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533화 (532/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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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대(聖戰隊)〉.

귀족들이 가장 꺼리는 의병이었다. 종교는 언제나 귀족에게 위협이 되는 요소였고, 견제의 대상이었다. 그들은 적어도 〈군대〉를 보유해서는 안 되었다. 이것을 가장 잘 실천한 것이 제국이었다.

제국에는 성전대라는 의병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았고, 성기사라는 직책도 없었다. 오직 사제뿐이었다.

반면, 남부왕국은 그러지 못했다.

마을과 마을 간의 거리는 멀었고, 모든 영지를 지키기에는 숲과 산, 평야의 지하동굴 등, 위협은 많아서였다. 자연스럽게 성기사가 양성되고 그게 아니라면 전투 사제라 불리는 숭고한 존재가 탄생한다.

무재(武才)가 없어서 신전에서 검을 쥐지 않았는데, 신전에서 나가 떠돌며 사람들을 돕다 보니 결국 무력이 있어야 했고 주먹과 고통으로 전투사제가 된 경우가 많았다. 그것은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빈도도 높아졌다.

개발이 끝난 남부 왕국의 남부에는 야수가 많지 않았고, 몬스터도 씨가 말라서였다.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만큼 큰 규모의 전쟁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지휘부의 뜻을 따르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성기사 케이슨〉이 성기사들을 진정시켰다. 사제들도 케이슨의 말에 찬성했다. 자신들은 이곳에서 전문가가 아니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귀족들이 신전의 사람들에게 충분히 전술 토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자신들이 전문가라고 여기고 있는 케이슨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꼼꼼하게 하지 못한 것이다.

갈 길은 멀었고, 소식은 늦게 도달했으며, 성이 무너지는 악몽을 꿀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메시지 마법을 쏴도 지형을 무시할 뿐, 마법이 쌍둥이 성채까지 도달해야 했다.

전깃줄을 내달리는 전기나 빛처럼 빠른 것이 아니기에 서로의 소식은 끊긴 상태나 다름없었다. 가끔 만나는 전령조차도 2일, 3일 전의 내용을 말했고 그마저도 전하지 못하고 주변을 순찰하는 오크 전사에게 걸려서 시체만 덜렁 있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3일을 대기하여 쌍둥이 성채에 메시지 마법으로 연결되어도 그 소식을 다시 앞으로 나가고 있는 본대에게 전해봤자 소용이 없었다.

시간적, 공간적 차이는 조급함을 만들기 충분했고 고분고분한 사람에게까지 자세하게 전술을 말해줄 여유는 없었다.

그게 지금의 상황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성전대에서 다른 소리가 튀어나왔고, 성기사 케이슨은 그것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저 이해해달라고 말할 뿐이었다.

“케이슨 성기사님! 성기사님!”

지휘부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들고온 성기사가 케이슨을 찾았다.

“어찌 되고 있다고 합니까?”

“전방의 좌우익이 박살이 났고, 그들을 버린다고 결정이 났다고 합니다. 후방 좌익은 사람들을 방패 안으로 들여보내 주고 있지 않습니다!!”

웅성웅성.

성기사들이 웅성거렸다. 야지에서 보고를 받았기에 그 외침은 빠르게 후방에서 부상자를 돌보고 있는 사제들도 들을 수 있었고, 가만히 대기하며 케이슨의 의견을 믿었던 성기사들도 몸을 일으켰다.

“케이슨 성기사님. 사람이 죽는데도 우리가 여기에 가만히 대기하고 있어야 합니까? 우리가 왜 동부로, 불파겐의 품으로 들어갔습니까? 우리가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다고 믿어서가 아닙니까?”

그 자유. 그것을 위해서 사제들은 불파겐의 땅으로 들어섰다. 물론 중립신의 명령도 있었지만, 그들은 광신도가 아니었다.

