게 투척을 생각하게 된 것이고, 왼쪽의 균형이 탄탄하기 때문은 말할 것도 없었다. 다른 말로는 오른발에 체중을 실을 수가 없으므로 왼발에 힘을 주는 공격 수단을 펼쳤다.

오른손에 쥔 큰 도끼를 휘두를 수 없었기에 강제된 선택이었다. 하지만 강제되었다고 해도 도네투스의 판단은 실로 날카로웠고, 거침없었다.

남들은 곧 죽거나 위급한 상황에서도 왼쪽? 오른쪽? 이라는 갈등을 겪었겠지만 도네투스는 아니었다. 그는 타고난 전사였다.

본능적으로 좋은 선택을 따라가고, 선택할 줄 알았다.

드낙이 앓는 소리를 냈다.

“웃!”

아슬하게 롱소드가 도끼날을 건드렸다. 그게 고작이었다.

히드라의 타투가 지닌 힘이 내재한 투척 도끼의 속력은 인간의 시력으로는 대처 불가능했다. 그것을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드낙의 실력이 좋다고 할 수 있었다. 노력한 보람이 있었다. 허나, 그 뒤로 운이 따라주지는 못했다.

퍼걱!

드낙의 왼발에 그대로 가장 큰 크기의 투척 도끼(大)가 박혔다.

상대가 공격에 성공했을 때야말로 가장 방심한 순간이었기에 도네투스가 승부를 띄웠고, 성공했다.

“끄윽!”

드낙의 눈이 크게 떠졌다. 강렬한 고통이 뇌를 흔들었다. 그것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전초극의 오른팔〉로 방어가 되지 않은 것이 컸다.

‘뭔가가 방해하고 있다.’

겁이 절로 났고, 기세가 푹 꺾였다.

그는 왼발을 질질 끌며 뒤로 물러났다. 그 속력은 느렸는데, 생각보다 투척 도끼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였다. 뒤로 가며 도끼를 뽑아냈다. 한 손으로도 뽑아낼 수 있었다.

“그아아아아아아!!!!!!”

도네투스가 이어서 범처럼 달려들었다. 하지만 몸이 왼쪽으로 치우쳐져 있었다. 오른발의 부상 때문이다.

‘괴물 같은 새끼.’

드낙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발의 힘줄이 제법 잘린 상태에서 도약하고, 달린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오크의 터프함은 비현실적이었다.

‘이 녀석, 방어할 생각이 전혀 없다!’

드낙이 이를 악물었다. 도네투스는 자신의 힘, 덩치를 믿고 공격일변도로 나왔으며 모든 것을 걸었다. 그런 도박수에 드낙은 올인을 외칠 수 없었다.

상대는 거대한 놈이었고, 자신의 체격은 작다.

도네투스를 훔쳐보며 그 힘이 자신을 뛰어넘은 것을 알고 있었기에 쉽게 판단할 수 있었다.

인간의 뼈대를 그대로 유지한 채 여러 가지 힘을 받은 드낙은 결국 그 한계가 뚜렷했다.

반면 도네투스는 그릇부터 오크라는 강력한 전투 종족의 그릇이었다. 거기에 히드라의 타투마저 있으니, 근접전에서의 능력치 비교에서 드낙은 밀릴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드낙은 욕심쟁이였다.

“이야아아아!!!”

서로 동등하게 패를 까고 승부를 짓기보다는 패를 숨기고 블러핑으로 꽁승하고 싶은 게 드낙이었다.

회피할 수 있다면 회피를 하고 싶었기에 결국 도네투스와는 다르게 승부수를 던지지 못했다. 고함만 괜히 지를 뿐이었다.

휙! 쾅!

철과 철이 부딪쳤다. 리치가 긴 도네투스의 도끼가 정확하게 오른쪽으로 몸을 날린 드낙의 왼팔에 박혔다. 강철과 함께 팔이 덜렁거리며 팔이 상단의 가드를 단단히하지 못하고 허벅지 밑으로 축 늘어졌다.

드낙의 피가 솟구쳐올랐다.

‘으윽!’

물론 드낙도 쉽게 당해주지는 않았다. 도네투스의 뱃가죽을 노렸다. 하지만 리치의 싸움은 절대적이다. 도네투스의 팔 길이는 압도적이었다.

‘제기랄!’

드낙이 휘두른 검이 도네투스에게 닿기 전에 도네투스가 드낙의 왼팔을 덜렁거리게 만들었다. 그 충격으로 롱소드의 궤도가 어긋났고, 옆구리를 긁고 지나가는 것에 그쳤다.