인간을 위한다는 마음이 첫째로 중요했고, 그다음이 중립신에 대한 신앙심이었다. 만약 중립신이 인간을 죽이라고 말한다면 그들은 그 어떤 고뇌 없이 신성력을 버릴 것이다.

그것이 이 세상의 신앙자들이었다. 고통이 있기에 헌신을 알았고, 위협이 있기에 사랑을 아는 자들이었다.

‘붕괴한 곳으로 간다···’

전술적으로는 썩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치 있는 일이었다. 버려진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일이다. 종교인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좋습니다. 가장 위험한 곳이 어디입니까?”

“좌익은 완전히 붕괴하였고, 오크들은 생선의 뱃가죽을 가르듯이 도망치는 사람들을 학살하고 있습니다.”

케이슨이 검을 뽑았고, 방패를 고쳐잡았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오늘 싸웁시다. 용감하게 오크의 앞에 섰지만 고통 속에서 떨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싸웁시다! 중립신의 이름으로! 인간의 이름으로!”

“중립신의 이름으로! 인간의 이름으로!”

“행복과 평화를 위해서!”

성기사 1천 명이 후방의 뒤로 빠져나와서 좌로 우회하였다. 그것을 본 기사가 전열을 이탈하여 달려왔다.

“멈추시오! 멈추시오! 성전대는 후방에서 대기하며 부상자를 돌보시오! 그 명을 어기고 어디로 가시는 것이오!”

케이슨은 성기사들을 먼저 보내고 기사에게 다가갔다.

“나는 성기사 케이슨이라고 합니다! 사제 2천 명이 부상자를 돌볼 것입니다.”

기사는 고개를 칼같이 저었다.

“그것만 문제가 아니오! 좌익은 붕괴하였고, 그곳에 성기사들이 투입되면 큰 피해가 있을 뿐이오! 후방에서 전선이 고착화가 되면 그때야말로 역공의 때요! 어서 성기사들을 물리시오!”

케이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래서는 안 됩니다.”

종교인은 그래서는 안 되었다. 중립신은 전신이 갈가리 찢겨서 이 땅을 만들었고, 그들은 그런 중립신을 믿는 자들이었다.

몸이 찢어지더라도 사람들을 위해서 살아가야 했다.

“알겠소. 하지만 무리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고, 그곳에 있는 기사의 작전을 따르는 것이 좋을 것이오.”

기사는 세 번을 말리지 못했다. 정도를 아는 귀족이었고, 케이슨이 그간 해온 행동들은 귀족들에게도 호감이었다. 기사가 되돌아가고, 본격적으로 성기사 1천 명이 붕괴한 좌익에 들어섰다.

왼쪽으로 끝없이 도망치는 사람들과 그것을 아무렇게나 쫓는 오크 전사들이 보였다.

“대전사로 보이는 오크를 노려야 합니다!”

그 시체를 얻을 수만 있다면, 사람들을 오크로부터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특출나게 대단한 오크 전사는 보이지 않았다.

쿠웅!

오크 전사와 성기사가 서로 부딪쳤다. 퉁겨진 것은 성기사였지만, 피해를 입지 않은 것인지 벌떡 일어났다.

“아얄타!”

오크 전사가 투척 도끼를 쏘며 단번에 뛰어들었다. 방패에 투척 도끼가 박히고, 방패가 우그러들었다. 큰 도끼와 메이스가 부딪쳤는데, 성기사가 힘에 밀려서 메이스에 투구가 부딪칠 정도로 밀렸다.

“흐이야아아!!!”

하지만 오히려 계속 앞으로 향하는 것인 성기사였다.

퍽!

오크 전사의 왼주먹이 방패를 치며 성기사를 뒤로 밀어냈지만, 성기사는 멈출 줄을 몰랐다. 그리고 경직도 걸리지 않았다. 이미 체내에 신성력이 피처럼 돌고 있었다.

황금빛은 갑옷 밖으로, 피부 밖으로 일절 나오지 않았다. 그런 소모조차도 틀어막은 정교한 제어력이었다. 드낙과는 다르게 신성력제어 자체가 깔끔했다.

꽈악!

오크 전사가 왼손으로 기어코 방패를 당겨 가드를 풀었고, 도끼를 오른손에서 놓았다. 짧은 메이스를 지닌 성기사에게 큰 도끼로 박살 내는 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았고, 무엇보다 계속해서 바짝 다가와서였다.

퍽! 퍽! 퍽!

연달아 세 번 오른 주먹이 성기사의 머리를 강타했다. 메이스가 이리저리 움직여서 오른팔을 때렸지만 오크 전사를 막을 수는 없었다. 투구 밑으로 피가 주르륵 내려왔다.

“퉤!”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오크 전사가 손에 침을 뱉으며 큰 도끼를 양손으로 집어 들었다. 마무리하기 위해서지만 웬걸.

퍽!

성기사는 지치지도 않고 우직하게 오크 전사에게 다시 한 걸음 전진하며 메이스로 오른손을 가격했다. 오크 전사의 손이 피떡 졌지만 도리어 오크 전사를 흥분시킨 꼴밖에 되지 않았다.

맞아도 맞아도 성기사는 계속해서 오크 전사 하나를 감당해냈다. 성기사가 천 명이었으니, 가히 하나의 벽이 만들어지고 단번에 좌익의 바깥 경계선에서 오크들이 멈추기 시작했다.

“빛이 그대와 함께할 것입니다!”

그 사이에 사람들은 꾸준하게 성기사를 지나갔다. 그때마다 성기사들은 하나같이 좋은 말을 내뱉었다. 또, 성기사의 사타구니를 엉금엉금 기어서 도망가는 자도 있었다. 그만큼 죽음에 대한 공포가 바짝 서 있었다.

“저도 돕겠습니다!”

도망자 중에서는 몸을 다시 돌린 자들도 있었다. 성기사들의 분투에 마음이 동한 것이다. 겐 쟝을 통해서 일부 역량을 회복한 좌익이었기에 금방 성기사들에게 합류할 수 있었다.

“책임자는 나요! 케이슨 성기사는 어디에 있소!”

성기사들이 버티고 있는 사이에 겐 쟝과 케이슨이 서로 만났다. 이 시간마저도 십여 분이라는 시간이 추가로 더 걸렸는데, 성기사들의 복장이 너무나도 가지각색이었기 때문이다.

통일된 복장을 갖출 정도로 불파겐의 자원이 쏟아부어 진 것이 아니었고, 만약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더라도 신전 쪽에서 거부할 것이다. 너무 큰 돈이 들기 때문이라 받기가 어려웠다.

“이제 어찌해야 합니까?”

“최대한 오래 버텨서 다시 자리를 잡으면 되오.”

바라던 바였다.

좌익의 전선이 크게 넓어졌다. 전방에서 물러났지만, 왼쪽으로 도망치면서 좌익의 날개가 아주 길게 변했다. 반면 우익의 균열은 붕괴로 확장되었다.

길게이 플래티넘의 군대는 밀면 미는 대로 물러갔기 때문에 우익은 후방보다도 멀어지고 있는 상황마저 왔고, 그 상황에 성벽을 빠져나온 몽펠리에의 6천 결사대는 닭 쫓던 개가 되어버린 상태였다. 또한 좌우익이 붕괴되고, 오크들의 무분별한 방향성은 전방의 파이룬 정규병들을 고립시켰다.

전방의 파이룬 정규병들은 원형진으로 버티기에 들어갔다.

좌익은 전선이 크게 넓어진 상태에서 전선고착화가 일어났다.

우익은 균열 이후 추가적으로 조치는커녕, 길게이는 후방보다 더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우익을 도우려는 몽펠리에의 결사대는 그 덕에 합류할 수 있는 각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4뭉치로 나누어진 인간의 군대는 모든 것이 불안해 보였다. 그것을 정확하게 찌른다면 이 전쟁의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지만, 도네투스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아크온이 쏘아 올린 하나의 틈. 그 틈 때문에 필요할 때 나서지 못했다. 오크들을 지휘하지 못한 채 물러나야 했다.