뱃가죽 대신에 털가죽이 잘려나가며 피와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

도네투스와 다르게 드낙은 욕심을 부린 대가로 팔이 덜렁거려야 했다. 피는 미친 듯이 쏟아져나왔다. 당장이라도 지혈을 해야 할 수준이었다.

“흐!”

도네투스가 그제야 여유를 부리듯이 콧소리를 냈다. 그럴 만했다.

‘끝났다.’

왼팔이 덜렁거릴 정도로 잘렸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고통으로 전투불능에 빠지고, 기어가는 게 고작이다. 기어가도 채 10걸음도 가지 못한 채 고통으로 머리가 새하얘질 것이다.

그렇기에 도네투스가 승세를 잡은 것처럼 콧소리를 낸 것이다. 인간은 절대 강하지 않다. 그들은 종족적으로 버러지나 다름없었다.

허나 드낙의 이어지는 모습에 오크 족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후우우우우욱!”

드낙이 숨을 길게 내뱉으면서 심호흡하며 검을 중단에 놓으며 등을 빳빳이 폈다. 검 끝이 파르르 떨려왔음에도 자신이 건재함을 상대에게 알렸다. 그와는 다르게 고통으로 인한 땀이 턱밑에서 주륵 떨어져 내렸다.

‘이미 끝났음을 모르지 않을 텐데, 그 투지는 높이 살만하다.’

도네투스는 순수하게 드낙을 칭찬하고, 감탄했다.

팔이 덜렁거린다는 것은 신체 균형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인간은 사지가 멀쩡해야 제대로 걸을 수 있다. 외팔이 된 인간은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 멀쩡히 두 다리가 있어도 팔 하나 없는 것만으로도 걷는 것조차 어려워진다.

지난 세월 동안 살아가며 얻은 균형 감각이 송두리째 쓸모가 없어지고 교정에 들어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부질없다.’

이미 승부는 결정지어졌다.

20년 이상의 균형감각을 1초. 1분 만에 제대로 교정하는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도네투스는 싸움을 오래 끌고 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다치지 않은 왼발로 땅을 박차며 드낙에게 달려들었다. 뒷걸음질 치고 있는 드낙은 그저 자존심 때문에 장렬한 죽음을 기다리는 전사로 보일 뿐이었다.

덤비는 도네투스에게 드낙이 동물의 뼈로 만든 목걸이를 뜯어내며 소리쳤다.

“〈화염 그물(Flame net)〉!”

동물의 뼈가 지닌 내구도가 그대로 박살이 나며 가루로 변하며 마법을 토해냈다. 이글거리는 화염으로 만들어진 그물이 달려드는 도네투스를 덮쳤다.

“어디서 잡기술을! 소용없다!”

검은 연기가 단번에 피어올라 왔지만 도네투스는 무식하게 그걸 그대로 맞으며 드낙에게 도달했다. 조잡한 마법 장비라서 지속시간은 2초도 되지 않았다.

‘걸렸다.’

그것만으로도 족했다. 도네투스가 진짜 끝장을 보려고 한 것을 드낙이 확인한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 적극성을 확인한 것은 드낙에게 매우 중요했다.

‘비전.’

왼팔이 덜렁거린 상황에서도 드낙은 이 상황을 이용했다.

빌빌거리며 왼발을 질질 끌며 뒤로 간 이유는 명확했다. 자신의 어금니를 숨기기 위해서였다.

인간이 오크를 이기는 일은 어렵다. 하지만 결코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서로 합을 딱 맞춘 것처럼 승리자와 패배자가 나뉘는 연극처럼 상황을 완벽하게 제어 할 수 있다면? 전투 상황, 그 자체를 예언한 것처럼 만들 수 있다면?

승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치 영화 속의 싸움처럼, 서로 합을 맞춘 것처럼.

절묘하게 승리의 그림을 그려낸다. 구경하는 자들은 죽어가는 놈이 뒷돈을 먹은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게 비전이라는 놈이었다. 또 그렇게 할 수 있어야 고수 소리를 듣는다.

〈린케 루크붸르츠 렉흐츠 보르바르츠(Linke ruckwarts Rechts Vorwarts, 왼쪽은 뒤로 오른쪽은 앞으로)〉

기만술과 같은 비전이다.

페이크를 통해서 상대의 허를 찌르지만, 드낙은 부상까지 입었으니 연막을 제대로 쳤다. 물론 남들은 할 수 없는 연막이었다. 평범한 놈이라면 왼팔이 덜렁거리는 것만으로도 전투력이 급감하기 때문이다.

드낙에게는 트롤의 재생능력도 있었고, 신성력도 있었다.

왼발을 뒤로 물렸다. 동시에 상체를 틀어 왼쪽 어깨가 뒤로 가도록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회복되고 있는 왼팔의 모습이 드낙의 몸을 통해서 가려졌다.

“아얄타!”

도네투스의 도끼가 흉악한 소리와 함께 드낙에게 도착했다. 드낙이 상체를 숙이며 오른발을 앞으로 나아가며 회피했다. 단번에 몸이 오른쪽으로 크게 쏠렸다. 금방이라도 넘어갈 것만 같았다.

뛰어난 전사인 도네투스가 그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달리는 속력을 그대로 유지하며 몸으로 드낙을 후려칠 생각과 동시에 무릎을 추켜올렸다.

“으야아아아아!”

드낙이 고함을 내질렀다. 전신에서 황금빛의 신성력이 터져 나왔다. 트롤의 피와 연동되어 단번에 왼팔이 재생되었고, 앞으로 뻗어 나가며 균형을 맞추더니 드낙의 몸이 단번에 왼쪽으로 이동했다.

크각!

전장터로 향하면서 노획한 투구가 도네투스의 무릎에 빗겨 맞으며 그대로 뜯겨나가 허공으로 솟구쳐올랐다. 헐렁한 고정쇠가 드낙의 턱을 치며 혀를 깨물게 하였다.

뭉글. 주륵!

입에서 알싸한 피맛이 솟아 나왔다. 도네투스가 지닌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그저 스치는 것만으로도 다칠 정도였다.

드낙이 이 정도에 못 미치는 이유는 도네투스의 체격때문이기도 했다. 크면 더 큰 원을 그릴 수 있는 법이고, 더 큰 원은 더 강한 힘을 의미했다.

우에서 좌로 상체가 움직이며 드낙의 찔러진 검 또한 우에서 좌로 움직였다. 동시에 도네투스가 덤벼드는 속력도 있었기에 그는 결코 그 검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도네투스는 그 일을 기어코 해냈다.

히드라의 타투가 양팔로 뻗어 나갔다.

“그아아아아!!!!!”

꽝!

큰 도끼가 땅을 치더니 그대로 도네투스의 몸이 쩍 올라가며 도끼를 축으로 허공을 빙글 넘어갔다.

스각!

찔러진 검이 굽어져서 드낙의 위로 넘어가는 도네투스의 볼을 자르고 이어서 오른쪽 귀를 자르고 지나갔다.

‘정신 나간 근력! 말도 안 돼!’

드낙이 끔찍한 기분을 맛봤다. 게임에서 핵 쓰는 놈을 만난 기분이었다. 장대를 놓고 반바퀴를 뱅글 돌아서 넘어가는 곡예를 200~300kg은 될법한 놈이 행하다니.

‘사기도 적당히 쳐야지!’

불합리했다.

경악하는 드낙과 동시에 도네투스도 다를 바 없었다. 심장이 벌렁거렸다. 자신의 힘을 믿고 있었기에 그런 짓을 할 수 있었지 그게 아니었다면 방금의 한 수로 승부가 끝났었을 수도 있었다.

뿌득.

착지한 도네투스가 그대로 뒤로 넘어가 나뒹굴었다. 오른발이 무리한 움직임을 감당하지 못하고 기어코 부러진 것이다. 하지만 도네투스는 쇼크사는커녕 다시 한 번 일어났다.

초록색 피부에 진땀이 그득했다. 그 모습을 본 드낙은 그제야 웃을 수 있었다. 붉은 머리카락이 바람과 함께 흩날렸다.

“오크들을 데리고 물러가라! 추격은 하지 않겠다. 보름 뒤에 적당한 곳에서 다시 한 번 합의를 보자.”

큰 도끼를 지팡이처럼 삼고 있는 도네투스에게 드낙이 말했다. 오크 언어가 입으로 튀어나오자 도네투스 또한 입을 열었다.

“버러지 같은 인간에게 굴복할 성 싶으냐!”

도네투스가 드낙에게 덤볐다. 분질러진 오른발이 땅을 그대로 밟으면서 짓이겨졌다. 그의 얼굴에 핏줄이 섰다.

“그아아아아아아!!!!!”

큰 도끼가 그대로 휘둘러졌다. 드낙은 뒤로 물러나면서 소리쳤다.

“미친놈! 이길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싸운다고?!”

“그건 네가 정하는 게 아니다!”

‘우리의 신이 정하실 것이다!’

도네투스는 진정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뒤로 물러간 드낙을 몸으로 부딪쳤다. 드낙이 몇 바퀴를 구르면서 일어나더니 분노를 일으켰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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