쿠우웅!

숲에 캉카라쿰이 내려앉았다. 허벅지에 찍힌 타오르는 인장은 선명했다. 시간이 지나면 마력 또한 소모되고, 이내 지속되던 마법도 사라지는 법이었는데 이 인장은 그러지 못했다.

괴이할 정도로 지속력이 대단했다.

쏴아아!

대기하고 있던 주술사들이 주력을 뿜어냈다. 물줄기가 쏟아져나왔고, 불타는 문양을 지우기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인장은 순식간에 도망쳤다. 문양이 묽어졌지만, 허벅지 밖으로 퍼져나갔다.

“이 무슨 괴이한!”

주술사가 그것을 보며 경악했다. 서둘러 손을 움직이며 빠르게 마법을 지웠다. 손에 땀이 쫙 생길 정도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게 무슨 마법인가?”

“잘 모르겠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였는데 실로 기괴하다. 어떤 마법사가 만든 마법인지 수준이 엄청나다.”

도네투스조차도 당황해서 모를 것이 분명한 주술사한테 물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캉카라쿰의 상태를 확인했다.

불망치의 인장에 당하고 오랫동안 날아다녔기 때문에 왼쪽 허벅지가 완전히 타버렸다. 주술로 오래 치료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약초를 꾸역꾸역 안에 집어넣고, 탄 피부를 손으로 뜯어냈다.

“크흐으응!”

캉카라쿰이 이빨을 드러냈지만, 감히 도네투스를 물지 못했다. 혼란무도의 타투가 가진 효과 중에 하나였다.

응급처치를 마친 도네투스는 자신의 도끼를 오른손에 쥐고 일어섰다. 혁대에는 단 세 자루의 투척 도끼가 덜렁거리고 있었다. 보통의 오크 전사들이 4자루에서 6자루를 소지하는 것에 반해서 특히나 적은 숫자였다.

특이한 것은 투척 도끼의 무게와 크기가 제각각 다르다는 점이었다. 소, 중, 대로 나눌 수 있었고, 특정한 위치에 있었다. 큰 투척 도끼라고해도 그 크기는 일반적인 한 손도끼에 지나지 않았다.

타다닥!

수풀을 헤집고, 나무를 지나치며 도네투스가 다시 한 번 전장으로 향했다.

‘이미 끝장났는데?’

드낙이 외성벽의 성벽 위에 올라서서 전황을 살폈다. 네 개의 무리로 나누어진 인간과 사방팔방 무분별하게 달려들고 있는 오크들의 모습이 보였다.

‘좌익이 최악이네.’

우익은 그래도 두 뭉치로 단단히 뭉쳐있기라도 했다. 좌익은 지나칠 정도로 전선이 넓혀져 있었는데, 당장은 성기사들의 생명력으로 전선유지가 되고 있었지만, 언제든 무너질 수 있었다.

‘병신들···’

드낙은 매우 얇게 그리고 길게 늘어진 좌익을 보고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어떤 거지 같은 놈이 저딴 식으로 중보병을 운용했는지 알고 싶을 지경이었다. 황금빛이 나지 않아서 그들이 성기사인 것은 몰랐다.

평야의 전투가 계속될수록 흙먼지도 자욱하게 일어나고 있었기에 중보병으로 본 것만으로도 드낙의 뛰어난 시야가 돋보였다.

‘손절각인데.’

드낙이 눈을 좁혔다. 도저히 저곳으로 끼어들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빠르게 포기하지는 못했다.

꾸욱···

주먹을 쥐었다. 이번 위기를 뛰어넘는다면 얻게 될 것은 분명 크기 때문이었다.

마약중독자가 일상을 살면서도 불현듯 그 알싸하면서도 강렬한 맛을 떠올리는 것과 같았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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